[판결] 변경 후 직업과 보험계약 당시 직업의 상해급수 동일하다면 상해 보험금 감액 안돼


글 : 임용수 변호사


상해보험 피보험자가 보험계약 당시 보험사에 고지한 직업의 "상해급수"와 새로 종사하게 된 변경된 직업의 '상해급수'가 동일하다면 직업 또는 직무의 변경이 뚜렷한 위험의 증가와 관련됐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고지의무 위반에 따른 보험금 삭감을 주장한 보험사의 청구를 기각한 판결이 나왔다.

임용수 변호사가 판결의 주요 내용을 소개하고 해설과 법률 조언을 덧붙인다. {보험소송 의뢰를 원하거나 보험법 자문을 원하는 분들은 보험 관련 서류 등 자료 모두를 반드시 지참하고 방문해 주세요.

​이 모 씨는 2009년 12월 케이비손해보험(변경전 상호: 엘아이지손해보험)의 한 상해보험 상품에 가입했다. 이 씨는 보험계약 청약 당시 케이비손해보험의 보험청약서에 자신의 직업을 '농산물 판매'로 알렸는데, 케이비손해보험은 이 씨의 직업이 위험급수 1급에 해당하는 '농축산물, 음식료품 및 담배관리 및 경영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후 그 위험급수에 따른 보험료를 산출해 보험계약을 체결했다. 

이 씨는 보험계약 체결 후인 2013년 3월 조림업을 하는 B회사에 현장 관리직으로 입사했고, 케이비손해보험에게 그런 직업 변경 사실을 별도로 고지하지는 않았다. ​며칠 뒤 이 씨는 태백시에 위치한 숲가꾸기 사업 현장에서 사진 촬영을 위해 이동하던 중, 매달려 있던 나무가 이 씨의 좌측 발등에 떨어지면서 좌측 중족골의 골절상 등을 입는 사고를 당했다. 

​이 씨는 보험사고 발생일부터 2013년 8월까지 141일간 보험사고로 인한 상해의 치료를 위해 태백시에 위치한 E의원에 입원했다. 그 후 이씨는 2013년 10월 케이비손해보험에 보험사고에 따른 보험금의 지급을 청구했다.

​하지만 케이비손해보험은 이 씨가 2013년 3월 B회사에 취업해 보험계약 체결 당시 고지했던 직업이 변경됐음에도, 이를 지체 없이 알리지 않아 계약 후 알릴의무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보험계약을 해지하고 보험금 지급을 거절했다. 이 씨가 종전에 종사하던 직업은 '농축산물, 음식료품 및 담배관리 경영자'로 그 상해급수는 1급이었으나, 이씨가 새로 종사하게 된 직업은 '임업관련 단순노무자'로 그 상해급수는 3급인바, 이는 직업 변경으로 인해 뚜렷하게 위험이 증가한 경우에 해당하므로, 보험계약의 해지 사유에 해당한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면서 보험계약 해지로 삭감된 보험금을 초과한 보험금에 대해서는 지급 의무가 없다며 이 씨를 상대로 채무 부존재 확인 소송을 냈다. 


​춘천지법 영월지원 민사1단독 황성욱 판사는 케이비손해보험이 이 씨를 상대로 낸 채무부존재 확인 청구 소송에서 케이비손해보험의 청구를 기각한 다음 "케이비손해보험은 이 씨에게 2,523만 원을 지급하라"며 이 씨의 반소 청구를 일부 받아들였다.1) 케이비손해보험은 보험사고와 관련해서는 변경 전 보험료율의 직업 변경 또는 직무가 변경된 후에 적용해야 할 보험료율에 대한 비율만큼 삭감된 보험금만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으나,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판사는 「신체감정의인 강원대학교병원 의사가 이 씨에 대한 신체감정 결과 이 씨가 보험사고로 인해 복합부위 통증증후군(CRPS) 진단을 받았으며, 이로 인해 발목 및 발가락의 운동 범위가 제한되는 영구장해가 발생했고, 이를 약관 장해분류표에 의해 판단할 경우, 이 씨는 일상생활 기본동작 중 이동 동작에 있어 "독립적인 보행은 가능하나 파행이 있는 상태, 난간을 잡지 않고는 계단을 오르고 내리기가 불가능한 상태, 계속해 평지에서 100m 이상을 걷지 못하는 상태(지급률 10%)"에 해당한다고 감정한 사실이 있다」고 인정했다.

