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해추가보험(재해특약)



1. 생명보험에서의 재해특약

보험 거래의 실제에 있어서는 피보험자의 생존이나 사망만을 보장하는 생명보험(기본계약)79)을 체결하는 경우는 드물고, 그 밖에 재해나 상해로 인한 피보험자의 사망 또는 장해를 특별히 담보하는 선택계약80)을 추가적으로 드는 경우가 많다. 

이것을 재해추가보험 또는 재해특약이라고 하는데, 우연한 사고가 발생한 경우에 특약으로 정한 고액(대개의 경우 2배 이상)의 보험금을 지급한다. 이는 생명보험과 상해보험을 결합한 형태의 특수한 보험이라 할 수 있다. 

보통보험약관(주계약약관)이 적용되는 기본계약과 보통보험에 부가하여 재해로 인한 보장을 특약 형태로 추가하는 선택계약은 서로 보험사고와 지급 보험금, 보험료를 달리하고 있다. 따라서 보통보험(주계약)과 재해로 인한 사망 등을 보장하는 특약은 보험단체를 달리하는 서로 다른 보험에 해당한다.81) 


2. 재해로 인한 보험사고

(1) 재해의 의미

재해82)란 약관 재해분류표에서 정한 보장 대상이 되는 재해, 즉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상의 S00~Y84에 해당하는 우발적인 외래의 사고와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약칭: 감염병예방법) 제2조 제2호에서 규정한 감염병(제1급 감염병)83)」을 말한다.84)  

제1급 감염병이란 생물테러감염병 또는 치명률이 높거나 집단 발생의 우려가 커서 발생 또는 유행 즉시 신고해야 하고, 음압격리와 같은 높은 수준의 격리가 필요한 감염병(다만, 갑작스러운 국내 유입 또는 유행이 예견되어 긴급한 예방ㆍ관리가 필요하여 보건복지부장관이 지정하는 감염병을 포함)을 말한다. 이는 제1급 감염병의 실질이 질병이지만 그 전염 속도가 매우 빠르고 국민건강에 미치는 위해(危害) 정도가 크며 예방 또는 관리가 어렵다는 점에서 급격하고도 우연한 외래의 사고에 준하여 특별히 약관에서 재해로 규정한 것이다. 에볼라바이러스병, 마버그열, 라싸열, 크리미안콩고출혈열, 남아메리카출혈열, 리프트밸리열, 두창, 페스트, 탄저, 보툴리눔독소증, 야토병, 신종감염병증후군,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동물인플루엔자 인체감염증, 신종인플루엔자, 디프테리아 등이 이에 속한다. 이 중 신종감염병증후군에는 2019년 12월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서 발견된 뒤 전 세계로 확산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COVID-19)'85)가 포함되지만, 2022. 4. 25. '질병관리청장이 지정하는 감염병의 종류'가 개정·고시되고 시행됨에 따라 제2급 감염병으로 재분류되었다. 

질병 또는 체질적 요인이 있는 사람으로서 경미한 외부 요인으로 발병하거나 그 증상이 더욱 악화되었을 경우에는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 재해에 해당한다. 여기서 경미한 외부요인이란 평범한 보통 사람에게는 거의 영향이 없는 단순한 외부적 유발 인자를 의미한다. 이는 경미한 외부요인을 기회로 삼아 질병에 의한 신체의 손상에 대하여 재해 또는 상해라고 청구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주의적 규정이다.86)     

질병 또는 체질적 요인이 직접적이고 중요한 신체 손상의 원인인 경우에 경미한 외부적 요인이 이에 가공했다고 하더라도 신체 손상의 직접적 원인이 질병 또는 체질적 요인에 있는 이상 그 경미한 요인은 재해에서 제외된다. 반면에 신체 손상에 가공한 외적 요인이 중대하거나 직접적인 것으로 판단되는 경우에는 피보험자에게 질병 또는 체질적 요인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재해사고로 인정된다.87) 

실무상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의 업무상 재해로 인정받으면 당연히 생명보험 약관상의 재해에도 해당하는 것으로 오인하는 경우가 간혹 있는데, 업무상 재해라고 해서 무조건 생명보험 약관상의 재해에 해당하지는 않음을 유의해야 한다.88) 

