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약관



1. 총설

보험약관이란 보험자가 수많은 보험계약자와 동종·다수의 보험계약을 체결하기 위하여 일정한 형식에 의하여 미리 마련한 일반적·정형적·표준적인 계약조항을 말하며, 보통거래약관의 일종이다.

상법의 보험계약에 관한 규정은 원칙적으로 임의법규이므로, 보험계약을 체결할 때는 보험약관을 이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보험약관은 사업방법서, 보험료 및 책임준비금 산출방법서와 더불어 보험자의 「기초서류」13) 중의 하나이다. 

보험약관은 일반적으로 보험자가 인수하는 위험의 범위 또는 조건에 따라 크게 보통보험약관과 특별보험약관으로 나뉜다.14) 보통보험약관은 흔히 주계약이라고 불리는 것으로 기본적인 계약 내용을 정한 약관을 말하며, 특별보험약관은 간단히 특약으로 불리며 보험계약자의 여건에 따라 보상 범위나 조건 등을 달리 정한 약관을 말한다. 특별보험약관의 경우도 보험자가 미리 작성해두고 이를 추가하는 것이 보통인데, 이 특별보험약관이 추가된 보험계약도 부합계약으로서의 성질에는 변함이 없다.

보험계약은 보험자가 미리 작성해둔 보험약관에 의하여 체결되는 부합계약으로, 일반적으로 보험약관을 계약 내용으로 포함(편입)시킨 보험계약서가 작성되면 계약당사자가 명시적으로 약관의 내용과 달리 약정한 경우가 아닌 이상 보험계약자가 그 약관의 내용을 알지 못하더라도 약관의 구속력을 배제할 수 없는 것이 원칙이다.15) 즉 계약당사자 사이의 약관 편입의 합의는 약관 전체를 일괄하여 그 대상으로 하고 약관의 개별 조항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일단 약관 편입의 합의가 있는 이상 계약 당사자가 구체적으로 약관의 개별 조항의 내용을 알지 못하는 경우에도 구속력이 발생하는 것이 원칙이다.16)
 
다만 보험계약은 보통약관에 따라 체결하는 상관습이 있으므로 계약당사자 사이의 의사가 분명하지 않은 때는 상관습에 의하여 보통약관에 따라 체결된 것으로 추정(민법 제106조)함이 타당하다.17) 


2. 구속력의 근거


가. 학설

보험약관이 계약당사자에 대하여 구속력을 갖는 근거에 관하여는, ① 약관이 법규범이기 때문에 당사자의 구체적인 의사와 관계없이 당사자를 구속한다고 보는 법규범설,18) ② 당사자 사이에 약관을 계약의 내용으로 한다는 합의가 있기 때문에 당사자를 구속한다고 보는 계약설(의사설)19)이 대립하고 있다. 현재 통설의 입장은 계약설이다.

생각건대, 약관 자체가 당사자 사이의 계약조항 또는 계약의 문례라고 보는 계약설이 당사자의 의사나 거래 실정에 부합하므로 타당하다. 왜냐하면 보험약관이 계약당사자에 대하여 구속력을 갖는 것은 그 자체가 법규범 또는 법규범적 성질을 가진 약관이기 때문이 아니라 계약당사자 사이에서 계약 내용으로 포함(편입)시키기로 명시적 또는 묵시적 합의를 했기 때문이다.

나. 판례

판례20)는 일관하여 계약설로 판시하고 있다. 보통보험약관이 계약당사자에 대하여 구속력을 가지는 것은 그 자체가 법규범 또는 법규범적 성질을 가진 약관이기 때문이 아니라 계약당사자 사이에서 계약 내용에 포함시키기로 합의했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3. 약관 편입의 효력


보험계약자가 보험약관을 계약 내용으로 편입시킨 보험청약서를 작성하여, 보험약관이 계약 내용으로 편입되면 보험약관은 처분문서가 된다. 보험약관이 처분문서가 되면, 그 진정 성립이 인정되는 이상 강력한 사실상의 추정력(실질적 증거력)을 갖는다.

