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약관 교부·설명의 시기



보험약관 교부·설명의 시기에 대해서는, 보험계약자가 소정의 사항을 기재한 보험청약서를 보험자에게 교부하기 전에 약관을 교부해야 하고 그 중요한 내용을 설명해야 한다는 견해,61) 늦어도 보험 청약 시까지로 보아야 한다는 견해62) 등이 있다. 보험약관 교부·설명의무 이행의 시기를 '보험계약을 체결한 때'라고 정하고 있는 상법 제638조의3에 의할 때는 보험자는 보험계약자의 청약에 대하여 승낙할 때까지 교부·설명하면 된다고 풀이할 수 있다. 그러나 보험업법은 '보험계약 체결을 권유하는 경우'로 약관 설명의무 이행의 시기를 앞당겨 규정하고 있다(보험업법 제95조의2). 보험업법은 상법의 특별법이므로 보험업법이 상법보다 우선 적용된다고 볼 때, 늦어도 보험청약 시까지는 설명의무가 이행되어야 한다고 풀이한다. 보험약관에서는 약관 설명은 보험청약을 할 때까지 이행되어야 하고, 교부는 청약 후 지체 없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63) 보험 실무는 계약의 중요한 내용이 축약되어 있는 상품설명서 등을 먼저 교부하고 그 내용을 설명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므로, 계약 체결 과정에서 사실상 약관의 교부 후 설명이 이루어지고 있다.

보험약관은 반드시 약관이라고 기재한 종이책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콤팩트디스크(CD)나 유에스비(USB), 전자책(e-book) 등의 형태로 제공되는 약관, 상품설명서, 가입설계서나 가입안내문 또는 카탈로그·팸플릿64) 등과 같이 계약 체결에 즈음하여 제시되는 서면인 보험안내자료(保險案內資料)65)도 이에 포함된다.66)  왜냐하면 약관이란 그 명칭이나 형태 또는 범위에 상관 없이 계약의 한쪽 당사자가 여러 명의 상대방과 계약을 체결하기 위하여 일정한 형식으로 미리 마련한 계약의 내용을 말하는데(약관규제법 제2조 제1항), 콤팩트디스크 또는 유에스비, 전자책 등의 형태로 제공되는 약관, 보험안내자료도 보험자가 동종의 다수 거래를 예상하여 일정한 형식으로 미리 마련한 것으로서 상대방에게 제시하여 설명하거나 그 동의를 얻는 것이라는 점에서 종이책으로 된 약관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보험안내자료에 약관의 일부만 축약되어 있는 경우에는 축약된 약관의 일부만이 계약의 구성부분이 된다.

기존의 보험계약을 갱신하는 경우에도 교부·설명의무가 적용되는지에 관하여는 견해가 갈린다. 교부·설명의무가 경감될 수는 있으나 면제된다고 볼 것은 아니라는 견해67)가 있으나, 기존 계약의 내용이 된 보험약관을 도중에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기존의 보험계약을 갱신하거나 부활하는 경우에는 이 의무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68)

이는 보험계약자가 알지 못하는 가운데 약관에 정해진 중요한 사항이 계약 내용으로 되어 보험계약자가 예측하지 못한 불이익을 받게 되는 것을 피하고자 하는 데 그 근거가 있는 것이므로, 보험계약자가 별도의 설명 없이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내용에 대해서까지 굳이 보험자에게 명시·설명의무가 인정된다고 볼 수는 없기 때문이다. 판례는 기존 보험을 해지하고 다시 보험계약을 체결한 경우 변경된 약관이 기존 약관과 해석상 차이가 없는 경우에는 설명의무가 없다고 보고 있다.69)


보험법 저자🔸임용수 변호사

 

