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과 상속



Ⅰ. 보험수익자로 상속인을 지정한 경우

1. 서설

생명보험이나 상해보험에서는 보험수익자의 지정과 관련하여 상속 문제가 주된 쟁점으로 부각된다. 보험수익자는 상속인 중 특정인으로 지정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추상적으로 상속인(법정 상속인)1)이라고만 기재하여 지정될 수도 있다.

상속인의 추상적 지정은 보험사고 발생 당시(피보험자 사망 당시) 보험수익자를 특정할 수 있는 이상 보험수익자의 지정으로서 유효하다. 상속인은 피보험자 사망 당시, 즉 보험금 청구권이 발생한 때 상속인이면 되고, 반드시 피보험자의 사망 후에도 현실적으로 상속인의 자격을 유지할 필요는 없다. 따라서 피보험자의 사망 후 상속인이 상속을 포기하여 상속인의 자격을 상실했더라도 보험사고 발생 당시의 상속인에 해당하면 보험수익자로서 사망보험금을 수령할 권리가 있다.

이처럼 특정인으로 지정된 경우뿐만 아니라 추상적으로 상속인이라고만 기재된 경우에도 피보험자가 사망하거나 상해의 결과로 사망하는 보험사고가 발생한 경우 보험수익자인 상속인의 보험금청구권은 보험계약의 효력으로 당연히 생기는 것으로 상속재산이 아니라 상속인의 고유재산으로 보아야 한다는 데 이론이 거의 없으며, 판례도 같은 입장이다.2) 따라서 사망보험금 수익자로 정해진 상속인이 생명보험이나 상해보험에 기한 보험금을 수령하여 처분한 것은 상속인의 고유재산을 처분한 것에 불과하므로 이를 민법 제1026조의 법정단순승인 사유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3)

그 밖에 각종 연금법에 의하여 가입 대상자의 사망으로 인하여 그 유족에게 지급되는 연금(유족연금)이나 건강보험에서 지급되는 장제비·산재보상금·조의금 등도 대개는 상속인의 소유이므로 상속재산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해석된다. 그러나 해약환급금이나 보험료적립금은 보험계약자에게 귀속될 성질의 것이고, 또 피보험자가 생존 시에 지급받지 않고 있던 상해보험금 등(진단비·입원비·수술비·통원치료비 등과 보험계약자와 피보험자가 동일인일 경우에 보험계약자로서 수령했어야 할 배당금, 중도보험금 등)은 당연히 상속재산에 속하는 것이므로, 이를 상속인의 고유재산으로 볼 수는 없다.

보험청약서나 보험증권상 보험수익자가 상속인이라고 기재되어 있는 경우, 그 상속인은 보험계약 체결 당시의 상속인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보험사고 발생 당시의 상속인으로 해석된다(통설).4) 이는 보험수익자를 배우자 또는 자녀로 지정해놓은 경우도 마찬가지로 보험사고 발생 당시의 배우자 또는 자녀가 보험수익자로 된다.5) 예컨대 보험계약 체결 시의 피보험자의 처는 갑()이었으나, 그 후 보험계약자 겸 피보험자가 갑()과 이혼하고 을()과 재혼하고 나서 보험사고가 발생한 경우, 보험수익자는 을()이 된다.


2. 상속포기

상속인이 재산상속을 포기한 경우에도 보험수익자로서 사망보험금을 받을 수 있는지 여부가 문제된다. 보험수익자로서의 상속인이란 민법상의 상속인과는 개념, 기능 등이 다르고, 단지 피보험자가 사망할 때 보험수익자를 지정하는 표준에 불과하다. 더구나 사망보험금은 보험계약의 효과로서 생긴 보험수익자의 고유재산이므로 상속포기는 재산상속에만 영향을 미칠 뿐, 이미 확정된 보험수익자의 권리에는 영향이 없다고 보는 견해가 일반적이다.6)


