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자와 보험계약자 사이에서 보험계약의 성립과 이행을 보조하는 자를 보험자의 보조자라고 한다. 보험자가 보험업을 경영하기 위해서는 방대한 조직과 업무를 운영하고 관리해야 하며 이를 위하여 여러 명의 보조자를 필요로 하게 된다. 보험자의 보조자로는 보험대리점, 보험중개인, 보험설계사, 보험의 등이 있다.
1. 보험대리점
보험대리점(insurance agent)은 일정한 보험자를 위하여 계속적으로 보험계약의 체결을 대리하거나(체약대리점) 중개하는(중개대리점) 것을 영업으로 하는 독립된 상인이다(상법 제87조).5) 보험대리점은 일정한 자격을 갖춘 개인(개인보험대리점) 또는 법인(법인보험대리점)으로서 금융위원회에 등록해야 한다(보험업법 제87조 제1항, 동법시행령 제30조).
손해보험은 보통 계약 기간이 짧고 신속하게 계약을 체결할 필요가 있으므로 체약대리점이 많이 이용되지만, 인보험은 대체로 계약 기간이 길고 신체검사 등으로 계약이 성립할 때까지 시일이 걸린다는 점에서 계약 체결권을 보험자에게 집중시킬 필요가 있기 때문에 중개대리점이 주로 이용된다.6)
체약대리점에게는 계약 체결 대리권, 계약의 변경·연기·해지권, 보험료수령권,7) 보험료의 감액·지급 유예·면제권, 고지수령권, 위험 변경·증가에 대한 통지수령권8) 등이 인정된다. 또한 계약 체결에 관한 의사표시가 사기·강박, 어느 사정의 지·부지에 의하여 영향을 받는 경우, 그 사실 유무는 보험대리점을 표준으로 하여 결정된다.9) 다만 「보험자의 소송상 대리, 보험계약자·피보험자의 청구의 승인, 손해액 결정 등의 권한은 인정되지 않는다」고 풀이된다.10) 중개대리점의 경우에는 계약체결대리권, 고지수령권, 보험료수령권 등이 없고, 그의 지·부지를 보험자의 지·부지와 동일시할 수 없다.
보험대리점의 대리권 유무나 그 범위는 보험자와 보험대리점 간의 대리점계약에 의하여 정해진다. 따라서 「대리점계약의 내용은 보험대리점과 거래하는 상대방(보험 가입자)은 알 수 없으므로, 입법론으로는 보험대리점의 권한(보험료수령, 보험계약에 관한 의사표시·통지의 수령, 보험계약의 변경·연장·해제 등의 권한)을 획일적으로 정하고 보험자는 그 권한의 제한으로써 선의의 제3자에게 대항할 수 없다고 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견해11)가 있다.
2. 보험중개인
보험중개인(insurance broker)은 보험계약의 성립을 매개하는 것을 영업으로 하는 독립된 상인이다(상법 제93조).12) 보험업법에서는 보험중개사라고 표현하고 있다(보험업법 제2조 제11호). 보험중개에는 전문 지식이 필요하므로, 보험중개인이 되려면 소정의 시험에 합격한 후 금융위원회에 등록해야 한다. 그러나 ① 보험업법 제84조 제2항 각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13) ② 보험설계사 또는 보험대리점으로 등록된 자, ③ 다른 보험회사·보험대리점 및 보험중개사의 임직원, ④ 보험업법 제87조 제2항 제4호14) 및 제5호15)에 해당하는 자, ⑤ 부채가 자산을 초과하는 법인 등은 보험중개인이 되지 못한다(보험업법 제89조 제2항). 보험중개인은 특정한 보험자만을 위하여 보조하는 자가 아니라는 점에서 보험대리점과 구별되고, 독립된 상인인 점에서 상업사용인과도 구별된다. 보험중개인에게는 계약체결대리권, 보험료수령권, 고지수령권이 인정되지 않는다.
