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자의 약관상 면책사유



1. 보험자는 보험약관 기타 특약으로 일정한 사유를 면책사유로 할 수 있다. 보험계약의 실제에 있어서도 약관 속에 면책사유를 두는 것이 보통이다. 면책사유가 기재된 약관의 조항을 면책약관이라 한다. 예컨대, ① 원인의 직접·간접을 묻지 않고 지진, 분화, 해일, 전쟁, 외국의 무력행사, 혁명, 내란, 사변, 폭동, 소요 기타 이들과 유사한 사태로 생긴 손해의 면책, ② 유상운송 면책 등이 있다. 이러한 면책약관은 상법 제663조의 불이익변경금지 원칙 등의 강행법규에 위배되지 않는 한 유효하다. 판례는 약정면책조항의 효력을 원칙적으로 인정하되, 면책요건을 엄격하게 해석하고 있다.84)

여기서 폭동이란 많은 사람이 결합한 폭행, 협박 등의 집단행동에 의하여 적어도 한 지방에 있어서의 평온 또는 안녕질서를 저해할 정도의 중대한 사태를 의미한다. 소요란 폭동에는 이르지 않지만 한 지방에서의 공공의 평화 내지 평온을 해할 정도로 많은 군중이 집합하여 폭행, 협박 또는 손괴 등 폭력을 행사하는 상태를 말한다. 그리고 기타 이들과 유사한 사태라 함은 폭동이나 소요에 준하는 사태로서 정상적인 상황 아래서는 예기할 수 없는 손해를 초래할 수 있는 위험한 상황을 뜻하는 것으로서 모두 통상의 경찰력으로는 진압하기 어려운 비상사태를 의미한다.

이 규정의 취지는 그와 같은 비상사태에 대하여는 사고 발생의 빈도 또는 손해의 정도를 예측하기 어려워 적절한 보험료를 산정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사고 발생 시에는 사고의 대형화와 손해액의 누적적인 증대로 보험자의 위험 인수 능력을 초과할 우려가 있다는 데에 있다.

본래 보험제도 자체가 쉽게 예측하기 어려운 장래의 우연적, 돌발적 사고로 인한 손해를 담보하기 위한 것이므로 위와 같은 사고 발생의 예측 곤란과 피해 극대화를 이유로 한 면책사유의 요건은 이를 엄격하게 해석해야 한다. 판례도 보험약관상 면책사유의 엄격해석의 원칙을 참작하여 경기장에서의 관객의 난동이나 대학생들이 경찰에 대항하여 화염병과 돌을 던지며 벌인 시위는 폭행이나 소요로 보지 않는다.85)


2. 화재보험약관은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가 보험금청구에 관한 서류에 고의로 사실과 다른 것을 기재했거나 그 서류 또는 증거를 위조 또는 변조한 경우86)를 중대사유로 인한 보험계약 해지사유로 규정하고 있다.87) 이러한 허위 청구의 경우 보험자는 그 사실을 안 날부터 1개월 이내에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화재보험의 목적 중 일부 항목에 대하여 허위 청구를 한 때에 보험계약 전부에 대한 해지사유가 되는지 여부가 문제된다. 허위 청구에 대하여 보험계약 해지사유가 아닌 보험금청구권 상실 사유로 규정했던 종전 약관에서 보험목적물 중 일부의 보험목적물에 대하여 실제 손해보다 과다하게 허위 청구를 한 사건과 관련하여, 판례는 보험계약의 선의성을 근거로 해서 다른 보험목적물에 대한 피보험자의 보험금청구권도 모두 상실된다는 견해88)와 작성자불이익의 원칙을 적용하여 다른 보험목적물에 관한 보험금청구권도 모두 상실된다는 취지로 해석하는 것은 고객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결과를 초래하여 신의칙에 반하므로 허위 청구를 한 당해 보험목적물에 대한 보험금청구권만 상실된다는 견해89)로 나뉘고 있었다. 생각건대, 손해보험을 체결하면서 항목별로 그 가액을 계산하여 보험계약을 체결했다는 이유로 각 항목별로 별개의 보험계약을 체결했다고 볼 수 없다. 뿐만 아니라 일부무효나 일부취소의 법리는 계약 체결상의 일부 하자를 어떻게 취급할 것인지의 문제인 반면, 허위 청구로 인한 보험계약 해지는 보험계약의 최대선의성에 기초한 것으로서 그 성질을 달리 하는 것이므로 이에 일부무효나 일부취소의 법리를 적용할 수는 없다고 풀이한다.