따라서 그 약관의 내용이 일반적으로 예상되는 방법으로 명시되어 있지 않다든가 또는 중요한 내용이어서 특히 보험자의 설명을 요하는 것이 아닌 이상 보험계약자가 그 약관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지 않았거나 보험자의 설명을 듣지 않아 알지 못한다는 이유로 약관의 구속력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된다.21)


4. 신고 절차를 거치지 않은 약관의 효력


금융위원회의 허가를 받지 않거나 신고 절차를 거치지 않은 약관이라고 하더라도22) 그 약관 내용이 공익에 위반되거나 강행법규에 위반되는 것이 아니라면 그 약관의 사법상의 효력에는 영향이 없다(통설). 반대로 약관에 대하여 금융위원회의 허가를 받았거나 신고 절차를 밟았다고 하더라도 그 약관 내용을 무효로 판단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23)



5. 약관 개정의 효력


보험자는 보험약관을 개정(변경)할 수 있다. 개정된 약관의 내용이 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에게 불리하게 변경된 경우는 물론 유리하게 변경된 경우라고 하더라도, 계약당사자가 그 개정 약관에 의하여 보험계약의 내용을 변경하기로 하는 취지로 합의하거나 보험자가 구() 약관에 의한 권리를 주장할 이익을 포기하는 취지의 의사를 표시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개정 약관의 효력이 개정 전에 체결된 보험계약에 미친다고 할 수 없다.24)

보험업법 제131조 제3항은 「금융위원회는 기초서류의 변경을 명하는 경우 보험계약자·피보험자 또는 보험금을 취득할 자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하여 특히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이미 체결된 보험계약에 대하여도 장래에 향하여 그 변경의 효력이 미치게 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여, 금융위원회가 보험약관의 변경 명령을 할 경우 종전의 보험계약에 대해서도 그 변경 약관의 효력을 소급하여 미칠 수 있도록 하는 근거 규정을 두었다.25)

다만, 변경 명령을 받은 약관 때문에 보험계약자·피보험자 또는 보험금을 취득할 자가 부당한 불이익을 받을 것이 명백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이미 체결된 보험계약에 따라 납입된 보험료의 일부를 되돌려주거나 보험금을 증액하도록 할 수 있다.26)


6. 개별약정 우선의 원칙


보험계약은 보험계약자가 약정한 보험료를 지급하고, 보험자가 재산 또는 생명이나 신체에 관하여 불확정한 사고가 생길 경우에 일정한 보험금액 기타의 급여를 지급할 것을 약정함으로써 효력이 생기는 불요식의 낙성계약이므로, 계약 내용이 반드시 보험약관의 규정에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당사자가 명시적으로 보험약관과 다른 내용의 개별약정을 한 경우에는 그 개별약정이 약관에 우선한다. 따라서 계약 당사자가 개별약정을 했다면 약관의 규정을 이유로 그 약정의 효력을 부인할 수 없다.27)
 
보험대리점(체약대리점)이나 보험회사의 임직원과 같이 보험계약 체결 대리권이 있는 자가 보험계약 체결 시 보험계약자에게 보험약관과 다른 내용으로 보험계약을 설명하고 이에 따라 계약당사자 간에 명시적으로 약관의 내용과 다른 계약이 체결되었다면 그들이 설명한 내용이 보험계약의 내용이 되고 그와 배치되는 약관의 적용은 배제된다.28) 즉 체약대리점이나 보험회사의 임직원이 보험약관과 다른 내용을 안내하고 그 안내한 내용을 서면29) 등으로 명시적으로 약정했다면 그 약정된 내용이 약관상의 문언보다도 우선한다. 이 개별약정 우선의 원칙은 보험계약자의 이익을 보호하고자 하는 목적에서 확립된 원칙이다.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30)에서도 「약관에서 정하고 있는 사항에 관하여 사업자와 고객이 약관의 내용과 다르게 합의한 사항이 있을 때는 당해 합의 사항은 약관에 우선한다」고 규정하여(동법 제4조), 개별약정 우선의 원칙을 선언하고 있다.

보험자와 보험계약자 사이에 개별약정이 있었다는 사실에 대한 입증책임은 그것을 근거로 보험약관과 다른 내용을 주장하는 보험계약자에게 있다.31)