3. 보험설계사(보험모집인)
보험설계사(insurance salesman)는 보험자·보험대리점 또는 보험중개인에 소속되어 보험계약의 체결을 중개하는 자로서, 보험모집인 또는 생활설계사라고도 부른다.16)
보험설계사의 자격에는 제한이 없으므로, 자연인과 법인뿐만 아니라 이론적으로는 법인이 아닌 사단과 재단도 보험설계사가 될 수 있다(보험업법 제2조 제9호). 보험설계사는 단독으로 중개를 영업으로 하는 독립된 상인임이 원칙이다.17) 보험설계사는 상업사용인이 아니다(통설).18) 보험설계사는 주로 보험계약자에게 보험 상품을 소개하고, 보험 가입을 권유하며, 보험 수요를 발굴하는 등의 사실행위를 한다. 보험설계사는 보험계약의 체결을 중개하는 사실행위만을 하는 자이므로,19) 계약체결대리권20)이나 고지수령권21)·통지수령권22)·해지 예고부 최고권은 없고, 단지 제1회 보험료 수령 및 영수증 발급 권한23)을 가진다는 것이 통설 및 판례의 입장이다.
실제 계약 체결 과정에 있어서는 보험계약자가 보험설계사의 보험 가입 권유에 따라 보험계약의 청약을 하면서, 질문표 등의 서면으로 또는 구두로 고지의무를 이행함과 더불어 제1회 보험료를 지급하고 보험설계사가 발행한 보험료 영수증 또는 가수증을 교부받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보험설계사는 고지수령권이 없으므로 그가 보험계약자로부터 수령한 고지 사항을 보험자에게 그대로 전달하지 않은 경우에는 보험계약자가 고지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것이 되기 때문에 이와 관련하여 많은 분쟁이 야기되고 있다. 이에 대하여 선의의 보험계약자 보호를 위하여 보험설계사에게 고지수령권을 주어야 한다는 견해,24) 현행법의 해석으로도 건물화재보험이나 자동차보험과 같이 정형화된 대중 보험에 있어서는 보험설계사는 체약 대리권이나 적어도 고지수령권은 있는 것으로 보아 보험계약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견해25)가 있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보험설계사가 보험계약 실적을 올릴 목적으로 불량 위험을 인수하여 보험단체의 이익을 해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실정이므로, 불량 위험을 억제할 제도적 안전 장치가 마련되기 전까지는 보험설계사에게 고지수령권을 인정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본다.
보험설계사가 보험모집과 관련하여 보험계약자에게 손해를 가한 때는 보험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금융소비자보호법 제45조 제1항). 가령 보험설계사가 보험계약을 모집함에 있어 보험상품의 내용에 관하여 허위·과대·부실의 설명을 하는 경우라 하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보험계약자로서는 보험계약의 내용에 관한 보험설계사의 설명을 올바른 것으로 신뢰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므로 보험설계사가 보험상품의 내용에 관하여 허위·과대·부실의 설명을 하고, 그와 같은 설명을 하게 된 데 대하여 그 보험설계사를 선임한 보험자에게 귀책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중대한 과실 없이 이를 사실로 믿고 보험에 가입하고 이를 전제로 사회·경제적 생활을 영위하여 온 보험계약자의 정당한 신뢰는 보호받아야 한다.
보험자의 금융소비자보호법상의 손해배상책임은 민법 제756조의 사용자배상책임에 대한 특칙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금융소비자보호법 제45조는 민법 제756조보다 우선 적용된다. 이때 보험자가 금융소비자보호법 제45조 제1항에 의하여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할 경우에도 보험계약자에게 과실이 있는 때는 보험자의 손해배상의 책임 및 그 금액을 정함에 있어 마땅히 그 과실을 참작해야 한다.
4. 보험의
보험의(medical examiner)는 생명보험에서 피보험자의 신체·건강상태를 검사하는 의사로서, 위험측정 자료를 보험자에게 제공하는 보험자의 보조자이다. 진사의 또는 진단의라고도 한다. 보험자는 보험의가 제공하는 위험측정 자료를 기초로 보험계약의 인수(승낙) 여부를 결정한다.
