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금청구권의 소멸시효



1. 소멸시효기간

보험금청구권은 3년간 행사하지 않으면 시효의 완성으로 소멸한다(상법 제662조). 이러한 단기 소멸시효는 보험관계를 신속하게 확정·완결시켜서 분쟁을 방지하려고 하는 취지에서 정한 것이다. 이 소멸시효기간은 보험약관으로 연장할 수는 있으나,39) 더 단축할 수는 없다.


2. 소멸시효의 기산점


가. 보험금청구권의 소멸시효 기산점에 관하여 상법상 규정이 없으나, 소멸시효는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때부터 진행하므로(민법 제166조 제1항), 보험금청구권의 소멸시효도 특별한 다른 사정이 없는 한 원칙적으로 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는 시점인 보험사고가 발생한 때부터 진행한다.40) 다만, 객관적으로 보아 보험사고가 발생한 사실을 확인할 수 없는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보험금청구권자가 「보험사고의 발생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던 때」부터 보험금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진행한다.41)    

이는 보험사고가 발생한 것인지의 여부가 객관적으로 분명하지 않아 보험금청구권자가 과실 없이 보험사고의 발생을 알 수 없었던 경우에도 보험사고가 발생한 때부터 보험금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진행한다고 해석하는 것은, 보험금청구권자에게 너무 가혹하여 사회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반할 뿐만 아니라 소멸시효제도의 존재 이유에 부합된다고 볼 수도 없기 때문이다.

나. 권리자의 의사에 의하여 제거될 수 없는 법률상의 장해가 있어서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동안에는 소멸시효가 진행하지 않는다. 따라서 보험약관 등에 의하여 보험금청구권의 행사에 특별한 절차를 요구하는 때는 그 절차를 마친 때, 또는 채권자가 그 책임 있는 사유로 그 절차를 마치지 못한 경우에는 그러한 절차를 마치는데 소요되는 상당한 기간이 경과한 때부터 진행한다.42) 가령 자동차보험약관에 「회사는 손해배상청구권자가 손해배상을 받기 전에는 보험금의 전부 또는 일부를 피보험자에게 지급하지 않는다」고 규정되어 있는 경우에는 가해자인 피보험자는 피해자의 유족들에게 손해배상을 한 이후에야 보험자에게 보험금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으므로, 형사합의금 보험금청구권의 소멸시효 기산점은 형사합의금을 지급한 날로 보아야 한다.43)

생명보험약관에 사망보험금 지급 사유로서의 '사망'에 실종선고를 받은 경우(법원에서 인정한 실종기간이 끝나는 때 사망한 것으로 본다)와 관공서에서 수해, 화재나 그 밖의 재난을 조사하고 사망한 것으로 통보하는 경우(가족관계등록부에 기재된 사망연원일을 기준으로 한다)를 포함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경우에는 보험수익자는 법원의 실종선고나 관공서의 사망보고에 따라 가족관계등록부에 기재가 되어야만 보험금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으므로, 이때의 사망보험금 청구권의 소멸시효 기산점은 법원의 실종선고 심판이 확정된 때(실종선고를 인용하거나 기각하는 심판이 확정된 때) 또는 가족관계등록부 기재일로 보아야 한다.44)

그러나 보험약관에 「장해 지급률이 재해일(상해 발생일) 또는 질병의 진단 확정일부터 180일 이내에 확정되지 않는 경우에는 재해일(상해 발생일) 또는 질병의 진단 확정일부터 180일이 되는 날의 의사 진단에 기초하여 고정될 것으로 인정되는 상태를 장해 지급률로 결정한다」고 규정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이는 보험금액의 범위 및 그 산정 기준에 관한 규정에 불과하다. 그러므로 그러한 약관 규정이 있다고 해서 보험금청구권에 관한 소멸시효의 기산점이 보험사고 발생일로부터 180일이 경과한 날 또는 그 후 실제로 의사의 진단을 받은 날이 된다고 할 수는 없고,45) 보험금청구권의 소멸시효는 보험사고가 발생한 때부터 진행함이 원칙이다.

