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 중 태아도 피보험자 지위 보유, 저산소상 뇌손상 상해 보험금 줘라

태아와 태아보험

태아도 피보험자(보험대상자)의 지위를 보유하므로 출산 과정에서 태아가 입은 저산소성 뇌손상도 보험금 지급 대상이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습니다. 

상해보험이나 생명보험과 같은 인보험에서는 태아도 피보험자의 지위를 가질 뿐만 아니라, 통상적인 분만 과정에서 발생하지 않는 응급 사고 등은 보험사고 즉 '급격하고도 우연한 외래의 사고'에 해당하므로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취지입니다.

임용수 변호사(보험 전문변호사, 사법연수원 28기)가 판결을 소개하고, 구독자 여러분의 이해를 돕기 위해 해설과 법률 조언을 덧붙여 드립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09단독 오상용 부장판사는 김모씨가 현대해상화재보험을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 소송(☞ 2015가단5371443)에서 "현대해상은 1억 7940여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일부승소 판결을 내렸습니다.1)

김씨는 임신 중이던 2010년 2월 자신과 태아()를 피보험자로 정해 현대해상의 상해보험에 가입했습니다. 김씨는 5개월 뒤 딸을 분만했는데, 산전 진찰 과정에서 시행된 제반 검사에서는 특이 소견이 관찰되지 않았으나 저용량의 옥시토신을 투여하고 분만하는 과정에서 태아곤란증이 의심되자 제왕절개술을 통해 분만하는 응급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이 때문에 김씨의 딸은 저산소성 뇌손상을 입게 돼 운동능력, 언어능력의 발달 지연으로 인해 운동치료, 작업치료, 언어치료를 포함한 지속적인 재활치료가 필요한 상황이었고, 재활치료 종결 후에도 보행장애, 동작수행장애, 언어장애 등의 후유증이 남을 것으로 예상되는 상태였습니다. 이에 김씨는 2015년 11월 "보험금 2억여원을 지급하라"며 현대해상을 상대로 소송을 냈습니다.

현대해상은 "약관에 의하면 태아는 출생 시에 보험의 피보험자로 되는데 보험사고가 피보험자의 지위를 취득하기 전인 출생 전 태아인 상태에서 발생했다"거나 "약관에 피보험자의 출산 내지 외과적 수술, 그 밖의 의료처치 등을 원인으로 해 생긴 손해는 보상하지 않는다고 돼 있다"는 이유로 보험금 지급 의무가 없다고 맞섰습니다.

산전 진찰  / 특이 소견 없음

오 부장판사는 『김씨와 현대해상은 출생하기 전 태아를 피보험자로 해 보험계약을 체결했고, 보장 개시일을 의미하는 보험기간도 체결일부터로 기재돼 있다』며 『약관은 '태아는 출생 시 피보험자가 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약관상 피보험자 지위 취득 시점에 관한 규정을 문구대로 해석하면, 보험기간 개시 시점과 불일치해 문구대로만 해석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태아는 어머니 몸에서 전부 노출된 때 권리와 의무의 주체가 되는 것이긴 하지만, 인보험의 피보험자는 보험의 대상에 불과할 뿐 반드시 권리나 의무의 주체이어야 할 필요는 없다』며 『인보험의 목적이 생명과 신체 보호에 있는 것이고 태아를 피보험자로 하는 것은 그 목적에 충분히 부합하므로 태아에게도 피보험자의 지위가 있다고 해석하는 것이 계약 당사자의 의사에 부합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김씨 딸의 뇌손상은 '분만 중 안심할 수 없는 상태(혹은 태아곤란증), 출생 과정에서 발생한 태변흡입증후군, 출생 이후 신생아 응급처치 과정 및 이송 중 기관삽관 튜브 이탈(발판)'로 인해 발생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고 이런 사유는 통상적인 분만 과정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아니다』라며 『이는 약관에서 정한 보험사고인 '급격하고도 우연한 외래의 사고'에 해당한다』고 판시했습니다.

임용수 변호사의 해설과 조언

🔘 임용수 변호사의 케이스메모
        - 해설과 법률 조언 -


인보험에서 피보험자는 보험사고의 객체로서 생명과 신체가 보험에 붙여진 자연인을 말합니다. 태아는 자연인은 아니지만, 예외적으로 보험계약 당사자 간의 약정으로 피보험자가 될 수 있습니다.

