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보험에 관한 특칙



1. 화재보험증권의 교부의무


보험자가 보험계약이 성립한 때 지체 없이 보험증권을 작성하여 보험계약자에게 교부해야 함은 화재보험이라 해서 다를 것이 없다. 

화재보험증권에는 상법 제666조에서 규정한 사항26) 이외에 화재보험 특유의 기재 사항으로, ① 건물을 보험의 목적으로 한 때는 그 소재지, 구조와 용도, ② 동산을 보험의 목적으로 한 때는 그 존치한 장소의 상태와 용도, ③ 보험가액을 정한 때는 그 가액이다(상법 제685조). 이러한 사항은 위험측정의 기초가 되거나 당사자 사이의 분쟁을 사전에 예방하기 위하여 보험증권에 기재하도록 한 것이다.27)

그 밖에 화재보험증권에는 보험계약상의 보험 대상이 되는 목적물의 범위를 특정하여 사실대로 기재해야 한다. 보험증권상에 기재된 보험의 목적이 잘못 기재된 때는 고지의무 위반 또는 사기보험 등의 문제가 발생하여 보험보호를 받을 수 없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28) 


2. 화재보험자의 손해보상 책임

가. 위험보편의 원칙

화재보험의 보험자는 화재로 인하여 손해가 발생한 때는 그 화재의 원인이 무엇인지를 묻지 않고 모든 손해를 보상할 책임이 있다(상법 제683조). 앞서 본 바와 같이 이를 위험보편의 원칙이라고 한다. 

예컨대 폭발·파열·지진 등에 의한 직접적인 손해는 화재보험에 의하여 담보되지 않지만, 이들로부터 화재가 발생하여 생긴 손해에 대해서는 보험자가 보상할 책임이 있다. 

그러나 이 원칙은 법률이나 보험약관에 특별한 규정이 없는 경우의 일반적인 원칙이다. 따라서 상법, 보험약관 또는 당사자 사이의 특약에 의하여 보험자가 면책되는 경우에는 이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다.29) 

나. 손해보상의 범위(상당인과관계 있는 손해)

보험자가 보상해야 할 손해는 화재와 상당인과관계가 있는 모든 손해를 포함한다. 이때의 모든 손해에는 화재로 인한 직접적인 손해뿐 아니라, 화재의 소방 또는 손해의 감소에 필요한 조치로 인하여 생긴 손해도 포함된다(상법 제684조). 

약관도 화재에 따른 직접손해, 소방 손해(화재 진압 과정에서 발생하는 손해), 피난 손해를 보상하는 손해로 규정하고 있다.30) 그러므로 화재로 인한 건물 수리 시에 지출한 철거비와 폐기물처리비는 화재와 상당인과관계가 있는 손해(건물 수리비)에 포함된다고 보아야 한다.31) 또한 불을 끄기 위하여 살포한 물로 보험의 목적이 훼손된 경우 이러한 손해도 화재보험자의 보상 범위에 포함된다.

여기서 소방 등의 조치로 인한 손해는 상법 제680조에서 정한 손해방지비용과는 차이가 있다. 손해의 보상과 비용의 보상은 그 성질이 서로 다르다. 상법 제680조 제1항의 손해방지비용은 손해방지를 위하여 필요 또는 유익했던 비용과 보상액이 보험금액을 초과한 경우라도 보험자가 이를 부담해야 하지만, 소방 등의 조치로 인한 손해는 보험금액의 범위 내에서 보상할 책임이 있다. 왜냐하면 손해방지비용은 손해방지의무를 지는 보험계약자가 보험자의 보상책임의 범위를 감소시키기 위하여 지출된 비용으로서 보험자의 이익을 위해서도 필요한 것으로 상법이 보험자의 부담으로 인정한 비용인 반면에 소방 등의 조치로 인한 손해는 그 목적물이 화재보험에 가입된 경우에만 보험금액의 범위 내에서 보상을 하기로 되어 있는 손해이기 때문이다. 

