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 겨울철 만취해 집 마당서 쓰러져 저체온증 사망, 상해 사망보험금 줘라

만취 상태

글: 임용수 변호사


겨울철에 만취 상태로 집 앞마당에 쓰러져 저체온증으로 사망(凍死, 동사)했다면, 보험사는 동사자의 유족에게 상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습니다. 약관에서 정한 '급격하고도 우연한 외래의 사고'로 신체에 손상을 입어 사망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취지입니다.

임용수 변호사(보험전문변호사)가 판결 내용 및 유사 판결례를 직접 소개하고, 변호사의 의견이 들어간 해설과 법률 조언을 덧붙여 드립니다.

보험소송 의뢰를 원하거나 1:1 똑똑! 법률상담을 원하는 분들은 반드시 관련 서류 일체를 지참하고 상담에 임해주시기 바랍니다.

만취 상태에서 귀가

서울중앙지법 민사37부(재판장 김춘호 부장판사)는 숨진 강 모 씨의 자녀 3명이 디비(DB)손해보험을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 소송(☞ 2018가합524967)에서 "보험금 3억 원을 지급하라"며 원고전부승소 취지로 판결했습니다.

강 씨 측은 2015년과 2017년에 각각 상해의 결과로 사망했을 경우 보험금 1억원과 2억원을 상속인에게 지급하는 2건의 계약을 DB손해보험과 체결했습니다.

강 씨는 지난해 2월 오전 9시쯤 자신이 살던 경기도 포천의 한 주택 마당에서 상체를 앞으로 굽히고 앉은 자세로 사망한 채 발견됐습니다. 강 씨의 자녀들은 "사고 전날 술을 많이 마시고 귀가해 만취 상태에서 주택 마당에 넘어져 쓰러져 있다가 추위로 인해 저체온증으로 사망한 것"이라며 "이는 보험 약관상 상해사망에 해당하므로 상해사망보험금 3억 원을 지급하라"고 요구했지만 DB손해보험이 거절하자 소송을 냈습니다.

재판부는 「집주인이 사고 전날 강 씨가 술에 많이 취해 귀가했다는 사실을 경찰에게 진술했고, 주거지 안에 사고 당일 강 씨가 술을 마신 것으로 보이는 술병이 여러 개 놓여 있었으며, 사고 당시는 2월 초순의 겨울로서 집 마당이나 주변의 길에 많은 양의 눈이 쌓여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만취 상태에서 마당에 쓰러짐

이어 「강 씨가 2016년 12월과 2017년 2월 수축기 혈압 수치가 130 또는 140인 고혈압 증세로 진료를 받고 약을 복용했으며, 지난해 1월 건강 쇠약으로 입원 치료를 받을 당시 결핵 관련 치료를 받고 용종 제거술을 받기는 했지만 특별히 사망에 이를 정도로 중한 지병이 있지는 않았다」며 「강 씨는 사고 당시 술에 만취해 집 밖에 쓰러졌다가 추운 날씨에 그대로 밤을 보내면서 저체온증으로 사망에 이른 것으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면서 「이처럼 술에 만취해 추운 날씨에 실외에서 오랜 시간 동안 머물게 된 결과 저체온증에 빠져 사망에 이른 이상, 강 씨의 사망은 급격하고도 우연한 외래의 사고로 신체에 손상을 입은 결과에 따른 것으로서 보험 약관상 상해사망에 해당한다」며 「DB손해보험은 사망 수익자인 강 씨의 자녀들에게 각 계약에서 정한 보험금을 지급하라」고 판시했습니다.


🔘 임용수 변호사의 케이스메모
           - 해설과 법률 조언 -

이 판결에 대해 디비손해보험이 항소를 제기했으나, 항소심인 서울고법에서 화해권고결정으로 사건이 종결됐습니다.1) 사고 유형은 조금 다르지만, 겨울철에 술에 취해 집 밖에서 사망했던 유사 사례와 법리를 소개합니다.

 1  먼저 본 변호사가 2002년 정모씨의 소송대리인으로서 대한생명보험(현: 한화생명보험)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서 2003년 끝난 사건입니다. 피보험자가 자택에서 음주로 인해 실신한 뒤 동사(저체온증으로 인한 사망)했던 사안인데, 담당 재판부는 피보험자가 약관 재해분류표상 '전류, 방사선 및 극순환 기온 및 압력에 노출', '기타 및 상세불명의 요인에 불의의 노출', '의도 미확인 사건'에 해당하는 우발적인 외래의 사고라고 할 수 있는 동사로 사망한 보험사고가 발생했으므로, 대한생명은 사망시 보험수익자에게 재해사망보험금 전액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습니다.

 2  같은 법원인 서울중앙지법의 판결 중에는 피보험자가 매우 추운 겨울에 술에 취한 채 상가 건물 계단에서 잠을 잤는데, 발에 동상이 걸렸고, 그로 인해 조직 괴사를 동반한 발의 동상 등의 진단하에 치료를 받았지만 완치되지 않고 오히려 사지 부분의 봉소염, 패혈증(의증)의 진단을 받고 발목을 절단했지만 증상이 더 악화돼 사망에 이르게 된 사안에서, 담당 재판부는 동상의 경우 신체의 질병과 같은 내부적인 원인에 기한 것이 아니라 저온이라는 외부적인 원인에 의해 발생한 것임이 명백하므로 외래의 사고임은 인정되고, 나아가 피보험자가 술에 취해 추운 날씨 속에서 잠을 잤다는 점에서 보험사고의 발생에 과실이 있기는 하지만 술에 취한 사람이 제대로 귀가하지 못한 채 추운 날씨 속에서 잠을 자는 상황은 통상 의도된 것이 아니라 우연히 된 것이므로 우연한 사고이고, 또 사고의 급격성이 절대적인 시간 개념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므로 동상이라는 상해를 입는 데 걸리는 시간이 어느 정도 소요된다는 사정만으로는 급격성을 부정할 수는 없다고 판시했습니다.2)


