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치사량 '과다 약물 복용' 중독 사망, 우연한 외래 사고로 봐야

과다 약물 복용 후 소파에서 새우잠

 THE 수준 높고 좋은 글 =  임용수 변호사


보험사가 '약물 과다 복용'으로 사망한 피보험자에게 약물에 의한 자의의 중독이 사망 원인이 됐다며 재해사망 보험금 지급을 거부했으나, 최근 법원은 피보험자가 치사량에 달하는 약물을 복용하고 사망했다는 사정만으로는 보험금 지급을 거부할 수 있는 보험사의 면책사유가 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임용수 변호사(보험 전문변호사)가 판결 내용을 국내 최초로 [단독] 뉴스로 알려 드리고, 변호사의 의견을 담은 해설과 법률 조언을 덧붙입니다. 보험 소송 의뢰를 원하거나 보험 법률문제와 관련해 궁금한 점이 있는 분들은  '위치와 연락'에 열거된 보험 관련 서류 등 자료 전부를 지참하고 방문 상담해 주세요.

여성 A 씨는 지난 2011년 오렌지라이프생명보험(변경 전 상호: 아이엔지생명)의 보험 상품에 가입했습니다. 이 보험 상품에는 피보험자가 보험기간 중 재해를 직접적인 원인으로 사망했을 때 재해사망보험금 2억 원을 지급한다는 특약이 부가돼 있었습니다.

A 씨는 지난 2016년 10월 주거지 거실에 있는 소파에서 코를 골며 머리를 베란다 창문 방향으로 누워 새우잠을 자던 자세로 지인에게 발견됐습니다. 곧바로 A 씨는 인근 병원 응급실로 이송돼 치료를 받았지만 다음날 숨졌습니다. 당시 의료진은 그녀의 사망 원인을 '여러 약물에 의한 독성 작용'이라고 추정했습니다.

직접 사인 : 여러 약물에 의한 독성 작용(추정)

A 씨의 유일한 유족이었던 정 모 씨는 A 씨가 가입한 보험계약 중 재해사망 특약에 의한 보험금을 요구했습니다. 정 씨는 약관에 보험금 지급 사유로 열거하고 있는 재해사망을 '피보험자가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상의 (S00~Y84)에 해당하는 우발적인 외래의 사고를 직접적인 원인으로 사망한 경우를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근거로 제시했습니다.

정 씨는 그녀가 '고의로 자신을 해친 경우'로 사망한 것이 아니므로 오렌지라이프생명은 보험계약에 따른 재해사망 보험금 2억 원을 정 씨에게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오렌지라이프생명은 보험금 지급 심사를 한 뒤 정 씨의 보험금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오렌지라이프생명은 A 씨가 처방 약을 고의로 과다 복용해 사망한 것이므로 자사는 면책돼 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는 주장을 펼쳤습니다. '피보험자가 고의로 자신을 해친 경우' 내지 '각종 약물에 의한 자의의 중독 및 노출'이므로 재해사망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설명이었습니다.

정 씨는 오렌지라이프생명의 보험금 지급 거절 사유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오렌지라이프생명을 상대로 보험금 청구 소송을 냈습니다.

약물 남용 금지

이 사건 재판을 맡았던 인천지방법원 민사3단독 김연주 판사는 오렌지라이프생명의 '고의 면책'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A 씨 유족인 정 씨 측 손을 들어줬습니다.

과다 약물 복용으로 인한 사망은 보험금 지급 사유


김 판사로부터 사실조회 신청을 받은 약사의 사실조회 회신에 의하면 A 씨는 2016년 10월 편두통으로 치료를 받으면서 18일분의 약을 처방받았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런데 이 회신만으로는 A 씨가 사고 당시 처방받은 18일분의 약을 한꺼번에 다 복용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었습니다. 당시 약봉지들 모두가 거실의 테이블 위에 있었던 것이 아니라, 일부만 약 봉투에 꺼내져 테이블 위에 있었고, 나머지 약봉지들은 약 봉투 내에 담겨져 있는 등 약봉지의 상태 등에 비춰 보면, A 씨가 약을 한꺼번에 복용했다고 보기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A 씨가 지인에게 발견될 때 거실의 테이블에는 약 봉투, 입원 안내서, 빈 소주병 1개, 맥주 캔 1개, 귤, 맛살 등이 놓여 있어, 당시 안주와 함께 술을 먹으면서 두통으로 인해 과다한 약을 복용했을 사실을 배제할 수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치사량 약물 복용 후 사망했어도, 보험사의 면책 항변 부당


김 판사는 「보험사가 보험금 지급 책임을 면하기 위해서는 자살의 의사를 밝힌 유서 등 객관적인 물증의 존재나 일반인의 상식에서 자살이 아닐 가능성에 대한 합리적인 의심이 들지 않을 만큼 명백한 주위 정황 사실을 입증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살피건대 A 씨는 동생이나 가족에게 자살을 암시하는 말이나 행동을 한 적이 없고, 기존에 자살을 시도하는 등의 행동이 없었으며, 사고 당시 유서 등도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A 씨가 치사량에 달하는 약물을 복용해 사망에 이르렀다는 사정만으로 고의로 자신을 해친 경우에 해당한다거나 고의적 자해를 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A 씨가 약물 과다 복용으로 사망함에 따라 보험계약에 따른 보험금 지급 사유가 발생했다고 해야 하고, 오렌지라이프생명의 면책 항변은 이유 없으므로 오렌지라이프생명은 A 씨의 상속인인 정 씨에게 보험금 2억 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습니다. 