재해는 상해보험에서의 보험사고인 '상해'와 용어만 다를 뿐 동일한 의미라는 데 학설이 거의 일치하고 있다. 생각건대, 재해와 상해가 법리적으로는 동일한 의미를 가진다고 할 수 있지만, 재해의 경우 생명보험약관 재해분류표상의 분류 항목에도 해당해야만 약관상 담보되는 재해가 되고, 상해의 경우에는 상해보험약관에서 그 특성을 반영한 면책사유가 적용된다는 점에서 서로 보장 범위가 다르므로 양자가 약관상의 의미까지 일치하는 것은 아니라 하겠다.89) 

(2) 재해분류표

 (가) 보장 대상이 되는 재해

①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상의 S00~Y84에 해당하는 우발적인 외래의 사고

② 감염병예방법 제2조 제2호에서 규정한 감염병(제1급감염병)

 (나)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 재해

① 질병 또는 체질적 요인이 있는 자로서 경미한 외부 요인으로 발병하거나 그 증상이 더욱 악화된 경우

② 사고의 원인이 다음과 같은 경우

- 과잉노력 및 격심한 또는 반복적 운동(X50)
과잉노력 및 격심한 운동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피보험자의 개인차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추상적인 개념이므로, 보통의 건강한 사람을 기준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마라톤90)이나 노젓기, 무거운 물체나 중량을 들어 올리는 행위가 포함된다. 그러나 축구나 수영은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91) 
- 무중력 환경에서의 장기간 체류(X52)
   포함: 우주선(모의장치)에서의 무중력
- 식량 부족(X53)
- 물 부족(X54)
- 상세불명의 결핍(X57)
- 고의적 자해(X60~X84)
   포함: 의도적 자해에 의한 중독 또는 손상
            자살(기도)
- 법적 개입 중 법적 처형(Y35.5)

③ '외과적 및 내과적 치료 중 환자의 재난(Y60~Y69)' 중 진료기관의 고의 또는 과실이 없는 사고[단, 처치 당시에는 재난의 언급이 없었으나 환자에게 이상 반응 또는 이후 합병증의 원인이 된 외과적 및 기타 내과적 처치(Y83~Y84)는 보장]

가령 백혈병 환자인 피보험자가 교통사고를 당한 후 패혈증으로 사망한 경우, 피보험자가 진료기관의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하여 사망한 것이 아니라면 약관에서 정한 일반재해로 인한 사망이라고 할 수 없다.92) 

④ '자연의 힘에 노출(X30~X39)' 중 급격한 액체 손실로 인한 탈수

⑤ '우발적 익사 및 익수(W65~W74), 호흡과 관련된 기타 불의의 위협(W75~W84), 눈 또는 인체의 개구부를 통하여 들어온 이물(W44)' 중 질병에 의한 호흡장해 및 삼킴장해

⑥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상의 U00~U99에 해당하는 질병

 ※ ( ) 안은 제7차 개정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통계청 고시 제2015-159호, 2016. 1. 1. 시행)상의 분류번호이며, 제8차 개정 이후 상기 재해 이외에 추가로 위 1 및 2의 각 호에 해당하는 재해가 있는 경우에는 그 재해도 포함되는 것으로 한다. 

(3) 재해의 요건

 (가) 우발성

재해의 우발성이란 피보험자의 고의로 인한 것이 아니라 전혀 예견하지 않았거나 예견할 수 없는 순간에 갑자기 일어난 사고를 원인으로 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93) 이것은 상해보험에서의 급격성과 우연성을 결합한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우발적인 사고의 예로는 승용차에서 내리던 중 바닥에 있는 바나나 껍질을 밟아 넘어지는 사고로 신체의 손상을 입은 경우, 평소 술을 좋아하고 주벽이 심한 편이었던 피보험자가 명정상태에서 목적성을 상실한 나머지 충동적으로 다리 아래로 뛰어내려 익사한 경우94) 등을 들 수 있다. 

