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회사의 보험증권 교부의무



1. 보험증권의 의의

보험증권은 보험계약이 성립한 후 보험계약의 성립과 내용을 증명하기 위하여 보험자가 계약의 주요 내용을 기재하고 기명날인 또는 서명하여 보험계약자에게 교부하는 일종의 증거증권이다.

보험증권은 계약 성립 후에 교부되는 것이므로, 보험자가 보험의 모집 과정에서 청약을 유인하기 위하여 제작한 서류나 사진, 도화 등 모든 안내 자료를 의미하는 보험안내자료와는 구별된다.1)

보험증권은 보험계약의 성립을 증명하기 위하여 보험자가 발행하는 증거증권에 불과할 뿐이며, 그것을 작성해야만 비로소 보험계약상의 권리의무가 발생하는 설권증권이 아니다. 보험증권에는 보험자의 기명날인 또는 서명만 있으므로 계약서가 아니고, 그 발행이 보험계약의 성립요건도 아니다.


2. 보험증권의 작성·교부

보험자는 보험계약이 성립한 때는 지체없이 보험증권을 작성하여 보험계약자에게 교부해야 한다(상법 제640조 제1항 본문).2) 타인을 위한 보험계약에서도 보험계약자에게 보험증권을 교부해야 함은 물론이다.

보험자는 보험계약자의 청구가 없더라도 보험증권을 지체없이 교부해야 하지만, 보험계약자가 보험료의 전부 또는 최초의 보험료를 지급하지 않은 때는 보험증권의 교부를 거절할 수 있다(상법 제640조 제1항 단서). 이것은 보험료의 납입이 없어도 보험자가 보험증권을 발행·교부하는 것은 무방하나, 이를 발행·교부할 의무는 없다는 의미이다.3)

기존의 보험계약을 연장하거나 변경한 경우에는 보험자는 보험증권을 재작성·교부할 필요 없이 보험증권에 그 사실을 기재함으로써 보험증권의 교부에 갈음할 수 있다(상법 제640조 제2항).

보험계약자로서는 보험약관·보험청약서·상품안내서·사업방법서 등의 다른 방법으로 보험계약의 내용을 증명하는 것이 가능하다. 그러나 보험증권을 소지하고 있으면 보험계약의 내용이 일단 진정하다는 사실상의 추정을 받으므로, 그 추정력에 의하여 쉽게 보험계약상의 권리 행사가 가능하게 된다.

보험증권을 교부했으나 그 내용이 보험약관의 내용과 다르고 그 다른 내용에 대한 별도의 합의가 없었을 때는 보험계약의 청약에 대한 승낙이라고 할 수 없고 이는 보험자의 보험계약자에 대한 새로운 청약으로 보아야 한다는 견해4)가 있다. 그러나 보험증권의 기재 내용과 보험약관의 내용이 다르다고 해서 보험계약이 불성립한다거나 새로운 청약을 한 것으로 보는 것은 보험계약자의 지위를 장기간 불안정하게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타당한 견해라고 볼 수 없다.

보험증권의 기재 내용이 보험약관의 내용과 다른 경우에는 보험계약자, 피보험자 또는 보험수익자가 보험증권의 기재 내용과 보험약관 내용이 뚜렷이 다르다는 것을 명확히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경우를 제외하고는 보험증권이 교부됨으로써 보험계약자에게 유리한 내용으로 보험계약이 성립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5) 다만 판례는 보험증권의 기재 내용과 보험약관의 내용이 서로 다른 때는 보험증권뿐 아니라 보험계약 체결에 있어서의 당사자의 의사와 계약 체결의 전후 경위 등을 종합하여 보험계약의 내용을 인정할 수 있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6).


