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임의책임보험(대인배상Ⅱ)의 의의
임의책임보험이란 강제책임보험과는 달리 피보험자가 자동차의 사고로 타인을 사망 또는 부상하게 하여 법률상의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 경우 그 손해의 보상을 위해 임의로 가입하는 대인배상책임보험을 말한다. 이것은 강제책임보험만으로는 대인사고로 인한 모든 손해를 담보할 수 없는 경우, 즉 타인의 인적 손해가 강제책임보험의 보상 한도를 넘는 경우에 대비하여 인정된 임의책임보험이다. 이 보험은 대인배상Ⅰ에 가입되어 있어야 체결할 수 있으며, 무한배상책임보험이다.
상법은 제726조의2에서 자동차보험의 보험자는 피보험자가 자동차를 소유·사용 또는 관리하는 동안에 발생한 사고로 인하여 생긴 손해를 보상할 책임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므로 인적 손해의 원인이 대인배상Ⅰ에서의 운행에 한정되지 않고, 피보험자동차를 소유, 사용 또는 관리하는 동안에 발생한 사고까지 널리 포함한다.
2. 피보험자의 범위
피보험자의 범위는 자동차보험의 종류에 따라 각기 다르다. 강제책임보험(대인배상Ⅰ), 임의책임보험(대인배상Ⅱ), 대물배상책임보험과 같은 손해보험에서의 피보험자는 보험계약상 피보험이익의 주체로서 보험사고가 발생한 때 보험금을 지급받을 자를 말하며 보험자의 배상 범위와 관련하여 자주 문제된다.
(1) 기명피보험자
기명피보험자란 보험증권의 기명피보험자란에 기재되어 있는 피보험자를 말한다.33) 기명피보험자가 누구인지는 보험계약상 중요한 요소이다. 예컨대, 지입차량에 관하여 실제 차주가 보험회사와 지입(持入)한 회사를 피보험자로 하여 보험계약을 체결한 경우 그 지입한 회사가 기명피보험자가 되고 실제 차주는 승낙피보험자에 해당한다.34) 경찰서 소속의 관용차량에 관하여 경찰서장을 기명피보험자로 표시하여 자동차보험을 체결한 경우에 그 기명피보험자는 국가이고 그 차량을 사용하는 경찰서 직원은 승낙피보험자이다.35)
기명피보험자는 원칙적으로 보험계약 체결 당시 생존해 있어야만 보험계약이 유효하다.36) 따라서 보험자와 보험계약자 모두가 제3자의 사망 사실을 모른 채 사망자를 기명피보험자로 하여 체결한 것이라면 그 자동차보험은 효력이 없다.
(2) 친족피보험자
친족피보험자란 기명피보험자와 같이 살거나 살림을 같이하는 친족으로서 피보험자동차를 사용하거나 관리하고 있는 자를 말한다.37)
(3) 승낙피보험자
승낙피보험자란 기명피보험자의 승낙을 얻어 피보험자동차를 사용하거나 관리하고 있는 자를 말한다. 이를 허락피보험자라고도 부른다. 예컨대 기명피보험자로부터 피보험자동차를 임차하여 운행하는 자이다. 다만 자동차 취급업자가 업무상 위탁받은 피보험자동차를 사용하거나 관리하는 경우에는 피보험자로 보지 않는다.
기명피보험자의 승낙은 반드시 명시적이거나 개별적이어야 하는 것이 아니고 묵시적이거나 포괄적 승낙이어도 무방하다. 그러나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피보험자의 직접적인 승낙임을 요하고, 승낙 받은 자로부터 다시 승낙 받은 자는 승낙피보험자에 해당하지 않는다.38)
기명피보험자인 매도인이 피보험자동차를 매수인에게 매도했으나 그 소유 명의는 매수인 앞으로 변경하지 않은 채 매수인이 피보험자동차를 운행하는 경우 그 매수인이 승낙피보험자에 해당하는지가 문제된다. 판례는 이를 긍정하는 경우39)와 부정하는 경우40)로 나누어져 있는데, 대체로 매매대금 완제 및 이전등록 서류의 교부 여부를 매도인의 운행자성 상실 여부를 판단하는데 있어 중요한 요소로 보아 그 두 가지 요소가 구비된 경우 매도인이 운행자성을 상실하므로 매수인은 승낙피보험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두 가지 요소만으로 매수인이 승낙피보험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것보다는 두 가지 요소뿐 아니라 그 밖의 차량매매에 따른 제반 사정까지도 모두 참작하여 판단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본다.
