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법원 "영리 목적으로 요금이나 대가 받고 운전 중 교통사고 나도 보험금 지급" 첫 판결

맞은편의 중앙선 침범 차량을 피하다 일어난 사고

글: 임용수 변호사


영리 목적으로 요금이나 대가를 받고 운전을 하다 교통사고로 다친 경우도 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는 판결이 나왔습니다. 무보험 자동차에 의한 상해 담보 특약상 영리 목적 운전 중 사고 때 보상하지 않는다는 면책 약관은 피보험자의 과실로 평가되는 행위로 인해 사고가 발생한 경우라 하더라도 보험사가 면책된다는 취지라면 상법에 위배돼 무효이므로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법원의 첫 판결입니다.

보험계약자 박 모 씨 측을 위해 직접 소송대리를 했던 임용수 변호사(보험 전문변호사)가 판결의 주요 내용을 국내 최초로 [단독] 소식으로 알려 드리고, 변호사의 의견을 담은 해설과 법률 조언을 덧붙입니다. 보험 법률문제와 관련해 궁금한 점이 있거나 보험소송 의뢰를 원하는 분들은  '위치와 연락'에 열거된 보험 관련 서류 등 자료 전부를 지참하고 방문 상담해 주세요.

서울중앙지법 제11-1민사부(재판장 허일승 부장판사)는 현대해상화재보험이 오토바이 탑승 중 교통사고로 다친 박 씨와 그의 아버지(소송대리인 변호사 임용수)를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 소송의 항소심에서 박 씨 측의 항소를 받아들여 1심 판결을 취소하고 현대해상에게 패소 판결을 내렸다고 밝혔습니다.


박 씨의 아버지는 매년 소유하고 있던 그의 차량에 대해 자동차종합보험을 체결했습니다. 당시 보험 약관에는 피보험자가 무보험 자동차로 인해 생긴 사고로 죽거나 상해를 입은 때 그로 인한 손해에 대해 배상 의무자가 있는 경우에 약관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보상해 주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무보험 자동차에 의한 상해 담보 특약이 포함돼 있었고 무보험 자동차로 인한 상해에 대한 보상을 청구할 수 있는 '피보험자'의 범위에 기명피보험자의 자녀(피보험 자동차에 탑승 중이었는지 여부를 불문함)를 명시하고 있었습니다. 다만 무보험 자동차에 의한 상해를 입은 경우라 할지라도 회사가 보상해 주지 않는 사유를 나열하고 있었는데, 그 중 하나는 '피보험자가 피보험 자동차가 아닌 자동차를 영리의 목적으로 요금이나 대가를 받고 운전하던 중 생긴 사고로 인한 손해'(이 사건 면책 특약)라고 기재돼 있었습니다.

그런데 박 씨는 2015년 12월 고양시 일산에서 일용직 배달 기사로서 배달 업무를 위해 오토바이를 타고 가던 중, 맞은편에서 오던 차량이 중앙선을 침범해 진행해 오자 이를 피하려다가 오토바이가 전도되는 바람에 머리 등을 크게 다쳤습니다. 현대해상은 이 사고에 대해 2017년 6월까지 박 씨에게 가지급금 및 치료비로 1억 5천여만 원을 지급했고, 중복보험금으로 동부화재해상보험으로부터 7천 5백여만 원을 지급 받았습니다.

그 후 현대해상은 박 씨가 피보험 자동차가 아닌 이륜 차량을 배달 기사로서 임금을 받고 운전하다가 생긴 것으로 면책 사유에 해당하는데 이를 알면서도 보험금을 지급받았으므로 박 씨는 지급받은 보험금 중 중복보험금에 해당하는 액수를 제외한 나머지 7천 6백여만 원을 부당이득으로 반환해야 한다며 소송을 냈습니다.


재판부는 「무보험 자동차에 의한 상해 담보 특약은 통상의 정액급부형 상해보험과 달리 실손해를 보상하는 방식으로 손해액 산정을 대인배상 책임보험과 같이 약관상의 보험금 지급 기준에 의하도록 하는 형태를 취하고 있어 손해보험의 성격도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신체에 상해가 발생한 손해를 보험사고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상해보험의 성격을 가진다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또한 「면책 사유 중 하나인 이 사건 면책 특약은 '보험자가 피보험 자동차가 아닌 자동차를 영리의 목적으로 요금이나 대가를 받고 운전하던 중 생긴 사고로 인한 손해'라고 규정하고 있어 그 사고가 피보험자의 고의로 인한 것인지, 과실로 인한 것인지를 전혀 구분하지 않고 있는데, 피보험자가 무면허 운전 또는 음주운전 중에 사고가 발생한 경우와 마찬가지로, 피보험자가 영리의 목적으로 피보험 자동차가 아닌 자동차를 운전한 경우에는 피보험자의 과실로 평가되는 행위로 인해 사고가 발생한 경우라 하더라도 보험회사가 면책된다는 취지라면 그 범위 내에서는 이 사건 면책 특약이 무효라고 봐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박 씨에게 생긴 사고는 박 씨가 피보험 자동차가 아닌 이륜 차량을 영리의 목적으로 운전한 경우에는 해당하지만 맞은편에서 가해 차량이 중앙선을 침범해 진행하는 것을 발견하고 이를 피하려다 발생한 것이고 박 씨가 고의로 사고를 발생시켰다고 보이지는 않는다」고 덧붙였습니다.

