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자의 면책사유에 관한 인보험약관 특칙



1. 인보험약관은 피보험자가 고의로 자신을 해친 경우나 피보험자의 자해 또는 자살을 면책사유로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고의로 자신을 해친 경우란 자살과 동일한 의미이다. 자살이란 피보험자가 자기의 생명을 끊는다는 것을 의식하고 그것을 목적으로 의도적으로 자기의 생명을 끊어 사망의 결과를 초래하는 행위를 말한다. 그러므로 심신상실, 현저한 심신미약91)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이루어지는 피보험자의 자살이나 과실로 인한 사망 등은 자기의 생명을 끊는다는 의사 자체가 결여되어 있기 때문에 자살의 범주에 포함되지 않는다.

이런 점에서 인보험약관은 「피보험자가 심신상실92)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자신을 해친 경우」와 「계약의 보장개시일93) 또는 부활(효력회복) 청약일부터 2년이 지난 후에 자살한 경우」94)에는 보험금을 지급한다고 규정하여 부책사유95)로 정하고 있다. 이때 지급하는 사망보험금은 전자의 경우와 후자의 경우가 다르다. 생명보험약관이나 상해보험약관에 규정되어 있는 심신상실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자신을 해친 결과 사망에 이르게 된 경우에는 재해사망보험금 또는 상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하고, 생명보험약관에 재해사망보험금 지급 규정이 없는 경우에는 재해 이외의 원인으로 인한 사망보험금을 지급한다. 반면에 생명보험 약관에만 규정되어 있는 계약의 보장 개시일 또는 부활(효력회복) 청약일부터 2년이 지난 후에 자살한 경우에는 재해 이외의 원인에 해당하는 사망보험금을 지급한다.

약관에 명시적 규정은 없으나, 피보험자가 심신상실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자신을 해친 결과 장해에 이르게 된 경우도 피보험자의 고의에 의하지 않은 우발적인 사고로서 보험사고인 장해상태나 후유장해에 해당한다.

피보험자가 자신을 해친 것이 심신상실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이루어진 것이었다는 입증책임은 면책예외사유 혹은 우발적인 사고임을 주장하는 보험금청구권자가 부담한다.96)

인보험에서 피보험자의 자살이 면책사유가 되는 근거는 보험계약 체결의 동기에 있어서의 불법성 내지 신의칙 위반에 있다. 그런데 실제에 있어서는 자살한 피보험자의 불법 목적을 입증하는 것이 매우 곤란하다. 이런 점 때문에 생명보험에서는 피보험자가 보험계약의 책임개시일 또는 부활청약일부터 2년 이내에 자살한 경우에는 불법 목적이 있는 것으로 일반적으로 추인함으로써 입증 곤란의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97) 즉 2년 이내의 자살만을 불법 목적이 있는 것으로 일반적으로 추인하고 2년이 경과한 후의 자살에 대해서는 불법 목적이 없는 것으로 일률적으로 판단하여 면책사유에서 제외하고 있다.

이는 유족의 생계 보장 등을 위한 인도적 견지 및 인간의 일반적인 성정에 관한 심리학적 연구를 근거로 설정한 규정이다.98) 이 약관 규정은 면책기간을 일정한 기간 내의 자살이나 자해로 한정하는 당사자 사이의 특약이고 피보험자에게 유리한 내용이므로 고의로 인한 보험사고의 경우 보험자가 면책된다는 상법 규정에도 불구하고 유효하다.99)

이처럼 생명보험 약관에서 2년을 기준으로 면책기간을 설정한 근본적인 이유는 인간의 일반적인 성정으로 볼 때 보험계약 체결 후 일정 기간100)이 경과된 후에 자살할 의도로 보험계약을 체결하는 예는 드물 것이고 또 이러한 불법 의도로 체결했더라도 일정 기간이 지난 후에도 자살 동기를 지속적으로 갖기는 어려운 데다 피보험자의 실제 동기나 원인을 규명하기도 곤란하다는 데 있다. 자살 의도를 가지고 일정 기간 이상 보험계약을 계속 유지한다는 것은 생각하기 어려운 일이고, 보험계약 체결일로부터 일정 기간이 지난 후의 자살은 보험계약의 성립과도 직접적으로 관련이 적다고 인정되기 때문이다.101)