(4) 사용피보험자
사용피보험자란 기명피보험자의 사용자 또는 계약에 따라 기명피보험자의 사용자에 준하는 지위를 얻은 자를 말한다.
임의책임보험(대인배상Ⅱ), 대물배상책임보험의 피보험자에는 기명피보험자의 사용자(도급계약, 위임계약 또는 이들과 유사한 계약에 기하여 기명피보험자의 사용자에 준하는 지위에 있는 자를 포함)도 해당된다. 다만, 기명피보험자가 피보험자동차를 사용자의 업무에 사용하고 있는 때에 한한다.
(5) 운전피보험자
운전피보험자란 다른 피보험자(기명피보험자, 친족피보험자, 승낙피보험자, 사용피보험자를 말함)를 위하여 피보험자동차를 운전 중인 자(운전보조자를 포함)를 말한다. 승낙피보험자와는 달리 피보험자동차를 운행함에 있어서 기명피보험자 등의 명시적이거나 개별적인 승낙이 없더라도 운전피보험자에 해당한다. 대개는 기명피보험자 등에 고용되어 피보험자동차를 운전하는 자를 의미한다.41)
3. 피해자의 범위
보통 피해자란 자동차에 의한 사고로 사망하거나 부상당한 자 또는 그의 상속인으로서 피보험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자를 말한다. 임의책임보험의 경우도 상법 제724조 제2항에 따라 피해자는 피보험자의 책임 있는 사고로 생긴 손해에 대하여 보험자에게 직접 보상을 청구할 수 있는 직접청구권이 있다.
4. 보상책임의 범위
(1) 민법상의 불법행위책임
자동차보험의 보험자는 피보험자가 자동차를 소유, 사용 또는 관리하는 동안에 발생한 사고로 인하여 생긴 손해를 보상할 책임이 있다(상법 제727조의2). 따라서 임의책임보험은 자동차사고로 인한 인적 손해의 원인을 자동차의 운행으로 인한 경우에 한정한 대인배상Ⅰ의 강제책임보험과는 달리 자동차를 소유, 사용 또는 관리하는 동안에 발생한 사고까지 널리 포함한다. 손해배상의 범위는 민법의 일반원칙에 의하여 정해진다. 약관에 의하여 보험자가 보상할 피보험자의 '법률상 손해배상책임'의 범위는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상의 자동차보유자의 손해배상책임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민법상의 일반 불법행위책임, 사용자책임 등을 포함한다.
(2) 형사합의금
보험 실무상 형사합의금이 보험자의 보상 범위에 속하는 손해배상금에 포함되는지가 자주 문제된다. 형사합의금이란 자동차사고를 일으킨 가해자가 수사 또는 형사재판 과정에서 형사 처벌을 유리하게 할 목적으로 피해자에게 지급한 돈을 말한다. 이때 형사합의금의 법적 성질을 민사상 손해배상으로 보게 되면 보험자의 책임 범위에 포함된다. 판례는 형사합의금이 특히 위자료 명목으로 지급된 것임이 명시되었다는 등의 특단의 사정이 없는 한 재산상 손해배상금의 일부로 지급된 것으로 취급하고 보험자의 보상책임을 인정한다. 즉 형사합의서에 민사상 손해배상과 관련하여 명시적 표현이 없는 경우 형사합의금은 재산상 손해배상금에 포함되고 보험자가 보상책임을 진다.
