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보험회사는 약관조항 전부를 설명할 필요는 없으며, 그 중에서 중요한 내용만 설명하면 된다. 여기서 중요한 내용이란 「사회통념상 고객의 이해관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항으로서, 보험계약자가 그 사항을 안다면 계약 체결 여부나 계약 내용 결정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사항」을 말한다. 다시 말하면 객관적으로 볼 때 보험계약자가 계약 체결 당시 그 사항을 알았더라면 보험회사와 그러한 보험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으리라고 인정되는 사항이다. 이때의 중요한 내용에 관한 인지 가능성은 해당 보험계약자의 주관적 인지 가능성이 아니라 거래상 일반인의 객관적 인지 가능성을 기준으로 한다.
구체적인 예로는 보험료와 그 지급 방법, 보험금, 보험료납입기간 및 보험기간, 보험자의 책임 범위37)와 면책사유38) 또는 해지사유, 변액보험의 투자 형태 및 구조, 상법의 일반조항과 다른 내용으로 정한 보험회사의 책임개시시기,39) 보험사고의 내용, 주운전자 제도,40) 보상의 방식 등을 들 수 있다.
금융소비자보호법 제19조 제1항 및 동법시행령 제13조는 보험상품의 내용, 보험료, 보험금 지급제한 사유 및 지급절차, 위험보장의 범위, 위험보장 기간, 계약의 해지·해제, 보험료의 감액 청구, 보험금 또는 해약환급금의 손실 발생 가능성 등을 보험계약의 중요 사항으로 열거하고41) 보험회사 또는 보험의 모집에 종사하는 자는 그 중요 사항을 일반보험계약자가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때의 중요 사항은 비단 약관에 규정된 내용에만 한정되지 않는다.42) 보험계약의 중요 사항에 해당하면 약관에 규정된 내용 이외의 사항이더라도 설명의무의 대상이 된다.
상해보험약관에는 신체의 일부를 잃거나 그 기능을 영구히 상실하는 영구장해의 경우에만 후유장해보험금을 지급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조항이 있는데, 이 약관조항이 설명의 대상이 되는지에 관하여 종전에는 학설상 견해가 대립하고 있었다. 대법원은 일반적으로 후유장해라 함은 질병이나 부상의 초기의 급성 증상이 치료된 후에도 회복 또는 해소되지 못하고 남은 신체 기능의 상실을 말하는 것으로서 그러한 후유장해의 개념에 한시적·일시적 장해가 제외되는지에 대해서는 충분히 다툼이 생길 수 있으므로 결국 '신체의 일부를 잃거나 또는 그 기능이 영구히 상실되는 경우'만을 후유장해라고 규정하고 있는 약관 규정은 보험계약자가 별도의 설명 없이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던 사항이라고 볼 수 없고, 따라서 보험회사로서는 약관 규정을 보험계약자에게 설명하여 모든 후유장해가 보상의 대상이 되는 것이 아니라 영구적 기능 장해만이 보상의 대상이 된다는 점, 특히 신체 기능의 한시적 장해는 보상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점을 알려주었어야 할 것이라고 판시하여43) 분쟁을 일단락 지었다.
후유장해의 상태가 신체의 같은 부위에 발생한 때는 같은 부위의 등급 안에서 높은 등급에 해당하는 금액을 지급한다고 규정한 약관조항도 후유장해보험금의 지급 액수 등을 결정할 수 있는 중요한 내용으로서 보험회사는 그 약관의 내용을 구체적이고 상세하게 설명할 의무가 있다.44)
타인의 사망보험에서 피보험자의 서면 동의를 요하는 사실과 관련하여, 보험계약자에게 피보험자의 서면 동의 여부에 대하여 구체적이고 상세하게 설명하여 보험계약자로 하여금 피보험자의 서면 동의를 받을 기회를 주어 유효한 보험계약을 체결하도록 조치할 주의의무가 있다는 것이 대법원 판례의 일관된 입장이다.45)
2. 보험약관에 규정된 중요 사항이라고 하더라도, 보험계약자나 그 대리인이 약관의 내용을 충분히 잘 알고 있는 경우,46) 거래상 일반적이고 공통된 것이어서 보험계약자가 별도의 설명 없이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던 사항,47) 이미 법령48)에 의하여 정해진 것을 되풀이하거나 부연하는 정도에 불과한 사항인 경우49)에는 설명할 필요가 없다.50) 다만 보험계약자나 그 대리인이 약관의 내용을 충분히 잘 알고 있다는 점은 이를 주장하는 보험자 측에서 입증해야 한다.51) 구체적으로 설명할 필요가 없는 사항으로는, 면책조항 중 이미 널리 알려진 사항, 보험계약법의 내용을 원용하는 정도의 조항, 질문표 기재 사항, 보험금지급기준과 관련된 사항, 과거 병력 등에 관한 고지의무 및 그 위반 시의 계약해지에 관한 약관 규정, 보험자가 서면으로 질문한 사항은 중요한 사항으로 추정된다는 점 등을 들 수 있다.