3. 상속결격

사망보험에서 보험계약자가 처음부터 피보험자를 살해하여 보험금을 편취할 목적으로 보험계약을 체결한 경우라면, 그 보험계약은 사회질서에 위배되는 행위로서 보험계약 자체가 무효로 되므로 공동 보험수익자 전부가 보험금을 청구할 수 없음은 당연하다.7) 

또한 보험수익자가 고의로 피보험자를 해친 경우에도 보험자는 보험금지급책임을 지지 않는다. 다만 피보험자를 해친 보험수익자가 보험금의 일부 보험수익자인 경우 보험자는 고의로 보험사고를 일으키지 않은 다른 보험수익자에 대해서도 보험금을 지급할 책임을 면하는지에 관해서는 검토가 필요하다. 이는 보험수익자가 '상속인'으로 추상적으로만 지정된 경우에 흔히 문제된다. 예를 들어 공동상속인 중 1명이 고의로 피보험자를 살해한 경우 피보험자를 살해한 상속인은 상속 결격자에 해당하고, 상속 결격에는 소급효가 있으므로 결격 사유에 해당하는 자는 처음부터 상속인이 아니었던 것이 된다. 그 결과 상속결격자를 제외한 나머지 공동상속인들이 보험사고 발생 당시의 상속인으로 각자의 상속분의 비율에 따라 보험금 전액을 취득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 그러나 인보험약관에는 보험수익자가 고의로 피보험자를 해친 때는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지만, 그 보험수익자가 보험금의 일부 보험수익자인 경우에는 다른 보험수익자에 대한 보험금은 지급한다8)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보험 법리상으로도 피보험자를 해친 보험수익자가 취득했을 보험금액만큼은 다른 공동보험수익자도 취득하지 못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즉 다른 공동 보험수익자는 피보험자를 해친 보험수익자가 취득했을 보험금만큼을 제외한 나머지 보험금만을 각자의 상속분의 비율에 따라 받을 수 있다. 판례도 처가 보험수익자를 상속인으로 지정하고 보험계약을 체결하였는데 그 후 남편이 처를 과도로 찔러 사망에 이르게 한 사안에서, 공동상속인들(부부의 자녀들)이 보험금 중 남편의 상속지분에 해당하는 부분의 지급을 구하자 보험자에게 보험금지급책임이 없다고 판시하여, 같은 입장을 밝히고 있다.9)

상속결격사유와 보험자의 면책사유는 명백히 구별되어야 한다. 상속결격사유로는 보험수익자가 고의로 피보험자를 해친 경우에만 한정되지 않는데 반해, 생명보험에서는 보험사고가 보험계약자, 피보험자, 보험수익자의 고의로 일어난 경우에만 보험자가 면책된다. 따라서 보험수익자가 고의로 피보험자를 해친 경우 이외의 상속결격사유가 생긴 경우는 그 상속 결격자라도 보험금청구권을 취득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4. 대습상속

상속인이 될 직계비속이나 형제자매가 사망한 후에 피상속인이 자신을 피보험자로 하여 보험계약을 체결하면서 보험수익자를 '상속인'이라고만 기재했는데, 그 후 피보험자가 보험사고로 사망한 경우 대습상속인도 보험수익자가 되는지 여부가 문제된다. 이 점은 피상속인이 자신을 피보험자로 정하여 보험계약을 체결한 후, 그의 사망 전에 상속인이 될 직계비속이나 형제자매가 사망한 경우나 동시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10)

이 경우 대습상속이 인정된다고 보아야 한다. 예컨대 동순위의 공동 상속인이 될 직계비속으로 장남 A와 차남 B가 있고 장남 A에게는 처 C와 아들 D가 있었는데, A가 사망한 후에 피상속인(A와 B의 아버지)이 자신을 피보험자로 하여 5억 원의 교통재해 사망보험금을 받을 수 있는 보험계약을 체결했고 그 후 불의의 교통사고로 피상속인이 사망한 경우, 상속순위에 있어서는 물론 차남 B가 C나 D보다 우선한다. 하지만 이와 같이 직계비속인 장남 A가 피상속인보다 먼저 사망한 경우에는 장남 A의 처 C와 아들 D에게 대습상속이 인정된다. 따라서 교통재해 사망보험금 5억 원 중에서 차남 B는 2억 5천만 원을 수령하게 되고, 장남 A의 상속분인 2억 5천만 원에 대해서는 처 C와 아들 D가 각각 자기의 상속분의 비율에 따라 1억 5천만 원과 1억 원을 수령하게 된다.