형사합의서에 형사합의금을 법률상 손해배상(금)의 일부로 지급받는 것으로 명확하게 기재한 경우도 동일하다. 이 경우 민사소송상 인정된 손해배상액에서 형사합의금이 공제되므로 피해자 측에게 불리한 결과가 초래된다. 반면 가해자는 피해자에게 지급한 형사합의금만큼, 자신의 보험자에게 직접 보상을 청구할 수 있는 채권(보험금청구권)을 취득한다. 이때 피해자 측은 형사합의 과정에서 가해자로부터 가해자의 보험자에 대한 채권도 함께 양수를 받아두면 손해배상을 최대한 많이 받는 데 유리하다. 즉 형사합의할 때 법률상 손해배상금의 일부로 기재하고 채권양도 통지까지 해두게 되면, 손해액에서 형사합의금이 공제되더라도 피해자 측은 보험자를 상대로 한 양수금 청구를 통하여 그 금원을 돌려받을 수 있는 이점이 있다.
만약 형사합의서에 '위자료', '위로금조', '보험금(손해배상금)과는 별도' 등과 같이 명시적 표현이 있는 경우에는 위자료 참작 사유로 삼되, 형사합의금의 일부를 위자료에서 공제하는 방식으로 참작하는 것이 현재 판례의 경향이다.
5. 면책사유
(1) 자동차보험약관은 임의책임보험의 경우 대물배상과 함께 보상하지 않는 손해를 다음과 같이 열거하고 있다.
(가) 보험계약자 또는 기명피보험자의 고의로 인한 손해
(나) 기명피보험자 이외의 피보험자의 고의로 인한 손해
(다) 전쟁, 혁명, 내란, 사변, 폭동, 소요 또는 이와 유사한 사태로 인한 손해
(라) 지진, 분화, 태풍, 홍수, 해일 등 천재지변으로 인한 손해
(마) 핵연료 물질의 직접 또는 간접적인 영향으로 인한 손해
(바) 영리를 목적으로 요금이나 대가를 받고 피보험자동차를 반복적으로 사용하거나 빌려 준 때 생긴 손해. 다만, 임대차계약(계약기간이 30일을 초과하는 경우에 한함)에 따라 임차인이 피보험자동차를 전속적으로 사용하는 경우에는 보상한다. 그러나 임차인이 피보험자동차를 영리를 목적으로 요금이나 대가를 받고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경우에는 보상하지 않는다.
(사) 피보험자가 제3자와 손해배상에 관한 계약을 맺고 있을 때 그 계약으로 인하여 늘어난 손해
(아) 피보험자 본인이 무면허운전을 했거나, 기명피보험자의 명시적·묵시적 승인하에서 피보험자동차의 운전자가 무면허운전을 했을 때 생긴 사고로 인한 손해. 다만,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제5조 제2항의 규정에 따라 자동차 보유자가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는 대물배상 보험가입금액 한도에서는 보상한다.
(자) 피보험자동차를 시험용, 경기용 또는 경기를 위해 연습용으로 사용하던 중 생긴 손해. 다만, 운전면허시험을 위한 도로주행 시험용으로 사용하던 중 생긴 손해는 보상한다.
(2) 자동차보험 약관은 다음 중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람이 죽거나 다친 경우에 임의책임보험(대인배상Ⅱ)에서 보상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42)
(가) 피보험자 또는 그 부모, 배우자 및 자녀. 예컨대 대리운전 자동차 보유자를 피보험자로 하는 자동차종합보험에서 대리운전을 의뢰한 피보험자 또는 그 부모, 배우자 및 자녀(대리운전 의뢰자)가 죽거나 다친 경우에는 이들은 임의책임보험(대인배상Ⅱ)에 의한 보상을 받을 수 없다. 이때 대리운전업자(대리운전자 포함)가 대리운전자보험에 가입되어 있는 경우 대리운전 의뢰자는 대리운전자보험의 보험자로부터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에 의한 자동차책임보험(대인배상Ⅰ)에 해당하는 금액을 초과한 손해에 대해서만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것이 보통이다.43)
(나) 배상책임이 있는 피보험자의 피용자로서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의한 재해보상을 받을 수 있는 사람. 다만, 그 사람이 입은 손해가 같은 법에 의한 보상 범위를 넘어서는 경우 그 초과 손해를 보상한다.