또한 사기적인 방법으로 허위 청구하는 피보험자 등을 보호하는 것은 약관해석의 원칙인 공정성의 원칙에 반하는 것이고, 보충적해석 수단에 불과한 작성자불이익의 원칙을 적용하여 약관을 축소해석할 만큼 약관조항의 의미가 불명확하다고 보기도 어렵다. 서류를 위조하거나 증거를 조작하는 등 신의칙에 반하는 사기적인 방법으로 허위 청구하는 비양심적인 피보험자 등을 제재하는 것이 그 약관조항의 취지인데, 이처럼 신의칙에 반하는 허위 청구를 다시 신의칙을 적용하여 소송상으로 보호해줄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인지도 의문시된다. 그러므로 예컨대 화재보험의 목적 중 일부 항목에 대하여 과다하게 허위 청구를 한 경우에는 나머지 항목 부분에 대한 보험계약도 모두 해지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다만, 이미 보험금지급사유가 발생한 경우에는 보험금지급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90) 즉 보험계약이 해지되더라도, 보험자는 보험계약의 해지 이전까지 발생한 보험금을 피보험자에게 지급해야 한다.


보험법 저자🔹임용수 변호사


84) 대법원 1998. 4. 28. 선고 97다11898 판결은 「동산종합보험은 손해보험의 일종으로서 그 보험계약의 일부로 된 중장비추가약관에서 '법령이나 기타 규칙을 위반하여 발생한 손해'를 보험자의 면책사유로 규정한 경우, 이는 법령이나 기타 규칙을 위반한 상태에서 손해가 발생하기만 하면 그 법규 위반이라는 상황을 중시하여 그 위반 행위와 손해 발생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어도 이를 보험자의 보상 대상에서 제외하는 사유로 규정한 것으로 보여지고, 위 약관 소정의 '법령이나 기타 규칙을 위반하여 발생한 손해'라는 면책조항을 문언 그대로 법령이나 기타 규칙을 위반하여 발생한 모든 사고를 아무런 제한 없이 보험의 대상에서 제외한 것으로 해석하게 되면, 중대한 법령위반이 아닌 사소한 법령이나 규칙 위반의 경우에도 보험자는 면책이 되는 것이 되어 부당하다. 따라서 사소한 법령이나 규칙 위반의 경우에 있어 위 중장비추가약관상의 면책조항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공정을 잃은 조항으로서 약관의규제에관한법률 제6조 제1항의 규정에 비추어 무효라고 볼 수밖에 없으므로 위 면책조항은 위와 같은 무효인 경우를 제외하고 보험사고의 발생 당시 시행되고 있던 중장비의 소유·사용 또는 관리에 관한 법령이나 규칙의 위반이 무면허운전 행위와 같은 보험사고의 발생 혹은 증가의 개연성이 극히 큰 경우와 같은 '중대한 법령이나 규칙의 위반'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적용되는 것으로 수정해석을 하여야 할 것이고, 그 법령 위반의 내용이 무면허운전 행위인 경우에는 보험사고의 발생 당시 무면허운전 행위가 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의 지배 또는 관리가능한 상황 즉 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의 명시적 또는 묵시적 승인하에서 이루어진 경우에 한하여 적용된다고 해석해야 한다」고 보고, 「동산종합보험의 보험계약자가 2종 보통운전면허밖에 소지하고 있지 않은 그의 피용자로 하여금 1종 대형운전면허를 소지해야 운전할 수 있는 중장비인 천공기를 운전하게 해서 피용자가 이를 운전하다가 사고로 천공기가 파손된 경우, 피용자의 무면허운전은 중대한 법령위반에 해당하고 보험계약자의 명시적 승인하에 이루어진 것이므로 위 중장비추가약관 소정의 면책사유에 해당한다」판시하고 있다.
85) 대법원 1991. 11. 26. 선고 91다18682 판결. 동 판결은 프로야구 경기장에서 연고팀이 역전패당한 것에 불만을 품은 1,000여명의 관중들이 상대팀 선수들을 태우고 떠나려는 버스 앞을 가로막고 돌과 빈병 등을 던지는 소동은 소요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시하고 있다.
