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분할지급과 일시지급
보험료의 지급 방법에는 계약자의 선택에 따라 월납, 2개월납, 3개월납, 6개월납, 연납 등과 같이 분할하여 지급하는 분할지급 방법과 전체 보험기간의 보험료를 일시에 지급하는 일시지급 방법이 있다. 어느 방법을 택하느냐는 당사자 사이의 약정에 의한다.
손해보험의 경우 보험자가 손해를 보상할 경우에 지급을 받지 않은 보험료 잔액이 있으면 그 지급기일이 도래하지 않은 때라도 보상할 금액에서 이를 공제할 수 있다(상법 제677조).
2. 어음·수표에 의한 보험료지급
보험료의 지급 방법은 특약이 없는 한 보험자의 영업소에서 현금(금전)으로 지급해야 함이 원칙이다.132) 그러나 실제로는 금전 이외에 어음이나 수표로 지급되는 사례가 많다. 이 경우 어느 시점에 보험료가 지급된 것으로 보아야 하는지가 문제된다. 보험료의 지급 시기는 보험자의 책임개시시기와 더불어 보험료 분납 약정이 있는 경우 보험료 납입 유무를 판단하는 기준이 되기 때문에 이것은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가. 학설의 대립
이에 관한 학설로는, ① 어음·수표가 교부되면 그 지급 거절(부지급)을 해제조건으로 하여 어음·수표를 교부받은 때 보험료의 대물변제가 행하여진 것으로 보는 해제조건부 대물변제설,133) ② 어음·수표 모두 부도 시까지 보험료의 납입을 유예해 준 것으로 보는 유예설,134) ③ 어음과 수표를 구분하여 어음의 경우에는 유예설, 수표의 경우에는 해제조건부 대물변제설로 보아야 한다는 구분설135) 등이 있다. 생각건대, 어음은 신용증권이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지급기일까지 보험료의 지급을 유예한 것으로 보는 것이 옳다. 따라서 실제로 결제된 시점에 비로소 보험료의 지급이 이루어지는 것이고 그 이전의 사고에 대해서는 보험자는 보험금지급책임을 지지 않는다.
한편 수표는 신용증권인 어음과는 달리, 지급증권으로서의 성질을 가지고 있으므로 이를 교부한 경우에는 일단 보험료지급의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되, 지급이 거절된 경우에는 처음부터 보험료가 납입되지 않은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즉 수표의 경우에는 지급 거절을 해제조건으로 한 대물변제가 이루어진 것으로 보아야 한다. 다만 선일자수표는 앞서 본 바와 같이 보험자가 개개의 보험계약자에 의하여 집성된 공통 준비 재산의 합리적인 관리를 통하여 각 보험계약자의 우연한 사고로 인한 재산상의 수요를 충족시키고 있다는 사회적 공공성의 특성을 부정할 수 없다는 점과 아울러 선일자수표 발행자의 발행 일자 이후에 지급을 위한 제시가 있으리라는 기대가 갖는 금융관계상의 이익 등에 비추어 볼 때 실제로 수표가 결제된 날에 보험료를 지급한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나. 판례의 입장
판례로는 선일자수표에 관한 것만 있다. 대법원은 수표 결제 전의 보험사고에 대하여 보험자의 책임을 부정하고 있다.136) 이 판결에 대해서는 수표의 신용증권화 방지라는 수표법의 입법취지를 외면하고 보험자 책임을 부정함은 그 이론적 근거도 없고 보험 관행에도 맞지 않는다는 비판적 견해137)가 있다. 그러나 선일자수표를 발행한 경우 일반적으로 당사자 사이에 수표상의 발행일 이전에는 보험료가 실제로 결제되지 않을 것이라는 약속이 있었던 것이고 특히 보험계약의 성립(보험자의 승낙) 전의 사고에 대해서도 보험자에게 보험계약상의 책임을 인정하는 상법 제638조의2 제3항의 입법취지가 보험계약자의 이익을 특별히 보호하기 위한 예외적인 규정이므로 그 요건을 구비했는지 여부에 대해 엄격하게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 따라서 대법원 판결의 결론이 옳다.
3. 신용카드에 의한 보험료지급
요즘에는 신용카드 사용이 일반화되어 있으므로 보험료를 신용카드로 납입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는데, 이 경우 보험회사의 책임개시시기(상법 제656조)와 관련하여 언제 보험료가 지급된 것으로 볼 것인지가 문제된다.
