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직업 변경 알았던 보험사, 1개월의 해지기간 지난 계약 해지 및 보험금 삭감 통보는 무효

작업 중인 용접사

글 : 임용수 변호사


보험 가입자가 계약 체결 후 직업이 변경된 사실을 알리지 않았더라도 보험회사가 피보험자의 직업 변경 사실을 안 날로부터 1개월을 도과해 계약 해지 및 보험금 삭감 통보를 했다면 보험회사의 계약 해지 및 보험금 삭감 통보는 무효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습니다.

임용수 변호사(보험 전문변호사)가 판결 내용을 국내 최초로 [단독] 보도하고, 여러분의 이해를 돕기 위해 진진한 해설과 법률 조언을 덧붙여 드립니다[ 본 포스팅은 임용수 변호사가 2018년 6월 4일에 등록한 글에 더해 변호사의 의견과 해설을 확충하고 최근 선고된 판결도 함께 소개해 드리고자 올리는 포스팅임을 알려 드립니다.]

보험소송 의뢰 및 보험법 자문 의뢰와 관련해 문의사항이 있으면 '위치와 연락'에 열거된 보험 관련 서류 등 일체의 자료를 꼭 지참하고 방문 상담해 주세요. 성심성의껏 도와 드리겠습니다.

창원지법 민사2부(재판장 김형한 부장판사)는 이 모 씨의 유족들이 현대해상화재보험()를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 소송의 항소심에서 현대해상의 항소를 기각하고 "삭감한 보험금 3630여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전부승소 판결했던 1심 판단을 그대로 유지했습니다.


이 씨의 아내 엄 모 씨는 2009년 1월 현대해상에 남편 이 씨를 피보험자로 하는 상해보험에 가입했습니다. 엄 씨는 남편 이 씨의 상해 사망 시 보험금을 6000만 원으로  정했고, 보험 청약서에는 이 씨의 직업을 '기타 상점 관리 및 경영자(작업 미참여)', 직업 급수를 1급이라고 기재했습니다.

이 씨는 2014년 2월부터 한 회사에서 기계장치 설치 및 정비원으로 근무하게 됐는데, 2015년 5월 창원시 진해구 웅천동에 있는 선박 건조 작업장에서 작업을 하던 중 용접기에서 불빛이 발생해 작업복에 불이 옮겨붙는 바람에 전신 화상을 입었습니다. 한 달 뒤 이 씨는 화염 화상에 따른 다발성 장기 부전으로 사망했습니다.

작업복에 불이 옮겨 붙어 전신 화상

2015년 8월 이 씨의 아내 엄 씨 등 유족들은 보험사고에 따른 보험금 지급을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현대해상은 2015년 9월 이 씨의 직업이 3급인 배관공으로 변경됐음에도 이를 통지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보험계약을 해지함과 아울러 보험금 6000만 원에서 삭감된 2360여만 원만을 지급했습니다. 이에 강력 반발한 유족들은 보험금 삭감을 수용할 수 없다며 법원에 소송을 냈습니다.

재판 과정에서 유족들은 '현대해상이 2015년 7월 19일경 엄 씨로부터 상해입원의료비 청구를 받았을 때, 또는 현대해상이 2015년 7월 22일경 내부적으로 장기보험 직업 급수 변경 동의서를 작성했을 때 피보험자인 이 씨의 직업 변경 사실을 알았음에도 불구하고 그로부터 1개월이 지난 이후에 뒤늦게 해지 통보를 했으므로 보험금을 삭감할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대해 현대해상은 '통지의무를 위반한 사실을 안 때부터 1개월 이내인 2015년 7월 22경 엄씨에게 장기보험 직업급수 변경 동의서를 통해 보험금 삭감에 관한 약관 규정을 통지했으므로 이에 따라 삭감된 보험금을 지급할 수 있다'고 다퉜습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엄 씨는 2015년 7월 19일 현대해상에게 상해 입원 의료비 등을 청구하면서 근로복지공단에서 작성한 보험 급여 지급 확인원을 제출했고 거기에 이 씨의 인적사항, 소속 사업장의 개요, 상병명과 상세한 재해 경위가 기재돼 있는 사실, 이에 현대해상 담당자는 2015년 7월 22일 피보험자인 이 씨의 직업이 상해급수 1급에 해당하는 자영업(작업미참여)에서 상해급수 3급에 해당하는 단순노무자로 변경된 사실을 인지하고 장기보험 직업급수 변경 동의서를 작성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며 「그런 인정 사실에 따르면, 현대해상은 엄 씨로부터 상해 입원 의료비 등을 청구받고 직업급수 변경 동의서를 작성한 2015년 7월 22일경에는 보험계약자인 엄 씨 또는 피보험자인 이 씨가 직업 변경에 관해 통지의무를 해태한 사실을 알았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습니다.

