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지의무의 대상이 되는 중요한 사항



1. 중요한 사항

고지의무의 대상이 되는 사항은 보험계약의 성립 당시에 존재하는 「중요한 사항」(material fact)이다(상법 제651조). 여기서 중요한 사항이란, 보험자가 보험사고의 발생과 그로 인한 책임 부담의 개연성을 측정하여 보험계약의 체결 여부 또는 보험료나 특별한 면책조항의 부가와 같은 보험계약의 내용을 결정하기 위한 표준이 되는 사항이다. 즉 「객관적으로 보험자가 그 사실을 안다면 그 보험계약을 체결하지 않거나 적어도 같은 조건으로는 보험계약을 체결하지 않으리라고 인정되는 사항」을 말한다.118) 보험 실무에서는 중요한 사항을 「회사가 그 사실을 알았더라면 보험계약의 청약을 거절하거나 보험가입금액 한도 제한, 일부 보장(담보) 제외, 보험금 삭감, 보험료 할증과 같이 조건부로 승낙하는 등 계약 승낙(인수)에 영향을 미치는 사항」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고지할 사항은 계약의 체결에 있어서 고지의무자가 알고 있는 위험측정상 중요한 사실에 한정된다. 고지의무는 고지의무자에게 사실의 조사의무 내지 탐지의무까지 부과하는 것은 아니므로 고지의무자가 스스로 알고 있는 사실만 고지하면 이 의무를 이행한 것이 된다.119)

어떠한 사실이 이에 해당하는가는 보험의 종류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는 사실인정의 문제로서 보험의 기술에 비추어 객관적으로 보험 거래의 통념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객관적 기준설).120) 그러므로 무엇이 중요한 사항인가에 대하여 분쟁이 생겼을 때는, 최종적으로는 보험의 기술에 정통한 보험 전문가의 감정(자문)에 의하여 결정해야 한다.121) 


2. 중요한 사항의 종류122)


중요한 사항에는 ① 직접 피보험자의 신체 또는 보험의 목적에 존재하는 절대적 위험 사항(피보험자의 건강 상태·기왕증·유전병, 건물 내의 인화물의 장치, 이행보증보험에 있어서의 공사금액과 공사기간123) 등)과 ② 피보험자 또는 보험 목적의 환경에 존재하는 관계적 위험 사항(피보험자의 직업124)·신분·보험계약자와의 관계, 건물 근처의 상황 등), ③ 그 밖에 이러한 위험 사항의 존재를 추단케 하는 사항(다른 보험자에게 청약하여 승낙이 거절된 사실,125) 보험자에 의하여 계약이 해제·해지된 사실,126) 질병을 원인으로 장기간 입원한 사실127) 등)이 있다.128)

판례에 의하면, 손해보험에서는 다른 보험계약에 관한 사항,129) 보증보험에서 주계약의 내용,130) 자동차종합보험의 주운전자 및 차량 용도에 관한 사항,131) 보험사고의 발생 사실 등이 중요한 사항이고, 생명보험에서는 피보험자의 기왕증·현재 병세, 피보험자의 부모의 생존 여부·건강 여부,132) 피보험자의 나이,133) 보험계약 체결 당시 피보험자가 정신분열증으로 인하여 심신박약 상태였던 사실,134) 암보험에서 피보험자에 대한 최종 검사 결과에 따른 의사의 암재발 가능성 고지사실135) 등이 중요한 사항이다.136) 

그러나 보험 가입 차량이 기명피보험자의 소유인지 여부,137 보증보험상의 보증인에 관한 사항,138) 렌터카를 지입 형태로 운행하는 사실139)은 보험계약 체결에 있어 상법 제651조가 정하는 중요한 사항이라고 할 수 없다.


3. 서면으로 질문한 사항의 중요한 사항 추정 : 질문표


가. 보험에 관한 전문적 지식·경험이 없는 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가 보험계약을 맺을 때 중요한 사항을 스스로 판단하여 빠짐없이 고지한다는 것은 기대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이로 인하여 의외의 손해를 받을 염려가 있다. 그리하여 실제 거래에 있어서는 보험청약서에 「회사에 알려야 할 사항」 혹은 「계약전 알릴 의무 사항」 등의 형식으로 질문란을 두고, 고지의무의 대상이 되는 중요한 사항을 열거하여 묻고 해당 사항을 기재토록 함으로써 고지하도록 하고 있는데, 이 질문란을 「질문표」(questionaire)라고 한다.

이 질문표는 보험 기술에 정통한 보험자가 작성하는 것이므로, 보험 청약 시 보험자의 요구에 의하여 보험계약자가 작성하는 서면에 기재된 질문 사항은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보험계약에 있어서 중요한 사항에 해당하는 것으로 추정된다(상법 제651조의2).140) 따라서 보험계약자 등이 서면에 기재한 질문 사항에 대하여 나름대로 성실하고 명확하게 답변하기만 하면 고지의무를 이행한 것으로 인정되지만, 질문 사항에 응답하지 않거나 허위의 내용을 기재한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고지의무 위반이 된다.

