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을 위한 생명보험



1. 총설

가. 의의

타인을 위한 생명보험이란 보험계약자가 자기 이외의 제3자(타인)를 보험수익자로 정하고 체결한 생명보험을 말한다. 타인을 위한 생명보험은 보험계약자와 보험수익자가 서로 다른 생명보험이다. 동의주의에 의하고 있는 우리 상법하에서는 피보험자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 사람도 보험수익자로 지정될 수 있다. 이것은 보험계약자 자신을 보험수익자로 정하는 자기를 위한 생명보험과 구별된다.

보험계약자가 타인을 위한 보험을 체결하기 위해서는 보험수익자를 지정해야 한다. 자기의 생명보험에서 보험수익자를 지정하지 않았거나 그 뜻이 분명하지 않은 때는 보험계약자가 자기를 위한 보험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추정된다(통설). 그러나 실제로는 약관 규정에 따라 보험수익자가 정해진다. 약관은 보험계약에서 보험계약자가 보험수익자를 지정하지 않은 때는 보험수익자가 누구인지를 생존보험금과 만기보험금, 사망보험금, 장해보험금과 질병보험금 등으로 구분하여 정하고 있다.66) 생존보험금과 만기보험금(만기환급금 포함)의 경우는 보험계약자를 보험수익자로 하고, 사망보험금의 경우는 피보험자의 법정상속인을 보험수익자로 한다. 또한 장해보험금(후유장해보험금)과 질병보험금(상해로 입원, 통원, 요양, 수술 또는 수발이 필요한 상태가 되었을 때의 입원보험금, 간병보험금 등 포함)의 경우는 피보험자를 보험수익자로 한다.  

사망을 보험사고로 하는 타인의 생명보험에서 피보험자 이외의 제3자를 보험수익자로 지정하는 경우에는 그 피보험자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상법 제734조 제2항). 타인의 사망보험에서 보험수익자를 지정하지 않은 때는 보험계약자를 위한 보험으로 볼 수는 없고, 피보험자를 위한 보험으로서 피보험자가 사망한 때는 그 피보험자의 법정상속인이 보험수익자로서의 지위를 상속한다고 해석된다. 

나. 보험수익자의 지위

(1) 보험수익자의 권리

타인을 위한 생명보험에서 보험수익자를 지정 또는 변경할 권리는 보험계약자에게 있다(상법 제733조 제1항). 보험계약자가 보험수익자의 지정·변경권을 행사하면 보험수익자는 보험계약에 의하여 수익의 의사표시가 없더라도 당연히 보험금청구권을 취득한다(상법 제639조 제2항). 

보험수익자는 계약의 당사자가 아니므로 보험금청구권 이외의 보험계약상의 다른 권리인 보험증권교부청구권, 계약해지권, 보험료감액 또는 반환청구권, 해지환급금청구권, 적립금반환청구권 등의 권리는 갖지 않는다. 보험수익자의 권리는 변경권이 유보된 경우에는 양도할 수 없다. 변경권이 유보되지 않은 경우라도 보험금청구권이 보험사고의 발생으로 인하여 구체적으로 권리가 확정되기 전(보험사고 발생 전)에는 양도할 수 없다. 

(2) 보험수익자의 의무

보험수익자는 보험사고의 발생을 안 때는 지체 없이 보험자에게 그 통지를 발송해야 한다(상법 제657조 제1항). 이 통지의무는 보험금청구권의 발생 요건은 아니므로 보험수익자가 이 통지의무를 해태한 경우에도 보험수익자의 권리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다. 다만 보험자는 통지가 있을 때까지는 이행지체가 되지 않고 통지의무의 해태로 인하여 증가된 손해에 대해서는 보상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

보험수익자는 계약당사자가 아니므로 보험료지급의무를 부담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지만, 보험료지급의무자인 보험계약자가 파산선고를 받거나 보험료의 지급을 지체한 때에 한하여 예외적으로 그 권리를 포기하지 않는 한 보험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상법 제639조 제3항).


