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기간과 보험료기간



1. 보험기간

가. 의의

보험기간이란 「보험자의 책임이 시작되어 종료될 때까지의 기간」을 말하며, 이를 책임기간 또는 위험기간이라고도 한다. 생명보험약관에서는 보험기간을 「보험계약에 따라 보장을 받는 기간」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보험기간과 구별되는 개념으로 보험계약기간이라는 것이 있는데, 보험계약기간이란 보험계약이 성립하여 존속하는 기간, 즉 보험계약의 성립 시부터 그 종료 시까지의 기간을 말한다.

대부분의 경우 보험기간은 보험계약기간과 일치하지만, 양자가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가령 일정한 면책기간을 설정하는 질병보험처럼 보험기간이 보험 가입 후의 특정 시점부터 개시되는 경우 또는 보험에 가입하기 이전의 시점으로부터 보험기간이 개시되는 소급보험의 경우는 양자가 일치하지 않는다.

실제로는 보험자의 책임기간을 명백히 하고 당사자 사이의 분쟁을 막기 위하여 보험기간의 시기와 종기를 정하는 것이 보통이다. 예컨대 암을 담보하는 약관에는 보험회사의 계약상 책임은 보험계약일로부터 그 날을 포함하여 90일이 지난날의 다음날부터 발생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고,46) 화재보험의 경우에는 보험증권에 기재된 보험기간의 첫날 오후 4시부터 마지막 날 오후 4시까지라고 기재하고 있다.

보험증권이나 약관에 기재된 보험기간의 개시일을 보험자의 책임개시일을 정한 것으로 보아 곧바로 보험자의 보험금지급의무가 발생한 것으로 볼 수는 없다.

반대의 특약이 없는 한 보험기간이 개시해도 최초보험료의 지급이 없으면 보험자는 책임을 지지 않는다. 왜냐하면 상법 제656조가 '보험자의 책임은 당사자 간에 다른 약정이 없으면 최초의 보험료 지급을 받은 때부터 개시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비록 보험증권이나 약관에 보험기간이 정해져 있더라도, 보험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제1회 보험료의 지급을 받은 때부터 보험기간이 종료될 때까지 발생한 보험사고에 대해서만 보험금지급의무를 부담한다. 판례도 같은 취지로 판시하고 있다.47)       

그러나 보험료 대납 약정이 있었던 경우에는 그 약정 후 현실적으로 보험료를 지급한 날 이전에 보험사고가 발생했더라도 보험보호를 받을 수 있다.

가령 화재보험의 보험료로 만기 한 달짜리 약속어음과 그 어음금에 대한 한 달분의 이자를 지급함으로써 그 지급에 갈음하기로 하는 합의가 있는 상태에서 보험자의 대리인이 보험계약자로부터 약속어음을 교부받는 것을 유예하고, 그 어음금에 대한 이자를 대납하고 보험료 영수증을 발행한 경우, 보험자 측의 사정으로 약속어음을 교부받지 못했더라도 보험기간을 개시시키기로 하는 약정이 있었으므로, 보험기간이 개시된 후에 보험사고(화재)가 발생했다면 보험자는 화재보험에 따른 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48)

보험계약에서 보험기간이 정해진 이상 비록 보험계약이 성립하고 보험료의 지급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 보험기간의 전후에 생긴 보험사고에 대해서는 보험자는 보험금지급책임을 지지 않는다. 그러나 보험금청구권자가 보험계약에서 정한 보험사고가 보험기간 안에 발생했다는 사실을 주장·입증한 이상, 보험기간 경과 후에 손해가 발생하더라도 보험자의 책임은 인정된다.49)  

보험기간 중에 보험사고가 발생하지 않은 경우에는 보험금의 지급 없이도 보험기간의 만료로써 보험계약이 종료(소멸)된다.

나. 보험기간의 특정

보험기간은 보험계약에서 당사자 사이의 약정으로 정해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보험계약에서 약정기간이 없고 법정기간(상법 제656조, 제688조, 제699조, 제700조)이 있는 경우에는 그에 의하고, 약정기간도 법정기간도 없는 경우에는 위험의 성질상 또는 관습상 정해지는 추정기간(예: 농업보험에 있어서 파종시부터 수확시까지의 기간)에 의하며, 추정기간도 없는 경우 보험기간은 보험계약의 존속기간과 일치한다」고 풀이된다.50)

다. 소급보험

소급보험이란 보험계약이 체결되기 이전의 어느 시점부터 보험기간이 시작되는 것으로 소급하여 정한 보험을 말한다(상법 제643조).51) 즉 보험자의 책임개시시기를 보험계약 체결 이전으로 소급시키는 보험이 소급보험이다.