여기의 서면에는 보험청약서나 건강확인서도 포함될 수 있으므로 보험청약서 또는 건강확인서에 일정한 사항에 관하여 답변을 구하는 취지가 포함되어 있다면 그 사항은 상법 제651조에서 말하는 중요한 사항으로 추정된다.141) 그 결과 질문표 등 서면에 의한 질문 사항 중에 어떤 사항이 중요한 사항이 아니라는 것은 보험계약자가 반대의 증거를 제출하여 입증해야 한다. 실무상으로도 이를 반영하여 보험약관이나 해지 안내문에는 「반대 증거가 있는 경우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라는 문구를 명시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와 달리 전화, 인터넷 등 통신수단을 통한 계약(통신판매계약) 체결 시 통신판매원의 질문 사항 및 음성 녹음이나 인터넷 홈페이지에 게시되는 질문 사항은 중요한 사항으로 추정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상법 제651조의2에서 규정한 '서면'이란 사전적 의미로 글씨를 쓴 종이의 겉면을 말하므로, 종이로 질문한 사항만 중요한 사항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또한 질문 사항의 범위나 정도가 특정되지 않고 그 내용이 불명확한 경우에도 중요한 사항으로 추정되지 않는다.142)

생명보험약관은 다른 보험 가입 내역에 대한 계약 전 알릴 의무(고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계약을 해지하거나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143)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험자가 다른 보험계약 가입 내역이나 다른 보험계약 사항이라는 질문란을 따로 두어 다른 보험계약의 존재 여부를 기재하도록 하고 있는 경우, 다른 보험계약의 존재 사실은 중요한 사항으로 추정될 수 있으나 설령 이에 관한 고지의무 위반이 있다고 하더라도 보험자는 보험계약을 해지하거나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지는 못한다.

보험 기술 발달의 정도가 오늘날에 이르기 전까지는 고지의무자는 고지사항을 스스로 찾아내 능동적·적극적으로 고지할 의무가 있는 것으로 인식되어 왔다. 즉 보험자가 질문표 등의 서면으로 질문하지 않은 사항이더라도 중요한 사항에 포함되면 의무자는 이를 알려야 하는 자발적 고지의무를 부담한다는 견해가 지배적이었다.144) 이러한 견해에 의하더라도 질문표 등의 서면으로 질문하지 않은 사항이 중요한 사항이라는 것과 보험 가입자가 악의로 불고지했다고 하는 사실에 대해서는 보험자가 주장·입증해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고지의무에 대해서는 보험자들 사이에 보험사고 정보를 효율적으로 공유하기 위한 보험사고정보시스템(ICPS)의 구축과 같은 보험 기술의 발달은 물론 나날이 복잡·다양해지고 있는 보험상품의 특성을 반영하지 못하는 불합리한 제도라는 지적과 비판이 이어졌다. 이에 따라 현재의 보험 실무는 보험자가 서면으로 고지를 요구한 질문 사항에 대하여 고지의무자가 성실하게 답변하면 고지의무를 이행한 것으로 보는 수동적 의무 형태로 전환·적용되고 있다.145)

나. 판례는 자동차종합보험의 주운전자를 허위 고지한 경우,146) 보험계약자가 보험계약 체결 당시 자동차를 유상운송에 계속적으로 이용할 것임을 알면서도 보험청약서의 유상운송 및 공동사용 형태란에 「유상운송 및 공동사용하지 않음」이라고 사실과 다르게 기재한 경우147) 등이 고지의무 위반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


