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보험 소비자를 보험사기로 몰고 가던 보험사 법정 패소

[ THE 수준 높고 좋은 글 = 임용수 변호사 ]

​보험 소비자에게 보험금을 부정하게 취득할 의도가 있었다고 의심해 소송을 제기했지만, 패소한 MG손해보험(엠지손해보험)의 사례가 최근 밝혀졌다. MG손해보험은 '고객이 보험 가입 당시 백내장 등의 질환이 있었는데도 그 질환이 보험으로 담보되는 질병임을 미리 확인하고 가입한 후 보험금을 지급받았다'며 단편적 사실만으로 무리한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나타났다.

MG손해보험 측의 법정 패소로 사건은 일단락됐지만, 여러 제반 사정을 신중히 따져보지 않은 채 무고한 보험 소비자를 보험 사기꾼으로 취급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특히 MG손해보험은 애초부터 패소 가능성이 높은데도 소송을 제기할 정도로 좀 무모해 보이는 조치를 취한 것으로 보인다. 보험 가입자들이 낸 보험료로 회사를 운영하면서도 이처럼 무모해 보이는 소송에 소송비용을 헛되이 사용하는 것은 옳지 않다. 보험사든 보험 가입자이든 어느 쪽에도 득이 되지 않는 보험소송의 제기를 미연에 방지해야 한다. 이를 위해 보험사 내부의 적정한 소송 관리 시스템이 필요한데 이런 소송 관리 시스템의 총체적 부실이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소송 관리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었다면 이런 불필요하고도 소모적인 소송전을 벌이지는 않았을 것으로 생각된다. 

임용수 변호사(보험전문)가 판결 내용을 국내 최초 [단독] 뉴스로 상세하게 알리고, 변호사의 의견을 담은 해설과 법률 조언을 덧붙인다. [보험소송 의뢰나 보험법 자문 의뢰를 원하는 분들은 전화를 통해 미리 상담 시간을 정한 다음 관련 서류 등 일체의 자료를 지참하고 보험소송닷컴 사무실을 방문해 주세요.

부산고법 민사6부[재판장 윤강열 부장판사]는 엠지손해보험이 김 모 씨를 상대로 낸 보험에 관한 소송의 항소심에서 1심 판결을 취소하고 엠지손해보험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는 취지의 원고패소 판결을 내렸다.
인공수정체

우리나라 민법 제103조는 반사회질서 행위로 무효가 되는 법률행위에 대해 정의하고 있다. 법률행위의 목적인 권리의무의 내용이 선량한 풍속 및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되고, 그 행위를 받아들인다면 사회질서에 큰 위해를 가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무효로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민법 제103조의 내용은 보험사와 보험 소비자 간의 보험금과 관련된 소송에서도 자주 등장한다. 특히 보험 소비자가 자신의 경제적 여력에 비해 지나치게 많은 보험 상품에 가입했거나, 가벼운 상해나 질병 상태인데도 장기간 병원에 입원한 뒤 거액의 보험금을 청구하는 등 보험금 부정 취득 목적이 의심된다면, 보험사는 민법 제103조에 근거해 보험 사기로 간주하고 보험금 지급을 거부하거나 또는 보험계약의 무효 확인을 구하는 소송 등을 제기하기도 한다.

​요즘 날이 갈수록 늘어나며 지능화되고 있는 보험 사기에 대해 우리 법원은 절대 호락호락한 판결을 내리지 않고 있다. 보험 사기를 증명할 만한 직접적 증거가 없더라도, 일정한 판단 기준에 해당하는 간접사실들을 종합해 보험금 부정 취득 목적이 인정된다면 이를 보험사기로 봐서 보험계약 자체를 무효로 판단하고 있다.

