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 보험 가입 후 기존 질병 악화로 척수공동증 사망 땐 보험금 안 줘도 돼

오토바이 뒷좌석 탑승 중 교통사고

글: 임용수 변호사


피보험자가 척수공동증 진단을 받고 치료를 하던 도중 사망했지만 감정 결과 보험계약 이전의 교통사고로 생긴 흉추척수병증이 악화된 것으로 보이고 보험기간 안에 발생한 질병으로 사망했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면, 보험금을 받을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습니다.

임용수 변호사 (보험 전문변호사)가 판결의 주요 내용을 자세히 알려 드리고, 변호사의 해설과 법률 조언을 덧붙입니다. 보험소송 의뢰를 원하는 분들이나 보험 법률 자문(의견서)을 원하는 분들은 '위치와 연락'에 열거된 보험 관련 서류 등 자료 모두를 지참하고 방문해 주세요.

전주지법 제1민사부(재판장 김수일 부장판사)는 척수공동증 진단을 받고 치료 중 폐렴으로 숨진 박 모 씨의 남편과 자녀들이 디비손해보험을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 소송(2015가합2507)에서 최근 원고패소 판결했습니다.

원고 패소 판결 선고

박 씨의 남편인 김 모 씨는 2006년 9월 디비손해보험에 박 씨를 피보험자로 하고 보험기간 중 발생한 질병을 직접적인 원인으로 장애, 사망 등이 발생했을 때 약관에서 정한 보험금을 지급한다[다만, 보장이 시작되기 전에 피보험자가 감염 또는 발병된 사실을 모르고 있었던 때에는 보상해 준다]는 내용의 보험에 가입했습니다.

이후 박 씨가 2013년 2월 전북대학교병원에서 척수공동증 진단을 받고 그해 4월 다른 병원에서 수술과 재활 치료를 받던 중 2015년 1월 저산소성 뇌손상으로 인한 사지 부전 마비의 식물인간 상태가 됐습니다. 식물인간 상태가 되기 전에 이미 박 씨가 디비손해보험에 약관에서 정한 보험금을 청구했지만 디비손해보험은 '박 씨의 후유장애가 80% 미만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거절했습니다. 이에 강력 반발한 박 씨는 디비손해보험을 상대로 소송을 냈습니다. 박 씨는 소송을 낸 후 2년이 훨씬 지난 2018년 1월께 신체 기능 및 면역력 저하로 인한 폐렴으로 사망했고, 유족이 소송을 그대로 이어 받아 진행했습니다.

재판부에 따르면, 박 씨는 2000년 3월 오후 7시쯤 남편 김 씨가 운전하는 오토바이 뒷좌석에 탑승한 상태에서 다른 사람의 승용차에 들이받히는 교통사고를 당해 뇌손상, 흉추 척수 병증으로 우측 반신 특히 하지의 부전 마비 및 균형 장애로 보행에 경중한 장애가 남은 '장애등급 4급 1호'에 해당한다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보험금 지급 거절에 대한 반발

그 당시 박 씨는 남편, 그리고 자녀 한 명과 함께 한 보험회사를 상대로 교통사고 발생 당시에는 전혀 예견할 수 없었던 새로운 손해인 척수공동증이 2013년 2월 발생했다며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는데, 소송 진행 과정에서 박 씨 부부와 자녀 등은 박 씨의 장해 및 사망의 원인이 된 척수공동증의 발병이 기존 교통사고로 인한 것이라는 취지로 주장했고, 김 씨 등이 그 교통사고와 척수공동증과의 인과관계를 입증하기 위해 신청한 진료기록 감정 신청 및 신체 감정 신청에서 '박 씨의 척수공동증은 교통사고로 인한 것으로 그 관여도가 100%'라는 취지의 감정 결과가 회신됐습니다.