(다) 피보험자동차가 피보험자의 사용자의 업무에 사용되는 경우 그 사용자의 업무에 종사중인 다른 피용자로서,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의한 재해보상을 받을 수 있는 사람. 다만 그 사람이 입은 손해가 같은 법에 의한 보상 범위를 넘는 경우 그 초과 손해를 보상한다.
(3) 면책약관의 피보험자 개별 적용
자동차보험에 있어 동일한 자동차사고로 인하여 피해자에 대하여 배상책임을 지는 피보험자가 둘 이상으로 존재하는 경우에 그 피보험이익도 피보험자마다 개별적으로 독립하여 존재하기 때문에 각각의 피보험자마다 손해배상책임의 발생 요건이나 면책조항의 적용 여부 등을 개별적으로 가려서 보상책임의 유무를 결정해야 한다.44)
따라서 자동차보험 대인배상에 있어서 약관에 피보험자 개별적용 조항을 별도로 규정하고 있지 않더라도 각 피보험자별로 면책조항의 적용 여부를 가려 면책 여부를 결정해야 하고, 둘 이상의 피보험자 중 어느 한 피보험자가 면책조항에 해당한다고 하여 보험자가 모든 피보험자에 대하여 보상책임을 면하는 것으로 해석해서는 안된다.45)
(4) 업무상 재해면책
자동차보험 중 임의책임보험(대인배상Ⅱ)은 피보험자가 피보험자동차의 사고로 다른 사람을 죽게 하거나 다치게 하는 대인사고로 인하여 법률상 손해배상책임을 짐으로써 입은 손해에서 강제책임보험(대인배상Ⅰ)으로 지급되는 금액을 넘는 손해를 보상하는 것이다.
그런데 자동차보험약관은 「다음 중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람이 죽거나 다친 경우에는 대인배상Ⅱ에서 보상하지 않는다」라고 하면서 「배상책임 있는 피보험자의 피용자로서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의한 재해보상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을 적시함으로써 이러한 경우를 보험회사의 면책사유의 하나로 규정하고 있다.
이 면책조항을 규정한 취지는, 사용자와 근로자의 노사관계에서 발생한 업무상 재해로 인한 손해에 대해서는 노사관계를 규율하는 근로기준법에서 사용자의 각종 보상책임을 규정하는 한편 이러한 보상책임을 담보하기 위하여 산업재해보상보험법으로 산업재해보상보험제도를 설정하고 있으므로, 노사관계에서 발생하는 재해보상에 대해서는 궁극적으로 산업재해보상보험에 의하여 전보받도록 하고 제3자에 대한 배상책임으로 전보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 자동차보험의 대인배상Ⅱ 범위에서는 이를 제외하려는 데 있다.
다만 피해자가 산업재해보상보험에 의하여 보상받는 범위를 초과하는 손해를 입은 경우에는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가에 대하여 이론이 있을 수 있다. 이는 임의책임보험은 책임액의 제한이 없으나, 산업재해보상보험은 급여의 범위가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발생되는 문제이다. 이에 대하여 현행 자동차보험약관에서는 피해자가 입은 손해가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의한 보상 범위를 넘는 경우 그 초과 손해를 보상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규정이 없었던 종전의 약관 규정과 관련하여 대법원판례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의한 보상 범위를 넘어서는 손해가 발생한 경우에도 보상하지 않는다는 면책조항은 고객인 보험계약자 및 피보험자에게 부당하게 불리할 뿐만 아니라 사업자인 보험자가 부담해야 할 위험을 고객에게 이전시키는 것이 되어 약관규제법 조항에 의하여 효력이 없다고 보았다.46)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6조에 의하면, 동법은 사업의 위험률·규모 및 장소 등을 고려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업(적용제외사업)을 제외하고는(동법 제5조 단서) 모든 사업 또는 사업장에 적용한다. 따라서 적용제외사업을 제외한 나머지 사업 또는 사업장의 사업주는 당연히 보험 가입자가 되어야 하며, 적용제외사업에 해당하여 당연 가입 대상자가 아닌 사업주의 경우에도 일정한 절차에 의하여 근로복지공단의 승인을 얻어 보험에 가입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동법 제124조 제1항).