인공수정체

​실제로 대법원은 지난 2005년 7월 판결에서 "다수의 보험계약을 통해 보험금을 부정 취득할 목적으로 보험계약을 체결해 보험금을 지급하게 하는 것은 보험계약을 악용해 부정한 이득을 얻고자 하는 사행심을 조장한다"며 "사회적 상당성을 일탈하게 될 뿐만 아니라 합리적 위험의 분산이라는 보험제도의 목적을 해치고 위험 발생의 우발성을 파괴하며 다수의 선량한 보험가입자들의 희생을 초래해 보험 제도의 근간을 해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보험계약자가 보험금을 부정 취득할 목적으로 다수의 보험계약을 체결했는지는 이를 직접적으로 인정할 증거가 없더라도 보험계약자의 직업 및 재산 상태, 다수의 보험계약 체결 경위, 보험계약의 규모, 보험계약 체결 후의 정황 등 제반 사정에 기해 그 같은 목적을 추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1)

민법 제103조와 관련된 보험 소송에서는 보험 소비자 측의 보험 사기로 결론 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법원의 이런 잣대가 보험사 쪽에만 유리하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이번 부산고법 판결의 경우가 후자에 해당한다. MG손해보험 측은 자사 보험 가입자였던 김 씨를 상대로 민법 제103조 등을 근거로, 보험계약 무효 확인 및 기존에 지급한 보험금 반환 등에 관한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김 씨가 보장 내용이 유사한 다수의 보험계약을 체결했고 수술을 받은 이후 이를 보험사고로 엠지손해보험을 비롯한 보험회사들로부터 보험금을 수령한 사실은 인정되나, 김 씨가 보험계약 체결 전에 수술이 필요한 노년성 백내장을 앓고 있었거나 의사로부터 그런 진단을 받았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고 백내장 치료를 위해 수술을 받은 것이 적정하지 않다고 볼 만한 자료도 없을 뿐더러 보험설계사의 권유로 보험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보이고 계약 당시 허위 고지를 했음을 인정할 만한 자료도 없다」고 밝혔다.

이어 「앞서 본 사실과 엠지손해보험이 주장하는 사정만으로는 김 씨가 보험금을 부정하게 취득할 목적으로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해 보험계약을 체결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며 「보험계약이 민법 제103조에 반해 무효라는 엠지손해보험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판시했다.

결과적으로 법원은 MG손해보험이 김 씨를 상대로 한 소송에 대해 "계약자가 보험금을 부정하게 취득할 목적이 있었다고 볼 수 없다"며 MG손해보험 측에 패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또 보험계약이 무효가 아니더라도 김 씨가 받은 수술은 질병의 치료를 직접적 목적으로 한 것이 아니라 시력 교정을 위한 것이므로 보험계약에서 보장하는 보험사고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보험금을 부당이득으로 반환해야 한다는 엠지손해보험의 주장에 대해서도 「김 씨가 단순히 시력 교정을 위해 수술을 받았다고 볼 만한 증거가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백내장/혼탁 수정체

김 씨는 지난 2015년 1월 특정 질병으로 수술을 받은 경우 수술비 등이 보장되는 MG손해보험의 한 보험 상품에 가입했다. 김 씨는 보험계약 후 11개월이 지난 시점에 양쪽 눈에 노년성 핵 백내장, 만성 결막염, 마른 눈 증후군 등으로 최초 진단을 받았고 그때부터 약 2개월 후에 양쪽 눈의 백내장 초음파 유화술 및 인공수정체 삽입술을 받았다.

그 후 김 씨는 MG손해보험으로부터 수술비 보험금을 지급 받았다. 하지만 MG손해보험은 김 씨에 대한 기존 보험금 지급 건과 관련해 이의를 제기했다. 김 씨가 자사 보험계약을 비롯해 4개 보험사와 보장 내용이 유사한 다수의 보험계약을 단기간 내에 집중적으로 체결했고, 또 김 씨가 보험 가입 당시 노년성 백내장 등 수술이 필요한 질환을 앓고 있다는 것을 확인한 상태에서 보험계약을 체결했다고 의심했기 때문이다.

이 사안의 1심(울산지법)은 김 씨에게 소장이 송달되지 않은 관계로 공시송달의 방법으로 원고승소 판결이 내려졌다. 뒤늦게 1심 판결이 내려진 사실을 알게 된 김 씨는 추완항소를 통해 항소심(2심)을 진행했다.