이어 「이 씨가 당한 사고는 보험약관이 정한 급격하고도 우연한 외래의 사고로 인해 피보험자의 신체에 상해를 입은 경우에 해당하므로 케이비손해보험은 피보험자인 이 씨에게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보험계약이 정한 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다만 「약관에 의하면 피보험자는 자신이 보험 가입 당시에 보험사에게 고지한 직업 내지 직무가 변경된 경우 이를 보험사에게 지체 없이 고지해야 하고, 보험사는 피보험자의 직업 내지 직무 변경으로 인해 위험이 증가된 경우에는 피보험자로부터 변경 통지를 받은 날부터 1개월 이내에 보험료의 증액을 청구하거나 계약을 해지할 수 있으며, 피보험자가 뚜렷한 위험의 증가와 관련된 계약 후 알릴의무를 이행하지 않았을 경우 보험사는 보험계약을 해지할 수 있고, 이러한 사유로 보험계약이 해지된 경우, 보험사는 보험계약 해지 전에 발생한 보험사고에 대해 변경 전 보험료율의 직업 또는 직무가 변경된 후에 적용해야 할 보험료율에 대한 비율만큼 삭감된 보험금만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씨가 보험사고의 발생 직전인 2013년 3월 B회사에 현장 관리직으로 근무해 직업 또는 직무가 변경된 사실은 있으나, 이 씨의 변경 전·후 직업은 모두 상해급수 2급에 해당해 이 씨의 직업 변경으로 인해 상해 위험이 증가했다고 보기 어렵고, 보험계약 체결 당시 이 씨의 상해급수가 1급으로 평가된 것에 이 씨에게 어떠한 잘못이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며, 「이 씨의 직업 또는 직무가 변경된 사실이 뚜렷한 위험의 증가와 관련됐다는 점을 전제로 한 케이비손해보험의 해지 통고는 효력이 없다」고 판시했다.

한편, 이 씨는 2013년 10월 청구한 보험금과는 별도로, 변론종결 이후인 2016년 9월 25일에 '보험사고로 인해 이 씨에게 약관 장해분류표의 신경계·정신행동장애 중 신경계에 장해가 남아 일상생활 기본동작에 제한을 남긴 때에 해당하는 후유장해가 발생했고, 이는 보험계약이 정한 보험금의 지급 사유에 해당한다'며 이 씨가 입원한 기간 동안의 입원비용 등이 누락돼 있으므로 이를 추가로 구하겠다는 취지의 변론재개신청서 및 청구취지변경신청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이 판사는 이 씨가 2014년 10월 보험계약에 따른 보험금의 지급을 구하는 반소를 제기한 이후 약 2년에 이르는 기간 동안 7차례의 변론기일이 진행됐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관한 아무런 주장, 입증을 하지 않다가, 선고기일에 임박해서야 이에 관한 새로운 증거를 신청하면서 반소 청구취지를 확장하겠다는 것은 실기한 공격방법(민사소송법 제146조, 제149조)에 해당할 뿐만 아니라, 소송절차를 현저히 지연시키는 경우(민사소송법 제269조 제1항)에 해당한다고 봐야 한다면서, 이 씨의 변론 재개 신청에 대해서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

임용수 변호사의 케이스메모


보험계약에서 상해급수의 산정은 보험사의 내부적 기준에 의해 이뤄지는데, 이는 보험개발원에서 작성한 직업분류표에 따라 작성된다. 보험개발원 작성의 직업분류표 중 이번 판결과 관련된 부분은 아래 표와 같다.[A- 비위험직, B·C- 중위험직, D·E- 고위험직 : 직업 위험등급 분류표 참조2)]


보험개발원 작성의 직업분류표에 의하면, 이 씨가 보험계약 당시 고지한 직업인 '농산물 판매'는 상해급수 2급에 해당한다. 한편 작업에 참여하지 않는 농림어업관련 현장관리자는 상해급수 2급에 해당하고, 작업에 참여하는 조림 및 영림원 역시 상해급수 2급에 해당하는바, 이 씨의 변경된 직업은 '조림업을 영위하는 회사의 현장관리직'이므로 상해급수 2급에 해당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이 씨의 변경 전·후의 직업은 모두 상해급수 2급이므로 이 씨의 직업 변경으로 인한 상해 위험의 증가는 없다.

보험계약이 해지된 경우 보험사는 보험계약 해지 전에 발생한 보험사고에 대해 변경 전 보험료율의 직업 또는 직무가 변경된 후에 적용해야 할 보험료율에 대한 비율만큼 삭감된 보험금만 지급할 의무가 있다. 이번 사안의 경우 해지 통고가 적법·유효하다고 할 수 없으므로 케이비손해보험의 보험금 삭감은 허용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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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초 등록일 : 2016년 11월 3일
  • 1차 수정일 : 2020년 6월 16일(재등록)

1) 춘천지방법원 영월지원 2016. 9. 28. 선고 2014가단1374(본소), 2014가단11142(반소) 판결.
2) 병역의무 이행으로 인한 일반사병, 공익근무요원은 통지의무 직업 대상에서 제외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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