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상해 원인이 폭행 또는 범죄행위라는 이유로 보험금 지급 거절 부당" 판결

상호쟁투 과정에서의 폭행행위

[ THE 수준 높고 좋은 글 : 임용수 변호사 ]

보험사고의 원인이 폭력 행위 또는 범죄 행위라는 이유로 무조건 상해후유장해 보험금을 주지 않는 것은 부당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습니다.

임용수 변호사(보험 전문변호사)가 국내 최초로 판결을 [단독] 소개하고, 변호사의 의견을 담은 해설과 법률 조언을 덧붙여 드립니다. 보험소송 의뢰를 원하는 분들이나 1:1 똑똑! 보험 법률상담을 원하는 분들은 관련 보험 서류 등 모든 자료를 꼭 지참하고 방문 상담에 임해 주세요.

광주지방법원 목포지원 민사5단독 권노을 판사는 디비손해보험이 "보험금 지급 채무가 없다"며 김 모 씨를 상대로 낸 채무 부존재 확인 청구 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했습니다. 디비손해보험의 청구를 받아들일 수 없으므로 디비손해보험은 김 씨에게 보험금 1억 1490여만 원을 지급하라는 취지의 판결입니다.


좌안 실명의 후유장해 발생

권 판사는 판결문에서 「상해보험상 보험사고인 '급격하고도 우연한 외래의 사고'라는 규정은 약관 해석의 원칙상 보험 가입자에게 불리하게 해석해서는 안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보험금 면책사유에 '고의'로 피보험자를 해친 경우만을 규정하고 있다」며 「보험 가입자에게 사고의 원인이 되는 사실이 발생한 데 상당한 책임이 있다고 하더라도, 적극적으로 상해의 결과를 의도한 것과 동일시할 수 있을 정도가 아니라면 보험회사의 보험금 지급 의무가 쉽게 부정돼서는 안된다」고 덧붙였습니다.

권 판사는 또 「보험사고의 원인이 범죄 행위라는 이유로 사고의 급격성이나 우연성이 당연히 부정된다고 볼 수 없고, 타인의 폭행이나 상해와 같은 범죄 행위는 상해보험의 대표적인 보험사고에 해당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디비손해보험은 김 씨가 먼저 다른 일행 중 한 명에게 폭행을 가해 보험사고의 발생을 유발했으므로 그 자체로 보험사고의 급격성이나 우연성이 부정된다고 주장하나, 보험사고 발생의 원인이 된 사실(김 씨에 대한 상대방의 가해 행위)에 관해 김 씨의 책임이 상당하다고 하더라도 김 씨가 상대방의 가해 행위를 적극적으로 유도했다거나 그와 동일시할 수 있을 정도에 이른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디비손해보험의 청구를 기각하는 원고패소 판결

앞서 김 씨는 지난 2017년 2월 라이브 카페 무대 위에서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추고 있던 중 다른 일행과 시비가 붙어 먼저 무대 근처에 있던 통기타의 몸통 부분으로 피해자의 머리를 내리쳤고 피해자 측의 일행인 상대방이 이들을 말리다가 김 씨의 왼쪽 눈 부위를 때렸습니다.

그 결과 김 씨는 왼쪽 눈의 시력이 상실되는 등 중상을 입었습니다. 관련 형사판결에서 인정된 범죄 사실에는 "다른 일행 중 한 명이 김 씨를 말리던 중 김 씨로부터 주먹으로 수회 맞자 김 씨의 눈 등을 여러 차례 때렸다"고 기재돼 있었지만, 정작 형사 재판에서는 김 씨의 폭행의 점에 관해 상대방의 처벌 불원을 이유로 공소 기각됐습니다.

그 후 김 씨는 디비손해보험에게 보험계약상 '한눈이 멀었을 때'에 해당하는 후유장해를 입었고 그 지급률은 50%라며 후유장해 보험금을 지급해줄 것을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디비손해보험은 "김 씨가 먼저 폭력을 행사해 보험사고를 유발한 결과 제3자의 범죄 행위로 인해 발생한 것이므로 '급격하고도 우연한' 사고로 인해 발생한 것이 아니다"라며 보험금 지급을 거절한 뒤 김 씨를 상대로 법원에 소송을 냈습니다.


