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판결) '보장개시일 이전 암진단시 계약무효' 약관 설명 없으면 보험계약 유효

약관의 중요한 사항에 대한 설명

글: 임용수 변호사


암보험 보장개시일의 전일 이전에 암 진단을 받은 경우 보험계약이 무효로 된다는 약관 조항을 설명하지 않았다면, 보험사는 그 약관 조항에 따라 보험계약이 무효라고 주장할 수 없다는 항소심 법원 판결이 나왔습니다.

임용수 변호사(보험 전문변호사)가 서울중앙지법의 항소심 판결 내용을 국내 최초 [단독] 소식으로 알려 드리고, 변호사의 의견을 담은 해설과 법률 조언을 덧붙입니다. 보험 소송이나 보험법 자문 의뢰를 원하는 분들은 현재 보유하고 있는 보험 관련 서류 등 자료 일체를 지참하고 사무실을 방문해 주세요.

서울중앙지법 제10-2민사부(재판장 최은주 부장판사)는 암보험 가입 후 1개월여만에 위암 진단을 받은 김 모 씨가 현대해상화재보험()를 상대로 낸 보험금 지급 청구 소송의 항소심에서 현대해상의 항소를 기각하고 "현대해상은 김 씨에게 보험금 4천만원을 지급하라"고 원고승소 판결한 1심 판결을 그대로 유지했다고 최근 밝혔습니다.

암 (cancer)

김 씨가 2014년 2월 가입한 암보험 담보 약관에는 일반암(기타 피부암, 갑상선암 제외)이나 소액암 이외의 암, 특정암 진단을 확정 받았을 경우 보험금 지급을 보장한다면서 피보험자가 15세 이상인 경우 보장개시일(책임개시일)이 계약일로부터 90일이 지난 날의 다음날이 되고, 보장개시일의 전일 이전에 암으로 진단·확정된 경우는 계약을 무효로 한다고 규정돼 있었습니다.

김 씨는 보험 가입 후 한 달이 지난 2014년 3월 위암 진단을 받았고, 보장개시일 이후인 2016년 8월에는 폐암의 일종인 '비소세포폐암' 진단도 받았습니다. 이 폐암의 경우 약관상 일반암 진단과 소액암 이외의 암 진단, 특정암 진단과 관련된 보험금 담보 대상에 해당했습니다.

이후 김 씨는 현대해상에 구비서류를 첨부해 암보험금의 지급을 청구했습니다. 하지만 현대해상은 "김 씨가 보장개시일의 전일 이전에 이미 위암 진단을 확정받은 적이 있어 보험계약이 무효"라는 이유로 김 씨가 보장개시일 이후에 진단 받은 폐암 보험금 지급을 거절했습니다. 이에 반발한 김 씨는 현대해상을 상대로 소송을 냈습니다.


재판부는 「보장개시일의 전일 이전에 암으로 진단 확정된 경우 계약이 무효로 된다는 내용은 계약의 유·무효를 좌우하는 내용이어서 이는 보험계약의 중요한 내용에 해당하므로 이 부분에 대해 구체적이고 상세하게 설명할 의무가 있고, 그 의무를 다했다는 점에 대한 입증책임은 보험사에게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그러나 현대해상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설명의무를 다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오히려 현대해상 측이 김 씨에게 '암의 경우 나이가 15세 이상인 경우에는 계약일 또는 부활일로부터 91일째부터 보장된다'는 말은 했지만 보장개시일 이전에 암 진단을 받은 경우 계약이 '무효'가 된다는 설명은 하지 않은 사실이 인정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결국 현대해상은 이 약관 조항을 보험계약의 내용으로 주장할 수 없으므로, 이 약관 조항에 따라 보험계약이 무효라는 현대해상의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판시했습니다.
 

임용수 변호사의 케이스메모


이 항소심 판결은 1심 판결의 대부분을 그대로 인용함으로써 판결의 완결성은 조금 떨어졌지만, 1심 판결의 중요 부분을 "고쳐쓰는" 방식을 통해 현대해상의 주장에 상응한 판단을 했습니다. 대체로 수긍할 수 있는 결론입니다. 

1심 판결은 현대해상의 주장 내용을 잘 정리하는 듯 했으나, 그 판단 부분에서 『보장개시일은 '계약일로부터 그 날을 포함해 90일이 경과한 날의 다음날'』이라는 약관 내용은 물론 『피보험자가 계약일로부터 '보장개시일의 전일 이전에 암으로 진단 확정된 경우 계약이 무효로 된다'』는 약관 내용도 한꺼번에 뭉뚱그려 상법 제656조의 일반조항과 다르게 책임 개시 시기를 정한 약관인 것처럼 보이게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판단을 했습니다.

1심 판결의 경우 어떻게 보면 『피보험자가 계약일로부터 '보장개시일의 전일 이전에 암으로 진단 확정된 경우 계약이 무효로 된다'』는 약관 내용에 따라 보험계약 자체가 무효가 된다는 현대해상의 주장에 대해서는 납득할 만한 이유 설시가 없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판결의 자족성을 확보했다고 보기 어려운 이유입니다. 이런 1심의 판단에 대해 현대해상은 김 씨에 대한 설명의무 이행에 문제가 없었다고 판단해 항소를 제기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현대해상의 직원이 김 씨에게 '암의 경우 나이가 15세 이상인 경우 계약일 또는 부활일로부터 91일째부터 보장된다'는 말을 했다"고 인정하고 있는 항소심 판결 이유 부분이 이를 방증해 줍니다. 


피보험자의 나이가 15세 이상인 경우 보장개시일은 '계약일로부터 그 날을 포함해 90일이 경과한 날의 다음날'이라는 약관 내용은 보험사의 책임은 당사자 간에 다른 약정이 없으면 최초의 보험료를 지급받은 때로부터 개시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상법 제656조와는 다른 내용으로 보험사의 책임 개시 시기를 정한 것이므로 그 약관 내용은 보험사가 구체적이고 상세한 설명의무를 지는 보험계약의 중요한 내용에 해당합니다. 따라서, 보험사가 그 약관 조항을 보험계약의 내용으로 주장하기 위해서는 그 약관 조항에 대해서 설명해야 합니다.1)

피보험자가 보험계약 체결일 이전에 이미 위암으로 확진된 경우는 객관적 확정의 효과에 관해 규정하고 있는 상법 제644조에 따라 보험계약이 당연 무효라고 할 수 있지만, 이번 항소심 판결의 쟁점 사항 중 하나인 '보장개시일의 전일 이전에 암으로 진단 확정된 경우 계약이 무효로 된다'는 약관 조항은 보험계약 체결과 함께 최초의 보험료를 지급한 피보험자가 보험계약 당시에 위암 진단을 받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계약일로부터 그 날을 포함해 90일이 경과한 날까지'의 기간 중에 위암 진단을 받게 되면 보험계약을 무효로 한다는 취지이므로 보험계약의 무효 범위를 확장하는 약관으로 평가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만약 그 약관 조항이 불이익변경금지원칙에 위배돼 무효가 되지 않는 경우라면, 보험계약의 유·무효를 좌우하는 약관의 중요한 내용으로서 설명의무의 대상이 된다고 풀이됩니다.

계속 업데이트 중...
THE 수준 높고 좋은 글
  • 최초 등록일: 2020년 1월 10일


1) 대법원 2005. 12. 9. 선고 2004다26164 , 26171 판결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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