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 자녀의 서면동의 대행 |
글 : 임용수 변호사
15세 미만의 자녀를 피보험자로 하는 사망보험이나 15세 미만 자녀의 상해로 인한 사망를 담보하는 보험(상해사망보험)은 무효입니다. 어린이보험1)은 사망을 담보로 하는 보험계약이 아니므로 유효하지만 타인의 상해보험에 해당되는 상품인 만큼 피보험자의 서면 동의가 필요한데, ① 보험계약자가 부모이고 피보험자 및 보험수익자를 15세 미만의 자녀로 하는 '타인을 위한 타인의 상해보험'의 경우에도 여전히 피보험자의 서면 동의가 필요한지, ② 만약 부모가 15세 미만의 자녀를 피보험자로 하고 보험수익자를 부모로 하는 '자기를 위한 타인의 상해보험'을 체결한 경우 그 자녀의 서면 동의와 부모의 동의만 있어도 그 상해보험이 유효한지가 문제될 수 있습니다.
사람은 19세로 성년에 이르게 되므로, 19세 미만의 사람은 미성년자입니다. 미성년자가 보험계약 체결 등의 법률행위를 할 때 권리만을 얻거나 의무만을 면하는 행위를 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법정대리인의 동의를 얻어야 합니다. 미성년자의 법정대리인은 친권을 행사하는 아버지 또는 어머니입니다. 부모가 혼인 중일 때는 미성년 자녀의 공동친권자가 되고 공동으로 친권을 행사하는 것이 원칙이고 부모가 이혼하더라도 친권 행사에 별다른 정함이 없으면 부모에게 공동의 친권이 있다고 할 수 있지만, 부모의 이혼이나 부모 중 한쪽의 사망, 친권 상실 등의 사유가 발생하면 한쪽이 단독으로 친권을 행사할 수도 있습니다. 부모가 공동으로 친권을 행사하는 경우 부모의 한쪽이 공동 명의로 자녀를 대리하거나 자녀의 법률행위에 동의한 때는 다른 한쪽의 의사에 반하는 경우도 그 효력이 있습니다.
보험계약의 성립 |
보험계약은 어떤 일정한 방식을 필요로 하지 않는 계약이고 또 계약 당사자 간의 의사 합치만으로 이뤄지는 계약입니다. 즉 원칙적으로 보험계약자의 청약과 보험회사의 승낙의 의사표시가 합치되면 성립하고 그 청약과 승낙에는 특별한 방식을 요하지 않으며 또한 대리에 친한 행위입니다.
타인의 상해보험에서 피보험자의 동의는 자신을 보험 대상자로 하는 보험계약의 체결에 대해 이의가 없다는 의사표시(의사의 통지)로서 준법률행위이기는 하지만, 15세 미만의 미성년자가 어린이보험의 피보험자로서 서면 동의를 할 때도 법률행위를 할 때와 마찬가지로 법정대리인(부모 또는 미성년후견인)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는 데 학설과 판례는 거의 이견이 없습니다. 따라서 타인을 위한 타인의 상해보험 체결 당시 15세 미만의 미성년자가 법정대리인인 부모의 동의를 얻어 서면 동의를 했다면 유효한 동의가 됩니다. 반대로 그 미성년자가 법정대리인의 동의를 얻지 않고 상해보험의 피보험자로서 서면 동의를 했다면 법정대리인은 피보험자의 동의를 취소할 수 있습니다(민법 제5조 제2항). 물론 그 미성년자의 서면 동의가 없으면 법정대리인의 취소를 기다릴 것도 없이 처음부터 무효입니다.
이때 서면 동의는 피보험자 자신이 반드시 자필서명해야 하는 것은 아니므로, 피보험자인 자녀(타인)가 참석한 자리에서 보험계약을 체결하면서 보험계약자나 보험모집인이 그 자녀에게 보험계약의 내용을 설명한 후 자녀로부터 명시적으로 권한을 수여받아 보험청약서에 자녀의 서명을 대행하는 경우와 같이, 타인으로부터 특정한 보험계약에 관해 서면 동의를 할 권한을 구체적·개별적으로 수여받았음이 명백한 사람이 권한 범위 내에서 타인을 대리 또는 대행해 서면동의를 한 경우에는 적법한 대리인에 의해 유효한 서면동의가 이뤄진 것이 됩니다.