2. 한편 2년의 면책기간이 경과되었다고 하더라도 피보험자가 보험금을 취득할 목적으로 자살했음이 입증된 경우에는 보험자의 보험금지급책임이 면제되어야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이 생길 수 있다. 면책기간이 경과한 후 피보험자의 자살 동기나 목적을 규명하여 보험자의 보험금지급책임 유무를 결정하는 것은 법적 안정성에 반하므로 타당하지 않다. 왜냐하면 면책기간을 설정한 것은 보험계약 체결일로부터 일정기간이 경과한 후 피보험자의 자살에 대해서는 자살의 동기나 원인을 규명하기 어렵기 때문에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불법 목적이 없는 것으로 보아 법률관계를 일률적으로 처리하기 위한 데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면책기간이 경과한 후 피보험자가 자살한 경우, 그의 자살에 범죄행위 등이 개입하여 보험금을 지급할 경우 공서양속에 반한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보험금을 취득할 목적으로 자살했더라도 보험자는 면책될 수 없다고 풀이한다.102)


보험법 저자🔹임용수 변호사


91) 동지: 대법원 2001. 4. 24. 선고 2001다10199 판결. 이 판결은 「사고 당시 정신분열증으로 인하여 정상적인 사물 판별 능력이나 행위 통제 능력이 미약한 심신미약 상태로서 그의 행위의 결과에 대한 책임 의식 역시 현저히 미약했기에 스스로의 행위를 통제하여 이 사건 사고에 나아가지 않을 것을 기대할 수 없었으니 고의의 범주에 해당하는 사고라고 할 수 없다」고 판시한 바 있다.
92) 종전 약관에서는 심신상실을 '정신질환'이라고 표현하고 있었으나, 2010년 4월 기준으로 표준약관이 개정되었고 그 후 심신상실로 표현이 변경되었다.
<개정 2002. 12. 13.> 생명보험표준약관
피보험자가 고의로 자신을 해친 경우. 그러나 피보험자가 정신질환 상태에서 자신을 해친 경우 등에는 그러하지 아니합니다.
<개정 2005. 2. 15.> 생명보험표준약관
보험대상자(피보험자)가 고의로 자신을 해친 경우. 그러나, 보험대상자(피보험자)가 정신질환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자신을 해친 사실이 증명된 경우… 에는 그러하지 아니합니다.
<개정 2010. 1. 29., 시행 2010. 4. 1.> 생명보험표준약관
피보험자(보험대상자)가 고의로 자신을 해친 경우
다만, 다음 각 목의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합니다.
가. 피보험자(보험대상자)가 심신상실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자신을 해친 경우
특히 그 결과 사망에 이르게 된 경우에는 재해사망보험금(약관에서 정한 재해사망보험금이 없는 경우에는 재해 이외의 원인으로 인한 사망보험금)을 지급합니다.
93) '책임개시일'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94) 계약의 보장개시일 또는 부활(효력회복)청약일부터 2년이 지난 후에 자살한 경우는 생명보험약관에는 규정되어 있는 반면, 질병·상해보험 약관에는 규정되어 있지 않다. 
95) 부책사유(負責事由)란 보험자가 '보험금지급책임을 부담하는 사유'라는 뜻이며, 이를 '면책제한사유(면책제한조항)' 또는 '면책예외사유'라고도 흔히 부른다.
96) 이것이 공평의 원칙에 부합한다.
동지: 서울중앙지방법원 2015. 11. 26. 선고 2015가단5228914 판결; 대구지방법원 서부지원 2014. 11. 19. 선고 2014가단23342 판결. 
97) 동지: 서울중앙지방법원 2000. 12. 19. 선고 2000가합4987 판결.
98) 동지: 김성태, 272면.
99) 동지: 日 최고재판소 2004. 3. 25. 민집 58-3-753. 
100) 특히 일본은 자살면책기간을 종래의 1년에서 1999년경 2년으로 연장하는 약관 개정을 하였고, 2004. 3. 25.에 선고된 최고재판소 판결의 영향을 받아 2004년 이후에는 대부분의 생명보험회사가 이를 3년으로 연장하고 있다고 한다.
101) 동지: 인천지방법원 1995. 7. 5. 선고 95나610 판결.
102) 동지: 日 최고재판소 2004. 3. 25. 민집 58-3-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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