3. 보험증권의 법적 성질

가. 증거증권성

보험증권은 보험계약이 성립한 이후 보험계약의 성립 및 그 내용을 증명하기 위하여 보험자가 작성하여 보험계약자에게 교부하는 증거증권에 속한다. 그러나 진실한 계약 내용(실제의 합의 내용)과 보험증권의 기재 내용이 서로 다른 때는 당사자는 그 사실을 입증하여 진실한 계약 내용에 따른 권리를 주장할 수 있다. 판례도 「보험계약은 당사자 사이의 의사의 합치에 의하여 성립되는 낙성계약으로서 별도의 서면을 요하지 않으므로 보험계약을 체결할 때 작성·교부되는 보험증권이나 보험계약의 내용을 변경하는 경우에 작성·교부되는 배서증권은 하나의 증거증권에 불과한 것이어서 보험계약의 성립 여부라든가 보험계약의 당사자, 보험계약의 내용 따위는 반드시 증거증권만이 아니라 계약 체결의 전후 경위, 보험료의 부담자 등에 관한 약정, 보험증권을 교부받은 당사자 등을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다」고 판시하여 증거증권으로서의 성질을 인정하고 있다.7) 따라서 가령 보험증권상 수익자가 「1급 장해 시 상속인」으로 기재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보험청약서 및 보험약관의 내용에 따라 수익자를 상속인이 아니라 보험계약자 및 피보험자로 인정할 수 있다.8)

나. 면책증권성

보험증권은 보험자가 보험사고의 발생으로 보험금 등을 지급함에 있어서 그 제시자의 자격 유무를 조사할 권리는 있으나 의무는 없는 면책증권이다. 따라서 보험자가 보험증권을 제시한 자에 대하여 악의 또는 중과실 없이 보험금 등을 지급한 때는 그가 비록 권리자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면책된다. 이에 대하여 「비유가증권인 보험증권은 당사자가 보험계약에서 보험증권을 면책증권으로 하기로 합의한 때에 한하여 그 보험증권이 면책증권이 된다」고 보는 견해9)도 있다.

다. 상환증권성

대다수의 약관에는 보험금 등을 청구하려면 그 구비 서류로 보험증권을 제출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이러한 경우에는 상환증권(제시증권)으로의 성질을 가진다. 따라서 보험계약자는 보험금 등의 청구시 보험증권을 제출해야 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보험증권은 엄격한 상환증권은 아니라 할 것이므로, 도난·분실 등의 사정으로 보험증권을 제출할 수 없는 경우에는 다른 방법으로 그 권리자임을 증명하여 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다.10)

라. 유가증권성

통상의 보험증권은 권리자의 성명이 증권에 기재되며, 증권상의 권리가 배서에 의하여 양도되는 것으로 예정되어 있지 않으므로, 유가증권성을 인정할 수 없다. 특히 인보험의 경우 그 보험계약이 양도될 성질의 것이 아니고, 보험계약으로 인하여 생긴 권리를 피보험자가 아닌 자에게 양도하는 경우 피보험자의 동의를 요하므로(상법 제731조 제2항), 유가증권으로서의 성질을 인정하기 어렵다.

보험증권이 지시식이나 무기명식으로 발행된 경우에는 유가증권성을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가 문제될 수 있다. 이에 관하여 보험증권은 지시식 또는 무기명식의 발행이 금지되지 않아 이를 발행할 수 있고, 지시식 또는 무기명식으로 발행된 보험증권을 유가증권으로 인정할 수 있다는 견해(긍정설)11)가 있다. 그러나 보험금청구권은 그 성질상 다수 당사자 사이에서 전전 유통될 성질의 것이 아니므로 예외적으로 운송증권·선하증권·창고증권 등의 유통증권과 함께 유통되는 보험증권12)이 지시식이거나 무기명식인 때만 유가증권성을 인정하는 것이 타당하다(절충설).13)


4. 보험증권 기재에 관한 이의

보험증권은 보험계약에 관한 증거방법의 하나로서 그 기재 내용이 일단 진실하다는 사실상의 추정력을 가진다. 보험증권의 기재 내용과 진실한 계약 내용이 다른 경우에는 계약당사자는 이의를 제기하여 이를 정정할 수 있다.

