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임용수 변호사
생명보험이나 상해보험 등의 상품을 판매하는 보험회사 약관(인보험 약관)에는 피보험자의 고의로 보험사고가 발생한 경우 '보험회사는 보험금을 지급할 책임을 면하게 됩니다'라는 내용의 면책 규정이 있습니다.
이러한 면책 규정에 대한 예외로, 예전 인보험 약관의 주계약에는 피보험자가 계약의 보장개시일(책임개시일)부터 1년 또는 2년의 면책 기간이 지난 후에 자살한 경우는 '그렇지 않습니다'라는 부책 규정('자살면책 제한 조항')을 두고 있었습니다.
자살면책 제한 조항을 둔 주계약에는 재해 보장이 포함되거나 특약으로 부가되는 경우가 흔하고, 이러한 경우 면책 기간 이후에 이뤄진 피보험자의 자살이 재해사망보험금 지급 사유에 해당하는지 여부와 관련해 분쟁이 빈발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우리 대법원이 판단한 자살면책 제한 조항의 약관 유형은 4가지 정도로 분류됩니다. 실제로 사용되는 약관 유형은 적어도 6가지 이상으로 파악됩니다.
면책 기간 이후 이뤄진 피보험자의 자살이 자살면책 제한 조항에 따라 재해사망보험금 지급 사유에 해당하는지에 대해 약관의 유형별로 나눠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1 첫 번째 유형 : 일반사망을 보장하는 주계약 약관에 자살면책 제한 조항을 명시하되, 재해사망을 보장하는 재해보장 특약 약관에는 자살면책 제한 조항을 명시하지 않고 '특약에 정하지 않은 사항에 대해서는 주계약 약관을 준용합니다'라고 규정한 경우입니다.
이 유형의 경우 대법원은 주계약 약관의 자살면책 제한 조항이 주계약과 성질을 달리하는 재해사망 특약에 준용될 수 없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1)
2 두 번째 유형 : 질병에 관한 보험사고(질병 사망 제외)를 보장하는 주계약(질병보험) 약관에 자살면책 제한 조항을 명시하되, 재해사망을 보장하는 재해보장 특약 약관에는 자살면책 제한 조항을 따로 명시하지 않고 '특약에 정하지 않은 사항에 대해서는 주계약 약관을 따릅니다'라고 규정한 경우입니다.
주계약(질병보험)에 가입한 사람들은 사망이나 자살을 보장받기 위한 것이 아니라 질병으로 인한 사고를 보장받기 위한 목적으로 보험단체를 구성한 것이므로, 사망이나 자살은 주계약의 보험사고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사망이나 자살이 주계약의 보험사고에 포함될 수 있음을 전제로 해서 주계약 약관에 자살면책 제한 조항을 둔 첫 번째 유형의 계약과는 달리, 이 유형의 계약은 보험회사가 개별 보험 상품에 대한 약관을 제정하는 과정에서 실수로 자살면책 제한 조항을 둔 것으로 보입니다.2)
이 유형의 경우 주계약(질병보험) 약관의 자살면책 제한 조항은 이를 규정하게 된 경위(실수로 규정을 둔 것인지 여부)를 불문하고 질병보험과 성질을 달리하는 재해사망 특약에는 준용될 수 없다고 풀이됩니다.
3 세 번째 유형 : 특약 없이 하나의 주된 보험계약 약관에 '재해 사고'과 '비재해 사고(재해 외 원인에 의한 사망 등)'를 함께 보장하면서 적용 범위에 대한 언급 없이 자살면책 제한 조항을 두고 있는 경우입니다.