그러므로 이 면책조항이 적용되기 위해서는 사업장이 적용제외사업에 해당하지 않거나 해당하더라도 사업주가 근로복지공단의 승인을 얻어 산업재해보상보험에 가입하고 있어야 한다.
6. 무면허·음주운전 면책
(1) 무면허운전면책
앞서 본 바와 같이, 피보험자 본인이 무면허운전을 했거나, 기명피보험자의 명시적·묵시적 승인하에서 피보험자동차의 운전자가 무면허운전을 했을 때 생긴 사고로 인한 손해에 대하여는 보험자는 보상책임을 지지 않는다.
여기서 무면허운전이란 도로교통법 또는 건설기계관리법의 운전(조종)면허에 관한 규정에 위반되는 무면허 또는 무자격운전(조종)을 말한다. 운전(조종)면허의 효력이 정지된 상황이거나 운전(조종)이 금지된 상황에서 운전(조종)하는 것을 포함한다.47)
운전면허의 효력이 취소·정지 중에 있거나 운전의 금지 중에 있을 때는 적법한 통지 등의 행정절차를 거쳐 운전면허가 취소·정지된 경우에 한한다. 판례도 자동차운전면허 취소 처분 이후 적법한 통지 또는 공고가 없는 동안의 자동차운전이나 운전면허증을 회수당하여 소지하지 않은 동안의 운전은 무면허운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48)
운전면허 취소 통지에 갈음한 적법한 공고를 거쳤다고 하더라도 공고만으로는 운전면허가 취소된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볼 수 없으므로 무면허운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풀이된다.
2종보통운전면허로 1종차량을 운전하는 것과 같이 운전면허의 종별을 위반하여 운전한 것도 무면허운전에 해당한다.49) 그러나 운전면허의 종별이 다른 면허이더라도, 보험자가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계약을 체결한 경우에는 개별약정우선의 원칙에 의하여 보험자는 무면허운전 면책을 주장하지 못한다. 이러한 취지에서 판례도 보험회사가 보험계약자와 사이에 1종 특수면허가 있어야 운전할 수 있는 차량에 대하여 1종 대형면허 소지자를 주운전자로 한 보험계약을 체결했다면 보험회사는 주운전자가 소지한 1종 대형면허로 피보험차량을 운전하더라도 그 운전이 운전면허가 취소·정지된 상태에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면 그 운전으로 인한 사고로 인한 손해를 보상해주기로 하는 개별약정을 한 것으로 보아, 무면허운전이 아니라고 하였다.50)
기명피보험자의 명시적·묵시적 승인하에서 피보험자동차의 운전자가 무면허운전을 하는 동안이란 무면허운전이 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의 지배 또는 관리 가능한 상황에서 이루어진 것임을 의미한다.51) 이 경우의 묵시적 승인은 명시적 승인의 경우와 동일하게 면책약관이 적용되므로 무면허운전에 대한 승인 의도가 명시적으로 표현되는 경우와 동일시 할 수 있는 정도로 그 승인 의도를 추단할 만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한정된다.
무면허운전이 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의 묵시적 승인하에 이루어졌는지 여부는 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와 무면허운전자의 관계, 평소 차량의 운전 및 관리 상황, 무면허운전이 가능하게 된 경위와 그 운행 목적, 평소 무면허운전자의 운전에 관하여 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가 취해 온 태도 등의 여러 사정을 함께 참작하여 인정해야 한다.
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가 과실로 운전자가 무면허임을 알지 못했다거나 무면허운전이 가능하게 된 데에 과실이 있었다거나 하는 점은 무면허운전 면책약관의 적용에서 고려할 사항이 아니다.
