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보험의 의의와 특성 등



1. 인보험의 의의

인보험은 보험자가 피보험자의 생명이나 신체에 관하여 보험사고가 발생할 경우 보험계약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보험금이나 그 밖의 급여를 지급할 책임을 지는 보험계약이다(상법 제727조). 인보험도 손해보험과 마찬가지로 유상·쌍무·불요식의 낙성계약이다. 생명보험·상해보험·질병보험(건강보험) 등이 이에 속한다. 

우리 상법은 보험계약을 크게 손해보험과 인보험으로 나누고, 인보험은 생명보험과 상해보험, 질병보험으로 구분하여 규정하고 있다. 보험업법은 보험업을 생명보험업·손해보험업 및 제3보험업으로 나누고 있으며,1) 생명보험과 상해보험의 성격을 함께 가지고 있는 상해보험·질병보험·간병보험을 제3보험업의 보험종목으로 정하고 있다.2)


2. 인보험의 특성

손해보험과 대비되는 인보험의 특성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가. 보험의 목적(피보험자)과 보험사고

인보험의 목적은 사람이고, 사람의 생명이나 신체에 관한 사고를 보험사고로 하는 점에서 물건이나 재산에 생기는 사고를 보험사고로 하는 손해보험과는 다르다. 인보험의 보험사고 중 상해와 질병은 손해보험의 보험사고와 마찬가지로 사고의 발생 여부 및 발생 시기 등이 모두 불확정적이다. 특정 시점에서의 생존 또는 사망이 보험사고인 생명보험에 있어서는 예외적으로 보험사고의 발생 시기만이 불확정되어 있다는 점에서 손해보험의 보험사고와는 다르다. 또한 인보험의 보험사고는 그 발생으로 보험수익자에게 경제적 손해가 생겨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도 손해보험의 보험사고와는 다르다. 

나. 정액보험

손해보험은 보험금액의 한도 안에서 피보험자가 실제로 입은 손해액만을 보상하는 부정액보험이다. 반면에 인보험 특히 생명보험은 보험사고가 발생하면 보험계약에서 정한 일정한 보험금액을 일시에 또는 분할하여 지급하는 정액보험이다. 

그러나 오늘날 상해보험이나 질병보험의 경우에는 반드시 정액보험인 것은 아니고 상해의 정도나 치료 일수에 따라 일정액의 급여를 하거나 피보험자가 상해나 질병으로 인하여 입은 경제적인 손실(의료비 등)을 보상하는 보험도 있는 등 부정액보험화 하고 있고, 생명보험 중에서도 보험금액이 자산운용의 성과에 따라 변동하는 변액보험(variable life insurance)이 있으므로 손해보험과의 구별이 점점 모호해지고 있다.

정액보험의 경우 보험금 산정시 기왕증의 기여도를 참작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다툼이 있으므로, 뒤()에서 자세히 살펴보기로 한다. 

다. 피보험이익

피보험이익은 보험의 목적에 대하여 보험사고와 관련하여 피보험자가 가지는 경제상의 이익(이익설) 또는 적법한 경제적 이해관계(관계설)라고 할 수 있다. 

손해보험은 손해의 발생을 요소로 하므로 손해의 발생에 기초가 되는 경제적 이해관계인 피보험이익의 관념이 인정되지만, 인보험에서는 피보험이익의 관념을 인정할 수 있을 것인가에 관하여 견해가 대립된다. 

인보험에 있어서도 피보험이익의 관념을 인정해야 한다는 견해3)가 있다. 이 견해는 피보험이익의 관념을 인정하는 것이 인보험의 도박화 방지 또는 도덕적 위험을 방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인보험은 보험의 목적이 사람이고, 사람의 생존·사망·상해 및 질병 등을 보험사고로 하는 것이므로 이에 대한 금전적인 평가는 있을 수 없다는 점에서 피보험이익의 관념을 부정하는 것이 타당하다(통설). 따라서 인보험에서는 초과보험, 중복보험 내지 일부보험의 문제가 없다.

라. 보험자대위의 금지

(1) 대위금지의 원칙

인보험의 보험자는 보험사고로 인하여 생긴 보험계약자 또는 보험수익자의 제3자에 대한 권리를 대위하여 행사하지 못한다(상법 제729조 본문). 인보험은 그 특성상 보험 목적의 멸실이 있을 수 없으므로 잔존물대위가 있을 수 없고 청구권대위도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상법 제729조 본문은 보험수익자가 자신의 제3자에 대한 권리를 보험자에게 양도하는 것까지 금지하는 것은 아니다.4) 생명보험에 있어서 보험자대위의 금지는 강행규정이므로, 보험자대위를 인정하는 당사자 사이의 특약은 무효이다.