다만 보험관계의 안정을 위하여, 이의 제기 기간을 정해두고 있다. 상법은 보험계약 당사자는 보험증권의 교부가 있은 날로부터 일정한 기간 내에 한하여 그 증권 내용의 정부에 과한 이의를 할 수 있음을 약정할 수 있고, 이 기간은 1월을 내리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상법 제641조). 이 약관조항을 이의약관(異議約款)이라고 한다. 이 기간을 1개월 미만의 단기간으로 정할 때는 계약당사자를 해할 염려가 있기 때문에 최소한 1개월 이상의 기간으로 정하도록 규정한 것이다(상법 제441조 후문).

이러한 이의약관의 정함은 명시적이어야만 그 효력이 인정되는 것이지만, 그 정함이 없는 경우에도 민법의 일반원칙에 의하여 이의를 언제든지 제기할 수 있다고 풀이한다.14) 다만 민법의 일반원칙에 따라 언제든지 이의 제기할 수 있도록 하면 오랫동안 보험관계를 불안정하게 만들 수 있으므로 이러한 이의약관을 인정한 것이다.

이의약관이 있는 경우 이의 제기 기간 경과의 효과에 대하여, 「보험증권의 증거증권으로서의 법적 성질을 고려할 때, 이의약관은 당초 약정한 내용과 증권 내용이 다를 경우 수정할 수 있다는 취지에 불과하고, 이의 기간이 지났다고 해서 계약 내용이 증권의 기재 내용대로 변경되거나 보험증권의 증거능력이 절대적으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는 견해15)가 있다. 그러나 보험계약 당사자가 이의약관을 정할 수 있도록 한 것은 실제의 보험계약 내용과 보험증권상의 기재 내용이 다른 경우 제기될 분쟁의 소지를 확정적으로 해소하기 위한 것이므로,16) 보험계약의 당사자 쌍방은 약관에서 정한 기간 안에서만 보험증권상의 기재 내용의 정부에 관한 이의를 할 수 있고, 그 기간이 경과하면 보험증권상의 기재 내용은 확정적인 효력을 가진다(통설).17) 다만 보험증권의 기재 내용에 명백한 오기·착오가 있는 경우에는 이의 기간이 지나도 이를 다툴 수 있다.


5. 보험증권의 재교부 청구

보험금을 청구할 때는 보험금 청구 서류에 보험증권을 첨부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보험증권을 멸실 또는 현저하게 훼손한 경우에도 다른 증거방법에 의하여 그 권리자임을 증명하여 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다.

보험증권은 보험계약에 관한 증거방법의 하나로서 그 기재 내용이 일단 진실하다는 사실상의 추정을 받으므로 보험계약자는 권리자임을 입증하기가 용이하다. 따라서 상법은 보험증권이 멸실되거나 현저하게 훼손된 경우에 보험계약자는 자기의 비용 부담으로 보험자에 대하여 증권의 재교부를 청구할 수 있음을 규정하고 있다(상법 제642조). 다만 유가증권성이 인정되는 보험증권은 공시최고 절차에 의한 제권판결(민사소송법 제475조 내지 제497조)을 받아야만 재교부를 청구할 수 있다.18)


보험법 저자🔹임용수 변호사



1) 동지: 서울중앙지방법원 2004. 11. 5. 선고 2004가합24842 판결. 동 판결은「보험증권은 보험계약의 성립과 내용을 증명하기 위하여 계약의 내용을 기재하고 회사가 기명날인 또는 서명하여 계약자에게 교부하는 증권으로서 하나의 증거증권이고, 보험안내자료는 회사가 보험의 모집과정에서 보험의 청약을 권유하기 위하여 제작한 자료를 말하므로 양자의 작성 목적, 문서의 내용 등에 비추어 보면 '타인의 보험증권'을 보험안내자료라고 할 수 없다」고 판시하고 있다.
2) 대법원 1999. 2. 9. 선고 98다49104 판결. 동 판결은 「상법 제640조의 규정에 의하면 보험자는 보험계약이 성립한 때는 보험계약자가 보험료를 납부하지 않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지체없이 그 계약의 성립과 내용을 증명하는 보험증권을 작성하여 보험계약자에게 교부해야 할 의무가 있으므로, 그 보험증권이 보험계약자의 의사에 반하여 보험계약자의 구상의무에 관하여 담보를 제공한 제3자에게 교부되었다면 이러한 의무가 이행되었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하고 있다.