신용카드로 보험료를 납입하는 경우에는 다른 사정이 없으면 실제로 대금이 결제된 시점에서 보험료가 납입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견해138)가 있다. 그러나 신용카드회사의 매출 승인을 받은 시점에 보험료가 납입된 것으로 보되, 결제 시점에 보험계약자의 귀책사유139)로 보험료 납입이 불가능하게 된 경우를 해제조건으로 하여 보험료 납입이 이루어진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140) 왜냐하면 신용카드는 이를 제시함으로써 반복하여 신용카드 가맹점에서 물품의 구입 또는 용역의 제공을 받거나 결제할 수 있는 증표를 말하므로,141) 신용카드로 보험료를 지급하는 보험계약자로서는 신용카드를 카드 가맹점인 보험회사에 제시하여 신용카드 매출 승인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했거나 늦어도 카드회사의 매출 승인을 받았을 때는 보험료를 지급했거나 보험상품을 구입했다고 생각하는 것이 거래의 실정이기 때문이다.
생명보험약관에는 「자동이체 또는 신용카드로 납입하는 경우에는 자동이체 신청 또는 신용카드 매출 승인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한 때를 제1회 보험료를 받은 때로 하며, 계약자의 책임 있는 사유로 자동이체 또는 매출 승인이 불가능한 경우에는 보험료가 납입되지 않은 것으로 본다」고 규정하여,142) 카드회사의 매출 승인 시점보다 앞당겨 보험료 납입의 효력을 인정하고 있다. 이 약관 규정은 보험계약자 측에 유리한 내용이므로 유효하다.
보험법 저자🔸임용수 변호사
132) 동지: 대법원 1989. 11. 28. 선고 88다카33367 판결.
133) 채이식, 495면; 강·임, 574면. 이 견해는 「어음·수표의 교부는 현금의 지급에 갈음하여 수수한 것으로 보아 어음·수표의 결제를 기다리지 않고 보험자가 어음·수표를 교부받은 때 보험료가 지급된 것으로 보며, 다만 어음·수표는 부도의 위험이 있으므로 그 지급은 부도를 해제조건으로 하는 것」이라고 한다.
134) 최기원, 241면. 이 견해는 「어음·수표의 교부가 있는 때 보험료의 지급이 있다고 볼 수 없고, 어음·수표의 지급이 있을 때까지 보험료의 지급이 유예되고 그 지급이 있을 때 보험료의 지급이 있는 것으로 된다」고 한다.
135) 김성태, 301-302면; 양승규, 154-155면; 손주찬, 553-554면. 이 견해는 「어음은 신용증권이므로 보험료의 지급이 유예된 것으로 보고, 또 수표는 지급증권이므로 부도를 해제조건으로 하여 보험자가 수표를 교부받은 때 보험료가 지급된 것으로 본다」고 한다.
136) 대법원 1989. 11. 28. 선고 88다카33367 판결. 이 판결은 「선일자수표는 그 발행자와 수취인 사이에 특별한 합의가 없었더라도 일반적으로 수취인이 수표상의 발행일 이전에는 자기나 양수인이 지급을 위한 제시를 하지 않을 것이라는 약속이 이루어져 발행된 것이라고 의사 해석함이 합리적이며, 따라서 대부분의 경우 당해 발행일자 이후의 제시 기간 내의 제시에 따라 결제되는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다. 선일자수표로 보험료가 지급된 경우 선일자수표는 대부분의 경우 당해 발행 일자 이후의 제시 기간내의 제시에 따라 결제되는 것이라고 보아야 하므로 선일자수표가 발행 교부된 날에 액면금의 지급 효과가 발생된다고 볼 수 없으므로, 보험모집인이 청약의 의사표시를 한 보험계약자로부터 제1회 보험료로서 선일자수표를 발행받고 보험료 가수증을 해주었더라도 그가 선일자수표를 받은 날을 보험자의 책임 발생 시점이 되는 제1회 보험료의 수령일로 보아서는 안된다고 보고 있다.
137) 최기원, 242면.
138) 김성태, 302면.
139) 예컨대, 신용카드가 한도 초과로 사용이 불승인된 경우를 들 수 있다.
140) 동지: 서울고등법원 1994. 9. 29. 선고 93나47945 판결. 이 판결은 계약자가 설계사에게 보험료를 신용카드로 일시불 조건으로 납입하겠다고 하면서 신용카드로 스스로 신용카드 매출전표를 작성하여 설계사에게 교부하고 즉시 설계사로부터 보험료 납입 영수증을 교부받았는데, 그 다음날 설계사가 신용카드의 일시불 조건으로는 사용금액 한도가 초과되어 신용카드 대금의 결제가 승인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계약자에게 보험료 납입 영수증의 반환을 요구했으나 계약자가 보험료 납입 영수증 분실을 이유로 반환하지 않은 상태에서 보험사고가 발생한 경우에는 보험료가 납입되었다고 할 수 없으므로 회사의 보험금지급의무는 발생하지 않는다고 판시하고 있다.
141) 여신전문금융업법 제2조 제3호.
142) 생명보험표준약관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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