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 대법원 "약관 설명 없었다면 고지의무 위반했어도 보험금 줘야"


글 : 임용수 변호사


보험사가 약관 설명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면 보험 가입자의 고지의무 위반이 있었더라도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습니다. 보험전문 임용수 변호사가 판결 내용을 알려 드리고, 변호사의 의견을 담은 진진한 해설과 법률 조언을 덧붙입니다.

대법원 민사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천 모 씨가 메리츠화재해상보험을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 소송의 상고심(☞ 2018다242116 판결)에서 메리츠화재의 상고를 기각, "보험금 5억50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최근 확정했습니다.

천 씨는 2016년 3월 아들이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며 오토바이를 운전하던 중 교통사고로 사망했습니다. 이에 천 씨가 두 건의 보험계약이 맺어져 있던 메리츠화재에 보험금을 지급해 달라고 청구했습니다.


하지만 메리츠화재는 그해 6월 '천 씨의 아들이 보험 계약 당시 오토바이를 주기적으로 운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았고, 이는 고지의무를 어긴 것'이라는 이유로 보험계약 해지 및 보험금 부지급 통보를 했습니다. 천 씨의 아들은 치킨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오토바이를 이용하고 있었지만, 보험계약 당시 오토바이 운전 여부 등을 확인하는 질문에 '아니오'로 답변한 사실이 확인됐기 때문입니다. 

이에 반발한 천 씨는 "오토바이 사고에 대비해 보험에 가입하고자 했고, 메리츠화재 소속 보험설계사도 아들이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음에도 오토바이 운전과 관련된 사항에 관한 약관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은 채 보험에 가입하도록 했다"며 사망보험금 5억5천만 원을 지급하라는 소송을 냈습니다. 

메리츠화재는 "보험사는 가입자에게 고지의무 대상이나 위반 효과에 관해 설명할 의무가 없다"며 "보험설계사가 천 씨 아들의 주기적 오토바이 운전 사실이 고지해야 하는 사항이라는 사실을 설명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고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한 자사의 보험계약 해지권이 제한되지 않는다"고 맞섰습니다.


앞서 1심과 2심 법원 모두 천 씨 측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가입자의 '고지의무'와 보험사의 '설명의무'가 서로 충돌했을 때 무엇이 더 우선시 돼야 하는지가 이번 재판의 최대 쟁점이었습니다. 

1심 재판부는 「메리츠화재 측이 천 씨에게 오토바이 운전 여부는 보험계약에서 중요한 사항이므로 이에 대한 고지의무가 있다는 점에 관해 설명의무를 이행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천 씨가 고지의무를 위반했다고 해도 메리츠화재가 보험 약관 내용을 구체적이고 상세하게 설명하지 않았다고 보는 이상 천 씨의 고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보험계약을 해지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2심도 메리츠화재의 항소를 기각하고 1심 판단을 그대로 유지했습니다. 재판부는 「고지의무의 존재와 그 효과에 관해 상법에서 규정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구체적으로 어떤 사항이 고지의무 대상이 되는지는 각 보험계약의 내용과 관계에서 개별적으로 정해지는 것이어서 보험계약자가 이를 당연히 알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메리츠화재의 보험설계사는 천 씨 아들의 주기적인 오토바이 운전 사실이 보험계약 인수 조건 등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사항으로 메리츠화재에 고지돼야 하고, 이를 고지하지 않을 경우 보험계약이 해지돼 보험금을 지급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점, 보험계약을 체결하더라도 천 씨의 아들이 오토바이를 운전하다가 사고를 당한 경우에는 결과적으로 보험금을 지급받을 수 없다는 점 등을 상세하게 설명해 보험계약자인 천 씨가 이를 충분히 납득·이해하고 보험계약에 가입할 것인지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했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주기적 오토바이 운전 여부 등 오토바이 운전과 관련된 사항에 대해 고지의무를 위반한 경우 보험계약의 해지 등으로 인해 보험 혜택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사실 등에 관해 설명의무를 다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따라서 천 씨가 고지의무를 위반했더라도 당시 보험설계사가 '오토바이 운전과 관련된 사항'에 관해 명시·설명의무를 다하지 못한 이상 메리츠화재로서는 천 씨 아들의 주기적인 오토바이 운전 사실에 관한 고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보험계약을 해지할 수 없다」고 판시했습니다.

대법원 역시 「설명의무의 대상이 되는 '보험계약의 중요한 내용'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대법원 판례를 위반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며 메리츠화재의 상고를 기각하고 원심(2심) 판결을 확정했습니다.


임용수 변호사의 케이스메모


보험사가 서면으로 질문한 사항을 고지의무의 대상이 되는 중요한 사항으로 규정한 취지는 보험 가입자가 불성실한 답변을 하는 경우 보험사가 이를 이유로 삼아 보험계약의 구속력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도록 하려는데 있습니다. 이처럼 보험계약의 일방 당사자인 보험사 측이 작성한 질문 사항에 대해 이러한 강력한 효력을 부여하는 이상 보험사의 서면상 질문 사항의 문언은 가입자에게 불리하지 않도록 작성자인 보험사 측에게 엄격하게 해석해야 합니다.1) "회사는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 사유 등 계약자나 피보험자에게 불리하거나 부담을 주는 내용은 확대 해석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는 보험사들의 약관도 이런 취지를 반영한 것입니다. 

이번 판결이 인용하고 있는 바와 같이 대법원은 보험자가 보험계약의 중요한 내용에 대한 설명의무에 위반해 보험계약을 체결한 때는 그 약관의 내용을 보험계약의 내용으로 주장할 수 없으므로, 보험계약자나 그 대리인이 그 약관에 규정된 고지의무를 위반했다고 하더라도 이를 이유로 보험계약을 해지할 수는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습니다.


이번 판결에 적시된 바와 같이 고지의무의 존재와 그 효과에 관해 상법에서 규정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구체적으로 어떤 사항이 고지의무 대상이 되는지는 각 보험계약의 내용과 관계에서 개별적으로 정해지는 것이어서 보험계약자가 이를 당연히 알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특히 고지의무의 대상이 되는 '어떤 사항'이 상법이 정한 고지의무의 범위를 확장한 것이어서 보험 가입자가 통상적으로 예상할 있는 범위를 벗어났다면, 보험사 측은 그 '어떤 사항'이 보험계약의 인수 조건 등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사항으로서 고지돼야 하고 이를 고지하지 않을 경우 보험계약이 해지돼 보험 혜택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점을 상세하게 설명해야 합니다. 만약 보험사 측이 이에 대해 설명의무를 다하지 못했다면 보험사는 그 '어떤 사항'에 관한 고지의무 위반이 있음을 이유로 보험계약을 해지할 수 없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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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수준 높고 좋은 글
🔘 보험 전문변호사 = 임용수 변호사
  • 최초 등록일: 2020년 3월 8일

1) 제주지방법원 2005. 4. 21. 선고 2004가합1031 판결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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