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남편 명의로 가입한 생명보험, 보험계약 유효? 무효?

글 : 임용수 변호사 


아내가 남편 모르게 남편의 명의로 생명보험에 가입하는 경우가 많고, 이로 인한 분쟁도 많이 발생한다. 하나의 예를 들어보자.

최 모 씨는 S보험사 소속 보험설계사의 권유에 따라, S보험사와 사이에 자신의 남편인 김 모 씨를 보험계약자 및  피보험자로 하고 남편 김 씨의 사망 시에는 법정상속인을 수익자로 해서 S보험사의 생명보험에 가입했다.

그 후 남편 김 씨가 오토바이를 타고 가다가 교통사고를 당해 출혈성 뇌좌상 등으로 사망했고, 최 씨는 S보험사를 상대로 사망보험금을 청구했다. 

아내가 몰래 남편 명의로 보험에 가입한 경우

이때 만약 S보험사가 보험계약이 무권대리에 의해 가입한 계약이므로 남편 김 씨의 서면 동의가 없었던 이상 무효라고 주장한다면, 최 씨는 보험금을 지급받을 수 있을까?

이런 경우는 아내가 남편을 보험계약자 및  피보험자로 해서 생명보험을 체결한 경우(아내가 남편의 명의로 남편의 사망을 보험사고로 한 보험계약을 체결한 경우)이므로 타인의 생명보험이 아니라 자기의 생명보험이라 할 수 있다. 보험계약자가 자기 이외의 제3자를 피보험자로 하는 타인의 생명보험의 경우(예컨대 아내가 보험계약자의 지위에서 남편을 피보험자로 해 생명보험을 체결한 경우)와는 엄연히 구별된다.

이때는 보험계약자 겸 피보험자인 남편 김 씨가 아내 최 씨에게 보험계약 체결 권한을 위임했는지 여부, 즉 대리권을 수여했거나 추인했는지 여부가 문제될 뿐, 타인의 생명보험에서의 서면 동의 문제는 아니다.

오토바이 운전 중 교통사고

이에 대해 현재에 이르기까지 양자를 명확하게 구분하고 있는 대법원 판례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일부 하급심 판결 중에는 양자를 구분하지 않은 채 무권대리 행위에 의한 생명보험도 타인의 생명보험으로 간주해 반드시 타인인 피보험자의 서면에 의한 동의를 요하는 것으로 판시하고 있는 사례도 있다. 

그러나 양자는 명확히 구별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타인의 생명보험은 반드시 계약 성립 전까지 피보험자의 서면에 의한 사전 동의를 얻어야 하고 사후 동의를 해도 보험계약은 무효다. 반면 무권대리 행위에 의한 생명보험은 계약 성립 후라도 대리권 또는 무권대리 행위를 추인해 보험계약을 유효하게 할 수 있다. 

둘째, 타인의 생명보험은 보험사 측의 설명의무 위반 등의 귀책사유로 말미암아 피보험자의 서면 동의를 얻지 못해 보험계약이 무효로 되면, 보험계약자는 금융소비자보호법 제45조 제1항의 규정에 의해 원보험금 상당액의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그러나 무권대리 행위에 의한 생명보험은 무권대리 행위를 유효하게 하려면 보험계약자의 추인이 있어야 한다는 당연한 법리를 설명하지 않았다고 해서 그것만으로 보험사 측에 주의의무의 위반이 있었다고 할 수는 없고, 그 결과 보험금 청구자가 보험금을 수령하지 못하게 됐다고 하더라도, 설명의 결여를 이유로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 없다.


사망보험 체결 당시 피보험자의 서면 동의?

결과적으로 아내가 남편을 대신해 남편 명의로 가입한 생명보험은 자기의 생명보험이므로, 아내 최 씨는 남편 김 씨로부터 보험계약 체결 전에 대리권을 수여 받았던 사실 또는 대리권을 수여 받지 않고 보험계약을 체결했더라도 남편 김 씨로부터 적법한 추인을 받은 사실이 있어야 하고 두 사실 중에 하나의 사실을 적시해​ S보험사에게 통지했다는 점을 입증하지 못한다면, 무권대리행위에 의해 체결된 계약으로 무효라고 볼 수 밖에 없어 보험금을 지급받기가 어려울 수 있다.

설령 S보험사의 보험설계사가 무권대리 행위에 의해 체결된다는 사정을 알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는 S보험사의 무권대리 주장이 신의칙에 위배된다고 볼 수도 없다.

또한 S보험사의 보험설계사가 보험계약 체결을 권유함에 있어 아내 최 씨에게 무권대리 행위를 유효하게 하려면 남편 김 씨의 추인이 있어야 한다는 당연한 법리를 설명하지 않았다고 해서 그것만으로 보험설계사에게 어떤 주의의무 위반이 있었다고 할 수 없다. 대리권 없이 남편 김 씨의 명의로 보험계약을 체결한 아내 최 씨가 남편 김 씨의 추인을 받지 않은 결과 보험사고 발생 당시 보험금을 수령하지 못하게 됐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설명의 결여와 상당인과관계 있는 손해라고 할 수도 없어 보험금 상당의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도 없게 된다.


THE 수준 높고 좋은 글
🔘 보험 전문변호사 = 임용수 변호사
  • 최초 등록일 : 2018년 4월 14일
  • 1차 수정일 : 2019년 5월 7일
  • 2차 수정일 : 2024년 1월 28일(글자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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