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의의
보험자는 보험의 목적에 불확정한 사고가 발생한 경우 일정한 보험금이나 그 밖의 급여를 지급한다는 약정에 따라 책임을 지는데, 이때 「보험자의 보험금 지급 책임을 구체화하는 불확정한 사고」를 보험사고라고 한다.
보험은 이러한 불확정한 사고에 대비하여 체결하는 것이므로, 보험사고는 보험계약에 있어서 필수불가결한 요소이다. 각종 보험계약에서 약정한 보험사고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는 보험증권만이 아니라 계약 체결 전후 경위, 계약 체결 전후에 교부된 서류 등을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다.
우리 상법은 손해보험에서의 보험사고를 위험이라고 표현하여 같은 의미로 사용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때의 위험이란 엄격하게 말하면 「보험사고 발생의 가능성을 측정하는 상태」(상법 제647조) 또는 「보험사고 발생의 가능성」(상법 제647조, 제652조, 제653조)을 뜻한다.31)
2. 요건
가. 불확정성(불확실성)
보험사고는 보험계약 체결 시에 그 발생 여부와 발생 시기를 확정할 수 없어야 한다. 다만 사망이 보험사고인 생명보험에서는 보험사고의 발생은 확실하지만, 그 발생 시기만 불확실하다는 특성이 있다.
상법 제644조 본문은 「보험계약 당시에 보험사고가 이미 발생했거나 또는 발생할 수 없는 것인 때는 그 계약은 무효로 한다」라고 규정하여 보험사고 발생의 불확정성이 보험계약의 전제가 된다는 점을 표현하고 있다(보험사고의 객관적 확정의 효과).
그러나 보험사고의 불확정성은 반드시 객관적임을 요하지 않으므로 보험계약관계자 모두가 계약 당시에 이미 보험사고가 발생했거나 발생할 수 없다는 사실을 주관적으로 알지 못한 때는 그 보험계약의 효력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다.32) 즉 당사자 쌍방과 피보험자 모두가 그 사실을 알지 못한 때는 예외적으로 그 보험계약은 유효하다(상법 제644조 단서).
왜냐하면 이처럼 보험계약관계자 모두가 주관적으로 보험사고의 발생을 알지 못하는 경우에는 비록 객관적으로는 확정된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보험이 악용될 염려가 없고, 소급보험의 경우에는 실제로 이러한 보험계약의 유효성을 인정할 실익이 있기 때문이다.33)
보험사고의 요건 중 하나인 불확정성을 「우연성」으로 표현하는 일부 견해34)가 있으나, 재해 또는 상해의 요건인 우연성35)과 개념의 혼동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가급적 불확정성 또는 불확실성으로 표현하는 것이 적절하다.
하급심 판결 중에 재해 또는 상해의 요건인 우연성과 보험사고의 요건인 불확정성을 구별하지 않고 같은 개념으로 보고, 「우발성 또는 우연성은 '재해'를 포함하여 모든 '보험사고'에 일반적으로 요구되는 개념」이라고 판시한 것36)이 있는데, 보험제도의 기초적인 개념을 잘못 인식한 데서 비롯된 오류라고 할 수 있다.
나. 발생 가능성
보험사고에 해당하려면 그 발생이 가능한 것이어야 한다. 따라서 사고 발생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경우37) 또는 사고가 이미 발생한 경우38)에는 발생 가능성이 인정되지 않으므로 그 보험계약은 무효가 된다(상법 제644조 본문).
이처럼 보험계약을 무효로 한다는 상법 제644조의 규정은, 보험사고는 불확정한 것이어야 한다는 보험의 본질에 따른 강행규정에 해당하므로 당사자 사이의 합의에 의해 이 규정에 반하는 보험계약을 체결하더라도 그 계약은 무효이다.39) 그러나 당사자 쌍방과 피보험자 모두가 주관적으로 발생할 수 없는 것임을 알지 못한 때는 보험계약이 유효하다(상법 제644조 단서).
다. 특정성(한정성)
보험사고는 보험계약에서 정한 보험의 목적(보험사고 발생의 객체 또는 대상)에 관하여 보험기간 중에 생기는 것으로서 그 사고의 범위가 특정되어 있어야 한다. 예컨대, 건물에 대한 화재보험의 경우에 그 건물은 보험의 목적으로서 특정되어야 하고, 또한 보험사고의 범위는 화재로 한정된다.
보험사고를 한정하는 것은 보험자의 책임 범위를 명확하게 하기 위한 것으로, 보험의 성질상 그 범위 외의 보험사고40)를 담보하지 않음은 당연하다.
보험사고의 범위는 보험의 종류에 따라 각각 구체적으로 정해지는데, 가령 화재보험이나 사망보험의 경우와 같이 1개로 한정되는 경우가 있고, 운송보험이나 항해보험의 경우와 같이 운송 또는 항해에 관하여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사고를 포괄적으로 정하는 경우도 있다.
보험법 저자🔹임용수 변호사
31) 동지: 정찬형, 528면; 양승규, 100면; 정희철, 375면.
32) 동지: 양승규, 100면.
33) 동지: 최기원, 95면.
34) 김성태, 131면.
35) 이때의 우연성이란 피보험자가 예측할 수 없는 원인에 의하여 사고가 발생하는 것을 말한다.
36) 서울중앙지방법원 2005. 5. 17. 선고 2004가합76416 판결.
37) 예컨대, 항해 불능의 선박에 대하여 항해사고나 이미 멸실한 가옥에 대한 화재를 보험사고로 하는 보험계약을 체결한 경우를 말한다.
38) 예컨대, 암진단의 확정과 그와 같이 확정된 암을 직접적인 원인으로 한 사망을 보험사고의 하나로 하는 보험계약에서 피보험자가 보험계약일 이전에 암 진단이 확정되어 있는 경우를 말한다.
39) 대법원 2002. 6. 28. 선고 2001다59064 판결.
40) 예컨대 건물에 대한 화재보험에서 홍수로 그 건물이 멸실된 경우 또는 상해보험에서 피보험자가 질병의 치료를 위하여 수술을 받다가 사망한 경우를 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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