🔘 임용수 변호사의 케이스메모
        - 해설과 법률 조언 -

보험계약 체결이 민법 제103조의 '반사회질서의 법률행위'인지를 판단하는 기준과 관련해서는 특히 보험계약자가 자신의 수입 등 경제적 사정에 비춰 부담하기 어려울 정도로 고액인 보험료를 정기적으로 불입해야 하는 과다한 보험계약을 체결했다는 사정, 단기간에 다수의 보험에 가입할 합리적인 이유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집중적으로 다수의 보험에 가입했다는 사정, 보험모집인의 권유에 의한 가입 등 통상적인 보험계약 체결 경위와는 달리 적극적으로 자의에 의해 과다한 보험계약을 체결했다는 사정, 저축적 성격의 보험이 아닌 보장적 성격이 강한 보험에 다수 가입해 수입의 상당 부분을 그 보험료로 납부했다는 사정, 보험계약 당시 동종의 다른 보험 가입 사실의 존재와 자기의 직업·수입 등에 관해 허위의 사실을 고지했다는 사정 또는 다수의 보험계약 체결 후 얼마 지나지 않은 시기에 보험사고 발생을 원인으로 집중적으로 보험금을 청구해 수령했다는 사정 등의 간접사실이 인정된다면 이는 보험금의 부정 취득 목적을 추인할 수 있는 유력한 자료가 된다.2)

이런 자료들이 부족한데도 불구하고 이같이 고객을 보험 사기꾼 취급하며 보험계약 무효 확인 등의 소송을 제기하는 일부 보험사들의 진짜 속내는 무엇인지 궁금해질 수밖에 없다. 일차적으로는 악성 민원 및 보험 사기 등을 차단하기 위해 선제적 수단으로 적극 활용하려는 의도가 숨어 있을 수 있다. 또 고객에게는 보험 보호와 관련된 중대한 문제이지만, 보험사 입장에서는 수많은 불량 계약 중의 하나에 불과하므로 그런 보험이 계속 유지되면 손해율이 커진다. 그런 보험을 그대로 두는 것이 마뜩하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규모가 작은 중소형 보험사의 경우 회사 조직 내부의 위기 의식이 커지고 손실 규모를 줄여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면 보험 소멸의 수단으로 소송을 악용하는 무리수를 둘 수도 있다.


저작권 침해 금지

이번 판결에서 법원은 MG손해보험 측의 주장을 한 가지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사실 MG손해보험은 단편적인 부분만을 보고, 지나친 의심을 했던 것으로 보인다. 판시 내용을 살펴보면, 김 씨는 MG손해보험 소속 보험설계사의 권유를 받고 보험계약의 필요성을 느껴 가입에 이르게 된 것으로 나와 있다. 따라서 MG손해보험 측이 의심하는 지나친 보험 가입 또는 부정 취득 목적을 가진 보험계약 체결과는 거리가 멀다고 할 수 있다. 만약 MG손해보험 측의 의심이 합리적이기 위해서는 김 씨가 먼저 보험 가입을 위해 자진 청약을 했어야 하는 것이 맞다.

또한 김 씨는 고지의무 이행과 관련해 '허위' 고지를 하지도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만약 김 씨가 보험 가입 당시 자신의 직업·수입 등에 관해 허위의 사실을 알렸다면 이 또한 보험금 부정 취득 목적을 추인할 수 있는 간접사실이 될 수 있었겠지만, 김 씨는 그렇게 의심받을 행동을 하지 않았다. 이 점에서도 MG손해보험 측이 단편적 부분만으로 보험 가입자를 의심했다는 지적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엠지손해보험은 보험 가입자들과의 분쟁 중 소송 건수 비율과 패소율이 유독 높은 보험사 중 한 곳으로 지목 받고 있다. 엠지손해보험은 부인하고 있지만, 일부 보험 가입자들은 엠지손해보험을 비롯해 일부 보험사들이 보험금 지급 의무를 회피하기 위해 고객들을 상대로 기획 소송을 남발하고 있다는 주장까지 제기할 정도다.

​보험사기를 발본색원하고 이를 막을 제도적 장치를 더 확충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지만, 이번 사건을 계기로 보험사들은 자사 고객에 대해 보험사기 관련 소송을 제기하기 전에 보다 철저하고도 꼼꼼한 확인 과정을 거침으로써 무고한 고객을 사기범으로 취급하는 일이 없어야 하겠다.2019년 4월 8일

계속 업데이트 중...

THE 수준 높고 좋은 글

🔘 보험 전문변호사 = 임용수 변호사
  • 최초 등록일: 2019년 4월 8일
  • 1차 수정일 : 2019년 5월 1일 (재등록)

1) 대법원 2005. 7. 28. 선고 2005다23858 판결.
2) 대법원 2014. 4. 30. 선고 2013다69170 판결, 대법원 2015. 2. 12. 선고 2014다73237 판결 등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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