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 보험계약 체결 전 유암종 진단, 보험사가 인수하지 않은 위험 해당돼 보험사 면책

용종 제거술

글 : 임용수 변호사


계약당사자가 고지의무 대상인 유암종 진단 사실에 관해 알지 못했다면 유암종 진단이 내려졌다는 사실만으로는 보험사의 보험금 지급 의무가 면제되지 않는다는 내용의 1심 판단을 뒤집는 2심 판결이 나왔습니다. 임용수 변호사(보험전문)가 판결의 주요 내용을 소개해 드리고 해설과 법률 조언을 덧붙입니다.

박 모 씨는 2012년 3월 AIA생명(에이아이에이인터내셔널리미티드)과 사이에 보험계약일부터 만 2년 이내에 암(악성신생물) 진단이 있을 경우 2000만 원의 암 진단 보험금을 지급받기로 하는 내용의 암보험계약을 체결했습니다. 

박 씨는 암보험 체결 과정에서 '최근 5년 이내에 암이나 백혈병, 고혈압 등의 병명으로 의사로부터 진찰 또는 검사를 통해 질병 확정, 진단, 치료, 입원, 수술, 투약과 같은 의료행위를 받은 사실이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 그런 사실이 '없다'고 대답했습니다.

그런데 2010년 4월 부천시에 있는 S병원에서 실시한 건강검진(1차 건강검진)의 대장내시경 검사에서 직장 내 종양이 발견됐고, 2010년 5월 그 종양에 대한 조직검사 결과 직장유암종(Carcinoid Tumor) 진단이 나왔지만, 박 씨는 1차 건강검진 이후 S병원을 찾아가 진단 결과를 확인하거나 진료를 받지는 않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AIA생명과의 암보험 체결 이후 박 씨가 2012년 11월 2차 건강검진을 위해 S병원을 내원해 대장내시경 검사를 시행하는 과정에서 직장의 종양이 다시 발견됐고, 5일 뒤에는 조직검사 결과 직장유암종으로 진단됐습니다.


박 씨는 그로부터 9일이 지난 후에 B병원에서 자신의 종양에 대한 내시경하점막하박리술(ESD)을 시행했는데, 수술 후 조직검사에서도 이전과 마찬가지로 유암종으로 진단됐고, 2012년 12월 초에는 직장의 악성신생물()에 해당한다는 진단서가 발행됐습니다.

박 씨는 '2차 건강검진 이전까지는 유암종과 관련한 검사, 진단, 치료를 받은 사실이 전혀 없었다'며 자신의 종양이 직장의 악성신생물()에 해당한다는 진단서에 근거해 2013년 9월 AIA생명에게 암보험에 따른 보험금을 청구했습니다. 그러나 AIA생명은 지급을 거부했고,  박 씨를 상대로 보험금 지급 의무가 없다며 소송을 냈습니다.

인천지법 민사1부(재판장 임병렬 부장판사)는 AIA생명이 박 씨를 상대로 낸 채무 부존재 확인 청구 소송의 항소심에서 원고패소 판결했던 1심 법원의 판단을 취소하고 원고승소 판결했습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S병원에서 실시한 대장내시경 검사에서 직장 내 종양이 발견되고, 며칠 뒤 그 종양에 대한 조직검사를 실시한 점, 조직검사 결과에 직장유암종으로 진단한 점, 2012년 10월 외래재진기록에 의하더라도 명확히 '유암종'으로 진단했던 점 등에  비춰 보면, 보험기간 개시 전인 2010년 5월 박 씨에 대한 유암종 진단이 이미 있었다고 봐야 한다」며 「따라서 박 씨가 가입한 보험계약은 보험사고 발생 후의 보험계약」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실시하는 일반건강검진 결과는 검진 후 15일 이내 검진기관에서 주소지로 발송한다고 안내되고, 박 씨를 검진했던 S병원도 통상 건강검진 결과를 14일 이내로 우편발송 하고 병원의 의무기록상 2010년 4월 건강검진 결과와 2010년 5월 조직검사 결과를 보호자에게 설명했으며 건강검진 결과지를 박 씨에게 등기우편으로 발송했다고 사실조회 회신한 점, 더구나 건강검진에서 종양이 발견돼 조직검사까지 실시됐음에도 그 검사 결과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점 등에 비춰 보면, 박 씨는 1차 건강검진 결과 조직검사에서 유암종으로 진단된 사실을 알았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결국 박 씨는 보험계약 체결 당시 보험사고 발생에 관해 알고 있었으므로, 상법 제644조 본문에 따라 보험계약은 그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습니다.

앞서 1심 법원은 AIA생명이나 박 씨 모두 1차 건강검진에서 유암종 진단이 내려진 사실을 알지 못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고, 1차 건강검진에서 유암종 진단이 내려졌다는 사실만으로는 AIA생명의 보험금 지급 의무가 면책되지 않는다며 박 씨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임용수 변호사의 케이스메모


상법 제644조는 "보험계약 당시에 보험사고가 이미 발생했거나 또는 발생할 수 없는 것인 때는 그 계약은 무효로 한다. 그러나 당사자 쌍방과 피보험자가 이를 알지 못한 때는 그렇지 않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보험계약의 당사자 쌍방과 피보험자가 모두 선의이어서 단서가 적용되는 경우라 할지라도 그 보험계약에서 정한 책임개시시기 이후 발생한 보험사고에 대해서 보험사에게 보험금 지급 의무가 인정될 수 있을 뿐이고, 보험계약에서 정한 책임개시시기 이전에 이미 보험사고가 발생한 경우 이는 보험사가 인수하지 않은 위험에 해당하므로 보험금 지급 의무가 인정될 여지가 없습니다.1)

이런 대법원 판례의 법리에 의할 때, 설령 박 씨가 가입한 보험계약이 당사자가 선의인 보험사고 후의 보험계약으로 상법 제644조 단서 규정에 따라 그 효력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의 보험사고는 보험계약에서 정한 책임개시 시기 이전에 발생한 것이므로, 보험계약에 기한 AIA생명의 박 씨에 대한 보험금 지급 채무는 인정되지 않습니다. 


박 씨는 『청약서상 계약 전 알릴의무(중요한 내용)에 해당하는 질병으로 인해 과거(청약서상 당해 질병의 고지대상 기간을 말합니다)에 진단 또는 치료를 받은 경우에는 '보험금의 종류 및 지급 사유'에 관한 약관 조항에서 규정한 보험금 중 질병과 관련한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습니다』라는 약관 조항에 대한 설명의무 위반도 주장했는데, 재판부는 그 약관 조항은 보험기간 외에 발생한 보험사고에 대해서는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내용으로 이는 보험거래상 일반적으로 공통된 것이어서 보험계약자가 별도 설명 없이 충분히 예상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이미 법률에서도 규정한 것을 부연한 정도에 불과한 사항이라고 보이므로, 그 약관 조항에 대해 AIA생명에게 설명의무가 인정된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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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초 등록일 : 2017년 2월 7일
  • 1차 수정일 : 2020년 6월 29일(재등록)

1) 대법원 2002. 6. 28. 선고 2001다59064 판결, 대법원 2004. 8. 20. 선고 2002다20889 판결 등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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