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해보험의 면책사유



1. 약관상의 면책사유

가. 보험약관에는 보험자가 다음 중 어느 한가지로 보험금 지급사유가 발생한 때는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1) 피보험자가 고의로 자신을 해친 경우. 다만, 피보험자가 심신상실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자신을 해친 경우에는 보험금을 지급한다.138)

(2) 보험수익자가 고의로 피보험자를 해친 경우. 다만, 그 보험수익자가 보험금의 일부 보험수익자인 경우에는 다른 보험수익자에 대한 보험금은 지급한다.

(3) 계약자가 고의로 피보험자를 해친 경우  

(4) 피보험자의 임신, 출산(제왕절개를 포함한다), 산후기. 그러나 보험자가 보장하는 보험금 지급사유로 인한 경우에는 보험금을 지급한다. 
과거에는 '피보험자의 유산 또는 외과적 수술, 그 밖의 의료처치'도 면책사유로 규정하고 있었으나, 이를 삭제했다.     

(5) 전쟁, 외국의 무력행사, 혁명, 내란, 사변, 폭동. 
과거에는 '소요 기타 이들과 유사한 사태'도 면책사유로 규정하고 있었으나, 이를 삭제했다.

나. 보험자는 다른 약정이 없으면 피보험자가 직업, 직무 또는 동호회 활동 목적으로 아래 (1) 내지 (3)에 열거된 행위로 인하여 상해 관련 보험금 지급사유가 발생한 때는 해당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다. 

이 규정은 직업, 직무 또는 동호회 활동 목적으로 약관에 열거된 행위를 하는 피보험자는 그렇지 않은 사람의 위험보다는 위험 발생의 가능성이 높아 그러한 피보험자의 위험을 보험의 담보 범위에서 제외하려는 취지에서 둔 것이다. 면책조항은 예외적으로 보험계약자 내지 보험수익자의 권리를 배제하는 조항이므로 면책사유의 요건을 엄격하게 해석해야 한다(엄격해석의 원칙). 설령 이 면책조항에서 열거하고 있는 사유와 동등한 정도의 위험 발생 가능성이 있거나 그보다 위험 발생의 가능성이 훨씬 크다고 하더라도 이 면책조항에서 열거하지 않은 행위에 대해서까지 면책조항을 유추해석 또는 확장해석하여 적용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이 면책조항은 상해 관련 보험사고가 발생한 경우에만 적용되므로 약관에 열거된 행위로 인하여 질병 관련 보험사고가 발생한 때는 보험자는 해당 질병 관련 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또한 직업, 직무 또는 동호회 활동 목적이 아닌 행위(예: 일회성으로 볼 수 있는 행위)로 인하여 보험사고가 발생한 경우에도 보험자는 면책되지 않는다. 

 (1) 전문등반(전문적인 등산 용구를 사용하여 암벽 또는 빙벽을 오르거나 특수한 기술과 경험, 사전 훈련을 필요로 하는 등반을 말한다), 글라이더조종, 스카이다이빙, 스쿠버다이빙, 행글라이딩, 수상보트, 패러글라이딩

과거 약관에는 '스키, 사파리, 기타 이와 비슷한 위험한 활동(스포츠)'도 면책사유로 규정하고 있었으나, 현행 약관은 이를 삭제하고 7가지 행위에 대해서만 면책(행위면책)을 인정하고 있다. 따라서 약관에 열거된 7가지 행위와 비슷한 위험한 활동의 일종으로 볼 여지가 있는 스키, 사파리 여행, 열기구 탑승으로 인하여 보험사고가 발생한 경우 보험자는 면책되지 않는다.139)

(2) 모터보트, 자동차 또는 오토바이에 의한 경기, 시범, 흥행(이를 위한 연습을 포함한다) 또는 시운전(다만, 공용도로상에서 시운전을 하는 동안 보험금 지급사유가 발생한 경우에는 보장한다)

(3) 선박승무원, 어부, 사공, 그 밖에 선박에 탑승하는 것을 직무로 하는 사람이 직무상 선박에 탑승하고 있는 동안

여기서 '탑승'에는 탑승의 전후에 걸쳐 탑승과 불가분의 관계로 이어지는 일련의 행위도 그 개념에 포함된다. 예컨대 선박에 승선하거나 탑승했던 사람이 하선하는 과정도 약관상 탑승으로 볼 수 있는 행위에 해당한다. 또한 '그 밖에 선박에 탑승하는 것을 직무로 하는 사람'이란 선박승무원, 어부, 사공에 준하거나 적어도 그 직무의 내용 내지 그 직무에 따른 보험사고의 위험도라는 면에서 이와 유사한 직무를 가진 사람을 말한다.   


2. 면책사유의 제한

생명보험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상해보험에 있어서도 보험자의 면책사유를 제한하여 사고가 비록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나 보험수익자의 중대한 과실로 인하여 생긴 것이라 하더라도 보험금을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상법 제739조, 제732조의2). 이는 상법 제659조에 대한 특칙으로서 이로 인하여 무면허운전 및 음주운전 면책약관에 대한 해석에 있어서 손해보험의 경우와 차이가 발생한다. 


3. 무면허운전 및 음주운전 면책약관의 효력

상해보험이나 생명보험과 같은 인보험의 경우에는 앞서 본 바와 같이 사고가 보험계약자 등의 중대한 과실로 인하여 생긴 경우에도 보험자의 보험금 지급 책임이 면제되지 않는다. 