판례는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가 손해의 통지 또는 보험금 청구에 관한 서류에 고의로 사실과 다른 것을 기재했거나 그 서류 또는 증거를 위조하거나 변조한 경우를 보험금청구권의 상실 사유로 정한 보험약관처럼 거래상 일반인들이 보험자의 설명 없이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던 사항인 경우,52) 보험계약자가 이미 유상운송 면책약관 내용을 알고 있었으며 그 면책조항이 일반적이고 공통되는 것인 경우,53) 무보험자동차에 의한 상해보상특약에서의 보험금액의 산정 기준이나 방법,54) 어떤 면허를 가지고 피보험자동차를 운전해야 무면허운전이 되지 않는지 여부,55) 자동차종합보험약관상 '보험증권에 기재된 피보험자 또는 그 부모, 배우자 및 자녀가 죽거나 다친 경우에는 보상하지 않는다'는 면책조항의 배우자에 사실혼 관계의 배우자도 포함되는지 여부,56) 무권대리에 의하여 체결된 생명보험에서 무권대리행위를 유효하게 하려면 보험계약자의 추인이 있어야 한다는 사실,57) 보험계약 체결 이전의 기왕증에 대해서는 보험금이 지급되지 않는다는 사실58) 등은 보험자의 약관 설명의무의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보험계약의 체결 또는 모집에 종사하는 자59)는 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의 합리적인 판단 또는 보험상품의 가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사항을 거짓으로 또는 왜곡(불확실한 사항에 대하여 단정적 판단을 제공하거나 확실하다고 오인하게 할 소지가 있는 내용을 알리는 행위)하여 설명하거나 중요한 사항을 빠뜨려서는 안 된다(금융소비자보호법 제19조 제3항). 보험모집종사자가 모집을 하면서 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에게 보험 상품의 내용을 사실과 다르게 알리거나 그 내용의 중요한 사항을 알리지 않음으로써 보험계약자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 보험회사는 손해배상책임을 진다(금융소비자보호법 제45조 제1항). 예컨대, 보험모집종사자가 타인의 사망보험을 모집하면서 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에게 피보험자의 서면 동의가 필요하지 않다고 알리거나 보험계약을 체결할 때까지 피보험자의 서면 동의를 얻지 않으면 보험계약이 무효가 된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음으로써 보험계약이 무효가 되고 그 결과 보험사고의 발생에도 불구하고 보험계약자가 보험금을 지급받지 못하게 되었다면 보험회사는 금융소비자보호법 제45조 제1항에 의하여 보험계약자에게 가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60)
보험법 저자🔸임용수 변호사
37) 전주지방법원 2004. 5. 27. 선고 2003나5385 판결은 「건강보험에서 어떠한 질병이 보장되는지는 보험계약의 중요한 내용이라 할 것이나 그 설명의무의 범위는 보험계약에서 보장하는 질병 등을 일반적이고 포괄적으로 설명하는 것으로 충분하고, 뇌경색의 정확한 개념이나 이에 포함되지 않는 뇌손상으로 인한 후유증의 차이점 등을 의학적으로 설명할 의무는 없다」고 판시하고 있다.
38) 대법원 2006. 1. 26. 선고 2005다60017, 60024 판결은 보험약관에서 피보험자의 폭행 또는 구타에 기인하는 배상책임은 보상하지 않는다는 면책조항을 규정하고 있는 경우에 그 면책조항이 상법 제659조 제1항의 내용을 초과하는 범위에서 보험자의 명시·설명의무의 대상이 된다고 판시하고 있다.
대법원 2005. 10. 28. 선고 2005다38713, 38720 판결은 보험계약 체결 당시 오토바이 운전자에게는 보험금의 지급이 제한된다는 약관의 내용은 보험자의 명시·설명의무의 대상이 된다고 판시하고 있다.
39) 대법원 2005. 12. 9. 선고 2004다26164, 26171 판결.
40) 대법원 1997. 9. 26. 선고 97다4494 판결, 대법원 1998. 4. 10. 선고 97다47255 판결.
41) 다만 일반금융소비자가 특정 사항에 대한 설명만을 원하는 경우 해당 사항으로 한정한다.
42) 대법원 2014. 10. 27. 선고 2012다22242 판결, 대법원 2018. 4. 12. 선고 2017다229536 판결. 이 판결들은 「보험계약의 중요 사항은 반드시 보험약관에 규정된 것에 한정된다고 할 수 없으므로, 보험약관만으로 보험계약의 중요 사항을 설명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보험회사 또는 보험모집종사자는 상품설명서 등 적절한 추가 자료를 활용하는 등의 방법으로 개별 보험 상품의 특성과 위험성에 관한 보험계약의 중요 사항을 고객이 이해할수 있도록 설명해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다.
43) 대법원 2002. 4. 12. 선고 2001다81047 판결.
44) 동지: 대법원 2002. 9. 27. 선고 2002다24327, 24744 판결.