2. 보험계약자의 보험수익자 지정·변경권

가. 의의 

생명보험은 그 성질상 타인을 위한 계약 형식으로 체결되는 경우가 많고 또한 그 존속기간이 장기인 것이 보통이므로, 보험계약자는 계약 당시의 사정이 나중에 변경되면 보험수익자를 지정 또는 변경하기를 원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보험계약자는 자기를 보험수익자로 한 경우에도 후에 다시 제3자를 보험수익자로 지정하고 변경할 수 있다. 이러한 점 때문에 상법은 보험계약자에게 보험수익자의 지정·변경권을 인정하고 있다(상법 제733조 제1항). 

이때 보험계약자는 보험수익자를 단순히 상속인이라고 추상적으로 지정·변경하는 경우도 있으나 구체적으로 특정인을 보험수익자로 지정·변경하는 경우도 있다.

보험계약자가 보험수익자 지정·변경권을 포기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보험수익자의 지정·변경권은 보험사고 발생 시까지 보험계약자에게 유보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

나. 법적 성질

보험계약자는 보험자나 보험수익자의 동의를 받지 않고 자유로이 보험수익자를 지정·변경할 수 있다. 보험계약자의 그 지정·변경권은 일종의 형성권이고 상대방의 수령을 요하지 않는 단독행위이다(상대방 없는 단독행위). 따라서 보험계약자의 일방적 의사표시만으로 즉시 지정·변경의 효력이 생긴다. 보험수익자 지정·변경의 의사표시가 객관적으로 확인되는 이상 그 의사표시가 보험자나 보험수익자에게 도달하지 않더라도 보험수익자 지정·변경의 효과는 발생한다. 다만 보험계약 체결 후에 보험수익자를 지정 또는 변경할 경우 보험자에 대하여 이를 통지하지 않으면 보험자에게 대항할 수 없다.

다. 보험수익자의 지정·변경

(1) 보험수익자 지정·변경권을 유보한 경우

(가) 보험계약자가 사망한 경우

타인을 위한 생명보험에서 보험계약자가 보험수익자 지정권을 행사하지 않고 사망한 때는 피보험자가 보험수익자로 되고, 보험계약자가 보험수익자를 지정한 후 그 변경권을 행사하지 않고 사망한 때는 보험수익자의 권리가 확정된다. 다만 보험계약자가 사망한 경우에는 그 승계인이 지정·변경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는 약정이 있는 때는 보험수익자의 지위는 그 승계인의 지정·변경에 따른다(상법 제733조 제2항).

(나) 지정권 행사 전에 피보험자가 사망한 경우

보험계약자가 보험수익자 지정권을 행사하기 전에 보험사고가 생긴 경우(피보험자가 사망한 경우)에는, ① 보험수익자가 지정되기 전이면 아직 보험수익자가 없는 상태이므로 피보험자의 상속인을 보험수익자로 하고, ② 보험계약자가 보험수익자의 사망 후 다시 보험수익자를 지정하기 전에 보험사고가 발생한 경우에는 그 사망한 보험수익자의 상속인을 새로운 보험수익자로 한다(상법 제733조 제4항).

(2) 보험수익자 지정·변경권을 유보하지 않은 경우

보험수익자의 지정·변경권을 유보하지 않은 경우에는 보험수익자의 지위는 확정되므로, 보험계약자는 지정·변경권을 임의로 행사할 수 없다. 그러나 보험수익자가 피보험자 이외의 제3자로서 보험 존속 중에 사망한 때는 보험계약자는 다시 보험수익자를 지정할 수 있다(상법 제733조 제3항 전단). 즉 상법은 타인을 위한 타인의 생명보험에서 보험수익자가 보험 존속 중 사망한 경우 보험계약자의 재지정권(再指定權)을 인정한다.

