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이익변경금지의 원칙



1. 의의

상법 제663조 본문은 「이 편의 규정은 당사자 간의 특약으로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나 보험수익자의 불이익으로 변경하지 못한다」고 하여 보험계약자 등의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다.

이 규정은 상대적 강행규정이므로, 만일 보험약관에 상법 보험편의 규정보다도 보험계약자 등에게 불리한 규정을 두게 되는 경우에는 약관규제법에 위배되는지 여부를 판단할 것도 없이 무효가 된다. 금융위원회의 허가를 받은 약관이더라도 이 원칙에 위배되는 계약의 내용은 무효이다.35)


2. 인정근거


보험계약법을 강행규정화하는 것은 사적자치의 원칙에 제한을 둠으로써 보험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는 보험 가입자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이 원칙은 보험자와 서로 대등한 경제적 지위에서 계약 조건을 정할 수 없는 경제적 약자인 보험 가입자를 특별히 보호하기 위한 법의 후견적 배려라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보험계약자가 보험자와 보험에 관한 지식에서나 교섭력에서 서로 대등하게 보험계약의 조건을 흥정할 수 있기 때문에 보험 가입자의 이익 보호를 위한 법의 후견적 배려가 필요하지 않은 경우에는 이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다.


3. 제663조 적용 여부에 관한 판례의 입장


구체적으로 어떠한 약관 규정이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에 위배되어 무효로 되는지는 보험계약과 관련된 약관과 당사자의 이해관계 등을 고려하여 판단해야 한다.36)

가. 인정한 사례

판례 중에는 생명보험에서 피보험자의 직업이나 직종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고지의무 위반이 있는 경우에 자동적으로 실제 직업이나 직종에 따라 가능했던 가입 한도나 보상비율 범위 이내로 지급해야 할 보험금을 감축한다는 취지의 약정은, 당사자의 특약에 의하여 보험계약자 등에게 불리하게 상법 제651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해지기간, 고지의무 위반 사실에 대한 보험자의 고의나 중과실 여부, 상법 제655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고지의무 위반 사실과 보험사고 발생 사이의 인과관계 등에 관한 규정을 변경한 것으로서 상법 제663조에 의하여 허용되지 않는다고 판시한 것이 있다.37)

분납보험료가 소정의 시기에 납입되지 않았음을 이유로 납입최고 및 계약해지 절차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보험계약이 해지되거나 실효되고 보험자의 보험금지급 책임을 면하도록 규정한 약관,38) 평소 부탄가스를 흡입한 경험이 있는 피보험자가 술에 취한 상태에서 부탄가스를 흡입하다가 흡입량 과다로 사망한 사고처럼 피보험자가 의도적인 자해에 의한 중독 또는 손상으로 인하여 사망함으로써 피보험자의 사인이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상 고의적 자해(X60~X84)로 분류된다고 하더라도 피보험자에게 사망에 대한 고의가 없었던 경우까지 면책사유로 한다는 취지의 약정,39) 피보험자의 사망이나 상해를 보험사고로 하는 보험계약에서 보험사고 발생 시의 상황에 있어 피보험자에게 안전띠 미착용 등 법령위반의 사유가 존재하는 경우 그러한 법령위반 행위가 보험사고의 발생 원인으로서 고의에 의한 것이라고 평가될 정도에 이르지 않는 경우까지 면책사유로 정한 약정40)도 불이익변경금지 원칙 규정에 위배되어 무효라고 보고 있다.

나. 부정한 사례

판례는 자동차보험약관의 무면허운전면책조항이나 교통사고의 피해자가 배상책임의무가 있는 피보험자의 피용자로서 근로기준법에 의한 재해보상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인 경우를 보험자의 면책사유로 정한 조항을 상법 제663조의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에 저촉되는 것으로 보지 않는다.41)

외국법 준거약관도 그 약관에 의하여 외국법이 적용되는 결과 우리 상법 보험편 통칙의 규정보다 보험계약자에게 불리하게 된다고 하더라도, 그 내용이 우리나라의 공익 규정이나 공서양속에 반한다거나 합리적인 범위를 초과하여 보험계약자의 이익을 부당하게 침해하지 않는 한 상법 제663조에 반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42)

상법 제732조의2 제1항과 이를 준용하는 상법 제739조는 사망보험과 상해보험의 경우 보험계약자 등에게 중대한 과실이 있어도 보험자가 면책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은 사망보험과 상해보험의 보험자가 보험계약자 등의 고의로 인한 보험사고를 제외한 모든 보험사고의 위험을 담보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따라서 생명보험이나 상해보험의 약관에 보험자가 보험계약자 등의 고의에 의한 보험사고 외의 다른 일정한 보험사고의 위험을 담보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하더라도 그것이 보험계약자 등의 과실로 인한 보험사고에 관한 면책을 정하고 있는 것이 아닌 이상 그 면책약관이 상법 제633조의 불이익변경금지 원칙 규정에 위배된다고 볼 수 없다.43)


4. 원칙 적용의 한계


가. 상법 제663조 단서상의 보험

상법 제663조 단서는 「재보험 및 해상보험 기타 이와 유사한 보험의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 단서 규정에서 들고 있는 「이와 유사한 보험」의 범위가 명확하지 않으므로 그 범위에 대해서는 해석에 의하여 정해져야 하는데, 해석상 어느 범위까지 해상보험과 유사한 보험으로 볼 수 있는지가 문제될 수 있다.