승낙피보험자는 승인의 주체가 아니므로, 승낙피보험자의 승인만이 있는 경우에는 무면허운전 면책조항이 적용되지 않는다.52)
또한 명시적 또는 묵시적 승인은 운전 자체에 대한 것이 아니라 무면허자가 하는 운전에 대한 것임을 요한다. 따라서 무면허운전자의 구체적인 운전행위 그 자체는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 등의 명시적 승인 내지 지시에 의하여 이루어졌다고 하더라도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가 차량의 관리자 내지 운전자의 사용자로서 그에게 요구되는 통상의 주의의무를 다하였음에도 운전자의 무면허사실을 알 수 없었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까지 면책조항이 적용된다고 할 수는 없다.53)
무면허운전을 면책사유로 규정한 취지는 사고 발생의 원인이 무면허운전에 있음을 이유로 한 것이 아니라 사고 발생 시에 무면허운전 중이었다는 법규 위반 상황을 고려한 것이므로 반드시 보험사고와 무면허운전 간에 인과관계가 있어야만 면책조항이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판례도 같은 취지에서 운전자의 운전면허가 정지되거나 취소된 경우에도 무면허운전 면책 규정상의 무면허운전에 해당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무면허운전 면책조항이 무면허운전과 보험사고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는 경우에 한하여 적용되는 것으로 제한적으로 해석할 수는 없다고 보고 있다.54)
한편 자동차책임보험의 경우와는 달리 상해보험 등 인보험의 경우는 과실(중과실 포함)로 평가되는 무면허운전 부분에 대한 면책약관은 무효이다.55) 왜냐하면 무면허운전의 경우 그 고의는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무면허운전 자체에 관한 것이고 직접적으로 사망이나 상해에 관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무면허운전 사고 면책에 관한 약관의 규정이 보험사고가 전체적으로 보아 고의로 평가되는 행위로 인한 경우뿐 아니라 과실(중과실 포함)로 평가되는 행위로 인한 경우까지 포함하는 취지라면, 과실로 평가되는 행위로 인한 사고에 관한 한 무효이다.
(2) 음주운전면책
음주운전이란 도로교통법에 정한 술에 취한 상태에서 운전(조종)하거나 음주 측정에 불응하는 행위를 말한다.
피보험자 본인이 음주운전을 하는 동안 생긴 사고 또는 기명피보험자의 명시적·묵시적 승인하에서 피보험자동차의 운전자가 음주운전을 하는 동안에 생긴 사고로 인하여 보험회사가 「대인배상Ⅱ」에서 보험금을 지급하는 경우, 피보험자는 음주운전의 사고부담금으로 1사고당 약정된 금원을 보험회사에 납입해야 한다.56) 따라서 임의책임보험의 경우 음주운전과 관련하여 보험회사는 이 사고부담금의 범위 내에서만 면책된다.57)
7. 유상운송 면책
유상운송이란 영리를 목적으로 요금이나 대가를 받고 피보험자동차를 반복적으로 사용하거나 빌려주는 행위를 말한다. 유상운송 면책의 주된 취지는 비사업용 자동차를 유상운송에 제공하는 행위가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에 의하여 처벌의 대상이 되는 법률행위로서 이를 억제해야 할 뿐만 아니라, 사업용자동차와 비사업용자동차는 보험사고의 위험률에 큰 차이가 있어 사업용자동차의 경우에는 보험사고의 위험이 훨씬 큰 만큼 별도의 위험담보 특약에 의하여 추가로 보험료를 납부하지 않는 한 그로 인한 위험을 인수하지 않겠다는 데 있다.58)
임대차계약의 경우(계약기간이 30일을 초과하는 경우) 임차인이 피보험자동차를 전속적으로 사용하는 경우에는 유상운송에 포함되지 않으므로 보상한다. 그러나 임차인이 피보험자동차를 영리를 목적으로 요금이나 대가를 받고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경우에는 보상하지 않는다.59)
이 면책사유와 관련해서는, 보험 가입 때 회사 동료나 직원의 출·퇴근용, 학생의 통학용 등으로 공동 사용하려는 목적을 밝히고 공동 사용 특별요율에 의한 할증 보험료를 납입한 후 피보험자동차를 이용하는 동료나 학생들로부터 일정한 금원을 받아온 경우에 이러한 행위가 유상운송에 해당하는지가 문제된다. 이 경우 피보험자동차를 이용하는 사람들로부터 반복적으로 금원을 수수했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유상운송에 해당한다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 운행의 목적과 빈도, 운행 경로나 이용 승객의 수, 운행 형태의 변경으로 인한 위험의 증가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유상운송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1회의 유송운송은 약관상 면책사유로서의 유상운송에 해당하지 않는다.60)
판례는 피보험자가 특정된 구성원만을 위하여 사용할 목적으로 자동차보험에 가입하여 공동사용 특별요율에 의한 보험료를 납부하고 그 운행과 관련하여 그 구성원으로부터 반복적으로 금원을 수수했으나 그 사고 발생의 위험률이 유상운송의 경우에 비하여 낮고, 운행 경비(실비)의 분담 차원에서 행해진 것에 불과한 경우에는 유상운송의 범주에 들어가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61)
보험법 저자🔸임용수 변호사
33) 자동차보험표준약관 참조.
