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 음주 및 수면제 복용 후 잠 자던 중 흡인성 폐렴 사망, 재해사망보험금 지급하라


글 : 임용수 변호사


음주를 하고 수면제를 복용한 상태에서 잠을 자다가 구강 및 인두 분비물의 흡인으로 인한 흡인성 폐렴으로 사망했다면, 직접적이고 중요한 사망원인은 음주 및 수면제를 복용한 상태에서 잠을 자다가 흡인을 했다는 외부적 요인이므로 재해사망에 해당한다는 판결이 나왔다.1) 

[임용수 변호사(보험전문)가 판결의 주요 내용을 소개하고, 이와 함께 구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변호사의 의견을 담은 해설과 법률조언(케이스메모)을 덧붙여 드립니다. 보험소송 의뢰를 원하거나 변호사와 1:1 똑똑! 법률상담을 원하는 분들은 언제든지 문의해주세요.]

대구지법 민사14단독 이재혁 판사는 음주 및 수면제를 복용한 상태로 잠을 자다가 사망한 나 모 씨의 유족들이 알리안츠생명을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 소송에서 "알리안츠생명은 유족들에게 3,400여만 원을 지급하라"며 유족들의 손을 들어줬다. 



이 판사는 「나 씨의 흡인성 폐렴이 세균이 존재하는 구강과 인두 분비물의 흡인으로 발생한 세균성 흡인성 폐렴인 것으로 보이기는 하나, 이는 나 씨의 기왕의 질병 또는 체질적 요인에 의해 초래된 것이 아니라 음주를 하고 수면제를 복용한 외부적 행위에 따른 구강 및 인두 분비물 흡인이라는 우발적인 외래의 사고에 따른 결과」라며 「약관에서는 질병에 의한 호흡장해 및 삼킴장해를 재해에서 제외하고 있으나 나 씨의 흡인성 폐렴이 기존의 질병에 의해 발생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나 씨의 직접적이고 중요한 사망원인은 나 씨가 음주 및 수면제를 복용한 상태에서 잠을 자다가 흡인을 했다는 외부적 요인이라고 봄이 타당하고, 이런 사정이 의학적으로 직접 사인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달리 보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나 씨는 2013년 12월 15일 술을 마시고 라면을 끓여먹은 후 수면제를 복용하고 잠들었고, 아내 정 모 씨가 오후 9시 30분쯤 나 씨의 안면청색증 및 무호흡 상태를 발견해 119에 신고했다. 병원으로 후송돼 입원 중 흡인성 폐렴으로 진단, 그에 대한 치료를 받았지만 2014년 1월 27일에 폐렴(직접사인)으로 사망했다.


임용수 변호사의 케이스메모


흡인성 폐렴은 비세균성 흡인성 폐렴과 세균성 흡인성 폐렴으로 나뉘고, 비세균성 흡인성 폐렴에는 고형물질, 주로 음식물의 흡인에 의한 것과 흡인성 폐장염(Mendelson씨 증후군)이 있다. 기도에서 음식물이 관찰되는 경우에는 구토를 하면서 구강 내 음식물과 구강 및 인두 분비물이 같이 흡인돼 흡인성 폐렴이 발생한 것으로 판단하게 된다.

​알리안츠생명의 항소 포기로 그대로 확정된 이 판결의 판시 이유를 살펴보면, 진료기록 감정 결과만 있을 뿐 부검을 했다는 기록이 없다. 

​사후에 의사의 사체 검안이나 사망진단서 등의 진료기록만으로는 사망원인을 밝히는 것이 어렵다. 먼저 부검을 통해 사망원인을 명확하게 밝히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증명 과정 중의 하나가 돼야 하고, 사망원인을 밝히려는 증명책임을 다하지 못한 유족에게 부검을 통해 사망원인이 명확히 밝혀진 경우보다 더 유리하게 사망원인을 추정할 수는 없다는 것이 대법원 판례의 입장이다.2) 판결 중에 이번 사건과 유사한 사안이었지만 쟁점이 달랐던 사건들도 있다. 



피보험자가 음주를 하고 독실아민3)을 복용한 상태에서 잠을 자다가 숨졌고, 이에 대해 보험사가 면책사유인 '피보험자가 고의로 자신을 해친 경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며 다툰 사건에서, 법원은 독실아민의 혈중 농도가 1.02㎎/㎖(수면제 10알 정도를 복용했을 때의 잔류량), 혈중 알코올농도가 0.16%였다는 부검 결과 등을 토대로 "피보험자가 술과 독실아민이 상승 작용을 일으켜 중독에 의해 사망했다"며 재해사망으로 인정했다. 

