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질병 비관 자살한 루게릭병 환자의 유족, 사망보험금 청구 소송 패소


[ THE 수준 높고 좋은 글 = 임용수 변호사 ]

루게릭병을 앓다가 자신의 처지를 비관해 극단적인 선택을 한 환자의 유족들에게 보험사는 상해사망 보험금은 물론 질병사망 보험금도 지급할 의무가 없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습니다.

임용수 변호사(보험 전문변호사)가 국내 최초로 판결을 [단독] 소개하고 변호사의 의견을 담은 진진한 해설과 법률 조언을 덧붙여 드립니다. 보험소송 의뢰나 보험법 자문 의뢰를 원하는 분들은 관련 서류 등 일체의 자료를 지참하고 상담에 임해 주세요.

서울중앙지법 민사68단독 조상민 판사는 사망한 루게릭병 환자 이 모 씨의 유족들이 디비손해보험을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했습니다.

이 씨는 2016년 12월 루게릭병으로 진단을 받고 치료를 받던 중 2017년 3월 화성시에 있는 자택에서 수건걸이에 스카프로 목을 매는 극단적인 선택을 했습니다. 경찰은 내사 진행 후 이 씨가 자살한 것으로 판단해 사건을 내사종결 처리했습니다.

스카프로 목을 매는 극단적인 선택

이 씨의 자살이 '루게릭병으로 치료 중 온몸의 마비가 심해지자 결국 식물인간으로 살아야 한다는 불안감에 중증의 우울증을 앓고 있던 상황에서 심신상실로 인해 자유로운 의사 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자신을 해친 것'으로 인정할지를 두고 법정 다툼이 이어진 끝에 조 판사는 "이 씨가 사망하기 전에 자신의 휴대 전화에 부인에게 미안하다는 내용의 영상을 촬영해 남겨둔 점, 이 씨가 자살을 계획하고 그에 맞는 도구를 이용해 실행한 점 등에 비춰 보면, 이 씨가 정신질환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 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사망의 결과를 발생하게 했다고 볼 수 없다"며 유족들의 상해사망 보험금 청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판시했습니다. 

이와 별도로 이 씨 유족들은 '루게릭병을 앓다가 그 고통을 견디지 못하고 자살했으므로 질병으로 사망한 것으로 봐야 한다'며 질병사망 보험금도 예비적으로 청구했습니다.

하지만 조 판사는 "약관 중 질병사망 부분의 규정에 비춰 볼 때, 질병사망 보험금 지급 사유가 되기 위해서는 이 씨가 질병 그 자체를 직접적인 원인으로 해 사망한 경우여야 하는데, 루게릭병을 앓고 있던 이 씨는 자신의 처지를 비관해 자살했을 뿐이므로, 이를 두고 이 씨가 질병 그 자체를 직접적인 원인으로 해 사망했다고 볼 수 없다"며 질병사망 보험금도 주지 않아도 된다고 밝혔습니다.


🔘 임용수 변호사의 케이스메모
        - 해설과 법률 조언 -


일명 루게릭병이라고도 불리는 근위축성 측삭 경화증(Amyotrophic lateral sclerosis, ALS)은 '운동 신경에 점진적인 퇴행이 일어나는 중증 신경계 질환군'인 운동신경세포병(운동신경원 병, 운동뉴런질환,  Motor neuron disease)의 세부 분류에 속하는 질병 중 하나입니다. 신경계의 뇌, 척수 등에 위치하고 있는 운동신경세포가 어떤 특정 원인에 의해 진행성 및 퇴행성 손상 과정을 밟는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지금까지 많은 연구가 이뤄지고 있지만 정확한 발병 원인을 알 수 없다고 보고되고 있으며, 전체 환자의 5~10%는 자족성 근육위축 가족경화증으로 알려져 있고, 그 밖에는 여러 가설이 있지만 미상입니다.

이 판결은 루게릭병 환자인 이 씨가 우울증 등을 호소하기는 했지만 우울증 등의 영향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사망한 것은 아니라는 이유로 상해사망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했고, 또 이 씨가 우울증 그 자체로 사망한 것이 아니라 루게릭병에 의해 일시적으로 동반될 수 있는 정도의 우울감이 있는 상태에서 자신의 처지를 비관해 자살한 것이므로 이를 질병 사망으로도 볼 수 없다고 판시했습니다.


이와 상반된 취지로 판시한 판결들도 있는데, 대부분 극심한 통증으로 일상생활을 영위할 수 없었던 말기 암 환자 등 중증 환자의 자살과 관련된 사안입니다. 일례로 피보험자가 암 수술을 받은 뒤 2년 전 증세가 심해져 말기 암 진단을 받고 투병 중 고통을 견디다 못해 어머니 집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던 사건이 있습니다. 그 사건에서 담당 판사는 자살의 경우 보험사가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규정한 보험약관은 자기가 발생시킨 손해를 다른 사람에게 전가하는 행위나 보험금 취득을 노린 인위적 보험사고 방지 등을 위한 것이기 때문에 질병과 사망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인정되는 때는 면책약관의 적용은 배제된다고 봐야 한다고 판시했습니다.


질병 그 자체로 사망한 경우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질병과 사망(자살) 사이에 사회적·법적 인과관계로서의 상당인과관계가 존재한다면 자살 면책 규정은 배제되므로 유족에게 질병사망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취지입니다.

반면, 경찰관이 과중한 업무와 스트레스로 우울증을 앓다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경우 그의 유족에게 질병사망 보험금이 아니라 상해사망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시한 사례가 있습니다.2019년 6월 21일

교통사고를 당한 81세의 노인이 장기간 치료에도 불구하고 더 이상 회복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되자 극심한 통증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절망감에 빠져 극단적 선택을 했다면 교통사고와 사망(자살)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되는 경우이므로 교통재해사망보험금 지급 사유에 해당한다고 판시한 사례도 있습니다.

또한 루게릭병 진단을 받고 집에서 요양 중이던 직업 군인이 호흡 곤란이 심해지고 팔다리가 점차 쇠약해져 거동이 불편해지자 아파트 15층 옥상에서 스스로 뛰어내려 추락 직후 다발성 손상으로 사망했던 사건도 있는데, 담당 재판부는 곧바로 자살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보험사의 면책 사유에 해당한다고 판시했습니다. 자유로운 의사 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자살한 것이라는 유족 측의 주장이 아예 없었기 때문에 자살 면책 예외 사유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따로 판단을 하지 않았던 사건입니다.2019년 6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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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험 전문변호사 = 임용수 변호사
  • 최초 등록일: 2019년 6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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