 (나) 외래성

재해의 외래성이란 그 사고의 원인이 피보험자의 질병이나 체질적 요인과 같이 신체 내부에 있는 것이 아니라, 사회통념에 비추어 사고의 원인이 신체의 외부에 있는 것을 뜻한다. 이것을 외부요인이라고도 부른다. 

피보험자가 밤중에 술을 많이 마시고 귀가하다가 동네 참깨 밭에서 쓰러져 자던 중 비를 많이 맞고 이로 인한 체온 강하로 심장마비를 일으켜 사망한 경우,95) 피보험자가 동사한 경우,96) 바닷물 속에 돌출된 철사에 종아리를 긁히는 상처를 입고 비브리오 패혈증에 감염되어 사망한 경우97) 등은 재해사망에 해당한다. 

그러나 피보험자가 과수원에서 무너진 돌담을 보수하기 위하여 돌을 운반하던 중 갑자기 쓰러져 사망한 경우,98) 피보험자가 고추 운반작업을 하던 도중 갑자기 쓰러져 사망한 경우,99) 평소 고혈압과 간장 질환이 있는 피보험자가 술을 많이 마시고 밖에서 장기간 체류하다가 체내의 높은 알코올농도로 인한 심장마비로 사망한 경우100) 등과 같이 피보험자가 사망에 이르게 된 원인이 불명인 경우이거나 피보험자의 질병 또는 체질적 요인에 의한 것인 경우는 재해로 인한 사망이 아니다.  


