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관의 해석



1. 해석의 일반원칙

가. 보험약관의 내용을 해석함에 있어서는 일반 약관에 대한 해석 원칙이 그대로 적용된다. 보험계약은 수많은 보험계약자를 대상으로 하고 있으므로 계약당사자의 의사보다도 보험계약의 단체성을 고려하여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라 공정하게 해석해야 하며, 보험계약자에 따라 다르게 해석되어서는 안 된다(공정성의 원칙).

일반 법률행위와는 달리 개개 계약당사자가 기도한 목적이나 의사를 기준으로 하지 않고 평균적 고객49)의 이해 가능성을 기준으로 하되 보험단체 전체의 이해관계를 고려하여 객관적·획일적으로 해석해야 한다(객관적 해석의 원칙). 객관적 해석의 원칙이란 약관 작성자인 보험자의 의도를 계약자에게 강제하는 것이 아니라 객관적 기준에 의하여 개별 사례의 우연한 사정 및 당사자 간의 개별적인 생각이나 특별한 이익 사정으로부터 벗어나 해석하는 것을 말한다. 약관에서 사용하고 있는 용어가 단순하고 모호함이 없을 때는 그 용어의 통상적인 의미로(in the ordinary and popular sense) 해석해야 하며, 보험에 관한 전문용어로서 보통의 의미와는 다른 특별한 의미를 가진 용어는 그 용어가 가지고 있는 특별한 의미가 약관에 명시되어야 한다. 즉 약관은 그 문언에 충실하게 해석하는 것이 중요하며 그로써 충분하다.50)

나. 보험약관의 내용 통제 원리로 작용하는 것으로 신의성실의 원칙이 있다. 이는 보험약관이 보험사업자에 의하여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작성되고 보험계약자로서는 그 구체적 조항 내용을 검토하거나 확인할 충분한 기회가 제대로 주어지지 않은 채 보험계약을 체결하게 되는 계약 성립의 과정에 비추어, 약관 작성자는 계약상대방의 정당한 이익과 합리적인 기대나 신뢰에 반하지 않고 형평에 맞게끔 약관 조항을 작성해야 한다는 행위 원칙을 가리킨다.

보험약관의 작성이 아무리 사적자치의 영역에 속하는 것이라고 해도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약관 조항은 사적자치의 한계를 벗어나는 것으로서 법원에 의한 내용 통제 즉 수정해석의 대상이 된다.

다. 보험약관 중 면책조항의 해석에 있어서는 예외적으로 보험자의 책임을 면하게 하는 조항이므로 면책사유의 요건을 엄격하게 해석해야 한다(엄격 또는 축소해석의 원칙).51)

법원은 약관규제법을 해석·적용함에 있어서 해당 규정의 유·무효를 판정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 규정 내용을 일정한 범위로 제한 내지 축소하는, 이른바 효력유지적 축소해석 내지 수정해석을 할 수 있다.52)

수정해석은 약관조항 전체가 무효사유에 해당하는 경우뿐만 아니라 조항 일부가 무효사유에 해당하고 그 무효 부분을 추출·배제하여 잔존 부분만으로 유효하게 존속시킬 수 있는 경우에도 가능하다.

라. 약관의 해석에 있어서는 가능하다면 계약을 유효하게 존속시키는  방향으로 해석해야 한다(유효해석의 원칙).53)

마. 약관은 약관 전체의 문맥과 계약의 목적을 고려하여 합리적으로 해석해야 한다.54) 약관상의 용어 풀이는 약관의 본문과 결합하여 전체로서 약관의 내용을 이루는 것이므로 본문에서 사용된 용어 중 그 의미가 불명확한 것을 명확하게 한다든지 그 풀이에 혼란이 없도록 하는데 그쳐야 하고 본문의 의미를 임의로 제한하거나 본문과 모순되는 내용을 규정할 수는 없다.55) 만약 용어 풀이 규정이 본문의 의미를 임의로 제한하거나 본문과 모순되는 내용인 경우에는 무효이다.


2. 작성자불이익의 원칙

약관조항 가운데 그 의미가 불명확한 점이 있거나 하나의 조항에 대하여 법적으로 적어도 두 가지 이상의 다의적인 해석이 가능한 경우에는 그러한 조항을 만든 보험자에게 불리하게, 보험계약자에게 유리하게 해석해야 한다는 원칙을 이른바 작성자 불이익의 원칙이라고 하며, 불명확성의 원칙이라고도 한다.56)

특히 면책약관의 경우는 그 성격상 약관의 해석이 해석하는 사람에 따라서 여러 가지 의미로 해석될 수 있는 때는 고객인 보험계약자(피보험자)에게 유리하게 적용될 수 있도록 이를 엄격히 해석해야 한다.

약관규제법 제5조 제2항은 「약관의 뜻이 명백하지 않은 경우에는 고객에게 유리하게 해석되어야 한다」라고 규정함으로써 이 원칙을 선언하고 있다.

판례도 「약관의 내용은 개개 계약 체결자의 의사나 구체적인 사정을 고려함이 없이 평균적 고객의 이해 가능성을 기준으로 하되, 보험단체 전체의 이해관계를 고려하여 객관적·획일적으로 해석해야 하고, 고객 보호의 측면에서 약관 내용이 명백하지 못하거나 의심스러운 때는 약관 작성자에게 불리하게 제한해석해야 한다」고 판시하여 작성자 불이익의 원칙의 적용을 인정하고 있다.57)

그러나 유의할 점은 작성자 불이익의 원칙은 다른 모든 해석 원칙을 적용하여 해석해보아도 약관의 의미가 명백하지 않은 경우에 보충적으로 적용되는 원칙이라는 것이다(보충적 해석수단).