화재가 발생한 때 먼저 안전한 곳에 대피시켜놓았던 물건이 도난당한 경우에는 화재와 상당인과관계가 있는 손해라고 볼 수 없으므로 화재보험자는 그 물건에 대한 보상책임을 지지 않는다.32)

화재보험약관에는 계약자 또는 피보험자가 지출한 ① 잔존물 제거 비용으로서, 사고 현장에서의 잔존물의 해체 비용, 청소 비용33) 및 차에 싣는 비용,34) ② 손해방지비용에 해당하는 손해의 방지 또는 경감을 위하여 지출한 필요 또는 유익한 비용. ③ 대위권 보전 비용에 해당하는 제3자로부터 손해의 배상을 받을 수 있는 경우에는 그 권리를 지키거나 행사하기 위하여 지출한 필요 또는 유익한 비용. ④ 잔존물 보전 비용에 해당하는 잔존물을 보전하기 위하여 지출한 필요 또는 유익한 비용,35) ⑤ 기타 협력 비용으로 회사의 요구에 따르기 위하여 지출한 필요 또는 유익한 비용 등에 대해서도 보험자는 추가적인 보상책임을 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판례는 화재보험에서 보험사고 이후 잔존물 제거 작업이 완료된 경우에는 잔존물제거비용담보특별약관에서 규정하고 있는 「실제의 잔존물 제거 비용」이란 단순한 잔존물 제거 비용의 추정치나 감정액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소요된 잔존물 제거 비용을 말하는 것이라고 보고 있다.36) 

다. 손해보상의 방법

화재보험약관은 손해보상의 방법과 관련하여 보험금(현금)의 지급뿐만 아니라 현물보상 등의 방법도 규정하고 있다. 즉 보험회사는 손해의 일부 또는 전부에 대하여 재건축, 수리 또는 현물의 보상으로써 보험금의 지급에 대신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37)  

현물보상 등의 방법에 의하여 손해보상을 하게 되면, 보험금이 재해복구 이외의 용도로 사용되는 것을 막고 도덕적 위험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38) 


3. 집합보험

가. 의의

집합보험이라 함은 경제적으로 독립한 여러 개의 물건의 집합물을 보험의 목적으로 한 손해보험을 말한다. 이에 대하여 하나의 물건을 보험의 목적으로 한 보험을 개별보험이라고 한다. 집합보험은 운송 중의 화물이나 집안의 가재도구와 같이 보험의 목적이 특정되어 있는 것을 담보하는 특정보험과 창고 안의 물건이나 점포 안의 상품과 같이 보험의 목적이 특정되지 않고 수시로 교체되는 것을 예정하고 있는 총괄보험으로 나눌 수 있다.39)

집합보험은 집합된 물건 전체에 대하여 단일의 보험금액으로써 계약을 체결하거나, 물건을 집단 별로 나누어 따로 보험금액을 정하는 방법으로 행하여지고 있다.

그런데 집합보험의 목적이 되고 있는 여러 개의 물건에 대하여 하나의 화재보험을 체결했는데, 그 여러 개의 물건 가운데 보험계약자가 일부 물건에 대해서만 고지의무를 위반한 경우, 보험자는 계약 전체를 해지할 수 있는지 여부가 문제된다.40)  

이러한 경우에 보험자는 나머지 부분에 대하여도 동일한 조건으로 그 부분만에 대하여 보험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으리라는 사정이 없는 한 그 고지의무 위반이 있는 물건에 대해서만 보험계약을 해지할 수 있고 나머지 부분에 대해서는 보험계약의 효력에 영향이 없다. 다만, 보험계약자가 일부 물건에 대하여 고지하지 않은 사항이 보험계약의 나머지 부분에 있어서도 상법 제651조에서 정한 중요한 사항인 경우에는 그 불고지를 들어 계약 전체를 실효시키거나 취소할 수 있다.41) 

나. 타인을 위한 보험의 성립

집합된 물건을 일괄하여 보험의 목적으로 한 때는 피보험자의 가족과 사용인의 물건도 보험의 목적에 포함된 것으로 하고, 그 보험은 가족 또는 사용인을 위해서도 체결한 것으로 본다(상법 제686조). 이것은 예컨대 보험계약자가 자기의 집에 있는 모든 물건에 대하여 일괄하여 주택화재보험을 체결한 경우 그의 가족 또는 사용인의 물건도 보험의 목적에 포함된 것으로 간주하여 이른바 타인을 위한 보험이 성립된 것으로 인정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집합보험에서 피보험자의 가족과 사용인은 그들 소유의 물건이 화재로 인하여 손상된 때는 당연히 보험자에게 그 손해의 보상을 청구할 수 있다(상법 제639조 제1항). 다만 이 경우에도 보험약관에 보험증권에 기재해야만 보험의 목적이 될 수 있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는 물건의 경우에는, 보험증권에 기재되지 않으면 보험계약상의 이익을 받을 수 없다. 