 3  최근에 선고된 판결 중 같은 취지의 또 다른 서울중앙지법 판결이 있습니다. 직장 동료들과 함께 술을 마신 후 다음 날 새벽 4시 30분쯤 자택 아파트 3층 비상계단 출입문 입구 바닥에 천장을 향해 누워 사망한 상태로 발견된 사안인데, 1심 법원은 부검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 등을 이유로 우발적인 외래의 사고로 인한 사망이 아니라고 판시했으나, 2심 법원은 술에 취한 상태에서 영하의 날씨에 외부에 노출된 장소에서 누워 있다가 저체온증으로 사망했다고 밝힌 다음 1심 판결을 취소하고 우발적인 외래의 사고로 인한 사망으로 인정했습니다.2019년 7월 19일

반면,  겨울철(1월 6일 오후 8시 20분) 철도역 앞에서 쓰러진 채로 발견된 피보험자가 저산소성 뇌손상으로 사지마비, 간질, 혼수 상태에 있다가 사망한 사안에서, 기저 질환이 없는 건강한 사람이 평균 기온 영하 3.2도의 기상 상황에서 저체온증이 발생할 가능성은 매우 낮고 외부의 과다한 냉기에 노출돼 상해를 입게 됐다고 보기도 어려우며, 달리 피보험자가 우연한 외래의 사고로 인해 저산소성 뇌손상이 발생했음을 인정하기에 충분한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우발적인 외래의 사고로 인한 사망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시한 2016년 판결이 있습니다.

 2  평소 우울증을 앓고 있던 피보험자가 11월 말에 어느 야산 웅덩이에서 하늘을 보고 누워있는 상태로 사망한 채 발견됐던 사안에서는, "부검감정서에 피보험자의 전신에서 관찰되는 피부까짐과 멍과 같은 손상의 모습들이 저체온사로 사망하는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변사 장소 근처를 헤매면서 발생하는 모습인 점을 고려할 때 피보험자의 사인으로 고도 명정 상태에서 심장의 병변이 함께 기여하면서 자구력을 잃어 저체온증에 빠져 사망했을 가능성이 고려된다는 내용이 기재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부검감정서에 사인이 해부학적으로 불명이라고 기재돼 있는 점, 저체온증에 빠져 사망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은 참조 사항에 불과한 것으로, 부검감정서에서도 피보험자의 전신에서 보이는 손상의 원인을 저체온사의 모습으로 단정할 수는 없다고 기재돼 있는 점에 비춰 볼 때 앞서 본 인정사실만으로는 피보험자가 급격하고도 우연한 외래의 사정에 의해 사망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습니다.

저체온증(hypothermia)

장기간에 걸쳐 예견할 수 있었던 기온 등 기후 여건의 변화에 의한 신체의 손상은 대체로 자연적 원인에 의한 자연적 결과로서 급격하고도 우연한 외래의 사고 즉 상해로 보지 않습니다. 그러나 저체온사 혹은 동상(凍傷)과 같이 환경 여건의 변화에 의한 손상은 단기간 내에 야기되는 신체 손상으로서 급격하고도 우연한 원인에 의한 자연적 결과이기 때문에 상해에 해당된다는 데 거의 이견이 없습니다. 보험소송 과정에서는 이런 법리 문제보다 동상이나 저체온증이 실제로 발생(발병)했는가 하는 사망원인(死因)의 입증 문제가 주된 쟁점으로 부각됩니다. 

사람의 정상 체온은 늘 36.5℃ 정도를 유지합니다. 저체온증(hypothermia)이란 인체의 중심 체온(심부체온)이 35℃ 이하로 떨어지는 증상을 말합니다. 저체온증은 바람이 부는 추운 환경에 장시간 노출됐을 때 주로 발생하고, 술을 마셨을 경우 알코올이 혈관을 확장해 열 손실을 증가시키고 열 생산을 감소시켜 저체온증을 유발하기도 합니다. 특히 중심 체온이 28℃ 이하로 떨어지면 중증의 저체온증 상태가 되며 반사 기능이 소실되고, 심실 세동과 같은 치명적인 부정맥이나 호흡 부전, 부종, 폐 출혈, 저혈압, 의식 상실 등이 나타나며, 이 체온이 지속될 경우 사망할 수 있습니다.

겨울 저체온증 환자의 절반 이상이 음주자라고 합니다. 겨울철 과도한 음주는 저체온증, 동상과 같은 한랭 질환을 일으켜 건강이나 생명을 위협할 수 있습니다. 음주자의 한랭 질환 주의가 각별히 요구되는 이유입니다.2019년 2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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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험전문변호사 임용수 변호사
  • 최초 등록일: 2019년 2월 26일
  • 1차 수정일: 2019년 7월 19일 (글 추가)
  • 2차 수정일: 2019년 12월 18일 (글 추가)

1) 서울고법 2019나2009581호 (2019. 6. 1. 화해권고결정).
2) 서울중앙지법 2012. 1. 20. 선고 2011나36175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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