전주지방법원 1990. 5. 31. 선고 90나632 판결. 동 판결은 대학생 약 300명이 반정부구호를 외치며 최루탄을 발사하는 진압 경찰관들에 대항하여 화염병과 돌을 던지며 벌인 시위도 약관이 정하는 폭동, 소요 기타 이들과 유사한 사태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하고 있다.
대법원 1994. 11. 22. 선고 93다55975 판결. 동 판결은 화재 당시 대학생들이 단순히 대회 참가를 봉쇄하려는 경찰의 저지선을 뚫기 위하여 화염병을 투척하기에 이르렀고, 그 폭력 행사의 정도도 경찰에 대해서만 화염병을 투척했을 뿐이고 인근의 다른 상가나 행인에 대해서는 아무런 폭행이나 협박 또는 손괴 등을 하지 않았으며, 그 시위 장소 또한 지하철역에서 대학교 정문에 이르는 도로에 한정되었고 다른 지역으로는 확산되지 않았음이 분명하다면, 보험약관상 면책사유의 엄격해석의 원칙을 참작하여 그 대학생들의 폭력사태는 발생 경위와 장소 및 당시에 있어서의 폭력 행사의 정도 등에 비추어 한 지방의 평화 내지 평온을 해할 정도의 소요 기타 유사한 사태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시하고 있다.
86) 다음부터 이 경우의 보험금청구를 '허위 청구'라고 부른다.
87) 화재보험표준약관 참조.
대법원 2003. 5. 30. 선고 2003다15556 판결. 동 판결은 이러한 보험금청구권의 상실 사유가 거래상 일반인들이 보험자의 설명 없이도 당연히 예상할 수 있던 사항에 해당하여 설명의무의 대상이 아니라고 판시하고 있다.
88) 대법원 2005. 6. 9. 선고 2005다15444 판결(하급심: 서울고등법원 2005. 2. 4. 선고 2004나36354 판결). 동 판결은 「'고의'로 허위의 통지를 하거나 '위조 또는 변조'된 서류를 증거로 제출하는 등 신의성실의 원칙상 허용할 수 없는 경우에만 보험금청구권을 상실하게 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으므로 피보험자에게 가혹하다고 볼 수도 없다」고 판시하고 있다.
89) 대법원 2007. 2. 22. 선고 2006다72093 판결. 동 판결은 작성자불이익의 원칙을 언급하면서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가 손해의 통지 또는 보험금청구에 관한 서류에 고의로 사실과 다른 것을 기재했거나 그 서류 또는 증거를 위조하거나 변조한 경우 피보험자는 손해에 대한 보험금청구권을 잃게 된다'는 약관 조항의 취지는 피보험자 등이 서류를 위조하거나 증거를 조작하는 등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사기적인 방법으로 과다한 보험금을 청구하는 경우에는 그에 대한 제재로서 보험금청구권을 상실하도록 하려는 데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인데(대법원 2006. 11. 23. 선고 2004다20227, 20234 판결 등 참조), 이 사건과 같이 독립한 여러 개의 물건을 보험목적물로 하여 체결된 화재보험에서 피보험자가 그 중 일부의 보험목적물에 관하여 실제 손해보다 과다하게 허위 청구를 한 경우에 관하여 허위 청구를 한 당해 보험목적물에 관하여 위 약관조항에 따라 보험금청구권을 상실하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 할 것이나, 만일 위 약관조항을 피보험자가 허위 청구를 하지 않은 다른 보험목적물에 관한 보험금청구권까지 한꺼번에 상실하게 된다는 취지로 해석한다면, 이는 허위 청구에 대한 제재로서의 상당한 정도를 초과하는 것으로 고객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결과를 초래하여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해석이 된다고 하지 않을 수 없으므로, 약관해석의 원칙에 따라, 위 약관에 의해 피보험자가 상실하게 되는 보험금청구권은 피보험자가 허위 청구를 한 당해 보험목적물의 손해에 대한 보험금청구권을 의미한다고 해석함이 상당하다」고 판시하고 있다.
90) 화재보험표준약관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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