보험법 저자🔹임용수 변호사


13) 「기초서류」라 함은 보험자가 보험업의 허가를 받고자 하는 경우에 제출하는 서류를 말한다.
14) 동지: 김성태, 141면.
15) 대법원 1989. 3. 28. 선고 88다4645 판결, 대법원 1991. 9. 10. 선고 91다20432 판결 등.
16) 대법원 1991. 12. 24. 선고 90다카23899 전원합의체 판결(대법관 이회창의 다수의견에 관한 보충의견).
17) 동지: 채이식,  개정판 상법강의(하), 2003(다음 면부터 ‘채이식’라고 한다), 467면.
18) 양승규, 70면; 정희철, 357면; 강위두·임재호, 상법강의(하), 2004(다음 면부터 '강·임'이라고 한다), 531면.
19) 최기원, 40면; 김성태, 144면; 정찬형, 500면.
20) 대법원 1985. 11. 26. 선고 84다카2543 판결; 대법원 1990. 4. 27. 선고 89다카24070 판결; 대법원 1991. 9. 10. 선고 91다20432 판결; 대법원 1996. 10. 11. 선고 96다19307 판결; 대법원 2004. 11. 11. 선고2003다30807 판결 등.
21) 동지: 대법원 1989. 11. 14. 선고 88다카29177 판결.
22) 이러한 약관을 사용한 보험자는 보험업법상의 제재 및 과태료의 처분을 받게 된다(보험업법 제134조, 제209조 제1항 제13호).
23) 동지: 대법원 1990. 5. 25. 선고 89다카17591 판결; 박세민, 56면.
24) 동지: 대법원 2010. 1. 14. 선고 2008다89514, 2008다89521 판결 참조.
서울고등법원 1986. 2. 6. 선고 85나2855 판결은 「일반적으로 보험계약이 체결된 후에는 약관이 개정되더라도 그 개정약관의 효력이 개정 전에 체결된 계약에 당연히 미친다고 볼 것은 아니나 개정된 표준약관이 종래의 약관보다 계약자에게 유리하여 이에 동의할 것이 명백하고 회사가 개정된 표준약관을 개정 전의 계약에 대하여도 사실상 적용, 시행한 경우에는 당사자 사이에 개정된 표준약관에 따른다는 합의가 이루어진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라고 판시하고 있다.
25) 앞에서 기술한 바와 같이 보험업법상 '기초서류'라 함은 보험업을 영위하고자 하는 자가 보험업의 허가를 받고자 하는 경우에 제출하는 세 가지 서류인 보험약관, 사업방법서, 보험료 및 책임준비금 산출방법서를 말한다(보험업법 제5조 제3호).
인천지방법원 부천지원 2019. 2. 14. 선고 2018가단104131 판결도「금융감독원이 '특정부위·질병 부담보'와 관련하여 소비자가 부담보 부위·질병의 구체적인 내용 및 면책제외(보험금 지급사유)에 관한 설명을 듣지 못하였다거나, 과거 부담보를 설정한 계약자들의 경우 보험금 지급사유가 최근 가입한 계약자에 비해 적어 불공평하다는 민원이 지속적으로 제기됨에 따라 2014. 2. 3. 전체 생명보험사 및 손해보험사에 대하여 특정부위·질병 부담보에 관한 설명을 강화하고, 특정부위·질병 부담보 특별약관에 청약일 이후 5년이 경과하는 동안 부담보 부위·질병에 진단 또는 치료 사실이 없을 경우 보험금을 지급한다는 조항이 추가되기 전에 체결된 계약에 대해서도 같은 특별약관 조항을 준용하여 보험금이 지급될 수 있도록 하여 보험금 지급사유에 대한 계약자간 형평성을 제고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는 점을 기초 사실로 인정한 다음, 보험회사의 직원이 보험계약자에게 금융감독원의 권고 내용과 청약일 이후 5년 내 진단 또는 치료 사실이 없을 경우 보험금이 지급될 수 있다고 설명하였던 사안에서 보험회사와 보험계약자 간에 「변경약관을 적용하기로 합의하였다고 인정함이 적절하다」며 같은 취지로 판시하고 있습니다.       
26) 보험업법 제131조 제4항.
27) 대법원 1985. 11. 26. 선고 84다카2543 판결; 대법원 1998. 9. 8. 선고 97다53663 판결; 대법원 2003. 7. 11. 선고 2001다6619 판결.
28) 동지: 대법원 1989. 3. 28. 선고 88다4645 판결. 그러나 거의 대부분의 하급심 판결들은 보험자를 대리하여 개별약정을 체결할 권한이 없는 보험모집인(보험설계사)의 경우 그들이 약관의 규정과 다른 내용을 설명한 사실만으로는 보험약관에 우선하는 개별약정이 체결되었다고 볼 수 없고, 다만 보험자에게 설명의무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된다고 판시하고 있다.
29) 예컨대, 보험회사 제작의 보험안내장이나 가입설계서, 보험증권 등을 들 수 있다.
30) 다음부터 '약관규제법'이라고 줄여 부르기로 한다.
31) 동지:  대법원 2015. 11. 17. 선고 2014다81542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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