이 유형의 경우 대법원은 자살면책 제한 조항이 비재해 사고가 발생한 경우에만 적용되고 재해 사고가 발생한 경우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3)
4 네 번째 유형 : 특약 없이 하나의 재해보장계약 약관에서 '재해 사고'를 주된 보장내용으로 규정하면서 자살면책 제한 조항을 두고 있는 경우입니다.4)
이 유형의 자살면책 제한 조항에 대해 대법원은 면책 기간 이후의 자살을 보험사고에 포함시켜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하도록 한 것으로 해석된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5)
5 다섯 번째 유형 : 주계약(교통안전보험) 약관에서 '교통재해'로 인한 사망·장해 등을 보장하면서 자살면책 제한 조항이 명시돼 있고, '일반재해'로 인한 사망·장해 등을 보장하는 특약(재해보장 특약) 약관에는 자살면책 제한 조항이 명시돼 있지 않고 '특약에 정하지 않은 사항에 대해서는 주계약 약관을 따릅니다'라고 규정한 경우입니다.
이 유형은 주계약, 특약이 모두 '재해사고'만을 보험금 지급 사유로 규정하고 있는 경우로서 일반사망보험금 지급 사유가 존재하지 않았던 사례이며, 대법원은 주계약(교통안전보험)의 자살면책 제한 조항이 특약(재해보장 특약)에 의해서도 적용(준용)된다는 취지로 판단하고 있습니다.6)
6 여섯 번째 유형 : 일반사망을 보장하는 주계약 약관과 재해사망을 보장하는 재해보장 특약 약관 두 곳에 각각 독립적으로 자살면책 제한 조항을 두고 있는 경우입니다.
이 유형의 자살면책 제한 조항에 대해 대법원은 면책 기간 이후의 자살을 보험사고에 포함시켜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하도록 한 것으로 해석되므로 보험회사는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는 취지로 판단하고 있습니다.7)
이상에서 살펴본 대법원 판결들의 입장을 정리해 보면, 대법원은 '일반사망을 보장하는 주계약과 재해사망을 보장하는 특약에 각각 독립적으로 자살면책 제한 조항을 둔 경우(여섯 번째 유형)'와 '하나의 재해보장계약 약관에서 재해사망과 만기급여금을 보장하는 경우(네 번째 유형)'에는 면책 기간 이후 자살에 대해 (재해특약 약관 또는 하나의 재해보장계약 약관이 직접 적용된다는 취지에서) 재해사망보험금 지급사유에 해당함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대법원이 주계약 약관의 자살면책 제한 조항이 재해보장 특약에 의해 준용되는 것으로 인정한 경우는 교통재해를 보장하는 주계약(교통안전보험)에 재해보장 특약(교통재해와 일반재해가 포함될 수 있는 특약)이 부가된 다섯 번째 유형입니다. 즉 주계약과 재해보장 특약 모두가 재해를 보장하는 약관의 해석과 관련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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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 전문변호사] 임용수 변호사
- 최초 등록일: 2017년 5월 8일
- 1차 수정일: 2019년 4월 30일
1) 대법원 2009. 5. 28. 선고 2008다81633 판결, 대법원 2009. 9. 24. 선고 2009다45351 판결.
2) 이 유형과는 달리 재해보장특약에도 별도로 자살면책 제한 조항을 둔 여섯 번째 유형의 경우에는 약관 작성자인 보험회사가 자-살면책조항의 의미를 면밀히 검토하지 않아서 실수로 재해보장특약 약관에 규정하게 됐다는 사정을 들어 그 자살면책 제한 조항이 계약 내용을 구성하지 않는다거나 무의미한 규정이라고 해석해서는 안 됩니다.
3) 대법원 2010. 11. 25. 선고 2010다45777 판결.
4) 피보험자가 재해 외의 원인으로 사망했을 때는 책임준비금을 지급하는 것으로 규정돼 있습니다.
5) 대법원 2009. 9. 24. 선고 2009다45351 판결, 대법원 2016. 5. 26. 선고 2014다212339(본소), 2014다212346(반소) 판결.
6) 대법원 2007. 9. 6. 선고 2006다55005 판결.
7) 대법원 2016. 5. 12. 선고 2015다243347 판결, 대법원 2016. 6. 23. 선고 2015다254392(본소), 2015다254408(반소) 판결, 대법원 2016. 6. 23. 선고 2016다208341 판결, 대법원 2016. 10. 13. 선고 2016다216731(본소), 2016다216748(반소) 판결 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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