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 기초생활수급자인 탈북자가 가입한 12건 보험계약도 유효

12건의 보험계약 체결

글 : 임용수 변호사


기초생활수급자인 탈북자가 12건의 보험상품에 가입해 8500여만원의 보험금을 수령한 사실이 있더라도 보험금 부정 취득 목적이 있던 것으로 볼 수는 없다는 판결이 나왔습니다. 

홀몸인 탈북자가 아무런 연고가 없는 곳에서 자신의 유일한 재산인 신체를 지키기 위해 보험에 가입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어 보험계약을 무효로 볼 수 없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서울고법 민사20부(재판장 양현주 부장판사)는 동부화재해상보험이 "보험금을 부정 취득할 목적으로 보험계약을 체결해 무효이므로 지급한 보험금을 반환하라"며 탈북자 이 모 씨를 상대로 낸 보험에 관한 소송에서 보험사의 손을 들어준 1심판결을 취소하고 원고패소 판결했습니다.1)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아무런 연고가 없는 이 씨가 여러 개 보험에 가입해 장기간 입원치료를 받고 8500여만 원의 보험금을 수령한 사실을 볼 때 보험금을 부정 취득할 목적으로 가입한 것이 아닌지 의심이 들기는 한다」면서도 「보험계약 별로 입원 보험금 액수가 1만~5만원에 불과하고, 탈북자로서 대한민국 사회나 경제 관념에 능숙하지 못한 이 씨의 사정을 고려하면 가입 경위를 수긍하지 못할 바 아니다」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이 씨는 아무런 연고 없이 몸 하나만을 의지해 생계를 유지하다보니 보험의 필요성이 절실했고, 그 와중에 홈쇼핑 광고를 보고 충분한 보장을 받기 위해 여러 개의 보험에 가입하게 됐을 뿐」이고 「이 씨가 받은 수술에 대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도 '적정' 판정을 내렸으므로 이 씨가 과도한 입원을 했다고 볼 자료가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2007년 탈북한 이씨는 2009년 9월부터 2014년 4월까지 12건의 보험에 가입한 뒤 관절 통증 등으로 수술을 받고 총 383일간 입원 치료를 받아 보험사 10곳으로부터 8500여만 원을 받았습니다. 이 씨가 가입한 보험사 중 한 곳인 동부화재는 "이 씨가 2010년 1월부터 7월까지 약 6개월 간 8건의 보장성 보험에 집중적으로 가입했다"며 소송을 냈습니다.

1심은 이 씨가 체결한 여러 개의 보험계약은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 질서에 반해 무효로 볼 수 있으므로 이 씨는 동부화재에게 이미 받은 보험금을 모두 돌려주라고 판결(무변론 판결)했습니다. 

임용수 변호사의 케이스메모


보험계약자가 여러 보험계약을 통해 보험금을 부정 취득할 목적으로 보험계약을 체결한 경우, 이런 목적으로 체결된 계약에 의해 보험금을 지급하게 하는 것은 보험계약을 악용해 부정한 이득을 얻고자 하는 사행심을 조장함으로써 사회적 상당성을 일탈하게 됩니다. 그뿐 아니라 합리적인 위험의 분산이라는 보험제도의 목적을 해치고 위험 발생의 우발성을 파괴하며 여러 선량한 보험 가입자들의 희생을 초래해 보험제도의 근간을 해치게 됩니다.2) 따라서 보험금을 부정하게 취득할 목적으로 체결된 보험계약은 무효입니다. 

보험계약자가 보험금을 부정 취득할 목적으로 여러 보험계약을 체결했는지에 대해서는 이를 직접적으로 인정할 증거가 없더라도, 보험계약자의 직업 및 재산 상태, 여러 보험계약의 체결 경위, 보험계약의 규모, 보험계약 체결 후의 정황 등 제반 사정에 기해 그와 같은 목적을 추인할 수 있습니다.3)


이번에 소개한 판결은 보험금을 부정하게 취득할 목적으로 여러 보험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의심이 들기는 하지만, 여러 보험계약 체결을 통해 다액의 보험금을 지급받았다거나 입원 기간이 장기라는 사정만으로는 제반 사정에 의해 보험금 부정 취득 목적을 추인할 수는 없다고 판단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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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초 등록일 : 2016년 4월 11일
  • 1차 수정일 : 2020년 6월 10일(재등록)

1) 서울고등법원 2016. 3. 25. 선고 2014나2050607 판결.
2) 대법원 2001. 11. 27. 선고 99다33311 판결, 대법원 2005. 7. 28. 선고 2005다23858 판결 등 참조.
3) 대법원 2009. 5. 28. 선고 2009다12115 판결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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