2017년 대구지법에서 선고된 판결 중에는 흥미로우면서도 이례적인 판결이 있다. 피보험자가 사망 전날 저녁에 아버지와 누나에게 자살을 암시하는 문자를 보낸 뒤 술과 수면제를 먹고 사망한 채로 발견됐던 사안이었는데, 재판부는 피보험자가 목을 매거나 고층 건물에서 투신하는 등 자살 기도를 위한 확실한 방법을 택하지 않은 점, 사망 사고 전에 구체적으로 자살을 시도한 정황은 드러나지 않은 점, 피보험자가 평소와 같이 정신과 약을 복용했다가 알코올 중독 증세로 인해 우발적으로 술을 마시게 됐을 가능성도 있는 점을 고려하면, 피보험자가 아버지 및 누나에게 보낸 문자를 자살의 의사를 밝힌 객관적인 물증이라고 인정하기는 부족하고 피보험자가 고의로 자신을 해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4)

또한 피보험자가 음주 상태에서 여러 약물5)을 혼합 복용한 뒤 집에서 잠을 자다가 사망한 사건에서, 피보험자가 술에 취한 상태에서 3곳의 병원과 약국에서 처방받은 약을 한꺼번에 투약함으로써 그 부작용으로 사망에 이른 것으로 추정될 뿐 나아가 피보험자가 고의로 자신을 해치기 위해 다량의 약물을 투약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하면서도, 보험 가입 전에 공황장애 등의 진단 하에 수면제 등을 처방받았던 사실에 대한 피보험자 측의 고지의무 위반이 있었음을 이유로 보험사의 보험금 지급 의무가 없다고 판시한 사례가 있다.   



​반면, 피보험자가 4회에 걸쳐 신경정신과의원 등의 병원에 수면장애, 불면증, 정신생리장애로 내원했고 내원할 때마다 7일분(총 28일분=4회×7일분)의 진정제, 항우울제, 불면증 치료 약을 처방 받은 것은 '계속해 7일 이상 치료를 받은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으므로 고지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인정할 수 없고, 아파트 13층 베란다에서 스스로 뛰어내려 추락해 다발성 외상성 손상으로 사망했다고 하더라도 자유로운 의사결정에 의하지 않고 사망의 결과에 이른 것으로 볼 수 있으므로 상해의 직접 결과로써 사망한 경우(상해사망)에 지급하는 사망보험금 지급 대상이 된다고 판시한 사례가 있다.

2020년 선고된 판결 중에는 우울증을 앓던 중 음주 상태에서 수면제를 과다복용하고 자살한 20대 여성의 경우 우울증에 더해 음주의 영향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자살한 것이므로 보험계약이 정한 재해 사고에 해당한다는 취지로 판시한 사례도 있다.6)  


전문가들은 수면제 복용 8시간 전후로는 술을 먹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수면제는 중추신경을 억제하는 작용이 있는 약이다. 수면제 복용으로 중추신경을 억제해 유도된 수면은 억지 잠이다. '억지'라는 말 자체가 잘 안될 일을 무리하게 기어이 해내려는 고집을 뜻하므로, 억지 잠의 습관이 건강에 좋을 리가 없다. 수면제에 대한 지나친 의존을 삼가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알코올()은 대뇌피질을 공격해 이완시킴으로써 마치 흥분시키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중추신경 억제 작용이 있어 뇌의 기능을 둔화시키고 수면이나 마취 효과를 나타낸다. 따라서 술을 수면제와 함께 먹게 되면 몸의 기능이 더욱 억제되게 되고 많이 먹으면 호흡중추 마비로 호흡 곤란과 저산소증이 일어나 위험한 상황이 초래될 수도 있으므로 수면제 복용 전후의 음주는 절대 금물임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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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초 등록일: 2017년 7월 23일
  • 1차 수정일: 2020년 5월 18일 (재등록 및 판결 추가)

1) 대구지방법원 2016. 1. 13. 선고  2014가단40913 판결. 
2) 대법원 2010. 9. 30. 선고 2010다12241, 12258 판결 등 참조.
3) 독실아민은 항히스타민계의 비습관성 및 비향정신성의 수면유도·진정제로서 보통 성인 복용량은 1일 1회 1정 25㎎이고 보통의 성인이 1정을 복용한 경우 1-4시간 동안의 평균 혈중 농도는 약 0.10㎎/㎖이다.
4) 대구지방법원 2017. 11. 17. 선고 2016가합208901 판결. 이 판결에 대해 메리츠화재가 항소를 했고, 항소심에서 화해권고결정에 대해 메리츠화재가 이의신청을 했으나 나중에 메리츠화재의 이의신청 취하로 사건이 종결됐다.
5)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 결과로 『담즙에서 졸피뎀이, 말초혈액 및 혈액에서 졸피뎀, 파록세틴, 알프라졸람 및 하이드록시알프라졸람이, 위 내용물에서 졸피뎀, 파록세틴 및 알프라졸람이, 위 속 알약에서 졸피뎀 및 파록세틴이, 소변에서 알프라졸람, 졸피뎀, 하이드록시알프라졸람 및 파록세틴이 검출됐다. 알프라졸람은 불안, 긴장, 우울 및 수면장애 등에 사용하는 신경안정제이고, 하이드록시알프라졸람은 알프라졸람 복용 후 검출되는 생체 내 대사산물이며, 졸피뎀은 불면증 등에 사용하는 신경안정제이고, 피록세틴은 우울증 치료제이다. 말초혈액에서 에틸알콜 농도는 0.113%였다. 그 외 특이한 사항은 없었다. 약물 농도는 치사 농도에 이르지 못했으나 음주 상태에서 여러 약물을 혼합해 복용했을 경우 사망에 이를 수 있다.』는 소견이 나왔다. 
6) 서울남부지방법원 2020. 3. 26. 선고 2019나56034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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