다. 총괄보험

집합된 물건을 일괄하여 보험의 목적으로 한 때는 그 목적에 속한 물건이 보험기간 중에 수시로 교체된 경우에도 보험사고의 발생 시에 현존한 물건은 보험의 목적에 포함된 것으로 한다(상법 제687조). 

이와 같이 동산보험의 목적이 집합물로서 보험에 가입된 경우에, 보험기간 중에 집합물을 구성하는 개개의 물건의 교체성을 인정하면서 보험금액의 범위 안에서 화재의 위험을 인수하는 것을 총괄보험이라고 한다. 가령 창고에 들어있는 보관물건이 보험기간 중에 수시로 교체·변동되어 특정되지 않는 경우에도 집합물로서 보험에 가입하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42) 

총괄보험은 예정보험의 하나의 형태이다. 이 보험의 경우 수시로 교체되는 보험의 목적은 보험계약에서 정한 범위 안에 드는 것이어야 하는데, 보험계약에서 정한 범위의 물건인 이상 보험사고가 발생한 때 현존하는 물건은 모두 보험의 목적에 포함된다. 그러나 보험계약에서 정한 범위의 물건이더라도 집합된 물건에서 완전히 분리되었을 때 또는 제3자에게 양도되었을 때는 보험의 목적에서 제외된다. 이처럼 제3자에게 양도된 물건은 특정하여 보험에 가입된 것이 아니므로, 그 물건의 양도는 보험목적의 양도가 아니다.43)


보험법 저자🔸임용수 변호사


26)​ 상법 제666조에서 규정한 손해보험 공통의 기재 사항으로는, 「1. 보험의 목적, 2. 보험사고의 성질, 3. 보험금액, 4. 보험료와 그 지급 방법, 5. 보험기간을 정한 때는 그 시기와 종기, 6. 무효와 실권의 사유, 7. 보험계약자의 주소와 성명 또는 상호, 7의2. 피보험자의 주소, 성명 또는 상호, 8. 보험계약의 연월일, 9. 보험증권의 작성지와 그 작성 연원일」이 있다. 
27) 동지: 정찬형, 635면. 
28) 이에 관한 자세한 설명은 양승규, 274면 참조. 
29) 대법원 1993. 4. 13. 선고 92다45261,45278 판결. 이 판결은 폭발면책 약정은 상법 제683조나 민법 제2조에 위반되는 무효의 규정이라고 할 수 없다고 판시하고 있다.
30) 화재보험표준약관 참조. 
31) 동지: 대법원 2003. 4. 25. 선고 2002다64520 판결. 
32) 동지: 양승규, 279면; 정찬형, 636면. 
33) '사고현장 및 인근 지역의 토양, 대기 및 수질 오염 물질 제거 비용과 차에 실은 후 폐기물 처리 비용'은 청소 비용에 포함되지 않는다. 
34) 다만, 보장하지 않는 위험으로 보험의 목적이 손해를 입거나 관계 법령에 의하여 제거됨으로써 생긴 손해에 대해서는 보상하지 않는다(화재보험표준약관 참조). 
35) 다만, 잔존물에 의해 보험회사가 잔존물을 취득한 경우에 한한다(화재보험표준약관 참조). 
36) 대법원 2001. 6. 26. 선고 99다27972 판결. 
37) 화재보험 표준약관 참조. 
38) 동지: 김성태, 520면. 
39) 동지: 양승규, 280면. 
40) 자세한 내용은 본서의 고지의무 위반의 효과 중 '일부해지의 가부' 참조. 
41) 대법원 1999. 4. 23. 선고 99다8599 판결. 
42) 최기원, 379면은 「총괄보험은 집합보험의 일종으로서 계속보험」이라고 할 수 있고, 다만 「집합보험과 총괄보험의 차이점은 전자는 확정된 보험금액과 보험료를 내용으로 하는 단일한 계약인 데 비하여, 후자의 경우는 일정한 조건만을 정하는 외곽계약(外廓契約)만을 체결하고 보험사고 시에 개별약관을 적용한다는 점」이라고 한다.
43) 동지: 양승규, 282면; 정찬형, 638면.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