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보험설계사에게도 보험 가입 2년 경과 후 자살 재해사망보험금 지급 판결

[ THE 수준 높고 좋은 글 : 임용수 변호사 ]

보험 가입자가 보험설계사라는 이유만으로 보험 가입일부터 2년이 지난 자살에 대해 재해사망보험금을 받을 수 없다는 내용의 개별 합의를 했다고 볼 수 없으므로, 보험사는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는 판결이 나왔습니다. 

임용수 변호사(보험 전문변호사, 사법연수원 28기)가 판결의 주요 내용을 [단독] 소개하고, 변호사의 의견을 담은 해설과 법률 조언을 덧붙여 드립니다.

김 모씨는 2008년 5월 삼성생명과 자녀인 나 모씨를 피보험자로 하고 보험수익자를 법정상속인으로 하는 종신보험계약을 체결하면서, 그에 부가해 피보험자가 '재해'로 사망할 경우 상속인들에게 보험금 1억 원을 지급하기로 하는 재해사망 특약에 가입했습니다. 이 특약 약관에는 피보험자가 고의로 자신을 해친 경우에는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지만, 특약의 보장개시일로부터 2년이 경과된 후에 자살하거나 자신을 해침으로써 장해분류표 중 동일한 재해로 여러 신체 부위의 합상 장해지급률이 80% 이상인 장해상태가 됐을 경우에는 그렇지 않다는 규정을 두고 있었습니다.
 
공원 나뭇가지에 목을 매 자살

나 씨는 2013년 2월 서울 양천구 목동 오목공원에서 나뭇가지에 목을 매어 자살했습니다. 유족(법정상속인)인 나 씨의 부모는 재해사망 보험금 지급을 청구했지만, 삼성생명은 자살은 재해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지급을 거절했습니다.

나 씨의 부모는 삼성생명을 상대로 보험금 청구 소송을 냈고, 1심 법원은 삼성생명은 나씨의 부모에게 1억 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습니다.

2심인 서울중앙지법 제7민사부(재판장 예지희 부장판사)은 삼성생명이 1심 판결에 불복해 낸 보험금 청구 소송에서 "삼성생명의 항소를 기각한다"며 1심에 이어 유족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재판부는 먼저 "보험약관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라 해당 약관의 목적과 취지를 고려해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해석하되, 개개 계약 당사자가 기도한 목적이나 의사를 참작하지 않고 평균적 고객의 이해 가능성을 기준으로 보험단체 전체의 이해관계를 고려해 객관적·획일적으로 해석해야 하며, 그러한 해석을 거친 후에도 약관 조항이 객관적으로 다의적으로 해석되고 그 각각의 해석이 합리성이 있는 등 해당 약관의 뜻이 명백하지 않은 경우에는 고객에게 유리하게 해석해야 한다"는 보험법리를 설명했습니다.