면책 약관의 무효

그러면서 「이 사건 면책 특약이 박 씨의 사고에 관해서도 현대해상을 면책시키는 취지라면 그 범위 내에서 무효이고, 결과적으로 현대해상이 이 사건 면책 특약을 들어 박 씨에게 면책을 주장할 수 없으므로, 보험금 지급 의무가 없음을 전제로 하는 현대해상의 청구는 이유 없다」고 판시했습니다

박 씨 측을 소송대리한 임용수 변호사는 "이번 판결은 고의에 의하지 않은 영리 목적의 유상 운전 중 사고를 보험사의 면책 사유로 정한 약관이 무효라는 유의미한 판결로, 앞으로 같은 보험 상품 가입자의 이익을 보호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습니다.

앞서 1심은 아무런 이유 설시도 없이 '이 사건 면책 특약이 상해보험에 관한 상법 규정을 위반해 무효라고 보기 어렵다'며 현대해상의 청구를 받아들여 원고일부승소 판결했습니다.


임용수 변호사 케이스메모      


1998년경 대법원은 상해보험 약관 중 "피보험자가 음주운전을 하던 중 그 운전자가 상해를 입은 때에 생긴 손해는 보상하지 않는다"고 규정한 음주운전 면책 약관이 보험사고가 전체적으로 봐서 고의로 평가되는 행위로 인한 경우뿐만 아니라 과실(중과실 포함)로 평가되는 행위로 인한 경우까지 보상하지 않는다는 취지라면 과실로 평가되는 행위로 인한 사고에 관한 한 무효라고 봐야 한다는 법리를 설시했습니다.1)

그 후 손해보험사들은 2013년 3월까지 무보험 자동차에 의한 상해 담보 특약에 '피보험자가 자동차등록증에 사업용(영업용)으로 기재돼 있는 자동차를 운전하던 중 생긴 사고로 인한 손해'는 보상하지 않는다고 규정했다가, 2013년 4월 약관 개정 시 그런 면책 조항을 삭제하고 '피보험자가 피보험 자동차가 아닌 자동차를 영리를 목적으로 요금이나 대가를 받고 운전하던 중 생긴 사고로 인한 손해'는 보상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이 사건 면책 특약을 추가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2013년 4월부터 무보험 자동차에 의한 상해 담보 특약에서, 영업용 자동차 운전 중 사고, 마약·약물 복용 상태에서 운전 중 사고, 무면허 운전 중 사고 등은 면책 사유에서 삭제되었고, 이 사건 면책 특약이 새로 추가됐던 것입니다.


그런데 이 사건 면책 특약은 앞서 본 1998년경 대법원이 판시한 법리에 반하는 성질의 것입니다. 무보험 자동차에 의한 상해 담보 특약은 상해보험의 성격을 가지는 것으로서 상법 제739조, 제732조의2, 제663조의 적용을 받으므로, 보험사는 보험사고가 피보험자의 과실(중과실 포함)로 발생한 경우에는 피보험자에 대한 보험금 지급 의무를 면하지 못합니다. 이 사건 면책 특약은 '피보험자가 피보험 자동차가 아닌 자동차를 영리의 목적으로 요금이나 대가를 받고 운전하던 중 생긴 사고로 인한 손해'라고 규정하고 있어 그 사고가 피보험자의 고의로 인한 것인지, 과실로 인한 것인지를 전혀 구분하지 않고 있는데, 앞서 본 대법원의 법리에 따르면 피보험자가 영리의 목적으로 피보험 자동차가 아닌 자동차를 운전한 경우 피보험자의 과실로 평가되는 행위로 인해 사고가 발생한 경우라 하더라도 보험사가 면책된다는 취지라면 이 사건 면책 특약은 그 범위 내에서 무효라고 봐야 합니다.

어떤 면책 약관이 금융감독원의 표준약관에 포함돼 시행되고 있다거나 현대해상을 비롯해 국내 여러 손해보험사들이 작성한 약관에 포함돼 널리 사용된다는 사정만으로 그 면책 약관이 무조건 유효하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보험 관련 법률과 법리를 잘 검토해볼 필요가 있는 이유입니다.

이 판결에 대해 현대해상이 대법원에 상고했으나 2019년 12월 12일 상고기각(판결 확정)돼 보험 가입자 측이 최종 승소했습니다.

계속 업데이트 중...
THE 수준 높고 좋은 글
  • 최초 등록일: 2019년 8월 25일
  • 1차 수정일: 2019년 12월 13일 (글 추가)


1) 대법원 1998. 3. 27. 선고 97다48753 판결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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