61) 최기원, 125면. 이 견해는 스위스보험계약법 제3조 제1항의 「보통보험약관은 보험자가 교부하는 청약서에 이를 기재하거나 청약서가 제출되기 전에 청약자에게 이를 교부해야 한다」는 규정에 근거한 것으로 보인다.
62) 김성태, 193면; 박세민, 150면; 한국사법행정학회, 주석상법(Ⅶ)[보험], 2001(다음부터 ‘주석상법’이라고 한다), 66면. 「청약자가 청약서를 작성하여 보험자에게 교부하기 전에 보험자로부터 보험약관을 교부받고 약관상의 중요한 내용에 관한 설명을 듣도록 하는 것이 본 의무의 취지에 부합한다」는 견해를 밝히고 있다(박세민 150면).
63) 현행 표준약관(2015. 12. 29. 개정)은 「회사는 계약자가 청약할 때 계약자에게 약관의 중요한 내용을 설명해야 하며, 청약 후에 지체 없이 약관 및 계약자 보관용 청약서를 드립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생명보험 표준약관 제18조, 질병·상해보험 표준약관 제20조 등 참조).
64) 팸플릿(pamphlet)의 국어사전적 의미는 「설명이나 광고 따위를 위해 간략하게 엮은 작은 책자」이다.
서울중앙지방법원 2004. 7. 1. 선고 2003나56037 판결은 「팸플릿도 보험자인 회사가 동종의 다수 거래를 위하여 미리 마련한 것으로서 계약 체결에 즈음하여 상대방에게 제시하여 그 동의를 얻는 점에서 보험약관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고 판시한 바 있다.
65) 일본식 용어인 '모집문서도화'를 1995년의 보험업법 개정 시에 보험안내자료로 변경하였다.
66) 동지: 춘천지방법원 원주지원 2003. 1. 14. 선고 2002가단1245 판결. 이 판결은 「보험설계사가 보험계약자에게 책임개시일의 설명이 기재되어 있는 가입안내서를 제시하면서 암보장특약의 책임개시일에 관하여 설명한 사실이 인정되므로, 보험계약자의 약관 설명의무 위반 주장은 이유없다」고 판시하였다.
보험안내자료는 보험계약의 성립 전에 청약을 권유하기 위하여 사용되는 것이다. 따라서 보험계약의 성립 후에 교부되는 보험증권이나 보험카드는 보험안내자료라고 할 수 없다.
서울중앙지방법원 2004. 11. 5. 선고 2004가합24842 판결도 「보험증권은 보험계약의 성립과 내용을 증명하기 위하여 계약의 내용을 기재하고 회사가 기명날인 또는 서명하여 계약자에게 교부하는 증권으로서 하나의 증거증권이고, 보험안내자료는 회사가 보험의 모집과정에서 보험의 청약을 권유하기 위하여 제작한 자료를 말하므로 양자의 작성목적, 문서의 내용 등에 비추어 보면 '타인의 보험증권'을 보험안내자료라고 할 수 없다」고 판시하고 있다.
67) 김성태, 194면.
68) 동지: 최기원, 111면, 양승규, 118면, 부산지방법원 1995. 7. 12. 선고 94가합17188 판결. 이 판결은 「보험자 내지 보험계약자의 체결 또는 모집에 종사하는 자의 보험약관의 명시·설명의무는 원칙적으로 보험계약을 새로이 체결하는 경우에 적용되는 것이고, 갱신의 경우에는 그 보험약관의 내용에 변동이 생겼을 경우에 한하여 적용된다」고 판시하고 있다.
대법원 2004. 9. 23. 선고 2004다35120 판결은 「보험모집인이 제1보험계약을 체결하면서 보험계약자에게 26세 이상 한정운전 특약이 포함된 사정 및 그 특약의 내용에 관하여 설명했으므로, 보험자로서는 보험계약자에게 제1보험계약의 자동갱신특약에 따라 자동갱신된 이 사건 보험계약의 26세 이상 한정운전 특약에 관하여 또다시 설명할 의무는 없다」고 판시하고 있다.
대구고등법원 2000. 4. 14. 선고 98나4447 판결은 「설명의무는 상대방인 고객이 알 수 없는 가운데 약관에 정해진 중요한 내용이 계약내용으로 되어 고객이 예상하지 못한 불이익을 받게 되는 것을 피하고자 하는 데 그 취지가 있다고 할 것이므로 '약관의 내용에 변동이 없이' 계약이 계속적으로 갱신된 경우이거나 선행하는 계약이 해지되었다가 '약관의 중요한 사항에 있어서 동일한 내용의' 계약이 다시 체결될 때는 갱신되기 전 또는 선행하는 계약이 체결될 때 고객에게 약관에 정해진 중요한 사항에 대하여 설명의무를 다했다면 그 후 계약이 갱신되거나 또는 다시 체결될 때마다 거듭하여 이를 따로 명시·설명할 의무는 없다」고 판시하고 있다.
69) 대법원 1993. 4. 13. 선고 92다45261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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