34) 대법원 2000. 10. 6. 선고 2000다32840 판결.
35) 대법원 1992. 2. 25. 선고 91다12356 판결.
36) 다만 계약 당시 기명피보험자가 이미 사망한 경우라 해도 편의상 사망자를 기명피보험자로 기재한 것에 불과하고 실질적인 기명피보험자에 관하여 보험자와 보험계약자 쌍방의 의사가 합치되어 있는 경우라면 그 보험계약은 유효하다고 본다.
37) 자동차보험표준약관 참조.
38) 동지: 대법원 1995. 4. 28. 선고 94다43870 판결; 대법원 1997. 3. 14. 선고 95다48728 판결.
39) 대법원 1993. 2. 23. 선고 92다24127 판결; 대법원 1994. 6. 14. 선고 94다15264 판결; 대법원 1997. 3. 14. 선고 95다48728 판결.
40) 대법원 1992. 12. 22. 선고 92다30221 판결; 대법원 1996. 7. 30. 선고 96다6110 판결.
41) 동지: 대법원 2000. 9. 29. 선고 2000다33331 판결. 다만 자동차 취급업자가 업무상 위탁받은 피보험자동차를 사용하거나 관리하는 경우에는 피보험자로 보지 않는다.
42) 자동차보험표준약관 참조.
43) 대리운전업자와 대리운전 의뢰자 간의 내부관계에서 대리운전 의뢰자는 자배법상 타인성이 인정되므로 대인배상Ⅰ에 해당하는 금액을 보상받을 수 있다(대법원ᅠ2005. 9. 29.ᅠ선고ᅠ2005다25755ᅠ판결).
44) 자동차보험표준약관 참조.
45) 동지: 대법원 1998. 4. 23. 선고 97다19403 전원합의체판결; 대법원 1999. 11. 26. 선고 98다42189 판결 등.
46) 대법원 2005. 3. 17. 선고 2003다2802 전원합의체판결. 이 판결은 업무상 재해에 의한 피해 근로자의 손해가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의한 보상 범위를 넘어서는 경우에도 면책조항에 의하여 보험자가 면책된다고 한다면 자동차보험의 피보험자인 사업주의 피해 근로자에 대한 자배법 또는 민법 등에 의한 손해배상책임이 남아 있음에도 불구하고 보험자의 면책을 인정하여 피보험자에게 실질적으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게 하는 것이 되는바, 이는 피보험자동차의 사고로 인하여 피보험자가 타인에 대하여 부담하는 손해배상책임을 담보하기 위한 자동차보험의 취지에 어긋나는 것으로서, 약관규제법 제6조 제1항, 제2항 제1호 및 제7조 제2호 소정의, 고객인 보험계약자 및 피보험자에게 부당하게 불리할 뿐만 아니라, 사업자인 보험자가 부담해야 할 위험을 고객에게 이전시키는 것이 되므로,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의한 보상 범위를 넘어서는 손해가 발생한 경우에도 보상하지 않는다」는 면책조항의 '괄호 안 기재 부분'은 위 같은 법률의 각 조항에 의하여 효력이 없다고 판시하고 있다.
47) 자동차보험표준약관 참조.
48) 대법원 1993. 5. 11. 선고 92다2530 판결.