3) 서울고등법원 1999. 9. 17. 선고 99나7147 판결. 동 판결은 「상법 제640조 제1항 단서의 규정은 회사에게 보험증권 발급 의무를 일반적으로 규정하면서 일정한 경우 회사가 이를 거절할 수 있도록 거절권을 부여한 것에 불과할 뿐이므로 회사로 하여금 보험료의 납입 없이 보험증권을 발행, 교부하는 것을 금지하는 취지의 규정은 아니다」라고 판시하고 있다.
4) 최기원, 208면.
5) 동지: 보험업감독업무시행세칙 [별표14] 표준사업방법서 제23조. 동조는 '보험증권(보험가입증서) 기재 착오의 처리'라는 제목으로 「회사는 보험증권(보험가입증서)의 기재 내용이 약관의 내용과 다른 경우에는 계약자에게 유리하게 해석한다. 다만, 계약자, 피보험자(보험대상자) 또는 보험수익자(보험금을 받는 자)가 보험증권(보험가입증서) 기재 내용과 약관 내용이 뚜렷이 다르다는 것을 명확히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경우에는 그렇지 않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6) 대법원 2003. 3. 28. 선고 2002다62180 판결.
7) 대법원 1988. 2. 9. 선고 86다카2933,2934 판결; 대법원 1992. 10. 27. 선고 92다32852 판결; 대법원 1996. 7. 30. 선고 95다1019 판결.
8) 광주지방법원 2005. 12. 2. 선고 2005가합3764 판결. 
울산지방법원 2017. 10. 26. 선고 2016가단69422 판결은 타인의 사망보험에서 보험계약을 체결할 때 교부되는 보험증권은 하나의 증거증권에 불과하므로, 보험계약 당시 보험수익자가 법정상속인으로 지정된 이상 이를 변경하기 위해서는 피보험자의 서면동의가 필요한데 이를 인정할 만한 자료가 없다면 보험수익자는 보험증권에 보험수익자로 지정된 자가 아니라 보험청약서상의 보험수익자란에 있는 법정상속인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취지로 판시하고 있다.
9) 채이식, 479면.
10) 동지: 부산지방법원 2003. 8. 28. 선고 2003나5365 판결. 동 판결은 「회사의 실무지침서상 약관대출의 신청 및 대출금 수령 시 보험증권의 소지를 요구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보험증권은 계약의 성립을 증명하기 위하여 회사가 발행하는 증거증권이고, 회사가 보험금 등의 급여를 함에 있어서 그 증권 제시자의 자격을 조사할 권리가 있을 뿐, 의무는 없는 면책증권에 불과한 점에 비추어 보면 회사의 실무지침은 회사의 이익을 위한 것으로 보험증권에 절대적인 상환증권성을 부여하는 것이 아니라 계약자 또는 대리인 등이 보험증권을 제출할 수 없는 경우에는 다른 방법으로 그 권리를 증명하는 경우에만 약관대출을 신청하고 대출금을 수령할 수 있다는 취지에 불과하다」고 판시하고 있다.
11) 채이식, 478면.
12) 가령 운송보험이나 해상적하보험 등의 보험증권이 여기에 속한다.
13) 다수설이다. 동지: 최기원, 213면; 김성태, 249면; 양승규, 135-136면.
14) 동지: 양승규, 136면.
15) 유·이, 80면.
16) 이기수, 94면.
17) 동지: 양승규, 136면; 김성태, 252면; 강·임, 569면; 채이식, 475면(이러한 확정의 효력은 오로지 당사자가 사전에 이의약관에 합의한 경우에만 생긴다는 것에 주의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최기원, 212면(이 경우는 설권적 효력이 생긴다고 설명한다).
18) 다수설이다. 동지: 양승규, 137면; 김성태, 253면; 정찬형, 536면; 강·임, 569면.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