🔘 임용수 변호사의 케이스메모
        - 해설과 법률 조언 -

이번 사건과 같이 서로 시비가 붙어 싸우는 것을 상호 쟁투(相互 爭鬪)라고 부르는데, 상호 쟁투 과정에서 서로가 폭력을 행사한 경우 각자의 가해 행위는 방어 행위인 동시에 공격 행위의 성격을 갖습니다.

보험회사 약관에 "회사는 그 원인의 직접·간접을 묻지 않고 피보험자의 범죄 행위 또는 폭력 행위(단, 형법상 정당방위, 긴급피난 및 정당행위로 인정되는 경우는 보상해 드림)로 생긴 손해는 보상하지 않는다"는 규정이 있는 경우, 상호 쟁투의 과정에서 보험사고가 발생했다면 보험회사는 보험금 지급 책임을 면한다는 주장을 제기할 가능성이 큽니다. 예컨대, 피보험자의 사망이 피보험자 자신의 폭력 행위가 원인이 돼 발생한 것이고 그런 폭력 행위가 정당방위에 해당한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면 보험사의 면책 처리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다만 폭력 행위에 대한 면책 조항의 적용은 모든 경우의 폭력 행위를 면책할 수 있다고 해석해서는 안 되고, 피보험자 자신이 고의로 상해의 결과를 발생시키기 위해 폭력 행위를 적극적으로 유발했거나 혹은 상해의 결과를 인식하면서도 이를 용인하고 감행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상해일 경우로 제한 해석해야 한다고 풀이됩니다.

판례 중에도 사소한 문제로 서로 시비를 하다가 우발적으로 서로 주먹으로 때리는 등 폭력을 행사하게 됐고, 피보험자가 상대방의 사과를 받아들이지 않아 다시 말다툼을 하고 장소를 옮긴 후 주먹으로 상대방을 때리자 상대방이 차에서 꺼낸 칼로 피보험자의 가슴을 찔러 사망하게 한 사건에서, 담당 재판부는 앞서 본 제한 해석의 법리를 기초로 보험회사의 보험금 지급 책임을 인정했습니다.

또한 피보험자가 주점에서 친구와 일을 하는 방식에 대한 문제로 말다툼을 하다 친구가 소주병으로 피보험자의 앞이마 부위를 강하게 1회 내리치고 주먹으로 피보험자의 몸을 여러 번 때려 피보험자에게 외상성 뇌좌상 및 뇌출혈상을 가하는 사고를 일으켰고, 그 사고로 인해 피보험자가 의식 불명에 빠져 뇌간마비 등으로 사망한 사건에서도, 담당 재판부는  피보험자가 말다툼을 벌이던 친구에게 "때릴려면 때려봐라"라고 말한 것은 술김에 객기에 가까운 감정적 언사를 한 것으로 보일 뿐 친구로 하여금 자신에게 치명상을 가져올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소주병으로 머리를 때리라는 의사였다고 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그와 같은 가해를 통상적으로 예견할 수 있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봤습니다. 그러면서 피보험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해당 사고에 대해 피보험자가 예측할 수 없는 원인에 의해 발생한 것으로서 보험계약에서 정한 보험사고인 '상해'에 해당한다고 판시했습니다.2019년 11월 18일1)

반면 피보험자가 스스로 상대방에게 시비를 걸어 상대방의 폭행 행위를 자초함으로써 상해를 입을 기회를 스스로 마련했다면, 상대방의 공격으로 피보험자 자신이 상해를 입으리라는 것을 당연히 예측할 수 있었으므로(보험사고의 우연성과 급격성 결여) 보험사고의 범주에 포함되지 않고, 가사 우연하고도 급격한 외래의 사고에 해당한다고 할지라도 보험사고가 피보험자의 폭행 행위에 기인해 생긴 손해로서 그런 행위가 형법상 정당방위, 긴급피난 및 정당행위로 인정된다고 볼 수도 없으므로 약관상 보상하지 않는 손해에 해당한다고 판시한 사례가 있습니다.

이번 판결에서 문제가 된 디비손해보험의 약관에는 면책사유(보상하지 않는 손해)에 '피보험자의 고의'는 열거돼 있지만 피보험자의 범죄 행위 또는 폭력 행위는 규정돼 있지 않은 경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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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험 전문변호사 = 임용수 변호사
  • 최초 등록일: 2019년 7월 7일
  • 1차 수정일: 2019년 11월 18일(판결 추가)

1) 서울고등법원 2019. 9. 19. 선고 2019나2010024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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