민법은 부모가 공동으로 친권을 행사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이 규정은 친권의 행사가 부모 공동의 의사에 기인함을 필요로 할 뿐 행위 자체를 부모 양쪽의 명의로 해야 한다는 것을 뜻하지는 않습니다. 따라서 보험계약을 체결할 당시 공동친권자인 부모 중 한쪽이 다른 한쪽의 명시적 내지 묵시적 동의하에 15세 미만의 미성년자인 피보험자를 대리해 보험청약서상의 피보험자란에 서명을 했다면, 그 미성년자를 피보험자로 하는 데 있어 법정대리인(공동친권자)인 아버지와 어머니가 공동으로 동의를 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한편 민법 제921조는 법정대리인인 친권자와 그 자녀 사이에 이해상반되는 행위를 함에는 친권자는 법원에 그 자녀의 특별대리인의 선임을 청구해야 한다며 친권자와 그 자녀 간의 '이해상반행위'에 대해서 규정하고 있습니다. 부모가 15세 미만의 자녀를 피보험자로 하는 '자기를 위한 타인의 상해보험'을 체결하는 경우는 부모 자신을 보험수익자로 한다는 점에서 이해상반행위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이해상반행위인지를 판단함에 있어서 학설 및 판례2)는 법정대리인인 부모와 그 자녀 사이의 이해상반 유무는 전적으로 그 행위 자체를 객관적으로 관찰해서 판단해야 할 것이지 그 행위의 동기나 연유를 고려해 판단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형식적 판단설). 친권자인 부모의 의도나 그 행위의 결과 실제로 이해의 대립이 생겼는지 여부는 묻지 않겠다는 취지입니다.
상해보험은 사망보험과는 달리 보험사고가 상해이고, 상해의 치료에 치료비가 소요되는 등 보험수익자 측의 수입 상실도 예상되며 피보험자에게 불이익만을 주는 행위는 아니므로, 행위의 동기나 연유 측면으로 볼 때 어린이 상해보험 체결 시의 피보험자의 동의는 상대적으로 이해의 대립이 생길 우려가 적은 행위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서면 동의 유무가 계약 당사자간에 다툼의 대상이 되고 앞서 본 형식적 판단설에 따라 무권대리행위로서 피보험자의 서면 동의가 없는 것으로 인정되면 보험계약 자체가 무효로 될 소지가 있으므로, 부모가 자기를 보험수익자로 지정하는 자기를 위한 타인의 상해보험을 체결함에 있어서는 15세 미만 미성년 자녀의 서면 동의와 법원이 선임한 특별대리인의 동의를 받아 두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이와 관련해서는 대법원 판례가 아직까지는 없는 것 같은데, 일부 하급심 판결들은 미성년 자녀의 상해나 사망을 보험사고로 하고 보험금 수익자를 부모나 법정상속인으로 정한 보험계약을 체결할 당시 부모가 자녀의 서명을 대행한 경우 그와 같은 보험계약의 체결은 친권자인 부모와 미성년자 사이에 이해가 상반되는 때에 해당하므로 법원이 선임한 특별대리인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고 판시했습니다.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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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험 전문변호사 = 임용수 변호사
- 최초 등록일 : 2019년 3월 3일
- 1차 수정일 : 2019년 5월 8일(재등록)
1) 15세 미만의 피보험자의 사망을 보험사고로 하는 보험계약은 무효이므로, 여기서 '어린이보험' 내지 ‘어린이 상해보험’이라고 지칭할 때는 특히 15세 미만의 미성년자를 피보험자로 하고 그의 상해를 담보하는 상해보험임을 밝혀 둡니다.
2) 대법원 2002. 1. 11. 선고 2001다65960 판결.
3) 수원지법 안산지원 2015. 7. 16. 선고 2014가합23239, 2015가합21469 판결, 서울중앙지법 2017. 12. 8. 선고 2017나61975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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