49) 동지: 대법원 1997. 10. 10. 선고 96다19079 판결.
50) 대법원 1997. 10. 10. 선고 96다19079 판결; 대법원 1998. 10. 13. 선고 97다3163 판결.
51) 동지: 대법원 2000. 10. 13. 선고 2000다2542 판결. 이 판결은 「무면허운전 면책약관은 무면허운전이 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의 지배 또는 관리 가능한 상황에서 이루어진 경우에 한하여 적용되는 것으로서, 이 경우에 있어서 묵시적 승인은 명시적 승인의 경우와 동일하게 면책약관이 적용되므로 무면허운전에 대한 승인 의도가 명시적으로 표현되는 경우와 동일시 할 수 있는 정도로 그 승인 의도를 추단할 만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한정되어야 하고, 무면허운전이 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의 묵시적 승인하에 이루어졌는지 여부는 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와 무면허운전자의 관계, 평소 차량의 운전 및 관리 상황, 당해 무면허운전이 가능하게 된 경위와 그 운행 목적, 평소 무면허운전자의 운전에 관하여 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가 취해 온 태도 등의 여러 사정을 함께 참작하여 인정해야 하며, 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가 과실로 운전자가 무면허임을 알지 못했다거나 무면허운전이 가능하게 된 데에 과실이 있었다거나 하는 점은 무면허운전 면책약관의 적용에서 고려할 사항이 아니다」라고 판시하고 있다.
52) 동지: 대법원 1993. 12. 21. 선고 92다36420 판결; 대법원 1994. 5. 24. 서고 93다41211 판결; 대법원 1995. 9. 15. 선고 94다17888 판결 등.
53) 동지: 대법원 1993. 11. 23. 선고 93다41549 판결.
54) 대법원 1997. 9 12. 선고 97다19298 판결.
55) 동지: 대법원 1990. 5. 25. 선고 89다카17951 판결. 이 판결은 「무면허운전이 형사처벌까지 받는 고의적인 범죄행위이긴 하나 무면허운전의 경우 그 고의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무면허운전 자체에 관한 것이고, 직접적으로 사망이나 상해에 관한 것이 아니므로 자살이나 고의적인 자상행위 또는 보험수익자에 의한 피보험자 살인이나 상해 행위의 비윤리성과는 달라서 그 정도가 결코 그로 인한 손해보상을 가지고 보험계약에 있어서 당사자의 선의성·윤리성에 반한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상법 제732조의2와 제663조의 규정에 비추어 무면허운전 사고면책에 관한 상해보험 약관의 규정이 보험사고가 전체적으로 보아 고의로 평가되는 행위로 인한 경우뿐 아니라 과실(중과실 포함)로 평가되는 행위로 인한 경우까지 포함하는 취지라면, 과실로 평가되는 행위로 인한 사고에 관한 한 무효이고, 이는 그 보험약관이 재정경제부장관(현재: 기획재정부장관)의 인가를 받았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판시하고 있다.
56) 현행 약관상 음주운전, 무면허운전 시 사고부담금은 1사고당 300만 원이다(자동차보험표준약관 참조).
57) 참고로 자기차량손해보험의 경우에는 보험계약자, 기명피보험자, 30일을 초과하는 기간을 정한 임대차계약에 의해 피보험자동차를 빌린 임차인, 기명피보험자와 같이 살거나 생계를 같이하는 친족의 음주운전을 전부 면책사유로 규정하고 있고, 그밖에도 이들이 무면허운전, 마약·약물운전을 했을 때 생긴 손해도 면책사유로 정하고 있다(자동차보험표준약관 참조).
58) 동지: 대법원 1992. 5. 22. 선고 91다36642 판결; 대법원 1995. 5. 12. 선고 94다54726 판결; 대법원 1999. 9. 3. 선고 99다10349 판결.
59) 자동차보험표준약관 참조.
60) 대법원 1992. 9. 22. 선고 92다28303 판결.
61) 대법원 1995. 5. 12. 선고 94다54726 판결; 대법원 1999. 9. 3. 선고 99다10349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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