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성 중인 태아 신체도 피보험자, 분만 중 다치면 보험금 줘야


대법원은 지난달 28일 '출생하지 않은 태아를 피보험자로 인정할 수 없다'며 보험사가 제기한 채무 부존재 확인 청구 소송의 상고심(☞ 2016다211224)에서, 태아의 형성 중인 신체도 보험 보호의 대상이므로 보험사는 출산 중 태아가 입은 사고에 대해서 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결했다. 태아도 엄연히 생명권의 주체로서 보험 보호의 대상인 상해보험의 피보험자에 해당한다는 취지다.

이 대법원 판결에 대해서는 2017년 11월 24일 포스팅인 "출산 중 태아도 피보험자 지위 보유, 저산소성 뇌손상 상해 보험금 줘라"는 글 중에 2019년 4월 1일 추가 덧붙임 글을 통해 소식을 알린 적이 있는데, 오늘 다시 임용수 변호사(보험전문)가 변호사의 의견을 담은 해설과 법률 조언을 덧붙여 더 자세하게 소개한다.

임 모 씨는 딸이 출생하기 약 5개월 전인 2011년 8월 현대해상과 보험수익자를 임 씨, 피보험자를 태아로 하는 어린이CI보험에 가입했다. 청약서 피보험자 정보란과 계약 전 알릴의무의 피보험자란에는 피보험자를 '태아'로 기재했다. 현대해상은 계약 체결 당일에 임 씨로부터 1회 보험료를 납부 받았고, 보험증권에 보험계약 체결일이자 1회 보험료 지급일을 보험기간 개시일로 기재했다. 약관에는 피보험자가 우연한 외래의 사고로 신체 상해를 입으면 보험수익자에게 보험금을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었다. 다만 출생 전 자녀가입 특별약관에는 '태아는 출생 시에 피보험자가 된다'고 규정돼 있었다.

임 씨는 2012년 1월 딸을 출산했는데, 분만 과정에서 뇌손상 등의 상해를 입어 아이가 두 눈의 시력을 완전히 상실하는 영구장해 진단을 받았다. 임 씨는 현대해상에 1억 2200만 원의 보험금 지급을 청구했지만, 현대해상은 "사람은 출생 시부터 권리·의무 주체가 될 수 있으므로, 분만 중인 태아는 상해보험의 피보험자가 될 수 없다"며 보험금 지급을 거부하고 임 씨를 상대로 채무부존재 확인 청구 소송을 냈다.

대법원 민사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현대해상이 임 씨를 상대로 낸 채무부존재 확인 청구 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형성 중인 태아의 신체

재판부는 「상법상 상해보험계약 체결에서 태아의 피보험자 적격이 명시적으로 금지돼 있지 않고 헌법상 생명권의 주체가 되는 태아의 형성 중인 신체도 그 자체로 보호해야 할 법익이 존재하고 보호의 필요성도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보험 보호의 대상이 될 수 있다」며 「약관이나 개별 약정으로 출생 전 상태인 태아의 신체에 대한 상해를 보험의 담보 범위에 포함하는 것이 보험제도의 목적과 취지에 부합하고 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에게 불리하지 않으므로 상법 제663조에 반하지 않고 민법 제103조의 공서양속에도 반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계약자유의 원칙상 태아를 피보험자로 하는 상해보험은 유효하고, 그 보험계약이 정한 바에 따라 보험기간이 개시된 이상 출생 전이라도 태아가 보험계약에서 정한 우연한 사고로 상해를 입었다면 이는 보험기간 중에 발생한 보험사고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특별약관에서 태아는 출생 시에 피보험자가 된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보험계약의 당사자인 현대해상과 임 씨는 약관 내용과 달리 약정해 약관 규정의 구속력이 배제된다」며 「현대해상과 임 씨는 보험계약 체결 당시 보험대상자가 태아임을 잘 알고 있었고, 보험사고의 객체가 되는 임 씨의 딸이 태아 상태일 때 계약을 체결하면서 보험료를 지급해 보험기간을 개시했으므로, 당사자 사이에 특약 내용과 달리 출생 전 태아를 피보험자로 하기로 하는 개별 약정이 있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면서 태아의 피보험자 적격을 인정한 원심의 판단이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앞서 1, 2심 법원도 모두 임씨의 손을 들어줬다.

임용수 변호사의 해설과 법률 조언

🔘 임용수 변호사의 케이스메모
        - 해설과 법률 조언 -

보험계약은 실제 있어서는 청약서라는 서면 방식으로 체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어떤 형식이나 방식을 강제하는 법 규정이 없으므로 당사자 간의 의사 합치만으로도 성립된다.