이러한 보험의는 보험자와 사이에 위촉계약(위임계약) 또는 고용계약을 체결하고26) 보험자에게 의학적 자료와 정보를 제공하지만, 그 성격상 보험자의 대리인이 아니고 상업사용인도 아니므로 계약 체결 대리권 및 보험료수령권은 인정되지 않는다.27) 다만 보험의라는 업무의 특성상 고지수령권은 제한적으로 인정되고, 그의 고의 또는 중과실은 보험자의 그것과 같은 효력을 갖는다고 보는 것이 통설이다. 그 근거로 학설은 보험의는 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의 사용인이 아니라 보험자의 사용인으로서 보험자의 기관과 같은 지위에 있기 때문에 보험의에게 악의 또는 중과실이 있는 경우에는 보험자의 악의 또는 중과실이 있는 것과 같다는 견해,28) 보험의를 기관으로 표현하는 것은 적당하지 않고 오히려 보험의가 그 직무의 성질상 피보험자의 신체·건강 상황에 관하여 고지를 수령할 대리권을 보험자로부터 수여받았다고 추정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견해29)가 있다. 그 근거를 어떻게 보든 보험자가 보험의의 악의 또는 중과실로 인하여 고지의무 사항을 알지 못한 때는 그 고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계약을 해지할 수 없다고 보아야 한다(통설).30)
보험법 저자🔸임용수 변호사
5) 보험업법에서는 「"보험대리점"이란 보험회사를 위하여 보험계약의 체결을 대리하는 자(법인이 아닌 사단과 재단을 포함한다)」라고 정의하고 있으므로(보험업법 제2조 제10호), 보험업법상의 보험대리점은 체약대리점만을 의미한다.
6) 동지: 최기원, 83-84면; 정찬형, 524면; 정희철, 372면; 양승규, 94면; 김성태, 119면.
7) 대법원 1991. 12. 10. 선고 90다10315 판결; 대법원 1987. 12. 8. 선고 87다카1793 판결.
8) 대법원 2000. 7. 4. 선고 98다62909, 62916 판결.
9) 대법원 2000. 7. 4. 선고 98다62909, 62916 판결 참조.
10) 김성태, 108면.
11) 강·임, 520-521면.
12) 보험업법에서는 「독립적으로 보험계약의 체결을 중개하는 자(법인이 아닌 사단과 재단을 포함한다)」라고 정의하고 있다(보험업법 제2조 제11호).
13) 제84조 제2항 각호의 어느 하나는 다음과 같다.
1. 금치산자 또는 한정치산자
2. 파산선고를 받은 자로서 복권되지 아니한 자
3. 이 법에 따라 벌금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그 집행이 끝나거나(집행이 끝날 것으로 보는 경우를 포함한다)되거나 집행이 면제된 날부터 2년이 지나지 아니한 자
4. 이 법에 따라 금고 이상의 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그 유예기간 중에 있는 자
5. 이 법에 따라 보험설계사·보험대리점 또는 보험중개사의 등록이 취소된 후 2년이 지나지 아니한 자
6. 제5호에도 불구하고 이 법에 따라 보험설계사·보험대리점 또는 보험중개사 등록취소 처분을 2회 이상 받은 경우 최종 등록취소 처분을 받은 날부터 3년이 지나지 아니한 자
7. 이 법에 따라 과태료 또는 과징금 처분을 받고 이를 납부하지 아니하거나 업무정지 및 등록취소 처분을 받은 보험대리점·보험중개사 소속의 임직원이었던 자(처분사유의 발생에 관하여 직접 또는 이에 상응하는 책임이 있는 자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자만 해당한다)로서 과태료·과징금·업무정지 및 등록취소 처분이 있었던 날부터 2년이 지나지 아니한 자
8. 영업에 관하여 성년자와 같은 능력을 가지지 아니한 미성년자로서 그 법정대리인이 제1호부터 제7호까지의 규정 중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
9. 법인 또는 법인이 아닌 사단이나 재단으로서 그 임원 또는 관리인 중에 제1호부터 제7호까지의 규정 중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가 있는 자
10. 이전에 모집과 관련하여 받은 보험료, 대출금 또는 보험금을 다른 용도에 유용(流用)한 후 3년이 지나지 아니한 자
14) 「외국의 법령에 의하여 제84조 제2항 각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것으로 취급되는 자」를 말한다.