(ⅰ) 이 경우 보험계약자가 보험수익자 재지정권을 행사하지 않고 사망한 때는 원칙적으로 보험수익자의 상속인을 보험수익자로 한다(상법 제733조 제3항). 

(ⅱ) 그리고 보험계약자가 보험수익자 재지정권을 행사하기 전에 피보험자가 사망한 경우에는 사망한 보험수익자의 상속인을 보험수익자로 한다(상법 제733조 제4항). 이때 보험수익자의 상속인이 결정되는 시점은 보험수익자가 사망한 때이다.

(3) 보험수익자의 지정·변경의 대항요건

보험계약자가 계약 체결 후에 보험수익자를 지정 또는 변경할 때는 보험자에 대하여 그 통지를 해야 하고, 이를 하지 않으면 이로써 보험자에게 대항하지 못한다(상법 제734조 제1항). 이때 보험수익자 변경 통지는 늦어도 보험금을 지급하기 전까지는 보험자에게 도달해야 한다. 보험금을 지급한 이후에 도달한 보험수익자 변경 통지로는 보험자에게 대항할 수 없다. 이것은 보험자의 보험금 이중 지급의 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67) 판례는 피상속인의 보험수익자 변경권 행사로 인해 보험수익자로 된 단독상속인은 보험사고가 발생한 이후라도 보험자에게 보험수익자가 변경된 사실을 통지하면서 보험금의 지급을 청구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68)

지정·변경의 통지 방법에는 아무런 제한이 없으므로 서면에 의하든 구두로 하든 무방하다. 다만 타인의 사망보험에서 그 타인을 보험수익자로 하지 않는 때는 그 타인의 서면동의를 얻어야 한다(상법 제734조 제2항).


3. 보험수익자의 보험업법상 손해배상청구권의 유무

타인의 사망보험의 체결에 있어서 보험회사나 보험모집종사자는 보험계약자에게 피보험자의 서면동의 등의 요건에 관하여 구체적이고 상세하게 설명하여 보험계약자에게 그 요건을 구비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 유효한 보험계약이 체결되도록 조치할 주의의무가 있다. 

그럼에도 보험모집인이 설명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아 피보험자의 서면동의 등의 요건의 흠결로 보험계약이 무효가 되고 그 결과 보험사고의 발생에도 불구하고 보험계약자가 보험금을 지급받지 못하게 되었다면 보험자는 금융소비자보호법 제45조 제1항에 따라 보험계약자에게 그 보험금 상당액의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 

금융소비자보호법 제45조 제1항에 의한 손해배상청구권은 보험계약자에게만 인정되는 권리이고, 특히 보험금 상당액의 배상청구권은 자기 또는 불특정인을 위한 보험계약에서 보험금의 전부 또는 일부 보험수익자가 된 보험계약자에게 인정되는 권리이다.69) 그러므로 타인을 위한 생명보험에서 강행규정인 상법 제731조 제1항을 위반하여 보험계약이 무효로 된 경우에, 보험계약자가 아닌 보험수익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보험회사를 상대로 보험계약의 무효로 인한 손해에 관하여 금융소비자보호법 제45조 제1항에 기한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없다.70) 타인을 위한 생명보험의 보험계약자도 보험 수익을 향유할 지위에 있는 자가 아니어서 당초부터 보험금청구권이 없으므로 보험금 상당의 손해배상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다. 

보험법 저자🔸임용수 변호사


66)​ 생명보험표준약관, 질병·상해보험표준약관 참조. 
67) 동지: 양승규, 459면; 최기원, 622면; 정찬형, 736면. 
68) 대법원 2020. 2. 27. 선고 2019다204869 판결. 
69) 금융소비자보호법 제45조 제1항 본문은 보험회사는 그 임직원·보험설계사 또는 보험대리점(보험대리점 소속의 보험설계사를 포함한다)이 대리·중개 업무를 할 때 보험계약자에게 손해를 발생시킨 경우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고 규정하고 있다. 
70) 동지: 대법원 2015. 10. 15. 선고 2014다204178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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