감정인의 감정 결과 존중해야


재판부는 「의학적 판단 사항에 속하는 분야에 관해 충분한 근거 없이 의사의 감정 결과를 임의로 무시할 수 없고, 감정인의 감정 결과는 그 감정 방법 등이 경험칙에 반하거나 합리성이 없는 등의 현저한 잘못이 없는 한 이를 존중해야 한다」며 「박 씨의 척수공동증은 2000년 3월 발생한 교통사고로 인해 발생한 흉추척수병증이 악화된 것이어서 보험계약의 체결일 이후 그 보험기간 내에 발생한 것이라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유족들은 척수공동증이 보험계약의 보험기간 이전에 발병한 것이라 하더라도, 피보험자인 박 씨가 그런 감염 또는 발병 사실을 모르고 있었던 때에 해당하므로 보상 대상이 된다고 주장하지만, 박 씨의 척수공동증은 2000년 3월 발생한 교통사고로 인해 발생한 흉추척수병증이 악화된 것으로 보이므로, 박 씨가 질병이 발생된 사실을 알았는지 여부는 흉추척수병증이 발생한 사실을 알았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하고, 앞서 본 바와 같이 박 씨는 2001년 5월 교통사고로 '뇌손상, 흉추척수병증으로 우측 반신 특히 하지의 부전 마비 및 균형 장애로 보행에 장애가 남았으며, 이는 장애등급 4급 1호에 해당한다'는 진단을 받았으므로 그 무렵에는 흉추척수병증이 발생한 사실을 알았던 것으로 봐야 한다」고 판시했습니다.


임용수 변호사 케이스메모      


피보험자가 보험계약 체결 전에 어떤 질병으로 진단받았고, 그 질병이 약관상 보장 대상 질병인 보험기간 중 발생한 질병의 주요 원인이 됐거나 보험기간 중 발생한 질병으로 진행하는 전() 단계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그런 사정만으로 피보험자가 보험계약 체결 후에 진단받은 질병이 보험계약 체결 전에 감염됐거나 발병됐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견해도 있을 수 있습니다. 이런 견해에 의하면 보험사의 면책 주장이 받아들여질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약관에 규정된 '다만 보장이 시작되기 전에 피보험자가 감염 또는 발병된 사실을 모르고 있었던 때에는 보상해 드립니다'라는 내용에 대해서는 좀 더 명확한 정의나 설명이 필요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예를 들자면 피보험자가 보장이 시작되기 전에 발생한 기왕의 질병을 알고 있었던 때는 보험기간 중 그 질병이 악화돼 감염 또는 발병된 질병이더라도 보험기간 중 발생한 질병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규정을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풀이됩니다. 


피보험자가 반드시 자신의 병명을 알아야 한다거나 그 질병이 진단서에 기재될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피보험자에게 나타난 증상 및 그 악화 정도, 보험계약의 체결 시점과 보장 범위 등에 비춰 평균적인 보험 고객이라면 누구나 보험계약 당시를 기준으로 얼마간 시간이 지난 후의 상태가 악화돼 보험사고의 발생을 예상할 수 있을 정도로 감염 또는 발병된 사실을 알고도 이를 방치하다가 보험계약을 체결한 후에서야 진단 및 치료를 시작하는 등의 사정을 엿볼 수 있는 정도는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판결에 대해서 2019년 6월 원·피고 쌍방이 항소를 제기해서 광주고법(전주)에서 항소심 재판이 진행 중입니다.1) 이 글의 저자인 임용수 변호사가 소송대리인으로 관여한 사건이 아니지만, 현재 항소심 재판이 진행 중이고 판결이 확정되지도 않았기 때문에 추가적인 해설이나 법률 조언을 드리는 것이 매우 조심스럽습니다. 판결이 확정되거나 항소심 판결이 선고되면 그때 가서 자세한 해설과 법률 조언을 드리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계속 업데이트 중...
THE 수준 높고 좋은 글
  • 최초 등록일: 2019년 9월 1일

1) 광주고등법원(전주) 2019나1119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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