임용수 변호사의 해설과 법률 조언


사망을 보험사고로 하는 보험계약에서 자살을 보험사의 면책사유로 규정하고 있는 경우 그 자살은 자기의 생명을 끊는다는 것을 의식하고 그것을 목적으로 의도적으로 자기의 생명을 절단해 사망의 결과를 발생케 한 행위를 의미합니다.1)

보험계약의 보통보험약관에서 '피보험자가 고의로 자신을 해친 경우'를 보험사의 면책사유로 규정하고 있는 경우 보험사가 보험금 지급 책임을 면하기 위해서는 그 면책사유에 해당하는 사실을 입증할 책임이 있습니다. 이 경우 자살의 의사를 밝힌 유서 등 객관적인 물증의 존재나 일반인의 상식에서 자살이 아닐 가능성에 대한 합리적인 의심이 들지 않을 만큼 명백한 주위 정황 사실을 입증해야 합니다.2)

이번 사안의 경우 A 씨의 유서 등 객관적 물증이 없는 상태였으므로 오렌지라이프생명이 보험금 지급 책임을 면제 받기 위해서는 일반인의 상식에서 자살이 아닐 가능성에 대한 합리적인 의심이 들지 않을 만큼 명백한 주위 정황 사실을 증명해야만 했습니다. 이 판결은 사고 당시 현장의 모습 등을 고려해 피보험자인 A 씨가 의도적으로 약을 한꺼번에 다 복용했다는 사실이 증명된 경우라는 아니라고 판단하고 오렌지라이프생명의 고의 면책 항변을 받아들이지 않았던 것으로 풀이됩니다.


이런 유형의 사건에서는 사고 당시 피보험자가 자살을 암시하는 말을 했거나 문자 메시지를 보냈는지 여부가 법원의 중요한 판단 기준 중 하나인 것 같습니다.

과거 판결 중에도 이번 판결과 같은 취지로 판시한 사례가 있습니다.  1  피보험자가 우울증 치료제와 골격근 이완제의 과다 복용에 의한 약물 중독으로 사망했더라도 '상해에 의한 사망'에 해당하고 치사량의 약물을 복용했다는 사정만으로는 약관에서 정한 면책사유인 '피보험자의 고의' 사망이라거나 '상습적으로 유독 물질 등을 흡인, 흡수 또는 섭취한 결과로 생긴 중독 증상'에 따른 사망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시한 사례가 있습니다.

 2  피보험자가 음주 상태에서 여러 약물3)을 혼합 복용한 뒤 집에서 자다가 사망했던 사안에서도, 술에 취한 상태에서 3곳의 병원과 약국에서 처방받은 약을 한꺼번에 투약함으로써 그 부작용으로 사망에 이른 것으로 추정될 뿐, 나아가 피보험자가 고의로 자신을 해치기 위해 다량의 약물을 투약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며 보험사의 고의 사고 면책을 부정한 사례가 있습니다.

반면,  1  대방역 화장실에서 평소 복용하던 당뇨약을 다량 복용하고 약물 중독에 따른 대사성 산증, 급성 신부전으로 인한 다발성 장기 부전으로 사망한 사안에서는 피보험자의 사망이 고의에 의해 발생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시했습니다.

또한  2  피보험자가 혈중 알코올 농도 0.0785%의 음주 상태에서 졸피뎀을 과다 복용하고 사망한 사고를 자살의 고의에 의한 것으로 추정해야 한다고 판시한 사례도 있습니다.2019년 8월 10일

계속 업데이트 중...
THE 수준 높고 좋은 글
🔘 보험 전문변호사 = 임용수 변호사
  • 최초 등록일: 2019년 8월 10일

1) 대법원 2008. 8. 21. 선고 2007다76696 판결 등 참조.
2) 대법원 2002. 3. 29. 선고 2001다49234 판결 등 참조.
3) 담즙에서 졸피뎀이, 말초혈액 및 혈액에서 졸피뎀, 파록세틴, 알프라졸람 및 하이드록시알프라졸람이, 위 내용물에서 졸피뎀, 파록세틴 및 알프라졸람이, 위 속 알약에서 졸피뎀 및 파록세틴이, 소변에서 알프라졸람, 졸피뎀, 하이드록시알프라졸람 및 파록세틴이 검출됐습니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