45) 피보험자의 서면동의 없이 보험계약을 체결하고 수년간 보험료를 납입한 후 피보험자가 사망하면 사망보험금 청구나 보험업법상의 손해배상 청구를 하고,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그동안 누적된 보험료와 지연 이자를 반환하라고 청구하는 등 대법원 판례를 악용하는 부작용 사례들이 많이 발생하고 있다.
46) 대법원 1998. 4. 14. 선고 97다39308 판결; 대법원 1999. 2. 12. 선고 98다51374, 51381 판결.
47) 대법원 1994. 10. 25. 선고 93다39942 판결.
48) 법령은 공포·시행됨으로써 효력이 발생하고 모든 국민이 알고 있는 것으로 간주된다. 여기서 공포(公布)란 새로 제정된 법령이나 조약 등을 정부 및 국민이 이것을 알고 따르도록 의무를 지우기 위하여 고시하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이미 시행되고 있는 법령에 규정된 사항을 그대로 원용하거나 부연하는데 불과한 약관조항에 대해서는 별도로 설명할 필요가 없다.
49) 대법원 1998. 11. 27. 선고 98다32564 판결; 대법원 1999. 9. 7. 선고 98다19240 판결.
50) 대법원 2000. 7. 4. 선고 98다62909, 62916 판결.
서울남부지방법원 2000. 6. 2. 선고 99가합17204, 2000가합2505 판결은 「약관에서 주민등록상 동거해야 한다는 요건에 관하여 비록 계약자가 계약 체결 시에 이를 알았더라도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을 것이라고는 보여지지 않으므로 동 약관조항이 회사의 설명을 요하는 중요한 내용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시하고 있다.
51) 대법원 2003. 8. 22. 선고 2003다27054 판결.
52) 대법원 2003. 5. 30. 선고 2003다15556 판결; 대법원 2005. 6. 9. 선고 2005다15444 판결(하급심: 서울고등법원 2005. 2. 4. 선고 2004나36354 판결).
대법원 2003. 5. 30. 선고 2003다15556 판결은 '계약자 또는 피보험자가 손해의 통지 또는 보험금청구에 관한 서류에 고의로 사실과 다른 것을 기재했거나 그 서류 또는 증거를 위조하거나 변조한 경우'를 보험금청구권의 상실 사유로 정한 약관은 보험계약에 있어서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사기적 보험금 청구 행위를 허용할 수 없다는 취지에서 규정된 것으로서, 보험계약 당사자의 윤리성이나 선의성을 요구하는 보험계약의 특성 및 상법에 보험의 투기화·도박화를 막고 피보험자에게 실제의 피해 이상의 부당한 이득을 취득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하여 고의로 인한 보험사고의 경우에는 보험자의 면책을 인정하고(상법 제659조), 보험계약이 사기로 인한 초과보험인 경우 그 계약 자체를 무효로 규정하고 있는 점(상법 제669조 제4항) 등에 비추어 볼 때 이는 거래상 일반인들이 보험자의 설명 없이도 당연히 예상할 수 있던 사항에 해당하여 설명의무의 대상이 아니라고 판시하고 있다.
53) 대법원 1992. 5. 22. 선고 91다36642 판결.
54) 대법원 2004. 4. 27. 선고 2003다7302 판결.
55) 대법원 2000. 5. 30. 선고 99다66236 판결.
56) 대법원 1994. 10. 25. 선고 93다39942 판결.
57) 무권대리(무권대행)에 의하여 체결된 보험계약은 무효인데, 이 경우 무권대리에 의한 생명보험에서 무권대리행위를 유효하게 하려면 보험계약자의 추인이 있어야 한다는 당연한 법리를 설명하지 않았다고 해서 그것만으로 보험자에게 주의의무의 위반이 있었다고 할 수는 없으므로, 그 결과 보험계약자 측이 보험금을 수령하지 못하게 되었더라도, 그러한 설명의 결여를 이유로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없다.
58) 서울중앙지방법원 2003. 7. 3. 선고 2002나63786 판결.
59) '보험계약의 체결 또는 모집에 종사하는 자' 또는 '보험의 모집에 종사하는 자'를 다음부터는 「보험모집종사자」 또는 「모집종사자」라고 부른다.
60) 금융소비자보호법 제45조 제1항에 의한 손해배상청구권은 보험계약자에게 인정되는 권리이므로, 당초부터 보험금 청구권이 없는 보험계약자는 보험금 상당의 손해배상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다. 즉 타인을 위한 보험계약에서의 보험계약자는 보험 수익을 향유할 지위에 있는 자가 아니므로 보험금 상당의 손해 자체가 발생할 수 없어 보험회사에게 손해배상책임을 물을 수 없다. 또한 타인을 위한 보험계약이 강행규정인 상법 제731조 제1항을 위반하여 무효로 된 경우에, 보험수익자는 보험계약자가 아니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보험회사를 상대로 보험계약의 무효로 인한 손해에 관하여 불법행위를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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