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보험의 면책사유



1. 상법상의 면책사유

보험사고가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나 보험수익자의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하여 생긴 때는 보험자가 면책되는 것이 원칙이다(상법 제659조 제1항). 그러나 사망보험의 경우에는 보험계약자 등의 중대한 과실로 인하여 발생한 사고에 대해서도 보험자는 보험금을 지급할 책임이 있다(상법 제732조의2 제1항). 이는 중과실 여부에 대한 입증이 곤란하므로 보험수익자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하여 고의로 인한 보험사고만을 보험자의 면책사유로 한 것으로, 같은 정책적 고려에서 상해보험에도 준용된다(상법 제739조). 고의는 자신의 행위에 의하여 일정한 결과가 발생하리라는 것을 알면서도 이를 감행하는 심리 상태를 말한다. 면책사유에 관한 입증책임은 보험자에게 있다. 이러한 내심의 의사를 인정할 직접적 증거가 없는 경우 고의와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을 증명하는 방법에 의하여 입증할 수밖에 없다. 무엇이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에 해당하는가는 논리와 경험칙에 의하여 합리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보험사고의 발생에 기여한 복수의 원인이 존재하는 경우 보험자가 면책되기 위해서는 피보험자 등의 고의 행위가 보험사고 발생의 유일하거나 결정적 원인이었음을 입증해야 한다.71) 

보험수익자가 고의로 피보험자를 사망하게 한 경우 보험자가 면책되는 것이 원칙이다. 다만 상법 제732조의2 제2항은 둘 이상의 보험수익자 중 일부가 고의로 피보험자를 사망하게 한 경우 보험자는 다른 보험수익자에 대한 보험금 지급 책임을 면하지 못한다고 규정하여(상법 제732조의2 제2항), 피보험자의 사망과 관계없는 다른 보험수익자에 대해서는 보험자의 보험금 지급 책임을 인정하고 있다. 이것은 인보험약관에 규정되어 있었던 것72)과 유사한 내용으로, 사고에 고의가 있는 자와 고의가 없는 보험수익자를 구분하여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함과 더불어 유족 등의 이익을 보호하고 법적 안정성을 보장하는 것에 중점을 둔 규정이다. 

그 밖에 보험사고가 전쟁 기타의 변란으로 인하여 생긴 때도 당사자 간에 다른 약정이 없으면 보험자는 보험금을 지급할 책임이 있다(상법 제660조).


2. 약관상의 면책사유73) 

생명보험에서 보험계약자가 처음부터 피보험자를 살해하여 보험금을 편취할 목적으로 보험계약을 체결한 경우라면, 그 보험계약은 사회질서에 위배되는 행위로서 보험계약 자체가 당연 무효이다.74) 그러나 보험계약이 적법하게 체결된 후 보험계약자나 보험수익자가 피보험자를 살해한 경우에는 보험계약이 무효로 되는 것은 아니고 약관에 따른 보험자의 면책 여부만이 문제된다.

가. 피보험자가 고의로 자신을 해친 경우75) 

이 경우는 보험사고로서의 우연성을 결할 뿐만 아니라 당사자 사이의 신의칙에도 반하기 때문에 면책사유로 한 것이다. 피보험자가 고의로 자신을 해친 경우 보험자는 면책된다. 다만, 피보험자가 심신상실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자신을 해친 경우와 계약의 보장개시일[부활(효력회복)계약의 경우는 부활(효력회복)청약일]부터 2년이 지난 후에 자살한 경우에는 보험자는 면책되지 않는다. 

나. 보험수익자가 고의로 피보험자를 해친 경우

이 경우에 보험금지급을 인정하는 것은 명백히 공익에 반한다. 다만 그 보험수익자가 보험금의 일부 보험수익자인 경우에는 다른 보험수익자에 대한 보험금은 지급한다고 규정하고 있다.76) 여기서 보험수익자란 보험수익자로 특정된 자뿐만 아니라 그 자로부터 권리를 양수한 자도 포함된다고 해석된다. 

다. 보험계약자가 고의로 피보험자를 해친 경우77) 

보험자는 면책된다. 여러 명의 보험계약자 중 1인이 피보험자를 해친 경우라도 보험자는 전부 면책된다. 보험자는 이미 납입된 보험료의 반환의무도 지지 않는다. 


보험법 저자🔸임용수 변호사


71) 동지: 대법원 2004. 8. 20 선고 2003다26075 판결. 
72) 생명보험표준약관과 질병·상해보험표준약관은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 사유와 관련하여 「보험수익자가 고의로 피보험자를 해친 경우. 다만, 그 보험수익자가 보험금의 일부 보험수익자인 경우에는 다른 보험수익자에 대한 보험금은 지급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73) 생명보험표준약관 참조. 
74) 동지: 대법원 2000. 2. 11. 선고 99다49064 판결. 
75) 질병·상해보험표준약관은 생명보험표준약관과는 약간 다르게 규정하고 있다. 
질병·상해보험표준약관은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 사유와 관련하여 「피보험자가 고의로 자신을 해친 경우. 다만, 피보험자가 심신상실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자신을 해친 경우에는 보험금을 지급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76) 생명보험표준약관, 질병·상해보험표준약관 참조. 
77) 생명보험표준약관, 질병·상해보험표준약관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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