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송보험



Ⅰ. 운송보험의 의의


운송보험은 육상운송의 목적인 운송물에 관한 사고로 인한 손해를 보상하는 손해보험이다. 운송보험의 보험자는 다른 약정이 없으면 운송인이 운송물을 수령한 때부터 수하인에게 인도할 때까지 생길 손해를 보상할 책임이 있다(상법 제688조). 대부분 화물을 수령한 운송인이 화물의 소유자(화주)를 피보험자로 하여 타인을 위한 운송보험의 형식으로 체결한다.

광의의 운송보험에는 육상운송보험뿐 아니라 해상운송보험·항공운송보험도 포함되나, 상법상의 운송보험은 육상운송의 운송물에 대한 보험계약만을 의미한다. 상법상 육상운송에서의 육상에는 호천·항만도 포함되는 것이지만(상법 제125조), 항만에서의 보험사고는 약관에 의하여 해상보험에서 담보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오늘날 보험 거래의 실정에서는 적하해상보험약관에서 운송약관(transit clause)에 의하여 해상운송뿐 아니라 내륙운송 중에 발생한 사고에 대해서도 담보하고 있고, 이에 더하여 컨테이너의 발달로 복합운송(multimodal transport)이 많이 이루어지고 있는 데서 운송보험을 통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견해44)가 있다.


Ⅱ. 운송보험의 요소

1. 보험의 목적

운송보험의 목적은 운송물(화물)이다. 여기서 운송물이란 반드시 송하인과 운송인 사이의 운송계약에 의한 것이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또한 운송인이 자기 소유의 물건을 자기를 위하여 운송하는 경우의 물건도 운송보험의 목적이 될 수 있다.

운송용구인 자동차·기차, 여객의 생명·신체에 생긴 사고는 운송보험의 목적이 아니다. 이 점이 운송용구도 보험사고의 객체에 포함시키는 해상보험과 다르다.

2. 보험사고

운송보험에서 보험사고는 철도 또는 도로 등 육상운송 중에 운송물에 생길 수 있는 모든 사고이다. 충돌·추락·전복과 같은 운송에 특유한 사고뿐만 아니라, 운송에 부수하여 생길 수 있는 운송물의 멸실·훼손·도난·파손·화재·폭발·수해 등 운송물에 손해를 미치는 모든 사고를 포함한다.

운송보험에도 위험보편의 원칙이 적용된다. 그 이유는 운송인에게 인도되어 운송 중에 있는 운송물은 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의 지배·감독을 벗어나게 되는 대신 운송인의 점유하에 놓여 있기 때문에 손해가 생기더라도 그 원인을 증명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45) 그러나 실제에 있어서는 보험약관에서 특정한 사고는 보험사고에서 제외하는 것이 보통이다.

3. 피보험이익

운송보험의 피보험이익은 피보험자가 누구인가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존재한다. 송하인이 운송물의 소유자로서 갖는 이익, 송하인 등이 운송물의 도착으로 인하여 얻게 될 희망이익(상법 제689조 제2항), 운송인의 운임에 대한 이익 등이 있다.

피보험이익이 자기의 것인가 또는 타인의 것인가는 문제가 되지 않으며, 운송인이 송하인 또는 수하인에게 손해배상 책임을 지게 될 경우의 손해와 같은 소극적 이익도 피보험이익이 될 수 있다.46)

4. 보험가액

운송보험은 운송물이 장소적으로 이동한다는 특성 때문에 손해보험의 일반원칙(상법 제676조)에 따라 손해가 발생한 때와 장소의 가액으로 보험가액을 정하기가 곤란하다. 따라서 계약 당사자 사이에 보험가액에 대한 합의가 있으면 그 합의에 의하고(상법 제670조), 합의가 없으면 운송물을 발송한 때와 장소의 가액과 도착지까지의 운임 기타의 비용을 보험가액으로 한다(상법 제689조 제1항).47) 

이것은 운송보험의 경우 보통 보험기간이 짧고, 운송 중의 사고로 손해가 생긴 때와 가격을 정하기가 곤란하다는 점에서 발송지주의와 보험가액불변경주의를 택한 것이다. 따라서 보험기간 중의 가액 변경은 보험가액 산정 시 고려되지 않는다. 다만 운송물의 멸실로 인하여 지출할 필요가 없게 된 운임 기타의 비용은 보험가액을 산정함에 있어서 이를 공제해야 한다(상법 제134조 제1항).

그러나 운송물의 도착으로 인하여 얻을 희망이익은 그 자체로서 별도의 피보험이익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당사자 사이의 약정이 있는 때에 한하여 보험가액 중에 산입할 수 있다(상법 제689조 제2항).

5. 보험기간

운송보험의 보험기간은 당사자 사이에 다른 약정이 없으면 운송인이 운송물을 수령한 때부터 수하인에게 인도할 때까지이다(상법 제688조). 특약이 없으면 운송계약이 중단되거나 종료되더라도 운송인의 점유·보관하에 있는 동안에는 위험을 담보한다. 따라서 운송인의 사정으로 운송이 일시 중단된 경우에는 그 중단 기간도 보험기간에 포함된다.