(2) 상해보험의 경우의 예외

인보험 중 상해보험은 생명보험과는 달리 상해로 인하여 입원비, 치료비 등을 지급한 경우에는 손해보험의 성질도 함께 지니고 있으므로 보험자대위를 금지할 이유가 없다. 따라서 상해보험의 경우에는 당사자 간에 다른 약정이 있는 때는 보험자는 피보험자의 권리를 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대위권을 행사할 수 있다(상법 제729조 단서). 

이처럼 상해보험에서 예외적으로 보험자의 제3자에 대한 대위가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그 대위권은 손해보험자의 법정대위와 같은 것이 아니라 당사자 간의 약정(보험약관)에 의한 대위이다. 따라서 약관상 대위 규정이 없는 경우 보험금을 지급한 보험자에게 피보험자의 권리가 당연히 이전하는 것으로 볼 수는 없다.5) 

상법 제729조 단서의 취지는 피보험자의 권리를 우선적으로 보호하기 위하여 인보험에서의 보험자대위를 일반적으로 금지하면서 상해보험의 경우 당사자 간에 다른 약정이 있는 때만 예외적으로 허용하려는 데 있다. 이 취지에 따르면, 당사자 간의 다른 약정의 존재 및 그 적용 범위는 약관이 정한 바에 따라 엄격하게 해석해야 한다. 따라서 보험자는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보험약관이 예정하지 않은 피보험자의 손해배상청구권을 대위할 수 없다.6) 

마. 중과실 면책 금지

손해보험은 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의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보험사고가 발생하면 보험자는 면책되지만(상법 제659조), 인보험은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나 보험수익자의 중과실로 인하여 보험사고가 발생한 경우에도 보험자는 보험금을 지급할 책임을 진다(상법 제732조의2 제1항, 제739조). 따라서 인보험에서 보험계약자 등의 중과실로 인한 보험사고에 대하여 면책특약을 했더라도 보험계약자 등의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이나 약관규제법 제6조의 일반원칙에 위배되어 그 특약은 무효이다. 


3. 인보험증권의 기재 사항

인보험자는 보험계약이 성립한 때는 지체없이 보험증권 일반의 기재사항(상법 제666조)과 상법 제728조에서 규정하는 ① 보험계약의 종류, ② 피보험자의 주소·성명 및 생년월일, ③ 보험수익자를 정한 때는 그 주소·성명 및 생년월일 등 인보험에 특유한 기재 사항을 기재한 보험증권을 작성하여 보험계약자에게 교부해야 하다. 

보험수익자에 관한 인적 사항은 계약 체결을 할 때 반드시 기재해야 하는 것이 아니고 계약 체결 이후에 보험수익자를 정하여 기재할 수 있다. 피보험자와 보험수익자에 관한 인적 사항은 그들의 동일성을 증명하기 위해서 필요하다. 

특히 생명보험의 경우 생명표에 의하여 피보험자의 연령에 따른 예정사망률을 기초로 하는 보험료 산정의 중요한 기준이 되기 때문에 이를 기재하도록 한 것이다. 


보험법 저자🔹임용수 변호사


1) 보험업법 제2조 제2호. 
2) 보험업법 제4조 제1항 제3호. 
3) 박세민, 836면; 양승규, 440면. 양승규 교수. 
4) 대법원 2007. 4. 26. 선고 2006다54781 판결. 이 판결은 피보험자나 보험수익자(피보험자 등)의 제3자에 대한 권리의 양도가 법률상 금지되어 있다거나 상법 제729조 본문 등의 취지를 잠탈하여 피보험자 등의 권리를 부당히 침해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상법 제729조 본문이나 보험약관에서 보험자대위를 금지하거나 포기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는 사정만으로 피보험자 등이 보험자와의 다른 원인관계나 대가관계 등에 기하여 자신의 제3자에 대한 권리를 보험자에게 자유롭게 양도하는 것까지 금지된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시하고 있다. 
5) 동지: 양승규, 442면; 정찬형, 728면. 
6) 동지: 대법원 2008. 6. 12. 선고 2008다8430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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