다. 한편, 보험사고의 발생 통지를 한 때는 보험자가 그 통지를 받은 후 지급할 보험금액이 정해지고 보험금 지급유예 기간(10일)이 경과한 다음 날부터 기산한다고 해석하는 견해46)가 있으나, 보험금 지급유예 기간이 따로 정해진 것을 두고 소멸시효의 기산점에 대하여 예외를 인정할 만한 특별히 다른 사정이 있는 경우라고 볼 수 없다. 따라서 보험사고의 발생 통지를 한 때도 보험사고가 발생한 때부터 시효가 진행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즉 보험금지급기일이 따로 정해진 경우에도 그것은 보험금의 지급 방법에 관한 규정에 불과하기 때문에 이 경우에도 보험사고가 발생한 때부터 소멸시효가 진행한다. 대법원 판례도 같은 취지에서, 보험약관 또는 상법 제658조에서 보험금 지급유예 기간('서류를 접수한 날로부터 3일' 또는 '보험금액이 정해진 날로부터 10일')을 정하고 있더라도 보험금청구권의 소멸시효는 보험사고가 발생한 때부터 진행하고, 지급유예 기간이 경과한 다음날부터 진행한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시하고 있다.47)


3. 소멸시효의 중단


보험금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완성되기 전에 이루어진 보험금청구권자의 보험자에 대한 보험금청구는 민법 제174조의 최고로서의 효력이 있다. 보험금청구권자의 보험금청구에 대하여 보험자가 보험금지급의무의 존부 등에 대하여 조사를 해 볼 필요가 있다는 이유로 보험금청구권자에 대하여 그 이행의 유예를 구한 경우에는, 최고의 효력은 보험금청구권자가 보험자로부터 그 회답을 받을 때까지는 계속되므로 민법 제174조에 규정된 6월의 기간이 진행되지 않는다.48) 따라서 이 경우는 보험금청구권자가 보험자로부터 회답을 받은 때부터 6월 내에 재판상의 청구 등을 하면 시효중단의 효력이 있다.

그러나 보험금청구권자가 보험자의 거절 통지에 대하여 이의를 제기했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이의 제기는 민법 제174조에서 정한 '재판상의 청구 등'의 사유가 될 수 없으므로,49) 이의 제기한 사실만으로는 소멸시효가 중단되었다고 볼 수 없다.

보험자가 보험금청구권자의 보험금청구에 대하여 채무이행의 유예를 구한 경우가 아니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민법 제174조에 규정된 6월의 기간은 최고가 있는 때(최종적으로 보험금지급청구의 최고를 한 때)부터 기산된다고 보아야 한다.

보험자가 보험금청구권자에 대하여 채무이행의 유예를 구했는지에 관한 증명책임은 시효중단의 효력을 주장하는 보험금청구권자에게 있다.

조정신청은 시효중단의 효력이 있다. 그러나 조정신청서가 각하된 경우에는 시효중단의 효력이 없다.50) 또한 당사자의 신청에 의한 조정사건에 관하여 조정신청이 취하되거나 취하된 것으로 간주된 때는 1개월 이내에 소를 제기하지 않으면 시효중단의 효력이 없다.51)

금융감독원장에 대한 분쟁조정신청이 있는 경우도 시효중단의 효력이 있다. 다만 금융소비자보호법 제36조 제2항 단서에 따라 합의권고를 하지 않거나 조정위원회에 회부하지 않을 때는 시효중단의 효력이 없다. 분쟁조정신청으로 중단된 시효는 양 당사자가 조정안을 수락한 경우, 분쟁조정이 이루어지지 않고 조정절차가 종료된 경우 중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때부터 새로이 진행한다.52)

보험자가 소멸시효 완성 후 보험금을 일부 지급한 때는 그 액수에 관하여 다툼이 없으면 그 보험금청구권 전체를 묵시적으로 승인한 것으로 풀이되므로,53) 민법 제168조 제3호에서 정한 승인으로 인한 시효중단이나 시효이익 포기의 효력을 인정할 수 있다. 그러나 보험금청구권이 별개로 성립되어 독립성을 갖고 있는 경우에는 일률적으로 그렇게만 해석할 수는 없다.54) 예컨대, 보험자가 단일한 보험사고로 인하여 발생한 보험금 채권 중 일부를 지급했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보험금청구권자에 대하여 보험금지급책임이 있음을 전제로 그 보험사고로 인한 보험금지급채무 전체를 승인한 것으로 볼 수 있으나, 두 개 이상의 보험사고로 인하여 두 개 이상의 보험금청구권이 발생하여 각 보험사고별로 시효완성 여부를 판단해야 하는 경우에는 시효중단이나 시효이익 포기도 각 보험사고별로 판단해야 한다.


