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성매매 들킬까 봐 여관 창문 밖으로 뛰어내리다 생긴 후유장해는 우연한 보험사고

성매매 사실을 들키지 않기 위해 여관 3층 창문 밖으로 뛰어내림

[ THE 수준 높고 좋은 글 : 임용수 변호사 ]

성매매 사실을 들킬까 봐 당황한 나머지 급하게 도망쳐야겠다는 생각에 여관 창문 밖으로 뛰어내리다가 양쪽 다리가 마비되는 심각한 후유장해를 입었다면 후유장해 보험금을 받을 수 있을까요?

실제 그런 일이 벌어졌는데 '받을 수 있다'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중한 상해의 결과를 입게 된 사실에 대해서는 피보험자에게 중대한 과실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중한 상해의 결과까지 예측한 것은 아니므로 우연한 보험사고에 해당한다는 취지입니다.

여관에서 성매매를 하다 들킴

임용수 변호사(보험 전문변호사, 사법연수원 28기)가 판결 내용을 국내 최초로 [단독] 소개하고, 변호사의 의견을 포함한 해설과 법률 조언을 덧붙여 드립니다. 

대전지방법원 민사3부(재판장 송선양 부장판사)는 롯데손해보험이 정 모 씨를 상대로 낸 채무 부존재 확인 청구 소송의 항소심에서 롯데손해보험의 항소를 기각하고 "롯데손해보험은 정 씨에게 1억 1천만 원 상당의 보험금을 지급하라"고 밝혔습니다.

앞서 정 씨는 2016년 6월 저녁 회사 동료들과 함께 술을 마신 뒤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만난 여성과 성매매를 위해 청주시에 있는 한 모텔 3층에 투숙했습니다.

하지마비의 심각한 장해 상태

그날 밤 11시 무렵 문 밖에서 어떤 남성이 문을 두드리며 문을 열라고 고함치자 정 씨는 성매매 사실을 들킬까 봐 매우 당황해 창문을 열고 약 7.7m 아래에 있는 주차장 바닥으로 뛰어내렸습니다.

정 씨는 그 사고로 인해 경추 골절, 척수 손상 등의 상해를 입고 양쪽 다리가 마비되는 중상을 입었습니다. 정 씨는 사고 발생일부터 약 6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후유장해 지급률 80% 이상의 장해 상태에 해당한다는 영구 후유장해 진단을 받고 롯데손해보험에게 보험금을 청구했습니다.

롯데손해보험의 항소 기각 판결

하지만 롯데손해보험은 '정 씨가 모텔 3층 창문에서 뛰어내릴 때 척수 손상 등과 같은 상해가 발생할 것을 충분히 인식하고 이를 용인했으므로 정 씨의 고의에 의한 사고로서 우연한 사고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보험금 지급을 거절했고, 이어 정 씨를 상대로 보험금 지급 채무가 존재하지 않는다며 소송을 냈습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사고 당시 정 씨가 술에 취해 있었고 성매매 사실이 들킬 상황이 되자 매우 당황해 이성적인 판단을 하지 못한 채, 창문 아래로 보이는 주차장 지붕과 주차된 차량 지붕 위로 떨어지면, 성매매 현장에서 빠져나갈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 나머지 창문에서 뛰어내린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3층 창문에서 뛰어내려 곧바로 주차장 바닥에 떨어져 중한 상해의 결과를 입게 된 데에 정 씨의 과실이 있다고 하더라도, 정 씨가 입은 상해는 사고가 발생한 시점에서 정 씨의 의사에 기초하지 않았거나 원인이나 결과의 발생이 정 씨의 입장에서 예견할 수 없는 것으로서 우연한 사고에 해당한다」고 판시했습니다.


🔘 임용수 변호사의 케이스메모
        - 해설과 법률 조언 -

상해보험에서는 보험사고가 우연성을 갖춘 사고(우연히 일어난 사고)이어야만 보험금 지급 대상이 됩니다. 여기서 '우연성'이란 사고가 발생한 시점에서 그 사고가 우연이라는 것, 즉 보험사고가 피보험자의 의사에 기초하지 않았거나 원인이나 결과의 발생이 피보험자의 입장에서 예견할 수 없는 것을 말합니다.

피보험자가 고의로 일으킨 보험사고는 우연히 일어난 게 아닙니다. 고의에는 확정적 고의는 물론 '자신의 행위에 의해 일정한 결과가 발생하리라는 것을 예견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결과의 발생을 인용하는 심리 상태'를 뜻하는 미필적 고의도 포함됩니다. 고의 사고는 보험계약상의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할 뿐만 아니라, 그런 경우에도 보험금이 지급된다고 한다면 보험계약이 보험금 취득 등 부당한 목적에 이용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보험 보호를 받을 수 없는 것이 원칙입니다.

모텔 3층에서 7.7m 아래 주차장 바닥으로 뛰어내림

상법도 '보험사고가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나 보험수익자의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해 생긴 때는 보험회사는 보험금액을 지급할 책임이 없다'는 원칙적인 규정을 두고 있고(제659조 제1항), 보험회사의 약관에도 '보험 대상자(피보험자)가 고의로 자신을 해친 경우'를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 사고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피보험자의 사망이나 상해를 보험사고로 하는 보험계약의 경우는 사고가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나 보험수익자의 중대한 과실로 인해 발생한 경우라도 보험회사는 보험금을 지급할 책임이 있습니다(상법 제732조의2, 상법 제739조).

이번 판결은 상해보험에 관한 사안으로, 피보험자인 정 씨에게 자신의 상해(후유장해) 발생에 중대한 과실이 있는 경우라고 하더라도 중한 상해의 결과에 대해서까지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취지에서 상해보험의 보험금 지급 대상인 우연한 사고라고 판시한 것입니다.


참고로, 이번 판결과 마찬가지로 현장을 빠져나와 도망쳐야겠다는 생각에서 피보험자가 스스로 건물 3층에서 뛰어내렸던 사안이었지만 법원의 판단은 완전 반대 취지였던 사건 하나를 소개해드릴까 합니다. 피보험자가 동거녀 집에서 은신하고 있던 중 경찰관이 문을 두드리자 경찰의 체포를 피해 도주하기 위해 다세대 주택의 3층 안방 창문을 통해 뛰어내렸다가 요추 및 양쪽 다리에 골절상을 입고 척추 등의 운동장해 진단을 받은 뒤 상해(장해) 보험금을 청구했던 경우인데, 담당 법원 판사는 "건물 3층에서 창문을 통해 탈출을 시도하는 경우 떨어져 다칠 수 있다는 것은 일반적으로 충분히 예견할 수 있고, 피보험자는 경찰의 체포를 피할 목적으로 그런 결과 발생의 가능성을 적어도 미필적으로나마 용인한 채 창문을 통해 탈출을 시도하다 사고가 발생한 것이므로 피보험자에게 상해에 대한 고의가 있다고 봐야 하고, 피보험자가 예상했던 상해보다 중한 상해를 입게 됐다고 하더라도 달리 볼 것은 아니다"라고 판시했습니다.2019년 7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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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험 전문변호사 = 임용수 변호사
  • 최초 등록일: 2019년 7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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