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상해보험 가입했는데…이런 행위 중 사고 나면 보험금은 '그림의 떡'

레닌봉 등반

[ THE 수준 높고 좋은 글 = 임용수 변호사 ]

이 모 씨는 1980년 3월부터 고등학교 교사로 근무하고 있었는데 평소 산행을 좋아해 오랜 기간 산악회 동호회 활동과 교류를 지속해왔습니다. 그러다 동호인들과 등반 팀을 꾸려 키르키스스탄에 있는 레닌봉1)을 등정하기로 했고, 2017년 7월 그 준비 모임 자리에서 '여행자보험에 가입할 사람은 가입하자'는 의견에 따라 등반 팀 중 한 명(장비, 식량 담당)을 통해 삼성화재해상보험()에서 판매하는 여행자보험 상품에 가입했습니다.

그는 보험에 가입한 지 4일 뒤에 기본 등산 장비(등산복, 버너, 지팡이 등)를 휴대한 채 키르키스스탄으로 출국해 파미르 고원, 이시쿨 호수 등을 거쳐 레닌봉 인근 베이스캠프에 도착한 후, 그 다음날까지 그곳 베이스캠프에서 나머지 전문 장비(로프, 텐트, 아이젠 등)를 빌리고 휴식을 취하며 등정을 준비했습니다.

등반 팀은 이틀 뒤 해발 4,200m에 위치한 캠프1에 도착한 후 15일 간 고산 적응을 위해 고지로 올라갔다가 중간에 다시 내려오고 다시 등산하기를 반복하며 캠프2, 캠프3을 거쳐 레닌봉 등정을 최종 시도하는 일정을 진행했습니다.

이런 등반 과정 도중 이 씨는 해발 6,000m 지점에서 코, 양쪽 손·발의 조직 괴사를 동반한 동상으로 건강 상태가 악화돼 중도에 하산했는데,2) 현지 병원에서는 응급 치료만을 받고 귀국했습니다.

레닌봉과 베이스캠프2

이 씨는 귀국 후 동상을 치료하는 과정에서 손가락 6개와 발가락 5개를 절단함으로써 보험 약관에 따른 65% 지급률(장해율)의 상해를 입게 됐습니다. 이에 따라 이 씨는 상해후유장해 보험금을 받기 위해 삼성화재에 보험금을 청구했으나 삼성화재는 보험금 지급을 거부했습니다. 그는 삼성화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하지만 창원지방법원 진주지원 민사2단독 김도균 판사는 보험금 지급을 거부한 것은 정당하다며 원고패소 판결했습니다. 이 씨가 보험금을 받지 못한 데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었습니다. 그 두 가지 이유가 무엇인지 임용수 변호사(보험 전문변호사)와 함께 구체적으로 살펴 볼까요?  

 계약 전 알릴 의무와 자필서명


바로 보험 계약 전 알릴의무(상법상 고지의무)를 위반했기 때문입니다. 이 씨가 상해보험 계약 당시 전문 등반을 한다는 사실을 삼성화재에 알리지 않은 탓입니다.

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는 보험계약 청약 때 보험회사가 서면으로 질문한 현재 및 과거의 질병, 직업이나 자주 반복적으로 하고 있거나 관련 자격증을 가지고 있는 취미3)와 같은 외부 환경 등 중요한 사항에 대해 사실대로 알릴 의무가 있습니다. 이 의무를 위반하면 보험계약이 해지되거나 보험금을 받지 못하게 되는 불이익을 당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보험 가입자는 계약 당시 청약서상의 질문 사항에 대해 사실대로 알려야 하고 직접 작성 후 서명을 해야 합니다. 또 청약서에 아무런 기재를 하지 않고 보험설계사에게 구두로 계약 전 알릴의무 사항을 알렸다고 하더라도 보험 가입자가 계약 전 알릴 의무를 지킨 것이 아니므로 고지의무 위반에 해당합니다.


질문표

이처럼 계약 전 알릴 의무를 지키지 않았을 경우 보험계약 자체가 해지되거나 보장이 제한되는 등으로 불이익을 당할 수 있으므로 유의가 필요합니다.

김 판사는 「이 씨의 지인이 사고 이후 삼성화재에게 제출한 문답서에서 '보험계약 당시 여행(관광, 워킹)을 간다고 했을 뿐이고 산을 탄다는 말을 따로 하지 않았다'고 기재했던 사실, 이에 더해 만약 보험계약 당시 삼성화재가 등반 팀의 등반 목적, 위험성 등을 알았다면 보험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면, 이 씨가 보험계약 당시 삼성화재에게 이에 관해 고지를 하지 않은 것은 고지의무 위반에 해당한다」며 「삼성화재는 이 씨의 고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보험계약을 해지했으므로 이 씨에게 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판시했습니다.

보상하지 않는 손해(면책 대상)


손해보험회사들의 보험 약관에는 『회사는 다른 약정이 없으면, 피보험자가 직업, 직무 또는 동호회 활동 목적으로 전문등반, 글라이더 조종, 스카이다이빙, 스쿠버다이빙, 행글라이딩, 수상보트, 패러글라이딩 등의 행위로 인해 상해 관련 보험금 지급 사유가 발생한 때는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습니다』라는 행위 면책 규정을 두고 있으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전문등반

여기서 '전문등반'이란 『전문적인 등산 용구를 사용해 암벽 또는 빙벽을 오르내리거나 특수한 기술, 경험, 사전 훈련을 필요로 하는 등반』을 말합니다.

