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치료 사실을 알리지 않은 경우(불고지)와 보험회사의 보험계약 해지 가부

[ THE 수준 높고 좋은 글 : 임용수 변호사 ]

 

질 문


2007년 대장암 진단을 받았고 2008년경에 항암 치료가 끝났으며, 2015년 11월에 외래 추적 검사까지 끝마쳤습니다.

2017년 7월 보험계약을 체결하면서 암 진단 및 항암 치료, 외래 추적 검사 종료 사실을 알리지 않았고, 그 후 2018년 1월 대장암 진단을 받고 K보험사를 상대로 암보험금을 청구했습니다.

이런 경우 보험계약을 체결하면서 과거 암치료 사실을 알리지 않은 것이 고지의무 위반으로 인한 계약 해지의 대상이 될 수 있는지 알고 싶습니다.

계약전 알릴의무 사항(고지사항)에 대한 답변

임용수 변호사의 답변


예전에 판매됐던 암보험 상품의 경우 암 진단 시 무효로 처리하는 진단 시점을 '보험계약 이전 및 보험 가입 후 5년 이내'로 그 범위를 매우 넓게 설정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점차 그 범위를 축소해 약관의 보장 개시일(책임 개시일부터 그날을 포함해 90일이 되는 날의 다음날)에 관한 규정을 두게 됐는데, 이는 암 확정 진단이 쉽지 않은 점을 고려해서, 보험계약 체결 이후에는 암 보장 개시일까지 암을 보장하지 않는 것(부담보 방법)으로 처리하고, 보험계약 체결 이전에는 고지의무 위반 문제로 해결하고자 하는 취지로 보입니다.

상법 제651조는 보험계약 당시에 보험 가입자가 고의 또는 중과실로 중요한 사항을 고지하지 않거나 부실 고지를 한 때는 보험사가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보험 가입자가 보험계약 당시에 보험사에게 고지의무를 지는 상법 제651조에서 정한 "중요한 사항"이란, 보험사가 보험사고의 발생과 그로 인한 책임 부담의 개연율을 측정해 보험계약의 체결 여부 또는 보험료나 특별한 면책 조항의 부가와 같은 보험계약의 내용을 결정하기 위한 표준이 되는 사항입니다. 객관적으로 보험사가 그 사실을 안다면 그 계약을 체결하지 않든가 또는 적어도 동일한 조건으로는 계약을 체결하지 않으리라고 생각되는 사항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어떠한 사항이 이에 해당하는가는 보험의 종류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는 사실 인정의 문제로서 보험의 기술에 비춰 객관적으로 관찰 판단해야 합니다(대법원 판례들도 같은 입장입니다).

보험사가 보험 가입자의 고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보험계약을 적법하게 해지하기 위해서는 고지의무 위반에 보험 가입자의 고의 또는 중과실(이를 주관적 요건이라고 합니다)이 있어야 합니다.

여기서 고의란 고지의 대상인 사실을 알고 또 그것이 고지해야 할 중요한 사항에 해당하는 것까지 알면서 고지하지 않거나 부실하게 고지하는 것을 말합니다. 중과실이란 현저한 부주의로 인해 고지의 대상인 사실 자체를 알지 못하거나, 고지의 대상인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그 사실의 중요성의 판단을 잘못해 고지하지 않거나 부실하게 고지하는 것을 말합니다. 보험가입자의 고의 또는 중과실은 모두 보험사가 입증해야 합니다.  

또한, 고지의무 위반이 되려면 보험계약상 중요한 사항에 관한 불고지 또는 부실고지가 있어야 하는데(이를 객관적 요건이라고 합니다), 어떠한 사항이 중요한 사항에 해당하는가에 대해서는 객관적으로 판단해야 하고, 불고지 또는 부실고지의 존부는 보험계약의 성립 당시를 기준으로 합니다.

법은 권리 위에 잠자는 자를 보호하지 않습니다.
(Equity aids the vigilant, not those who slumber on their rights)

보험사가 고지의무의 대상이 되는 사항에 관해 질문표에서 질문한 사항은 일단 중요한 사항으로 추정되므로, 질문표의 기재 사항에 아무런 기재도 하지  않은 경우에는 불고지가 됩니다. 그러나 질문표에 기재하지 않은 사항에  관해서는 그것이 중요한 사항이란 점과 보험 가입자가 그 중요성을 알았다는 사실을 보험사가 모두 입증해야만 하고, 그렇지 않은 경우 원칙적으로 보험 가입자의 고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보험계약을 해지할 수 없습니다.