인보험에 관한 과거 약관 중에는 피보험자의 무면허운전이나 음주운전을 면책사유로 규정하고 있었는데, 그 면책약관의 효력에 관하여 견해가 대립하고 있었다.

가. 학설

학설로는, ① 음주운전과 무면허운전에 관한 면책조항은 손해 발생 시의 상황에 관한 면책사유이므로 손해 발생 원인에 대한 면책사유를 규정하고 있는 상법 제739조, 제732조의2가 적용되지 않으며, 음주운전과 무면허운전은 반사회적인 범죄행위로서 보험계약의 선의성·윤리성에 반하고 사고 발생의 위험성도 높을 뿐만 아니라 다른 면책사유와의 균형상 음주운전과 무면허운전 면책조항은 유효하다고 해석하는 유효설과 ② 인보험에 있어서의 무면허운전이나 음주운전의 면책약관이 보험사고가 전체적으로 보아 고의로 평가되는 행위로 인한 경우뿐만 아니라 과실(중과실 포함)로 평가되는 행위로 인한 경우까지 포함하는 취지라면 과실로 평가되는 행위로 인한 사고에 관한 한 무효라고 보아야 한다는 한정적 무효설이 있었다.

나. 판례

대법원은 처음부터 일관하여 한정적 무효설을 취하고 있다.140) 

다. 사견

무면허운전이나 음주운전의 경우에는 운전자가 운전능력이나 정상적인 판단능력이 결여된 상태이기 때문에 교통사고를 일으켜 그 자신 또는 타인의 신체나 생명에 위해를 초래할 수 있음을 충분히 예견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러한 상태에서 운전하다가 사고를 낸 운전자가 사망하거나 운전자 자신의 신체에 상해를 입게 된 경우는 운전자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사고로 평가하여 면책조항을 적용해야 한다. 따라서 유효설이 타당하다. 그러나 현재와 같이 대법원이 일관되게 한정적 무효설을 취하는 이상, 피보험자가 무면허운전이나 음주운전을 하다가 사고가 난 경우라도 상해나 사망에 관한 미필적 고의가 있는 것으로 보아 보험자가 면책될 수 있는 경우는 거의 없다.141) 


보험법 저자🔹임용수 변호사


138) 구(舊) 손해보험 약관(2010년 4월에 개정되기 전의 것)에서는 '피보험자의 심신상실 또는 정신질환으로 인한 손해'를 자살과 별도의 독립된 면책사유로 두고 있었으나, 2010년 4월 이후에 판매된 보험상품에서는 이 면책약관을 삭제했다.
대법원은 구(舊) 손해보험 약관에서 정한 면책사유인 '피보험자의 심신상실 또는 정신질환으로 인한 손해'의 해석과 관련하여, 정신질환 면책약관 부분이 유효하다는 판단을 했다. 즉 정신질환을 피보험자의 고의나 피보험자의 자살과 별도의 독립된 면책사유로 둔 취지는 피보험자의 정신질환으로 인식능력이나 판단능력이 약화되어 상해의 위험이 현저히 증대된 경우 중대된 위험이 현실화되어 발생한 손해를 보험보호의 대상으로부터 배제하려는 데 있고 인수하는 위험은 보험상품에 따라 달리 정해질 수 있는 것이어서 이러한 면책사유를 규정한 약관조항이 고객에게 부당하게 불리하여 공정성을 잃은 조항이라고 할 수 없다고 판시하고 있다[대법원 2015. 6. 23. 선고 2015다5378 판결, 대법원 2015. 10. 15. 선고 2015다34956(본소), 2015다34963(반소) 판결].  
139) 서울중앙지방법원 2007. 11. 13. 선고 2006가합45362(본소), 2006가합82422(반소) 판결은 '열기구 탑승'이 면책약관에서 위험한 스포츠로 예시하고 있는 스키나 사파리여행 이상의 위험성이 있다고 보인다는 이유로 면책약관이 말하는 스포츠에 해당한다면서 보험회사의 보험금지급의무가 없다고 판시한 바 있다. 
140) 대법원 1990. 5. 25. 선고 89다카17591 판결. 
141) 대법원 1998. 10. 20. 선고 98다34997 판결. 이 판결은 상해보험의 피보험자가 혈중알코올농도 0.13%의 주취 상태에서 타인의 차량을 훔친 후 무면허로 운전하다가 사고로 사망한 사건과 같이 무면허운전과 음주운전이 경합하는 경우에도 보험자의 면책을 부인하고 있다. 즉 「사고가 비록 피보험자가 타인의 차량을 절취하여 무면허, 음주상태로 운전을 하던 중에 발생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그 고의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차량의 절취와 무면허, 음주운전 자체에 관한 것이고 직접적으로 사망이나 상해에 관한 것으로 볼 것은 아니며, 피보험자가 무면허라고 해도 그가 차량을 절취한 장소로부터 사고 지점까지 약 10km를 운전한 점에 비추어 운전기능이 없었다고 추정할 수는 없을 뿐만 아니라 술김에 열쇠가 꽂혀 있는 차량을 절취하여 운행하게 된 점 등에 비추어 보더라도,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 사고는 피보험자가 사고 발생 가능성을 인식하면서도 이를 용인하고 감행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사고라기보다 피보험자의 과실로 평가되는 행위로 인하여 발생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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