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상한 김밥 먹고 장염 악화로 인한 흡인성 폐렴 사망, 보험금 줘라

상한 김밥(spoiled gimbap) / 저녁 식사(dinner)

글 : 임용수 변호사


저녁 식사로 상한 김밥을 먹고 체한 후 구토와 설사 등을 하다가 흡인성 폐렴에 걸려 사망한 상황이라면 보험사가 질병을 이유로 보험금 지급을 거부할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습니다.

판결의 자세한 내용을 국내 최초 [단독] 소식으로 알려 드리고, 변호사의 의견을 담은 해설과 법률 조언을 덧붙입니다. 보험소송 의뢰를 원하거나 1:1 똑똑! 법률상담을 원하는 분들은 관련 서류 등 자료 일체를 지참하고 상담에 임해 주세요.

서울중앙지법 민사1부(재판장 이주현 부장판사)는 흡인성 폐렴으로 숨진 김 모 씨(가명)의 유족(아내)이 디비손해보험을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 소송의 항소심에서 디비손해보험의 항소를 기각하고 "1억 3,600여만원 상당의 보험금을 지급하라"며 원고승소 판결했던 1심 판단을 그대로 유지했다고 밝혔습니다.

김 씨는 지난 2016년 5월 저녁 상한 김밥을 먹고 잠자리에 들었다가 의식을 잃은 상태로 발견됐습니다. 그 당시 김 씨는 호흡 곤란과 구토, 설사 등이 함께 발생된 상태였고 침을 제대로 삼키지 못해 정상적인 의사표시가 어려웠습니다. 인근 병원 응급실로 급히 후송된 김 씨는 '폐렴, 위() 내용물의 불특정 흡인'으로 진단받았고 두 곳의 병원에서 계속 입원 치료를 받았습니다. 그러나 컴퓨터 단층 촬영 결과 폐 내에 흡인성 폐렴 소견을 보였고 급기야 저산소성 뇌손상으로 악화, 기복증의 증세를 보이다가 끝내 사망했습니다.

김 씨의 사망진단서에는 직접 사인은 '흡인성 폐렴', 직접 사인의 원인은 '위() 내용물의 흡입', 사망의 종류는 '외인사'로 기재돼 있었습니다.

식중독 (food poisoning)

김 씨는 생전에 '보험기간 중에 발생한 급격하고도 우연한 외래의 사고로 신체에 입은 상해의 직접 결과로서 김 씨가 사망한 경우(질병으로 인한 사망은 제외)' 보험수익자인 아내 박 모 씨에게 상해사망 보험금 등을 지급하는 내용의 디비손해보험 장기손해보험 상품에 가입한 상태였습니다. 

남편을 졸지에 잃은 박 씨는 2016년 6월 디비손해보험에게 보험계약에 따른 보험금을 청구했습니다. 하지만 디비손해보험은 김 씨가 질병에 의해 사망한 것이지 상해로 인해 사망한 것이 아니라며 보험금 지급을 거절했습니다. 이에 강력 반발한 박 씨는 디비손해보험을 상대로 소송을 냈습니다. 

디비손해보험은 재판 진행 중 "김 씨가 상한 김밥을 먹고 창자염(장염)이 발생했고 그로 인해 구토 증상으로 흡인성 폐렴이 걸렸으나 그 후 호전됐고 그와 별개로 창자염이 악화되면서 발생한 장파열에 의한 복막염으로 사망한 것이며, 김 씨에게 발생한 흡인성 폐렴 역시 외부적 요인이 아닌 질병에 따른 한 증상(구토)을 원인으로 발생한 것이므로, 김 씨는 질병으로 사망한 것이지 상해로 사망한 것이 아니다"라고 거듭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디비손해보험의 주장과 달리 감정인은 진료기록 감정 결과에서 "김 씨의 사망 원인은 흡인에 의한 폐렴이며, 김 씨는 최초 내원해 흡인성 폐렴이 일시 호전을 보이다가 다시 악화돼 폐혈증이 오면서 사망한 것으로 판단되고, 김 씨에게 구토와 설사 증상 및 흡인성 폐렴이 발생한 원인은 저녁에 먹은 김밥이 가장 가능하며, 그 원인이 될 기왕의 질병 및 체질적 요인이 확인되지 않는다"고 평가했습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김 씨는 상한 김밥 등을 먹는 외부적 행위에 의해 체한 후 구토를 하던 중 위 속 분비물이 기도나 폐 내로 흡인되는 바람에 흡인성 폐렴이라는 상해를 입고 사망에 이른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장염 (enteritis)

