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책사유의 개별적용 문제



1. 문제의 소재

여러 명의 피보험자 중 일부의 피보험자에 대해서만 면책사유가 있는 경우 그 면책사유가 피보험자마다 개별적으로 적용되는가 아니면 전체 피보험자에게 적용되는가의 문제가 있다. 이를 긍정하게 되면 각각의 피보험자별로 면책조항의 적용 여부를 따져 보험자의 면책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실무상 자주 논의되고 있는 문제이다.


2. 학설과 판례의 태도


가. 손해보험의 경우

학설 중에 개별적용 조항이 없는 이상 면책약관의 개별적용은 부당하다는 견해103)도 있으나, 면책약관의 적용 여부를 판단하는 경우 면책약관의 피보험자 개별적용에 관한 명문의 규정이 없더라도 면책조항의 개별적용을 긍정하는 것이 타당하다. 대법원 판례도 피해자에 대하여 배상책임을 지는 피보험자가 둘 이상으로 존재하는 경우 그 피보험이익도 피보험자마다 개별적으로 독립하여 존재하므로, 각각의 피보험자마다 손해배상책임의 발생 요건이나 면책조항의 적용 여부 등을 개별적으로 가려서 보상책임의 유무를 결정하는 것이 원칙이라는 입장이다.104) 그러므로 둘 이상의 피보험자 중 어느 한 피보험자에 대해서 보험자의 면책이 인정된다고 해서 보험자가 모든 피보험자에 대한 보상책임을 면하지는 않는다. 이와 같이 면책조항의 개별적용을 긍정하는 대법원의 일관된 판결은 자동차보험약관의 개정으로 이어졌고, 현행 자동차보험약관에서는 배상책임에 있어서 공통으로 적용할 사항으로 각각의 피보험자마다 개별적으로 적용한다고 규정하고 있다.105)

나. 인보험의 경우

인보험의 경우도 보험수익자가 둘 이상으로 존재하는 경우 그 중 어느 한 보험수익자에 대한 면책사유는 다른 보험수익자의 권리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106) 약관에는 보험수익자가 고의로 피보험자를 해친 경우에는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지만, 「그 보험수익자가 보험금의 일부 보험수익자인 경우에는 다른 보험수익자에 대한 보험금은 지급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경우가 일반적이다.107) 이 면책약관 조항은 유효하므로 피보험자를 해친 보험수익자가 취득했을 보험금만큼은 다른 보험수익자도 취득하지 못한다.108)

이때 면책약관에서 말하는 '고의'가 사망에 대한 고의를 뜻하는지 아니면 폭행 또는 상해의 고의만 있어도 충분한지가 문제될 수 있다. 폭행 또는 상해를 가한 보험수익자는 민법 제1004조 제2호에 의한 상속결격자로서 법정상속인에서 제외되어야 하므로 그 보험수익자 몫의 보험금에 대하여 보험자가 면책된다는 견해가 있다. 그러나 사망보험에서 「고의로 피보험자를 해친 경우」라는 문언을 보험수익자가 폭행 또는 상해의 고의로 피보험자를 상해하여 그 결과 피보험자가 사망에 이르게 된 경우까지 포함하는 것이라고 풀이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만약 폭행 또는 상해의 고의까지 포함하는 것으로 해석한다면 이는 보험수익자가 사망에 대한 고의가 없고 과실 또는 중과실만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폭행 또는 상해와 사망 간에 인과관계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보험자를 면책하는 것이 되므로, 상법 제732조의 2, 제663조에 반하여 무효라고 보아야 하기 때문이다.109)


보험법 저자🔹임용수 변호사


103) 양승규, "복수의 피보험자에 대한 면책약관의 개별적용", 「보험법연구 2」(1998), 삼지원, 10-12면. 이 견해는 「면책약관을 개별적용하려면 보험수익자가 여러 명인 경우에 그 중의 1인이 피보험자를 해친 경우 다른 보험수익자의 몫에 대하여 보험금을 지급한다는 규정과 같은 개별적용 조항을 두지 않는 한 허용될 수 없다. 이는 도덕적위험의 방지를 위해서도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104) 대법원 2010. 12. 9. 선고 2010다70773 판결; 대법원 1998. 4. 23. 선고 97다19403 판결; 대법원 1997. 7. 11. 선고 95다56859 판결; 대법원 1998. 2. 27. 선고 96다41144 판결; 대법원 1988. 6. 14. 선고 87다카2276 판결.
105) 자동차보험표준약관 참조. 다만 제8조(보상하지 않는 손해) 제1항 제1호(보험계약자 또는 기명피보험자의 고의로 인한 손해), 제6호(영리를 목적으로 요금이나 대가를 받고 피보험자동차를 반복적으로 사용하거나 빌려 준 때 생긴 손해), 제9호(피보험자동차를 시험용, 경기용 또는 경기를 위해 연습용으로 사용하던 중 생긴 손해)를 제외한다(자동차보험표준약관 제9조 제1항 단서).
106) 동지: 김성태, 290면.
107) 생명보험표준약관 참조.
108) 동지: 대법원 2001. 12. 28. 선고 2000다31502 판결(원심: 서울고등법원 2000. 5. 24. 선고 2000나777 판결); 서울고등법원 1985. 11. 7. 선고 85나1266 판결.
109) 동지: 서울고등법원 2010. 8. 19. 선고 2009나205279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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