4. 응소행위와 소멸시효 중단의 효력 발생 여부


보험금청구권의 소멸시효를 주장하는 보험자가 원고가 되어 보험금 채무부존재확인의 소를 제기한 데 대하여 보험계약자 측이 피고로서 응소하여 그 소송에서 적극적으로 권리를 주장하고 그것이 받아들여진 경우는 민법 제168조 제1호, 제170조 제1항에서 시효중단 사유의 하나로 규정하고 있는 「재판상의 청구」에 포함된다.55) 그러나 보험자가 보험금청구권의 소멸시효를 주장하며 채무부존재확인의 소를 제기한 경우에 있어서, 보험계약자 측이 피고로서 응소 행위를 했다고 해서 바로 시효중단의 효과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시효중단의 효과를 원하는 경우에는 변론주의 원칙상 당사자가 그 소송 또는 다른 소송에서의 응소 행위로서 시효가 중단되었다는 취지의 주장을 해야 한다고 풀이한다.56) 따라서 보험계약자 측이 변론에서 시효중단의 주장 또는 이러한 취지가 포함되었다고 볼 만한 주장을 하지 않은 경우에는 피고로서 응소 행위가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당연히 시효중단의 효력이 발생한다고 할 수 없다.


보험법 저자🔹임용수 변호사


39) 강·임, 570면은 이 단기 소멸시효 규정이 「보험계약의 당사자에게 평등하게 적용되어야 하므로 그 연장도 허용되지 않는다」고 한다.
40) 책임보험의 보험금청구권의 소멸시효 기산점은 약관에서 그 발생 시기나 발생 요건 등에 관하여 달리 정한 경우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칙적으로 피보험자의 제3자에 대한 법률상의 손해배상책임이 상법 제723조 제1항이 정하고 있는 '변제, 승인, 화해 또는 재판으로 인하여 채무가 확정된 때'부터 진행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동지: 대법원 2002. 9. 6. 선고 2002다30206 판결, 대법원 2006. 4. 13. 선고 2005다77305, 77312 판결).