예컨대 해상적하보험에서 이미 선박이 출항한 후에 수하인이 보험에 가입하면서 하물의 선적 시에 소급하여 보험자의 책임이 개시되는 것으로 약정하는 경우, 보험회사가 청약을 승낙하기 이전에 제1회 보험료를 받은 때는 제1회 보험료를 받은 날에 책임이 개시된다고 약정한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이처럼 소급보험이 되려면 보험기간의 시기를 보험계약의 성립 시기 이전으로 소급하여 정한다는 계약당사자 사이의 약정이 있어야 한다.

보험계약을 체결할 당시 주관적으로 보험사고가 불확정한 경우, 즉 보험계약당사자 모두가 보험사고가 이미 발생했거나 또는 발생할 수 없는 것임을 알지 못한 때는 소급보험은 무효가 되지 않는다(상법 제644조 단서).

보험자의 책임은 최초의 보험료를 지급받은 때부터 개시하는 것이 원칙이므로, 소급보험의 경우도 보험계약이 체결되었다고 하더라도 보험자의 소급적 책임개시를 위해서는 보험료의 지급이 있어야 한다.

최초의 보험료를 납부한 이후에 보험사고가 발생했다는 점에 대한 입증책임은 보험금을 청구하는 자가 부담한다. 

소급보험이 성립하면 보험계약의 성립 당시에 이미 발생한 사고를 계약 당사자 및 피보험자가 알지 못한 이상 보험자는 보험금지급책임을 진다. 이러한 효과를 인정해도 당사자가 보험사고가 발생할 사실을 알지 못하므로 악용할 우려가 없기 때문이다.


2. 보험료기간


보험료기간이란 「보험료 산출의 기초가 되는 단위 기간」 즉 보험료 산출을 위한 위험측정상의 단위가 되는 기간을 말하며, 위험측정기간이라고도 한다.52) 보험료기간을 어떻게 정할 것이냐는 보험수리의 원칙에 따라 정할 문제이나, 1년을 단위로 정하는 것이 일반적이다.53)

운송보험이나 화재보험에 있어서는 보험기간과 보험료기간이 일치하는 경우가 많으나, 생명보험에 있어서는 하나의 보험기간이 많은 보험료기간으로 나뉠 수 있으므로, 양자가 반드시 일치하는 것이라고 할 수는 없다.


보험법 저자🔹임용수 변호사


46) 대법원 2005. 12. 9. 선고 2004다26164, 26171 판결은, 회사의 계약상 책임은 보험계약일로부터 그 날을 포함하여 90일이 지난날의 다음날부터 발생한다고 규정한 약관조항은 상법의 일반조항(상법 제656조)과 다른 내용으로 보험자의 책임개시시기를 정한 경우이므로 보험자가 구체적이고 상세한 명시․설명의무를 지는 보험계약의 중요한 내용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다음부터는 이 조항(규정)을 '90일 조항'이라고도 부른다.
47) 대법원 2003. 12. 12. 선고 2003다38832 판결(하급심: 대구고등법원 2003. 6. 26. 선고 2002나3861 판결).
동 판결은 「보험증권에 기재된 보험기간은 상법 제666조에 따라 일반적으로 손해보험에 규정하도록 된 보험기간의 시기와 종기를 규정한 것에 불과하고 보험자의 책임개시일을 정한 것으로 볼 수는 없어, 보험증권에 기재되어 있는 보험기간의 개시일을 보험자의 책임개시일로 볼 수 없고, 보험자가 보험사고 발생 후 보험료를 받고 영수증을 교부했다고 하여 보험자가 계약자에게 보험금지급청구권이 있음을 전제로 보험료를 받은 것이라 할 수도 없다」는 취지로 판시하고 있다.
더 나아가 보험자가 보험가입자의 청약과 함께 보험료를 지급받은 경우라 하더라도 부보(附保)될 수 없는 피보험부적격 위험직종과 관련 있는 사고에 대해서는 처음부터 책임이 없다(대법원 1991. 11. 8. 선고 91다29170 판결).
48) 대법원 2005. 11. 10. 선고 2005다38249,38256 판결.
49) 동지: 양승규, 106면; 정찬형, 531면; 정희철, 377면.
50) 강·임, 553면.
51) 상법 제643조는 소급보험에 관하여 「보험계약은 그 계약전의 어느 시기를 보험기간의 시기로 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52) 보험료 분할납입기간(보험료의 분할납입제도)은 보험기간 또는 보험료기간과 구별되는 개념이다. 보험료 분할납입기간은 그 분할 납입기간마다 보험기간이나 보험료기간이 달리 성립되는 것이 아니라, 1년의 보험기간과 보험료기간 동안에 지급해야 하는 보험료를 보험계약자의 편의를 위하여 분할하여 지급할 수 있도록 한 제도이다.
53) 동지: 양승규, 106면; 강·임, 55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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