또 "고의에 의한 자살 또는 자해는 우발성이 결여돼 재해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재해사망특약상 보험금 지급 사유가 발생한 경우에 한정해 적용되는 면책 및 면책제한 조항으로 해석한다면, 보장개시일로부터 2년이 경과된 후의 자살 또는 자해에 대해서 보험금을 지급한다는 취지의 약관 조항은 처음부터 그 적용 대상이 존재하지 않는 무의미한 규정이 된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하지만 엄연히 존재하는 특정 약관 조항에 대해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에 의해 그 효력을 부인하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약관 해석에 의해 이를 적용 대상이 없는 무의미한 규정이라고 하기 위해서는 평균적인 고객의 이해 가능성을 기준으로 할 때에도 그 조항이 적용 대상이 없는 무의미한 조항임이 명백해야 할 것인데, 그같이 볼 수는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오히려 "평균적인 고객의 이해 가능성을 기준으로 살펴보면, 해당 조항은 고의에 의한 자살 또는 자해를 원칙적으로 우발성이 결여돼 재해사망 특약에서 정한 보험사고인 재해에 해당하지 않지만, 예외적으로 단서에서 정하는 요건, 즉 피보험자가 정신질환 상태에서 자신을 해친 경우와 책임개시일부터 2년이 경과된 후에 자살하거나 자신을 해침으로써 동일한 재해로 여러 신체 부위의 합산 장해지급률이 80% 이상인 장해상태가 됐을 경우에 해당하면 이를 보험사고에 포함시켜 보험금 지급 사유로 본다는 취지로 이해할 여지가 충분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재판부는 마지막으로 "'정신질환 상태에서 자신을 해친 경우'가 재해사망보험금 지급 사유에 해당할 수 있다는 것은 확고한 대법원의 입장"이라며 "이와 나란히 규정돼 있는 '책임 개시일부터 2년이 경과된 후에 자살하거나 자신을 해침으로써 동일한 재해로 여러 신체 부위의 합산 장해 지급률이 80% 이상인 장해 상태가 됐을 경우'에 관해서도 마찬가지로 해석하는 것이 일반적인 관념에 부합하는 점, 고의에 의한 자살 또는 자해에 대해서는 재해사망 특약 약관 규정이 아니더라도 상법 제659조 제1항, 제732조의2, 제739조의 규정에 의해 보험자가 면책되도록 돼 있어 재해사망 특약 약관 중 보험계약 당사자 간의 합의로서 의미가 있는 부분은 면책사유를 규정한 본문이 아니라 부책사유를 규정한 단서라는 점을 보태어 보면, 그러한 해석이 합리적이고 이것이 약관 해석에 관한 작성자 불이익의 원칙에도 부합한다"고 밝혔습니다.

삼성생명의 항소를 기각하는 판결 선고

이어 "인정 사실에 의하면, 나 씨는 재해사망 특약의 보장 개시일로부터 2년이 경과한 후에 자살했고, 해석에 따라 삼성생명은 나 씨의 부모에게 재해사망 특약 약관에 따라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재판부는 김 씨가 보험설계사로서 일반인에 비해 보험에 대해 높은 수준의 이해도를 가지고 있었고 보험 가입일로부터 2년 경과 후에 자살을 하는 경우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받을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으므로 재해사망보험금을 받은 수 없다는 내용의 개별 합의가 성립된 것이라는 삼성생명의 항변에 대해서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재판부는 "재해사망 특약 약관 문언과 달리 자살의 경우 보험 가입일로부터 2년이 경과했는지 여부와 상관 없이 재해사망보험금을 받을 수 없다는 내용의 개별 합의가 성립했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으며, 약관의 해석 시 개개 계약 당사자가 기도한 목적이나 의사를 참작하지 않고 평균적 고객의 이해 가능성을 기준으로 보험단체 전체의 이해관계를 고려해 객관적·획일적으로 해석해야 하므로 삼성생명은 항변은 이유 없다"고 판시했습니다.2016년 10월 18일


🔘 임용수 변호사의 케이스메모
        - 해설과 법률 조언 -

이 판결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자살 면책 제한 약관은 2010년 1월 29일 약관 개정(2010년 4월 1일부터 시행)으로 삭제된 조항이므로, 2010년 3월 31일 이전에 판매된 상품에만 적용되고 2010년 4월 이후에 판매된 보험 상품에는 적용되지 않습니다. 2010년 4월 이후에 판매된 보험 상품의 경우 2년이 지난 후에 자살하면 '재해 이외의 원인'에 해당하는 사망보험금을 지급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대법원이 밝히고 있는 바와 같이 재해사망 특약은 주계약에 부가돼 있기는 하지만 보험업법상 제3보험업의 보험 종목에 속하는 상해보험의 일종으로서 생명보험의 일종인 주계약과는 보험의 성격을 달리하는 별개의 보험계약입니다.

이 판결은 이른바 자살재해사망보험금에 관한 기존의 혼선을 정리한 대법원 2016. 5. 12. 선고 2015다243347 판결에 따른 것으로 보험 고객에게 명시적으로 유리하게 작성된 약관 내용을 '잘못된 표시'라는 이유로 적용을 제한하는 것은 해석상 허용되지 않는다는 점을 재확인한 판단입니다.2019년 5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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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수준 높고 좋은 글
🔘 보험 전문변호사 = 임용수 변호사
  • 최초 등록일: 2016년 10월 18일
  • 1차 수정일: 2019년 5월 16일(재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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