이 원칙이 모든 해석의 의문을 보험자에게 부담시키려는 것은 아니므로, 먼저 일반의 해석원칙을 적용하여 해석이 가능한 경우나 작성자 불이익의 원칙을 적용해야 할 정도로 그 규정 해석상 불명료한 사정이 보이지 않는 경우에는 작성자 불이익의 원칙이 동원될 필요는 없다.

학설 중에는 언어해석인 합리해석, 통일해석, 효용해석의 원칙과 통일해석의 발전 형태인 고객통일해석의 원칙, 목적론적 해석의 일반적 원칙인 신의성실 해석의 원칙이 작성자 불이익의 원칙보다 먼저 적용된다고 보는 견해58)가 유력하다.


3. 준거법 약관

보험에 가입된 위험이 국제적인 거래에서 발생할 가능성이 많은 경우 보험약관에 외국법 준거약관(governing clause)이 삽입될 수 있다. 특히 해상보험과 관련하여 영국법 준거약관이 널리 사용되고 있는데 그 유효성이 문제된다.

계약당사자는 계약의 성립과 효력의 준거법을 자유로이 선택할 수 있으므로,59) 외국법 준거약관의 효력을 인정해도 무방하다고 풀이된다.

판례도 「해상보험증권 아래에서 야기되는 일체의 책임 문제는 영국의 법률 및 관습에 의하여야 한다는 영국법 준거약관은 오랜 기간 동안에 걸쳐 해상보험업계의 중심이 되어 온 영국의 법률과 관습에 따라 당사자 간의 거래관계를 명확하게 하려는 것으로서 우리나라의 공익 규정 또는 공서양속에 반하는 것이라거나 보험계약자의 이익을 부당하게 침해하는 것이라고 볼 수 없으므로 유효하다」고 판시하여 외국법 준거약관의 효력을 인정하고 있다.60)


보험법 저자🔸임용수 변호사



49) 장덕조, 손해보험소송의 주요 쟁점, 179면; 「보험약관 해석에서의 평균적 고객은 '합리적이기는 하지만, 보험에 관한 법률지식 등의 전문지식이 부족하여 보험계약의 내용을 이해하기 어려운 자로서 보험자와 대등한 경제적 지위에 있지 않은 자'」로 정의하고 있다.
50) 금융감독원 금융분쟁조정위원회(2017. 11. 14., 제2017-17호).
51) 대법원 1991. 11. 26. 선고 91다18682 판결; 대법원 1994. 11. 22. 선고 93다55975 판결 등.
52) 대법원 1991. 12. 24. 선고 90다카23899 판결; 이 판결은 무면허운전면책조항의 수정해석에 관한 것이다.
53) 동지: 김성태, 147면; 「약관을 해석함에 있어서, 가급적 계약이 무효가 되지 않도록 해석하여야 한다는 원칙을 말한다」고 한다.
54) 최기원, 52면.
55) 대법원 1990. 5. 25. 선고 89다카8290 판결. 이 판결은 용어풀이에서 '식물인간 등의 경우에는 자동차종합보험 대인배상보험금지급기준에 의하여 산출한 금액을 법률상의 손해액으로 본다'는 규정은 결국 식물인간의 경우 법률상의 손해배상액을 제한하겠다는 취지이므로 이는 법률상의 모든 손해배상액을 보상하기로 하는 약관 본문의 규정에 반하거나 모순되어 효력이 없다고 판시하고 있다.
56) 가령 피보험자의 유암종(Carcinoid tumor)이 암인지 경계성종양인지 구분이 명확하지 않은 상태여서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에 따라 해석한 결과 암으로 분류할 수도 있고 경계성종양으로 분류할 수도 있다면, 작성자 불이익의 원칙에 따라 고객인 보험계약자에게는 유리하게, 약관 작성자인 보험자에게는 불리하게 해석하여야 한다.
57) 대법원 1996. 6. 25. 선고 96다12009 판결; 대법원 2005. 4. 15. 선고 2004다65138, 65145 판결.
58) 남효순, 약관의 해석, 「공정거래법 연구과정 교재」 2000, 17면 참조.
59) 국제사법 제25조.
60) 대법원 1991. 5. 14. 선고 90다카25314 판결; 대법원 1996. 3. 8. 선고 95다28779 판결.
그러나 보험계약의 성립여부에 관한 사항에까지 외국법 준거약관이 적용되지는 않는다는 내용의 대법원 판결이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 「이 사건 영문 보험증권에 "이 보험증권에 포함되어 있거나 또는 이 보험증권에 첨부되는 어떠한 반대되는 규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보험은 일체의 전보청구 및 결제에 관해서 영국의 법률과 관습에만 의한다(Notwithstanding anything contained herein or attached hereto to the contrary, this insurance is understood and agreed to be subject to English law and practice only as to liability for and settlement of any and all claims)."고 명기되어 있음을 알 수 있으나, 이와 같은 영국법 준거조항은 이 사건에서와 같이 보험계약의 보험목적물이 무엇인지 여부에 관한 사항, 즉 보험계약의 성립 여부에 관한 사항에까지 영국의 법률과 실무에 따르기로 하기로 한 것으로는 볼 수 없으므로, 이와 같은 사항은 우리 나라의 법률이 적용되어야 할 것이어서 이와 다른 전제에서 원심판결에 영국법상 보험모집인의 설명의무의 여부와 보험자의 책임 유무 등에 관하여 석명하지 아니한 위법이 있다는 취지의 상고이유는 받아들일 수 없다」(대법원 1998. 7. 14. 선고 96다39707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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