재판부는 한편 「현대해상이 2015년 7월 22일 보험금 삭감 관련 약관 조항(계약 후 알릴 의무)이 기재된 장기보험 직업급수 변경 동의서를 작성한 사실은 있으나, 현대해상이 2015년 7월 22일로부터 1개월 이내에 직업급수 변경 동의서를 유족들에게 교부했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밝혔습니다.


또 「현대해상이 2015년 9월 24일 유족들에게 직업 변경에 관한 통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보험계약을 해지하고 삭감된 보험금을 지급한다는 내용을 통지한 사실은 있으나, 이는 현대해상이 엄씨 또는 이씨가 직업 변경에 관한 통지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사실을 알게 된 날로부터 1개월이 지난 후에 한 것으로서 그 효력이 없다」고 판시했습니다.

🔘 임용수 변호사의 케이스메모
        - 해설과 법률 조언 -


피보험자의 직업이나 직종에 따라 보험금 가입 한도에 차등이 있는 인보험계약에서 피보험자가 직업이나 직종을 변경하는 경우 그 사실을 통지하도록 하면서 그 통지의무를 게을리하면 직업 또는 직종이 변경되기 전에 적용한 보험요율의 직업 또는 직종이 변경된 후에 적용해야 할 보험요율에 대한 비율에 따라 보험금을 삭감해 지급하는 것은 실질적으로 약정된 보험금 중에서 삭감한 부분에 관해 보험계약을 해지하는 것입니다.1)

다시 말해서 통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한 보험회사의 보험금 삭감 통보는 실질적으로 보험계약의 일부를 해지하는 통보입니다. 따라서 보험회사가 상법이나 약관에서 정한 해지권 행사 기간 안에 해지 및 보험금 삭감 통보를 하지 않았다면, 보험금을 삭감할 수 없습니다.

유의해야 할 점이 있습니다. 보험금 삭감을 위한 해지권 행사 기간의 기산점은 보험회사가 보험계약 체결 후 사고발생 위험의 현저한 증가가 있다는 사실을 안 날이 아니라 보험 가입자의 통지의무 위반 사실을 알게 된 날이라는 사실입니다.


이런 유형의 사례에서 법원이 보험 가입자의 손을 들어주는 경우는 별로 없습니다. 간혹 1심에서 보험계약 해지권의 제척기간 도과로 계약 해지가 부적법하다며 그 효력이 없다고 판시 했어도 2심에서 결론이 뒤바뀌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아래에서는 가입자 측이 최종 승소한 흔치 않은 사례들을 몇 건 소개하고, 추후에도 유사 판결이 선고되면 계속 업데이트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보험 가입자가 계약 체결 당시 직업이 '기타 서비스 부서 관리자'였으나 보험계약 체결 후 '영업용 화물차 운전자'로 변경됐음에도 이를 보험회사에 통지하지 않았던 사안인데, 담당 판사는 보험회사가 보험 가입자의 직업 변경 통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보험계약을 해지하기 위해서는 보험 가입자가 통지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사실을 알게 된 날로부터 1개월 내에 해지권을 행사해야 하므로, 보험 가입자의 통지의무 위반 사실을 알게 된 날로부터 2개월을 지나서 해지권을 행사했다면, 보험회사의 해지권 행사는 제척기간을 도과해 부적법하다고 판시했습니다.2)2018년 6월 4일 


또한 연마공으로 근무하며 회사 직원 숙소에서 잠을 자던 중 그 숙소에서 발생한 원인 미상의 화재로 사망한 직원의 유족 측 보험금 청구에 대해 보험회사가 직업 급수 1급의 사무직(총무 사무원)이었다가 계약 체결 후 직업 급수 3급의 '연마공'으로 직업을 변경했는데도 이를 알리지 않았다며 계약후 알릴의무 위반을 이유로 보험계약 해지 및 보험금 삭감(일부 해지) 통보를 했던 사안에서도, 보험사고(화재)와 변경된 직업 간에 인과관계가 존재하지 않고 또 계약 후 알릴 의무 위반을 알게 된 날부터 1개월이 지난 후에 보험회사의 해지 및 보험금 삭감 통보가 있었다며 보험계약 해지의 효력이 없다고 판시한 사례가 있습니다.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계속 업데이트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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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험 전문변호사 = 임용수 변호사

  • 최초 등록일 : 2018년 6월 4일
  • 1차 수정일 : 2019년 7월 26일(재등록, 글 추가)

1) 대법원 2003. 6. 10. 선고 2002다63312 판결 등 참조.
2) 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 2015. 11. 25. 선고 2014가단103813 (본소), 2014가단104076 (반소)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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