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보험 가입 53일 뒤 췌장암 사망...질병사망 보험금 지급 인정

보험 가입 후 53일만에 췌장암으로 사망

글: 임용수 변호사


피보험자가 질병보험에 가입한 지 53일만에 췌장암으로 사망했어도, 보험계약 당시 췌장암으로 진단을 받았다거나 고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보험계약이 해지된 경우가 아니라면 질병사망 보험금 등을 받을 수 있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습니다.

임용수 변호사 (보험 전문변호사)가 판결의 주요 내용을 국내 최초 [단독] 소식으로 알려 드리고, 여러분의 이해를 돕기 위해 변호사의 해설과 법률 조언을 덧붙입니다. 보험 법률문제와 관련해 궁금한 점이 있거나 보험소송 의뢰를 원하는 분들은  '위치와 연락'에 열거된 보험 관련 서류 등 자료 전부를 반드시 지참하고 방문해 주세요

케이비손해보험의 질병보험 상품에 피보험자로 가입했던 이 모 씨는 2017년 5월 한 병원에서 건강검진을 받았는데 '고혈압 또는 당뇨병 질환이 의심돼 2차 검진을 받으라'는 통보를 받았습니다. 이 씨는 3일 뒤 추가 검진 결과 췌장암 진단을 받았습니다. 이 씨는 다른 병원으로 전원해 15일간 입원 치료를 받다가 질병보험에 가입한 지 53일만인 2017년 6월 사망했습니다.


건강검진 결과 고혈압 및 당뇨병 의심

이 씨 유족은 가입해놓은 보험계약상 '질병사망' 등에 해당한다며 케이비손해보험에게 보험금을 청구했습니다. 그런데 케이비손해보험은 이 씨 유족이 청구한 보험금에 대해 지급 거절 결정을 내렸습니다. 이 씨의 사망 원인이 된 췌장암이 보험계약 체결 당시 이미 발병한 상태였고 또 이 씨 측이 극심한 복부 통증, 체중 감소 등과 같은 췌장암 말기 증상을 인식하고 있었음에도 이를 고지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강력 반발한 이 씨 유족은 케이비손해보험을 상대로 보험금 지급 청구 소송을 냈습니다. 이후 1년 8개월 가량 법정 공방이 벌어진 끝에 대구지법 제4-3 민사부(재판장 최미복 부장판사)는 케이비손해보험의 항소를 기각하고 "케이비손해보험은 이 씨 유족에게 2200여만 원을 지급하라"고 원고승소 판결했던 1심 판결을 그대로 유지한다고 밝혔습니다.

케이비손해보험의 항소를 기각하는 판결 선고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케이비손해보험은 보험사고가 보험계약 체결 전에 이미 발생한 경우로서 상법 제644조에 의해 보험계약이 무효라고 항변하나, 보험계약 체결 전에 이 씨에게 췌장암이 발병했다고 하더라도 보험사고는 암의 발병이 아니라 '보험기간 중 질병으로 사망시', '암으로 진단확정'된 경우」라며 「이 씨는 보험계약 체결일 이후에 췌장암으로 진단을 받은 후 사망했으므로 보험계약 체결 당시 보험사고가 이미 발생한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했습니다.


이어 「케이비손해보험은 고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보험계약을 해지한다는 항변도 하고 있으나, 이 씨가 보험계약 체결 이전에는 병원에 내원하거나 치료를 받은 병력이 없는 점, 이 씨가 건강검진을 받은 이후에도 입원 치료를 받지 않고 일상생활을 영위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춰 보면, 이 씨가 보험계약 체결일로부터 53일만에 췌장암으로 사망에 이른 사실과 케이비손해보험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이 씨 등의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고지의무를 위반했다고 인정할 수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최근 이 판결은 케이비손해보험의 상고 포기로 최종적으로 확정됐습니다. 
 

임용수 변호사의 케이스메모


보험계약 체결 당시 이 씨의 건강 상태(극심한 복부 통증, 체중 감소 등)로 이 씨에게 췌장암이 확정적으로 발병할 것이 예정된 상황이었고 이 씨 등도 이를 알고 있어서 보험사고의 우연성이 결여된 경우라면 보험계약이 무효로 될 수 있습니다. 이 사안에서는 재판부가 보험계약 체결 당시 보험계약 당사자 쌍방과 이 씨가 췌장암 발생 사실을 알지 못했다고 봤고, 그 결과 보험계약이 무효라고 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최근에 선고된 유사 판결 중에도 보험계약 체결 전 약 6개월간 20kg 이상의 체중 감소, 언어 기능 저하, 근위축 및 근력 저하에 있었고 보험계약 체결 전에 한 병원에서 '약 1년 전부터 손이 떨리고 말이 약간 어눌해지는 듯한 양상'을 호소하고 의사로부터 신경과 진료를 권유 받았던 피보험자가 보험 가입 후 6개월이 되기도 전에 근위축성 측삭경화증(ALS)으로 확정 진단을 받았던 사건에서, 담당 재판부는 "보험계약 당시 피보험자에게 ALS와 같은 중한 질병이 발생할 것이 확정적으로 예정돼 있었다고 인정할 수 없다"며 보험사의 보험계약 무효 주장을 배척했습니다.



이 사안에서는 고지의무 위반도 문제됐는데, 고지의무 위반의 객관적 요건(보험계약상 '중요 사항'에 관한 불고지 또는 부실고지)을 충족한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당사자 간에 다툼이 없었던 것으로 보여, 주관적 요건(보험가입자의 '고의 또는 중과실')만 주된 다툼 대상이 됐던 것 같습니다.

보험사가 고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보험계약을 해지하기 위해서는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가 고지의무의 존재와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해 고지의무를 다하지 않은 사실이 증명돼야 합니다.1) 그런 사실에 대한 증명 책임은 보험사에게 있습니다. 보험사가 질문표(계약 전 알릴의무 사항) 등의 서면으로 질문한 사항은 고지의무자의 주의를 환기했다고 봐야 하므로 특히 중한 질병과 관련된 경우라면 대부분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인정됩니다. 최근에 선고된 대법원 판결도 고지의무자가 정확한 병명을 몰랐더라도 폐결핵 증상이 있었는데 이를 알리지 않고 보험계약을 체결했다면 이는 '중요한 사항'에 관한 고지의무 위반에 해당하므로 보험사가 보험금을 주지 않아도 된다고 판시한 바 있습니다.2) 하지만, 이 사안에서는 재판부가 보험계약 체결 전후로 보였던 정황(병원 치료나 일상생활, 배우자와의 오랜 별거 생활 등)을 주된 판단 기준으로 삼아 고지의무자의 고의 또는 중과실이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계속 업데이트 중...
THE 수준 높고 좋은 글
  • 최초 등록일: 2019년 9월 22일



1) 대법원 2011. 4. 14. 선고 2009다103349, 103356 판결 등 참조.
2) 대법원 2019. 4. 23. 선고 2018다281241 판결 참조.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