보험법 저자🔸임용수 변호사


79) 기본계약이란 피보험자의 사망과 생존을 보험사고로 하는 순수한 의미의 생명보험에 관한 보통보험약관 또는 주계약약관이 적용되는 계약을 말한다. 
80) 선택계약이란 보통보험 또는 주계약에 부가하여 재해 혹은 상해로 인한 보장을 추가하거나 보험계약자 등의 편의를 도모하기 위한 제도 등을 추가하는 특별약관(특약)이 적용되는 계약을 말한다. 
81) 동지: 대법원 2009. 5. 28. 선고 2008다81633 판결, 대법원 2009. 9. 24. 선고 2009다45351 판결. 
82) 재해란 사고가 피보험자의 신체 내부의 결함이 아니라 외부적 요인에 의하여 사고의 원인 또는 결과를 예상할 수 없어 피할 수 없을 정도로 뜻하지 않게 발생했음을 의미한다. 
83) 감염병예방법 제2조 제2호 참조.
84) 생명보험표준약관 및 [별표] 재해분류표 참조. 하급심 판례 중에는 「보험약관상 재해분류표에 열거된 사고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그 자체만으로 보험금 지급 대상이 되는 재해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고, '우연적이고 외래적인 사고'의 요건을 충족하여야 한다」며 재해분류표에 열거된 사고가 자동적으로 우연한 외래의 사고에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는 취지로 판시한 것이 있다(서울고법 2015. 5. 1. 선고 2014나2016607 판결).
85) SARS-CoV-2 바이러스에 의해 발병하는 급성 호흡기 질환이며, 초기에는 '우한 폐렴'이라고 불렸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이 질환을 일으키는 바이러스의 정식 명칭을 SARS-CoV-2로 정했고, 이 바이러스에 의해 일어나는 질환의 명칭을 Coronavirus disease 2019(약어: COVID-19, 코비드19)로 확정했다. 음압격리(Negative Pressure Isolation, 陰壓隔離)란 병원에서 병실 사이의 오염을 막기 위해 사용하는 격리 방식으로, 환기 장치를 사용하여 병실 안의 기압을 음압(대기압보다 낮은 압력 상태)으로 유지함으로써 외부의 공기가 병실 안으로 들어올 수는 있으나 병원체가 포함된 병실의 공기가 병실 밖으로 나갈 수 없게 한다.
86) 금융감독원 분쟁조정례(98-29, ‘98. 9. 15. 인용결정) 참조.
서울중앙지방법원 2003. 9. 17. 선고 2002가단370155 판결은 「경미한 외부요인이란 그 외부요인과 발병 또는 질병의 악화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을 정도로 외부요인이 결과에 미친 영향이 극히 경미한 경우를 의미하고, 그 외부요인이 기존의 질병을 자연스런 진행 결과 이상으로 급격히 악화시켜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 그 외부요인은 중대하거나 직접적인 것으로서 평가되어야 할 것이다」고 판시하고 있다. 
87) 동지: 대법원 1994. 12. 27. 선고 93다29396 판결. 
88) 산업재해보상보험에서의 「업무상(공무상) 재해」(산재)란 근로자가 업무 수행 중 그 업무에 기인하여 발생한 재해를 말한다. 즉 업무수행성 또는 업무기인성이라는 두 가지 요건이 있어야만 업무상 재해로 인정된다. 따라서 보험약관상의 재해사고가 아니더라도 업무와 근로자의 부상·질병·신체장해 또는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되는 경우는 업무상 재해가 된다.
반면에 업무상의 재해에 해당하더라도 보험약관상의 재해 요건(급격성, 우발성, 외래성)을 갖추지 못하면 보험약관에서 정하고 있는 재해보험금을 청구할 수 없다. 가령 반복적인 업무 결과나 질병·체질적인 요인이 있는 상태에서 경미한 사고가 가미되어 증상이 악화되거나 상해가 발생한 경우는 보험약관상의 재해가 아니다. 
89) 동지: 양·장, 510-511면; 김성태, 811면. 저자의 견해에 따른 2020년 하급심 판결이 있다. 피보험자가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사망에까지 이른 사안인데, 「생명보험약관 재해분류표가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한 감염병을 포함하고 있는 점은 인정되나, 상해보험약관의 보호 범위와 생명보험약관의 보호 범위는 차이가 생길 수 있고, 오히려 상해보험계약에 따른 약관에는 보장하지 않는 손해로 '피보험자의 질병'을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상해보험계약에 적용되는 약관에 따르면,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한 감염병은 '질병'에 해당하고, 보험자가 보상하지 않는 손해라고 봄이 타당하다」며 같은 취지로 판시하고 있다(대구지방법원 2020. 10. 22. 선고 2020가합753 판결).
90) 마라톤 운동 중에 발생한 사고에 대하여는 별도로 마라톤상해보험에 가입해야 한다.  
91) 동지: 서울중앙지방법원 2003. 10. 21. 선고 2003가합10785 판결. 이 판결은 「축구는 경우에 따라서 자신의 체력으로 감당하기 어렵거나 예측할 수 없는 사고가 돌발할 수도 있지만 일반적으로는 직장인들이 건강관리를 위하여 선호할 수 있는 일반적인 구기 종목에 해당된다고 할 것이므로 축구 경기가 인보험계약의 보상 대상에서 제외되는 격렬한 운동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판시하고 있다. 
92) 동지: 대법원 2006. 6. 29. 선고 2006다7914 판결. 
93) 동지: 양·장, 511면. 
94) 대법원 1998. 10. 27. 선고 98다16043 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2003. 7. 1. 선고 2002가단134724 판결은 「재해분류표에서 추락을 열거하고 있으므로 만약 피보험자가 단순한 자살이 아니고 자유로운 의사 결정이 배제된 정신질환 상태에서 사망한 것이라면, 이는 피보험자가 예견하지 못한 우발적인 외래의 사고에 해당한다」고 판시하고 있다. 
95) 광주지방법원 1988. 4. 13. 선고 87가합719 판결.  
96) 서울남부지방법원 2003. 7. 10. 선고 2002가합6013 판결, 서울고등법원 2007. 11. 28. 선고 2007나18746 판결, 서울동부지방법원 2009. 2. 27. 선고 2008가합13348(본소), 2009가합1007(반소) 판결, 부산지방법원 2012. 2. 7. 선고 2011가단48069 판결, 울산지방법원 2012. 6. 1. 선고 2012나204 판결.  
97) 서울중앙지방법원 2016. 1. 14. 선고 2015가단5089867 판결.
98) 대법원 2001. 8. 21. 선고 2001다27579 판결. 
99) 대법원 2004. 11. 26. 선고 2004다46151 판결(원심: 대전고등법원 2004. 7. 21. 선고 2003나5663 판결). 
100) 대법원 1998. 5. 8. 선고 98다3900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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