계약 내용이 비단 보험 약관 규정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므로 얼마든지 개별약정도 할 수 있다. 개별약정이 있었던 것으로 인정되면, 그 개별약정이 보험약관보다 우선해 적용된다. 약관규제법 제4조도 "약관에서 정하고 있는 사항에 관해 사업자와 고객이 약관의 내용과 다르게 합의한 사항이 있을 때는 그 합의 사항은 약관보다 우선한다"라며 개별약정 우선의 원칙을 규정하고 있다. 한편 보험회사들의 생명보험, 상해보험, 질병보험 등의 인보험 약관에는 [약관의 해석]에 관한 조항에서 "보험회사는 약관의 뜻이 명백하지 않은 경우에는 계약자에게 유리하게 해석합니다.", "보험회사는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 사유 등 계약자나 피보험자에게 불리하거나 부담을 주는 내용은 확대 해석하지 않습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보험회사의 청약서와 보험증권에 보험계약의 보장개시일을 의미하는 보험기간이 태아의 출생 전인 보험계약 '체결일부터'로 기재돼 있는데도 특별약관 문언대로 태아의 피보험자 지위 취득 시점을 '출생일부터'로 해석하게 되면, 보험회사의 보험기간 개시 시점과 피보험자의 지위 취득 시점 간에는 불일치가 발생한다. 이런 불일치에도 불구하고 특별약관 문언대로만 해석한다면 어떻게 보면 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 측에게 불리하게 해석하는 꼴이 된다. 약관 해석의 원칙에 반하는 그런 해석을 할 수 없는 이유다. 대법원이 그런 해석을 하지는 않았지만, 만약 태아인 상태에서는 보험약관상 피보험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하면, 이는 피보험자의 지위를 정하는 사항으로서 보험 계약의 중요한 부분에 해당하므로 약관 설명의무의 대상이 된다.

저작권 침해 금지

태아보험은 어린이보험에 태아가입(출생 전 자녀 가입) 특별약관을 부가해 판매하는 상품 유형을 말한다. 보험계약자인 임 씨가 피보험자를 태아로 해서 가입한 어린이CI보험에도 '출생 전 자녀가입 특별약관'이 부가돼 있다. 인보험의 일종인 어린이보험에서 피보험자는 원칙적으로 신체를 가진 '사람'이다. 하지만 상법은 상해보험과 관련해 '태아'의 피보험자 적격을 명시적으로 금지하고 있지 않다.

이런 경우, 약관이나 개별약정으로 형성 중인 태아의 신체에 대한 상해를 상해보험의 담보 범위에 포함시키는 내용의 계약 체결은 계약자유의 원칙상 가능하고 상법 제662조의 불이익변경금지의 원칙에 반하지 않으며 또 민법 제103조의 반사회질서의 법률행위에도 해당하지 않는다.1)

2004년에 선고된 하급심 판결 중 관심을 모으는 것이 하나 있다. 이 판결은 태아가 당연히 피보험자에 해당함을 전제로 판단하고 있다. 보험계약자가 태아를 추가 피보험자(가입 자녀)로 정하고, 태아가 보험기간 중 책임개시일(보험회사가 계약의 청약을 승낙하고 1회 보험료를 지급받은 날을 의미하나, 암에 대해서는 계약일로부터 그 날을 포함해 90일이 지난날의 다음 날을 의미합니다) 이후에 암으로 진단 확정된 경우 암치료자금 등을 지급하는 건강보험에 가입했고, 그로부터 5일 뒤 아이를 출산했으나 한 달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 아이가 급성 골수성 백혈병으로 확정 진단을 받았던 사안이다.


계약자 측이 (1) 태아를 가입자녀로 해서 보험계약을 체결할 경우 태아가 암에 걸렸는지 여부는 원천적으로 알 수 없으므로 일반 자연인처럼 암보험계약의 책임개시일을 보험계약일부터 90일 이후로 하는 약관은 부당하게 계약자를 구속하는 것으로서 고객으로서는 이를 예상하기 어려우므로 약관규제법에 의해 무효이고, (2) 책임개시일을 보험계약일부터 90일 이후로 하는 약관이 유효하다고 하더라도 가입자녀가 태아인 경우는 그 출생한 날부터 책임개시일이 진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보험 약관 중 태아가입특약에 가입 자녀로 될 자가 계약 체결 시 태아인 경우 태아는 출생 시에 가입 자녀로 되고, 보험금 지급 기준표에서 적용하는 가입 자녀 연령은 가입 자녀가 출생한 날부터 계산하며, 가입 자녀의 출생 전에 보험금 지급 사유가 발생한 경우에는 가입 자녀가 출생한 날부터 보험금 지급 규정에 따라 보험금을 지급하는 것으로 각각 규정된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나, 그런 사실만으로 보험계약 체결 당시 피보험자(가입 자녀)가 태아인 경우 이미 출생한 자녀와 달리 보험계약 체결일 또는 피보험자로서 태아였던 자녀가 출생한 날부터 암에 관한 책임개시일이 진행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상해보험의 피보험자는 보험의 대상자에 불과할 뿐 반드시 권리와 의무의 주체인 사람이어야 할 필요는 없다. 형성 중인 태아의 신체를 보험 대상자(피보험자)의 범위에 포함된다고 하는 것이 상해보험의 목적과 계약 당사자의 의사에 부합한다.2019년 4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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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험 전문변호사 = 임용수 변호사
  • 최초 등록일: 2019년 4월 10일
  • 1차 수정일 : 2019년 5월 1일 (재등록)

1) 같은 취지: 대법원 2019. 5. 16. 선고 2018다250384, 2018다250391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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