이어 「김 씨의 흡인성 폐렴이 세균이 존재하는 위 분비물의 흡인으로 인해 발생한 세균성 흡인성 폐렴인 것으로 보이기는 하나, 이는 기왕의 질병 또는 체질적 요인(치매 등)에서 초래된 것이 아니라 외부적 행위에 따른 위 속 분비물의 흡인이라는 우발적인 외래의 사고에 의한 결과」라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김 씨의 직접적이고 중요한 사망 원인은 상한 김밥 등을 섭취한 후 체해 의식 수준이 저하돼 토하던 중 구강이나 위 속 분비물 등을 흡인했다는 외부적 요인이고, 김 씨가 김밥을 먹고 잠을 잤다는 사정이 의학적으로는 사인이 아닌 유인에 불과하다고 해서 이와 달리 볼 수는 없다」며 「따라서 김 씨는 우발적인 외래의 사고를 원인으로 사망하게 됐다고 봐야 한다」고 판시했습니다.

임용수 변호사(보험 전문변호사, 사법연수원 28기)는 "이 판결은 김 씨에게 발생한 흡인성 폐렴이 외래의 사고인 '구토' 중 위 속 분비물의 흡인이라는 외부적 요인으로 인한 질환에 해당하므로 흡인성 폐렴 자체가 '외래의 사고'라는 취지도 함축된 것"이라고 부연 설명했습니다.

 🔘임용수 변호사의 케이스메모
        - 해설과 법률 조언 -

흡인성 폐렴(aspiration pneumonia)은 음식물 또는 구토한 토물이 기관 내에 들어가 생기는 폐렴으로 노년층 폐렴 환자의 20~30%를 차지합니다. 흡인성 폐렴은 비세균성 흡인성 폐렴과 세균성 흡인성 폐렴으로 나뉘는데, 특히 세균성 흡인성 폐렴은 세균이 존재하는 구강과 인두 분비물의 흡인으로 발생합니다.

이 판결에서 주된 쟁점은 약관에 급격하고도 우연한 외래의 사고로 신체에 입은 상해의 직접 결과로서 사망한 경우(질병으로 인한 사망은 제외)에만 보험금을 지급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김 씨가 이런 급격하고도 우연한 외래의 사고로 인해 어떤 상해를 입었고 또 그런 상해가 적어도 김 씨를 사망에 이르게 한 공동 원인 중 하나로 평가될 수 있는지 여부였습니다.


김 씨의 주치의와 사망진단서 작성의, 진료기록 감정의는 김 씨의 사망 경위를 "장염 → 구토 등으로 인한 흡인성 폐렴 → 패혈증 → 사망"이라는 소견을 밝혔는데, 2심 법원은 상한 김밥 등을 섭취해 장염이 발생했고, 그 장염 악화로 흡인성 폐렴, 복막염 등을 거쳐 사망한 것을 외부적 요인에 의한 사망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해 주안점을 뒀습니다.

2심(항소심) 법원은 1심 법원과 마찬가지로 상한 김밥 등을 먹은 행위를 상해보험의 보험사고 요건 중 하나인 외부적 요인 내지 외부적 행위라고 판단하면서도 그 이면에서는 "김 씨가 저녁에 김밥을 먹는 행위 자체를 외부적 요인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하더라도, 모든 장염이 구토를 수반하지는 않으며, 더구나 장염으로 인한 구토 중에 위() 속 분비물이 기도나 폐로 흡인되는 경우가 장염의 일반적인 진행 경과나 그에 수반되는 필수적인 증상으로 볼 수도 없다"는 내심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판례 중에는 피보험자가 술에 취해 자다가 구토로 인한 구토물이 기도를 막음으로써 사망한 경우, 피보험자가 술에 만취된 상황은 피보험자의 신체적 결함 즉 질병이나 체질적 요인 등에 초래된 것이 아니라 피보험자가 술을 마신 외부의 행위에 의해 초래된 것이어서 이는 외부적 요인에 의한 사망에 해당한다고 판시한 사례가 있습니다.

또한 음주를 하고 수면제를 복용한 결과 의식 수준의 저하, 그에 따른 구강 및 인두 분비물의 흡인으로 인한 흡인성 폐렴으로 사망한 경우도 외부적 요인에 의한 사망으로 인정한 사례가 있습니다.

여름철에 기온이 높아지면서 음식이 상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상한 음식을 잘못 먹을 경우 식중독이나 급성 장염에 걸릴 위험이 높습니다. 식중독이나 장염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육류나 어패류는 익혀 먹고, 평소 손씻기 등 개인 위생을 철저히 하는 습관을 들여야겠습니다. 특히 잘 상하는 음식은 여름철 상온에 1시간 이상 방치된 경우 가급적 섭취를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2019년 7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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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초 등록일 : 2019년 7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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