5. 채권자취소권

보험계약자가 보험 가입 후 무자력에 빠진 상태에서 보험수익자를 특정인으로 지정·변경한 경우 채권자는 채권자 취소권을 행사할 수 있다.

그러나 보험계약자가 무자력 상태에 빠진 후 보험수익자를 '상속인'이라고만 추상적으로 지정·변경한 경우에도 채권자 취소권을 행사할 수 있는지는 의문시된다. 이때의 상속인은 보험계약 체결 당시나 보험수익자 지정 당시의 상속인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보험사고 발생 당시의 상속인이다. 따라서 보험수익자를 단지 상속인으로 지정·변경한 경우처럼 보험수익자를 불특정의 타인으로 지정한 때는 보험사고가 발생하기 전까지는 아직 당사자(상속인)가 특정되지 않은 것이기 때문에 채권자취소소송을 제기할 수 없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Ⅱ. 보험수익자로 보험계약자 겸 피보험자를 지정한 경우

보험계약자가 그 자신을 피보험자 겸 보험수익자로 지정해놓는 경우도 많다. 이러한 보험계약에서 피보험자 겸 보험수익자가 사망한 경우 그 보험금은 상속재산이 된다는 것이 통설이며, 판례도 같은 입장이다.11) 

또한 생명보험에 있어서 보험계약자가 피보험자 중의 1명인 자신을 보험수익자로 지정한 경우라도 그 지정은 유효하고 그 결과 보험수익자의 사망으로 상속인이 보험수익자로 되며 그 보험금은 상속재산이 된다. 따라서 상속인이 보험금을 수령하여 소비하는 것은 상속재산의 처분행위에 해당하므로,12) 민법 제1026조에 의하여 단순승인을 한 것으로 보기 때문에 상속인의 한정승인이나 상속포기는 그 효력을 가질 수 없다.


Ⅲ. 보험수익자가 여러 명인 경우 보험금 청구권의 귀속 비율

보험수익자를 상속인으로 추상적으로만 지정했는데 피보험자의 사망 당시 상속인이 여러 명이라면, 공동상속인들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각자의 상속분의 비율에 따라 보험금청구권을 취득한다.13) 

반면에 처음부터 보험수익자를 특정하여 여러 명을 지정한 경우에 있어서는 보험계약자의 의사에 따라 보험금 취득 비율이 결정된다고 할 것이나, 만약 보험계약자가 보험금 취득 비율을 미리 정해놓지 않은 경우에는 각자 균등한 비율에 따라 보험금청구권을 취득한다고 보아야 한다(민법 제408조). 