사안에서의 2015년 11월 시행한 외래 추적검사의 경우 치료방법의 일종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 검사는 보험계약 체결일부터 약 1년 9개월 전에 이뤄진 것으로 확인되므로 계약 전 알릴 의무 사항(이를 질문표라고 합니다)의 건강 상태란 항목[최근 1년 이내에 의사로부터 진찰 또는 검사를 통하여 추가 검사(재검사)를 받은 사실이 있습니까?]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기 때문에, 질문표상 기재된 사항에 관해 고지의무를 위반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보험 청약서의 질문표상 질문 사항에 포함돼 있지 않은 질문 사항이라고 하더라도, 보험사가 피보험자의 생명 위험 측정상 중요한 사항이란 점과 보험 가입자가 그 중요성을 알았다는 점을 입증하면, 보험 가입자가 보험계약을 체결하면서 보험사에게 그러한 중요한 사항을 고지하지 않은 것은 고지의무 위반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 중요성 판단의 기준으로는 보험사의 보험 인수 기준 혹은 언더라이팅 매뉴얼을 고려해볼 수 있습니다. 추적 검사가 완료(종료)된 환자라 할지라도 과거에 암 진단을 받은 사실이 있는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인수를 하지 않는다(인수 거절하거나 조건부로 인수했을 것)는 내용의 해당 보험사의 보험 인수 기준이 보험청약서상 질문표에 기재되지 않은 이상, 보험사로서는 보험 가입자의 신체에 존재했던 위험 사항인 '과거 암 진단 사실'이 생명위험 측정상 중요한 사항에 해당한다는 점과 보험 가입자가 그 중요성을 알았다는 점을 모두 입증해야 합니다.   


보험사의 보험 인수 기준의 경우 추적 검사가 완료(종료)됐을지라도 과거에 암 진단을 받은 사실이 있는 환자가 사실대로 고지했다면, 암보험 인수가 거절되거나 조건부로 인수됐을 수 있으므로, 보험사 입장에서는 보험 가입자가 과거에 암 진단을 받은 사실이 보험 인수 기준이 되는 중요한 사실에 해당한다고 주장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러나 ① 보험사의 보험 인수 기준은 회사 내부 문서에 불과하고 회사 외부에서 살펴볼 수 있는 객관적인 보험 인수 기준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습니다(많은 보험사들이 피보험자의 '과거 암 진단 사실'을 이른바 대수의 법칙에 따라 보험사고의 위험률 측정 및 산정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  보고 동일하거나 유사한 보험 인수 기준을 두고 있는지도 불분명합니다).

② 질문표상의 질문 사항을 피보험자가 진료받은 사실이 있으면 그 결과가 어떤 것인지에 관계없이 모두 고지해야 한다고 보기 어렵고, 정상 소견을 보인 경우나 완치된 것으로 보는 경우까지도 고지해야 할 중요한 사항이라고 해석할 수도 없습니다.


③ 더군다나, 이건의 경우 2008년경 항암 치료 종료 후 보험계약 체결시까지 약 9년여의 장기간 동안 암이 재발한 바 없고, 약 7년 이상의 기간 동안 주기적으로 시행돼온 2015년 11월의 마지막 외래 추적 검사 종료 후 약 1년 9개월 동안 치료사실이 없다가 보험계약 체결을 하고 암 보장 개시일 이후에 암 진단을 받았으므로, 보험 가입자가 질문표에도 없는 '과거 암 진단을 받은 사실'을 고지해야할 만큼 중요한 사실이라는 점을 알았다고 쉽게 단정할 수 없습니다.

④ 보험사가 질문표 등의 서면으로 질문한 사항은 고지의무자의 주의를 환기했으므로 그의 고의 또는 중과실을 입증하기가 용이하다고 할 수 있지만, 질문표에 기재되지 않은 사실에 대해서까지 보험 가입자가 '과거 암 진단 사실'에 대해 고지의 대상인 사실을 알았다고 미리 단정해 말할 수도 없습니다.

⑤ 종전의 판례 중에는 질문표 등 서면으로 질문하지 않은 사항이더라도 중요한 사항인 경우에는 이를 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취한 몇몇 사건이 있었으나, 최근의 판례들은 표준화되고 고지 사항에 대해서 거의 빠짐없이 기술하고 있는 질문표를 마련해두고 있는 거래 실무를 반영해 질문표에서 질문하지 않은 사항에 대해서는 고지의무 위반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추세에 있습니다.

앞서 말한 여러 사실 등을 고려할 때, 이건처럼 항암 치료 종료 후 9년 이상이 경과한 상태에서 보험계약 체결 시 '과거 암 진단 사실'을 고지해야 할 중요한 사항에 해당한다고 단정 짓기 어렵습니다. 설령 '과거 암 진단 사실'이 중요한 사항에 해당한다고 보더라도 보험 전문가가 아닌 가입자가 이를 고지의무의 대상으로 충분히 인지했다고 볼 수 없습니다. 따라서 이건에서 고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한  K보험사의 보험계약 해지는 옳지 않습니다.
THE 수준 높고 좋은 글
보험전문변호사= 임용수 변호사
  • 최초 등록일: 2017년 3월 16일
  • 1차 수정일: 2019년 5월 29일(재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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