대법원 2006. 4. 13. 선고 2005다77305, 77312 판결은 자동차종합보험상의 피보험자가 주취상태로 차량을 운전하다가 피해자를 충격하여 상해를 입혀 보험자가 피해자에게 손해배상액을 지급한 경우, 상법 제723조에 의하여 피보험자가 제3자에게 손해배상금을 지급했거나 상법 또는 보험약관이 정하는 방법으로 피보험자의 제3자에 대한 채무가 확정되면 피보험자는 보험자에 대하여 보험금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으므로 피보험자가 피해자 측에 이미 합의금으로 손해배상액을 지급한 시점부터 피보험자의 보험자에 대한 보험금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진행된다고 판시하고 있다.
41) 대법원 1993. 7. 13. 선고 92다39822 판결; 대법원 1997. 11. 11. 선고 97다36521 판결; 대법원 2001. 4. 27. 선고 2000다31168 판결; 대법원 2005. 12. 23. 선고 2005다59383, 59390 판결.
대법원 2001. 9. 14. 선고 99다42797 판결은, 「후유증 등으로 인하여 보험사고 당시에는 전혀 예견할 수 없었던 새로운 손해가 발생했다거나 예상 외의 손해가 확대된 경우에 있어서는 그러한 사유가 판명된 때 새로이 발생 또는 확대된 손해를 알았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이와 같이 새로이 발생 또는 확대된 손해 부분에 대해서는 그러한 사유가 판명되어 이를 인식한 때부터 보험금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진행된다」고 판시하고 있다.
42) 동지: 대법원 2006. 1. 26. 선고 2004다19104 판결, 대법원 2012. 5. 9. 선고 2010다83434 판결.
43) 동지: 대법원 2002. 8. 23. 선고 2002다27415 판결.
44) 동지: 대법원 1998. 3. 13. 선고 97다52622 판결. 동 판결은 「수산업협동조합중앙회의 선원보통공제약관상 선원이 공제사고로 해상에서 행방불명된 경우에 최후음신일로부터 1월이 경과해도 행방을 알 수 없을 때는 그때에 사망한 것으로 추정한다는 규정은 사망진단서 등 사망 사실을 확인하는 증명 없이도 유족의 이익을 위하여 피공제자에게 공제금이 신속히 지급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규정으로 보여지므로, 수산업협동조합중앙회가 위 약관상의 사망에 관한 추정을 부정하여 피공제자의 공제금 지급 청구에 불응한 경우에는 소멸시효의 기산점과 관련하여 유족에게 불리하게 위 규정을 적용하여 최후음신일로부터 1월이 되는 때를 공제금청구권의 소멸시효의 기산점으로 삼을 수 없으며, 피공제자는 행방불명된 선원의 사망 사실에 대한 확인 증명을 대신하는 역할을 하는 실종선고 심판이 확정될 때에 비로소 공제금청구권에 대한 권리 행사를 할 수 있게 되었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그때부터 시효기간이 진행된다」고 판시한 바 있다.
45) 대법원 1999. 10. 22. 선고 98다38746판결; 대법원 2004. 12. 24. 선고 2003다5573, 5580 판결.
46) 양승규, 147면; 서울고등법원 1976. 6. 25. 선고 76나1016 판결.
47) 대법원 2005. 12. 23. 선고 2005다59383, 59390 판결.
48) 대법원 2006. 4. 28. 선고 2004다16976 판결; 대법원 2006. 6. 16. 선고 2005다25632 판결; 대법원 2012. 3. 15. 선고 2010다53198 판결. 이 판결들은 「민법 제174조에 규정된 시효중단사유로서의 최고의 경우, 채무이행을 최고받은 채무자가 그 이행의무의 존부 등에 대하여 조사를 해 볼 필요가 있다는 이유로 채권자에 대하여 그 이행의 유예를 구한 경우에는 채권자가 그 회답을 받을 때까지는 최고의 효력이 계속된다고 보아야 하고, 따라서 같은 조에 정한 6월의 기간은 채권자가 채무자로부터 회답을 받은 때부터 기산되는 것이라고 해석해야 한다」는 취지로 판시하고 있다.
49) 동지: 대법원 2014. 11. 13. 선고 2014다212902 판결, 대법원 2015. 3. 12. 선고 2014재다1513 판결.
50) 민사조정법 제35조 제1항, 제36조, 민법 제170조. 예컨대, 민사조정법 제36조 제1항에 따라 조정신청을 한 때 소가 제기된 것으로 보는 경우 해당 신청인은 소를 제기할 때 소장에 붙여야 할 인지액에서 그 조정신청서에 붙인 인지액을 뺀 금액에 상당하는 인지대를 보정(추가 납부)해야 하는데(같은조 제2항), 해당 신청인이 소송절차 이행을 위한 인지대를 추가로 납부하지 못하여 조정신청서가 각하되는 경우가 있다.
51) 민사조정법 제35조 제2항.
52) 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약칭: 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 2021. 3. 25.) 제40조 제1항 및 제3항[구 금융위원회의 설치 등에 관한 법률 제53조의2 제1항 및 제3항).
53) 동지: 대법원 2001. 6. 12. 선고 2001다3580 판결. 소멸시효 중단사유로서 승인은 시효이익을 받을 당사자인 채무자가 소멸시효의 완성으로 권리를 상실하게 될 자 또는 그 대리인에 대하여 그 권리가 존재함을 인식하고 있다는 뜻을 표시함으로써 성립한다(대법원 1999. 3. 12. 선고 98다18124 판결).
54) 동지: 대법원 1993. 10. 26. 선고 93다14936 판결.
55) 동지: 대법원 2005. 12. 23. 선고 2005다59383, 59390 판결; 대법원 2006. 6. 16. 선고 2005다25632 판결.
56) 동지: 서울고등법원 1998. 6. 30. 선고 98나98358 판결.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