이 판결은 약관 해석에 의해 태아에게도 피보험자의 지위가 있다고 판단한 것인데, 현대해상의 항소로 사건이 항소심(서울중앙지법 2017나85322호)에 계속 중입니다.2017년 11월 24일

태아뿐 아니라 유아나 성인도 기도 삽관(intubation)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아 저산소증에 의한 뇌손상으로 장해를 입거나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는 경우가 간혹 있습니다. 이런 경우 진료기관의 과실이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진다면, 약관상의 재해나 상해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태아

중환자 등을 치료하는 진료기관은 병실간 또는 병원간 이송을 할 때는 기도를 적절하게 확보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송하는 일이 없도록 각별히 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2019년 2월 27일

이 판결에 대한 현대해상의 항소는 2018년 11월 기각 됐습니다.2) 이후 현대해상의 상고로 사건이 대법원에 계속 중입니다.3) 

유사 사안의 판결 확정


이 판결 사안와 매우 유사한 사건이 있는데, 보험사도 현대해상으로 동일합니다. 1심과 2심 모두 현대해상이 패소했고, 이후 현대해상이 대법원에 상고했지만, 2019년 3월 상고기각돼 판결이 확정됐습니다.4)

이 유사 사건에서 대법원은 "피보험자는 신체를 가진 사람()임을 전제로 하지만, 상법상 상해보험 체결에서 태아의 피보험자 적격이 명시적으로 금지돼 있지 않고 헌법상 생명권의 주체가 되는 태아의 형성 중인 신체도 그 자체로 보호해야할 법익이 존재하고 보호의 필요성도 본질적으로 사람과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보험 보호의 대상이 될 수 있다"며 "약관이나 개별 약정으로 출생 전 상태인 태아의 신체에 대한 상해를 보험의 담보 범위에 포함하는 것이 보험 제도의 목적과 취지에 부합하고 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에게 불리하지 않으므로 상법 제663조에 반하지 않고 민법 제103조의 공서양속에도 반하지 않는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계약자유의 원칙상 태아를 피보험자로 하는 상해보험은 유효하고, 그 보험계약이 정한 바에 따라 보험기간이 개시된 이상 출생 전이라도 태아가 보험계약에서 정한 우연한 사고로 상해를 입었다면 이는 보험기간 중에 발생한 보험사고에 해당한다"고 밝혔습니다.5)

그러면서 "현대해상과 계약자 임씨는 보험계약 체결 당시 보험대상자가 태아임을 잘 알고 있었고, 보험사고의 객체가 되는 임씨의 딸이 태아 상태일 때 계약을 체결하면서 계약 체결일부터 보험료를 지급해 보험기간을 개시했다"며 "이처럼 보험계약을 체결하게 된 동기와 경위, 절차, 보험기간, 보험계약에 의해 달성하고자 하는 목적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당사자 사이에 약관의 내용과 달리 출생 전 태아를 피보험자로 하기로 하는 개별 약정이 있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시했습니다.

나아가 보험계약 보통약관에서 면책사유로 규정된 '피보험자의 출산'에 해당하므로 면책된다는 현대해상의 상고 이유에 대해서는 "약관에 면책사유로 규정된 '피보험자의 출산'은 피보험자가 출산의 주체가 되는 경우만을 의미하는 것이지 피보험자가 출산의 대상이 되는 경우까지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2019년 4월 1일

계속 업데이트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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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험 전문변호사 = 임용수 변호사

  • 최초 등록일 :  2017년 11월 24일
  • 1차 수정일 : 2019년 2월 27일 (글 추가)
  • 2차 수정일: 2019년 4월 1일 (대법원 판결 등 글 추가)
  • 3차 수정일: 2019년 5월 1일 (재등록)

1) 서울중앙지방법원 2017. 11. 16. 선고 2015가단5371443 판결
2) 서울중앙지방법원 2018. 11. 22. 선고 2017나85322 판결
3) 대법원 2018다298652호
4) 대법원 2019. 3. 28. 선고 2016다211224 판결
5) 같은 취지: 대법원 2019. 5. 16. 선고 2018다250384, 2018다250391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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