다만 운송인이 운송물을 수령한 후에 보험계약이 체결된 경우에는 당사자 사이에 소급보험에 관한 특약(상법 제643조)이 없는 한, 그 보험계약이 성립하고 보험자가 최초의 보험료를 지급받은 때부터 보험기간이 개시된다.48) 

운송인이 수하인의 불명이나 수령 거부 또는 수령 불능과 같이 운송물을 수하인에게 인도할 수 없는 사정 등으로 인하여 운송물을 공탁하거나 경매한 때(상법 제142조 내지 제145조)는 인도를 한 경우에 준하여 그때 보험기간이 종료된다.49)

보험자는 보험기간이 종료되기 전까지의 책임을 지므로 운송인과 송하인 또는 수하인 사이에 운송인의 책임은 그 이전에 소멸한다는 약정을 했더라도 보험자의 책임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송하인의 지시에 따라 운송물을 본래의 수하인이 아니라 다른 제3자에게 인도해야 하는 경우에는 운송물이 제3자에게 인도된 때 보험기간은 종료된다.50) 그러나 보험자는 운송물의 반송으로 인하여 생긴 손해에 대해서는 책임을 지지 않는다.

6. 면책사유

가. 법정면책사유

운송보험의 경우에도 보험자는 상법상의 일반면책사유인 피보험자의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상법 제659조), 전쟁 기타의 변란(상법 제660조), 보험목적물의 성질·하자 또는 자연소모(상법 제678조)에 의하여 면책된다.

운송보험 특유의 법정면책사유로서, 보험사고가 송하인 또는 수하인의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하여 발생한 때는 이로 인한 손해를 보상할 책임이 없다(상법 제692조). 송하인이나 수하인은 비록 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가 아니라 하더라도 운송계약상 일정한 권리와 의무를 지므로(상법 제139조 내지 제141조) 이들의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하여 보험사고가 발생한 때 보험자가 책임을 부담하는 것은 부당하기 때문에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에 의한 것과 동일하게 취급하여 보험자의 면책사유로 규정한 것이다.

운송보험에서 운송인이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가 아닌 경우에는, 운송인의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하여 보험사고가 발생한 때도 보험자는 보상책임을 지고, 다만 운송인에 대하여 대위권을 행사할 수 있을 뿐이다(상법 제682조).51)

나. 약정면책사유

운송보험약관은 위와 같은 법정면책사유 이외에도 여러 가지 약정면책사유를 규정하고 있다. 즉 ① 보험계약자, 피보험자 또는 이들의 사용인이나 대리인의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 ② 화물의 흠, 자연의 소모 또는 성질에 의한 발화, 폭발, 뜸, 곰팡이, 부패, 녹, ③ 포장의 불완전, ④ 운송의 지연, ⑤ 전쟁으로 인한 사고, ⑥ 이사 화물 중 독 또는 항아리, 병 등의 파손 및 이에 수용한 유동품의 멸실의 경우 보험자는 보상책임을 지지 않는다.


Ⅲ. 운송보험에 관한 특칙

1. 운송보험증권의 기재 사항

보험자는 보험계약이 성립한 때는 지체 없이 보험증권을 작성하여 보험계약자에게 교부해야 한다(상법 제640조). 운송보험증권에는 손해보험 공통의 기재사항(상법 제666조) 이외에 ① 운송의 노순과 방법, ② 운송인의 주소와 성명 또는 상호, ③ 운송물의 수령과 인도의 장소, ④ 운송기간을 정한 때는 그 기간, ⑤ 보험가액을 정한 때는 그 가액 등을 기재해야 한다(상법 제690조).

2. 운송보험자의 손해보상 책임

운송보험자는 다른 약정이 없으면 운송인이 운송물을 수령한 때부터 수하인에게 인도할 때까지 생길 손해를 피보험자에게 보상할 책임을 진다(상법 제688조). 

보통 물건보험에서는 그 손해가 발생한 때와 장소의 가액에 따라 보험자가 보상할 손해액을 산정하게 되는데(상법 제676조), 운송보험에서 운송물의 보험가액은 계약당사자의 합의에 의하여 보험증권에 기재(상법 제690조 제5호)하지 않으면 보험가액불변경주의를 택하고 있으므로 보험사고가 발생한 때와 장소에 관계없이 운송물을 발송한 때와 장소의 보험가액을 기준으로 손해액을 산정해야 한다(상법 제689조 제1항). 그러나 운송물의 멸실·훼손으로 인하여 지급할 필요가 없게 된 도착지까지의 운임 기타 비용은 그 보험가액에서 공제해야 한다.

3. 운송의 중지·변경과 계약 효력

운송보험은 다른 약정이 없으면 운송의 필요에 의하여 일시 운송을 중지하거나 운송의 노순 또는 방법을 변경한 경우에도 그 효력을 잃지 않는다(상법 제691조). 이것은 교통 상황, 도로 사정 등의 육상운송의 특성을 고려한 것이다.52) 이 점에서 항해변경이나 이로가 있을 때 보험자가 면책되는 해상보험과는 다르다.

그러나 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의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운송이 중지되거나 노순 또는 운송 방법이 변경됨으로써 위험이 현저하게 변경·증가된 때는, 보험자는 보험료의 증액을 청구하거나 그 보험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53) 실무상 약관에서도 위험이 현저하게 변경 또는 증가된 경우에는 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가 이를 통지해야 하고, 이 통지가 없으면 보험자는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보험법 저자🔸임용수 변호사


44) 양승규, 283면.
45) 동지: 김성태, 533면.
46) 동지: 양승규, 284면; 정찬형, 640면.
47) 이를 '발송지주의'라고 한다.
48) 통설이다. 동지: 양승규, 286면; 정찬형, 641면.
49) 동지: 양승규, 285-286면; 정찬형, 640-641면; 김성태, 535면; 최기원, 382면.
50) 동지: 김성태, 535면; 최기원, 382면.
51) 동지: 양승규, 287면; 정찬형, 642면.
52) 동지: 김성태, 536면.
53) 동지: 양승규, 288면; 김성태, 536면; 정찬형, 642면; 강·임, 633면; 손주찬, 6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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