보험법 저자🔹임용수 변호사


1) 피보험자의 사망 시 보험수익자를 법정 상속인으로 지정한 보험계약은 보험수익자가 성명 등을 통하여 특정인으로 지정되지 않고 지위나 자격 등을 통하여 추상적 또는 유동적으로 지정된 경우에 해당하므로 '불특정의 타인을 위한 보험'의 성질을 가진다.
2) 대법원 2001. 12. 24. 선고 2001다65755 판결; 대법원 2001. 12. 28. 선고 2000다31502 판결.
대법원 2004. 7. 9. 선고 2003다29463 판결은 「보험수익자의 지정에 관한 상법 제733조는 상법 제739조에 의하여 상해보험에도 준용되므로, 결국 상해의 결과로 사망한 때 사망보험금이 지급되는 상해보험에 있어서 보험수익자가 지정되어 있지 않아 위 법률 규정에 의하여 피보험자의 상속인이 보험수익자가 되는 경우에도 보험수익자인 상속인의 보험금 청구권은 상속재산이 아니라 상속인의 고유재산으로 보아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다.
3) 동지: 수원지방법원 2003. 6. 5. 선고 2002나17248 판결.
4) 서울고등법원 2000. 5. 24. 선고 2000나777 판결은 「추상적으로 상속인이라고만 지정하였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수익자로 당시 예상되는 추정상속인을 지정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으므로 피보험자의 사망시, 즉 보험금 청구권 발생 당시의 제1순위의 법정 상속인들인 배우자와 직계비속들이 생존하고 있을 때는 그들에게 보험금 청구권을 귀속시킬 것을 예정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고, 나중에 그들 중 일부가 상속 결격자가 되거나 또는 상속을 포기한 경우 다른 공동 상속인이나 제2순위 법정 상속인이 보험금 청구권을 취득하는 것까지 예정하고 있는 것은 아니라 할 것이며, 또한 상법 제659조 제1항 및 약관의 규정상 수익자라고 함은 일반적으로 보험 급부의 예정 대상자로 지정된 자를 가리키는 것일 뿐, 반드시 보험사고 발생 후의 현실의 수익자에 한하지 않는다 할 것이므로 보험사고의 발생 단계에서 수익자의 지위에 있으면 족하고, 그 자가 반드시 피보험자의 사망 후에 현실적으로 수익자일 필요는 없다」고 판시하고 있다.
5) 동지: 서울중앙지방법원 1979. 9. 11. 선고 79가합338 판결.
6) 이에 대하여 사망보험금도 상속재산에 속한다는 견해도 있다.
7) 동지: 대법원 2000. 2. 11. 선고 99다49064 판결.
8) 생명보험표준약관 참조.
9) 동지: 서울고등법원 2000. 5. 24. 선고 2000나777판결, 대법원 2001. 12. 28. 선고 2000다31502 판결.
10) 대법원 2001. 3. 9. 선고 99다13157 판결.
11) 동지: 대법원 2000. 10. 6. 선고 2000다38848 판결.
12) 동지: 대법원 2002. 2. 8. 선고 2000다64502 판결.
13) 대법원 2017. 12. 22. 선고 2015다236820(본소), 2015다236837(반소) 판결. 이 판결은 「상해의 결과로 피보험자가 사망한 때 사망보험금이 지급되는 상해보험에서 보험계약자가 보험수익자를 단지 피보험자의 '법정 상속인'이라고만 지정한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와 같은 지정에는 장차 상속인이 취득할 보험금청구권의 비율을 상속분에 의하도록 하는 취지가 포함되어 있다고 해석함이 타당하고, 따라서 보험수익자인 상속인이 여러 명인 경우, 각 상속인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자신의 상속분에 상응하는 범위 내에서만 보험자에 대하여 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다」고 판시하고 있다. 보험계약자 겸 피보험자가 보험수익자를 '법정상속인'으로 지정하는 보험계약을 체결한 후 일반상해로 사망했는데, 사망 당시 상속인이 여러 명 있었으므로 상속인 중 1인에 불과한 피고(반소원고)는 그의 상속분에 상응하는 비율에 한하여 보험금 청구권을 취득함에도, 보험금 전액을 청구하는 피고(반소원고)의 청구를 전부 인용한 원심 판결을 파기한 사례이다. ​
이에 앞서 일본 판례도 「보험계약에 있어서 계약자가 사망보험의 수익자를 피보험자의 상속인으로 지정한 경우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의 지정에는 상속인이 보험금을 받을 권리의 비율을 상속분의 비율에 의한 것으로 하는 취지의 지정도 포함되어 있어 각 수익자가 갖는 권리의 비율은 상속분의 비율로 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최고재판소 1994. 7. 18. 민집 48-5-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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