15) 「그 밖에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하는 등 불공정한 모집행위를 할 우려가 있는 자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자」를 말한다.
16) 보험업법은 「"보험설계사"란 보험회사․보험대리점 또는 보험중개사에 소속되어 보험계약의 체결을 중개하는 자(법인이 아닌 사단과 재단을 포함한다)로서 제84조에 따라 등록된 자」라고 정의하고 있다(동법 제2조 제9호).
17) 대법원 1990. 5. 22. 선고 88다카28112 판결.
18) 동지: 김성태, 118면.
19) 강·임, 521면은 「생명보험에 있어서는 피보험자의 건강상태·도덕적 위험 등을 조사·판단하여야 하는데, 생명보험의 보험모집인에게 이러한 고도의 전문적 판단능력을 기대하는 것은 곤란하므로 보험계약체결의 대리권이 없다고 보며, 또 손해보험에 있어서도 보험기술상 고도의 전문적 지식을 요하는 분야에서는 그 보험모집인에게 보험계약 체결의 대리권이 없다고 본다. 그러나 손해보험 가운데 계약의 체결 여부를 결정함에 있어 전문적 지식을 요하지 않고 정형화된 건물화재보험이나 자동차보험 등과 같은 대중보험에서는 이를 인정해도 무방할 것이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20) 대법원 2007. 6. 28. 선고 2006다69837(본소), 2006다69844(반소) 판결: 동 판결은 「일반적으로 보험모집인은 독자적으로 보험자를 대리하여 보험계약을 체결할 권한이나 고지 내지 통지를 수령할 권한이 없다」 고 판시하고 있다.
21) 대법원 1979. 10. 30. 선고 79다1234 판결: 동 판결은 「보험가입을 권유하던 보험자의 외무사원에게 기왕병력을 말한 것으로는 보험자에의 고지라 할 수 없다」고 판시하고 있다.
대법원 1989. 11. 28. 선고 88다카33367 판결: 동 판결은 「설계사는 체약대리권이나 고지수령권이 없는 중개인에 불과하다고 해도 오늘날의 보험업계의 실정에 비추어 제1회 보험료의 수령권이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고 판시하고 있다.
22) 대법원 1998. 11. 27. 선고 98다32564 판결; 대법원 2006. 6. 30. 선고 2006다19672, 19689 판결; 대법원 2007. 6. 28. 선고 2006다69837(본소), 2006다69844(반소) 판결. 다만 단체보험의 피보험자 교체(변경) 통지를 수령할 권한은 가진다는 것이 대법원 판례의 입장이다(대법원 2000. 2. 25. 선고 99다60443 99다60450 판결).
23) 대법원 1989. 11. 28. 선고 88다카33367 판결.
24) 서·정, 362면.
25) 최기원, 89면.
26) 위임관계에 있는 보험의를 '촉탁의', 고용관계에 있는 보험의를 '사의'라고 각각 구분하여 부른다.
27) 대법원 1976. 6. 22. 선고 75다605 판결.
28) 최기원, 91-92면.
29) 강·임, 523면.
30) 서울중앙지방법원 1986. 12. 24. 선고 86가합3838 판결은 「이미 치료를 받은 바 있는 편도암을 보험의가 별도로 조직검사를 비롯한 정밀검사를 실시하지 아니하는 진단 방법에 의하여 알아내지 못한 것을 보험의의 중대한 과실이라고 할 수 없다」고 판시하고 있다.
서울고등법원 1975. 12. 17. 선고 73나950 판결은 「비록 보험계약 체결 당시 보험의로부터 진단을 받고 보험계약을 체결했더라도 피보험자가 보험계약 체결 전에 위궤양으로 인한 위출혈 증세로 각혈까지 한 사실을 보험계약 체결 당시 보험의에게 알리지 않았다면 고지의무 위반이 감경되거나 면제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판시하고 있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