생각건대, 보험계약자가 보험자와 대등한 계약 교섭력을 갖고 있거나 상당한 재력을 갖추었기 때문에 보험계약자의 이익 보호를 위한 법의 후견적 배려가 필요하지 않은 경우에는 위 단서 규정을 적용해야 한다. 대체로 보험계약자와 보험자가 서로 대등한 경제적 지위에서 계약 조건을 정하는 기업보험의 체결에 있어서는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의 적용이 배제된다.

항공보험은 포함된다고 볼 수 있지만, 보증보험44)·신용보험 등은 구체적 사안에 따라 보험 가입자의 이익 보호를 위한 법적 배려가 필요한가 여부를 가려서 필요하지 않은 경우에만 위 단서 규정을 적용하여야 한다고 풀이된다. 판례는 수협에서 연안 또는 근해 어업에 종사하는 영세민을 주된 가입 대상자로 실시하는 어선공제사업은 '이와 유사한 보험'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보아 상법 제663조 단서 규정을 적용하지 않고 있으나,45) 기업보험에 해당하는 수출보험에 대해서는 그 단서 규정을 적용하고 있다.46)

나. 상법상 「다른 약정」이 허용되는 경우

상법 규정이 다른 약정을 할 수 있도록 정한 경우는, 그 약정이 보험 가입자에게 불리하게 된다고 하더라도 이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다. 예컨대 최초보험료의 지급을 보험자의 책임 개시 요건으로 정한 상법 제656조, 보험자의 낙부통지의무를 규정한 상법 제638조의2 제1항은 계약당사자 사이의 특약으로 이를 배제할 수 있다.

다. 보험금(보상액)을 약정하는 경우

이 원칙은 각종 보험에서 보험자가 보상할 금액을 정하는 자유를 제한하는 것은 아니다.47) 예컨대 책임보험에서 보험자가 보상할 책임한도액을 정한다든가 피보험자와 제3자와의 합의액과 상관없이 실손해액을 보상하기로 정한다든가 또는 인보험에서 보험계약자와 보험자 사이의 약정에 의해 보험금의 지급 범위를 정한다든가 하는 것은 모두 유효하다고 해석된다.48)

이 원칙은 또한 인보험(특히 정액보험)에 있어서 피보험자의 사망으로 보험계약이 종료된 후에 보험사고 발생 여부나 장해등급 결정과 관련하여 다툼이 있어 이를 해결하기 위하여 계약당사자가 합의로 보험금을 정하는 것을 배제하는 것이 아니다. ​

보험법 저자🔸임용수 변호사


35) 동지: 박세민, 36면.
36) 동지: 최기원, 44면.
37) 대법원 2000. 11. 24. 선고 99다42643 판결.
38) 대법원 1995. 11. 16. 선고 94다56852 판결.
39) 대법원 2010. 3. 25. 선고 2009다38438(본소), 2009다38445(반소) 판결.
40) 대법원 2014. 9. 4. 선고 2012다204808 판결.
41) 대법원 1991. 2. 26. 선고 90다카26270 판결; 대법원 1992. 1. 21. 선고 90다카20654 판결; 대법원 1997. 9. 12. 선고 97다19298 판결.
대법원 1992. 1. 21. 선고 90다카25499 판결; 대법원 2000. 4. 25. 선고 99다68027 판결; 대법원 2000. 9. 29. 선고 2000다19021 판결: 「대인배상에 관한 보험회사의 면책사유의 하나로 피해자가 배상책임 있는 피보험자의 피용자로서 근로기준법에 의한 재해보상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인 경우를 들고 있는 자동차종합보험보통약관의 규정의 의미는, 사용자와 근로자의 노사관계에서 발생한 업무상 재해로 인한 손해에 대하여는 노사관계를 규율하는 근로기준법에서 사용자의 각종 보상책임을 규정하는 한편 이러한 보상책임을 담보하기 위하여 산업재해보상보험법으로 산업재해보상보험제도를 설정하고 있으므로, 위 면책조항은 노사관계에서 발생하는 재해보상에 대하여는 궁극적으로 산업재해보상보험에 의하여 전보받도록 하고 제3자에 대한 배상책임을 전보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 자동차보험의 대인배상 범위에서는 이를 제외한 취지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며, 위와 같은 면책조항이 상법 제659조에서 정한 보험자의 면책사유보다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에게 불이익하게 면책사유를 변경함으로써 같은 법 제663조에 위반된다고 볼 수 없으며, 약관규제법 제7조 제2호에서 정한 '상당한 이유 없이 사업자(즉 보험회사)의 손해배상 범위를 제한하거나 사업자가 부담하여야 할 위험을 고객에게 이전시키는 조항'에도 해당되지 아니하므로 이를 무효라고 할 수 없다」
42) 대법원 1991. 5. 14. 선고 90다카25314 판결.
43) 동지: 서울고등법원 2016. 8. 18. 선고 2015나2046957 판결.
44) 「보증보험의 경우, 보험계약자(주계약상의 채무자)가 상인(건축업자 등)인 경우는 제663조 단서가 적용된다고 봄이 타당할 것이다. 채권자(피보험자)는 상인인 경우가 많을 것이므로 주채무가 상사채무인가를 기준으로 할 것이 아니라, 주채무자(보험계약자)의 상인성 여부를 기준으로 판단함이 옳을 것이다. 따라서 신원보증보험, 할부판매보증보험 등 개인이 이용하는 보험에는 불이익변경금지원칙이 적용된다」는 견해가 있다(김성태, 167면).
45) 대법원 1996. 12. 20. 선고 96다23818 판결.
46) 대법원 2000. 11. 14. 선고 99다52336 판결.
47)  동지: 채이식, 479면.
48) 채이식, 47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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