김 판사는 「이 씨의 등반 팀이 레닌봉 등반 당시 전문 산악인의 등산 장비(로프, 아이젠, 고글, 방한복 등)를 사용했고 평소 훈련을 통해 고산 등반 기술을 충분히 습득한 상태였던 점과 레닌봉 등정이 고난도의 위험을 수반하는 점 등을 종합하면, 이 씨의 등반팀 등반은 '전문등반'에 해당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이 씨의 등반이 전문 등반이라는 면책사유에도 해당하므로 이 씨의 보험금 청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판시했습니다.

임용수 변호사의 케이스메모


중요한 사항이란 보험회사가 그 사실을 알았더라면 보험계약의 청약을 거절하거나 보험 가입 금액 한도 제한, 일부 보장 제외, 보험금 삭감, 보험료 할증과 같이 조건부로 인수하는 등 보험계약 인수에 영향을 미치는 사항을 말합니다.

보험 가입자는 보험 청약서에서 질문하는 중요한 사항에 대해 사실대로 답변해야 하고, 보험설계사 등의 모집 종사자는 보험 청약서상 보험 가입자 서명 란에 보험 가입자의 자필 서명을 받아야 함이 원칙입니다. 보험 청약서에 보험 가입자의 자필 서명이 없다면, 보험회사의 입장에서는 보험설계사 등이 보험 가입자에게 고지할 기회를 주지 않았거나 또는 사실대로 고지하는 것을 방해했다는 등의 의심을 받을 수 있으므로 보험 약관상의 중요한 사항을 설명했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데 어려움이 따를 수 있습니다.


빙벽 등반

이번 사안의 경우 보험설계사와 보험 가입자인 이 씨(원고)가 서로 직접 만나서 면책 약관 등 약관상 중요한 사항에 관한 설명을 주고받은 적이 없었습니다. 이 씨(원고)는 지인[등반 팀 일행 중 한 명]을 통해 삼성화재의 보험설계사를 소개 받았습니다. 계약 당시 그 지인은 삼성화재의 보험설계사에게 전화로 '지인 2명과 키르키스스탄으로 해외여행을 가게 됐으니, 여행자보험 상품을 소개해 달라'고 문의한 후 보험설계사의 요구에 따라 일행 중 여행자보험에 가입하기로 한 이 씨 등 3명의 인적 사항을 문자메시지로 보내줬습니다. 삼성화재의 보험설계사는 그 문자메시지 내용에 따라 보험 청약서를 대필하고, 약관 내용을 전화로 알려줬습니다.

이런 점 때문에 이 씨 측은 보험계약 당시 삼성화재의 보험설계사가 면책 약관 등에 관해 충분히 설명하지 않았다고 재항변을 했습니다.

레닌봉과 베이스캠프3

그러나 김 판사는 이 씨가 사고 이후 삼성화재의 질문서에 '보험계약 당시 약관 내용에 관한 설명을 들었다'는 취지로 기재한 사실, 이 씨의 지인(이 씨의 대리인)도 같은 시기에 작성된 문답서에서 '등반(전문) 등 위험한 활동 중에 발생한 사고는 보상되지 않는다는 설명을 들었다'고 기재한 사실 등에 비춰 볼 때, 약관 등을 충분히 설명하지 않았다는 이 씨의 주장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판시했습니다.


보험 가입자는 보험회사 측에 비해 보험 지식이 적기 때문에 질문서나 문답서 등에 답변할 때 그의 진술이나 기재 사항이 자신에게 아주 불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을 것이란 점을 알지 못한 채 질문서 등에 순순히 답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보험회사 담당자가 제시한 질문서나 문답서에 꼭 답변을 해야만 보험금을 지급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므로(질문서 등에 대한 답변이 보험금 지급 요건은 아니므로), 보험금을 청구했거나 청구하고자 하는 분들은 보험회사 담당자의 이야기만 듣고 너무 성급하게 서면상 답변을 하지 않도록 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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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수준 높고 좋은 글
🔘 보험 전문변호사 = 임용수 변호사

  • 최초 등록일: 2019년 7월 29일

1) 타지크스탄과 키르기스스탄의 국경을 따라 뻗은 파미르 산계 트란살라이 산맥의 최고봉으로서 해발 7,134m인데, 그 등반을 위해서는 해발 4,200m 지점에 위치한 베이스캠프에서부터 캠프1, 캠프2, 캠프3 순으로 올라가는 캠프를 따라 고산에 적용하며 올라가야 하고, 도중에 빙하, 크래바스, 강풍, 혹한 등의 위험을 극복해야 합니다.
2) 나머지 대원 중 4명은 정상 등정에 성공했습니다.
3) 여기서 '취미'에는 스쿠버다이빙, 행글라이딩, 패러글라이딩, 스카이다이빙, 수상스키, 자동차 경주, 오토바이 경주, 번지점프, 빙벽등반, 암벽등반, 제트스키, 래프팅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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