보험법 저자🔸임용수 변호사


118) 생명보험약관에서는 중요한 사항을 「계약 전 알릴 의무와 관련하여 회사가 그 사실을 알았더라면 계약의 청약을 거절하거나 보험가입금액 한도 제한, 일부 보장 제외, 보험금 삭감, 보험료 할증과 같이 조건부로 승낙하는 등 계약 승낙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항을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생명보험표준약관 제2조).
119) 동지: 강·임, 558면.이에 대하여 「중과실로 고지를 못한 사람과 중과실로 중요한 사항을 몰랐던 사람과의 구별이 심히 곤란하고, 고의와 거의 동일시되는 중과실로 중요한 사항을 몰랐던 사람까지 법이 보호할 필요는 없는 것이며, 나아가 상법 제651조의 문리해석에도 보험계약자 등에게 탐지의무를 부과하는 견해에 더욱 가까운 점 등」을 고려하여, 보험계약자 혹은 피보험자에게 적극적 탐지의무를 인정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견해도 있다(채이식, 458면).
120) 대법원 1997. 9. 5. 선고 95다25268 판결.
121) 동지: 대법원 1996. 12. 23. 선고 96다27971 판결.
122) 김성태, 216-219면은 중요한 사항을 객관적 사정과 주관적 사정의 2종류로 나누어 설명한다.
123) 대법원 1987. 6. 9. 선고 86다카216 판결.
124) 서울중앙지방법원 1983. 6. 1. 선고 83가합488 판결.
125) 서울고등법원 1974. 7. 11. 선고 74나194 판결; 일대판 명치40(1907). 10. 4.; 일대판 대정10(1921). 5. 20. 
126) 일대판 대정6(1917). 12. 5.
127) 부산지방법원 1987. 7. 14. 선고 83가합760 판결(신경병환으로 치료를 받고 직장에서 병가를 받은 사안임).
128) 동지: 최기원, 161면.
129) 다른 보험계약을 체결한 사실, 청약에 대한 거절 또는 해지의 사실 등이 이에 속한다.
130) 대법원 1987. 6. 9. 선고 86다카216 판결.
131) 대법원 1994. 2. 25. 선고 93다52082 판결.
132) 대법원 1969. 2. 18. 선고 68다2082 판결.
133) 일대판 1938. 3. 18. (판결전집 5-18-22)은 「피보험자의 나이는 회사가 부담할 위험의 측정에 중요한 관계를 가지는 것이므로 그 착오는 계약의 무효를 초래함은 물론이다. 그렇지만 이러한 착오가 있는 경우에 있어서도 실제의 나이에 계약 체결을 가능하게 하는 나이의 범위 내, 또는 그 범위를 넘지 않는 한 보험료의 정정 등의 방법으로 계약을 변경한 때는 당초부터 착오 없는 나이에 의거 계약이 체결된 것과 동일한 결과로 되어 계약자에게 어떤 손해를 주지 않고 회사는 일단 그 체결에 성공한 계약상의 이익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소론의 약관은 이상의 목적으로 달성하고자 하는 뜻에 지나지 않으며, 다만 피보험자의 실제 나이가 본건에 있어서와 같이 이상의 범위를 초과한 경우에 있어서는 위의 방법에 의하여도 이를 유효한 것으로 할 수 없으므로 이미 납입한 보험료에 소정의 권리를 붙여 반환하는 것으로 한 것이다」고 판시하고 있다.
134) 부산지방법원 2006. 7. 14. 선고 2005가합18163 판결.
135) 대법원 1999. 11. 26. 선고 99다37474 판결. 동 판결은 「암 치료 종류 후 5년이 지나 검사를 실시한 결과 의사로부터 암 재발의 가능성을 고지받고 확진을 위한 재검사 요구를 받은 상태에서 5년 내 암을 앓거나 치료받은 적이 없다고 신고하면서 생명보험을 체결한 경우, 암치료 종료 후 정기적인 검진을 위하여 병원에 다니던 동안 피보험자의 상태는 비록 통상적인 의미에서 암 질병을 앓고 있는 것은 아니라고 할지라도 약관상 기재된 암 질환에 준하는 것이거나, 또는 이러한 피보험자의 병력 내지 자각증세, 의사의 암 재발 가능성 고지사실 등은 보험청약서상의 질문사항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고 하더라도 피보험자의 생명위험 측정상 중요한 사실로서 고지할 중요사항에 포함된다는 이유로 고지의무위반에 해당한다」고 본 사례이다. 
136) 정찬형, 542면.
137) 대법원 2005. 7. 14. 선고 2004다36215 판결.
138) 대법원 2001. 2. 13. 선고 99다13737 판결. 
139) 대법원 1997. 9. 5. 선고 95다25268 판결.
140) 질문표 등의 서면에 의한 질문사항에 추정력만 인정한 것은 객관적 기준설(통설 및 판례)을 전제로 한 것이다.
141) 대법원 2001. 1. 5. 선고 2000다31847 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2017. 6. 16. 선고 2016가합502352 판결.
142) 동지: 최기원, 164면. 「질문사항이 확실하지 않고 분명하지 않은 경우에는 중요한 사항으로서의 추정은 인정되지 않는다」고 한다.
서울중앙지방법원 2001. 11. 21. 선고 2001나22795 판결은 「특히 피보험자가 종사하는 직업 또는 직무의 내용에 대한 구체적인 질문이 없을 경우는 단순히 피보험자를 특정하기 위한 것에 불과하다」고 판시하고 있다.
143) 생명보험표준야관 제14조 제5항.
144) 대법원 1999. 11. 26. 선고 99다37474 판결. 동 판결은 「피공제자의 병력 내지 자각증세, 의사의 암 재발 가능성 고지사실 등은 공제계약 청약서상의 질문사항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고 하더라도 피공제자의 생명위험측정상 중요한 사실로서 고지할 중요 사항에 포함된다는 이유로 고지의무 위반에 해당한다」고 판시하고 있다.
145) 대법원 1996. 12. 23. 선고 96다27971 판결; 춘천지방법원 1987. 11. 4. 선고 87가단149 판결. 대법원 1996. 12. 23. 선고 96다27971 판결은 「보험자가 고지의무의 대상이 되는 사항에 관하여 스스로 제정한 보험청약서 양식을 사용하여 질문하고 있는 경우에 보험청약서에 기재되지 않은 사항에 관하여는 원칙적으로 고지의무 위반이 문제될 여지가 없다」고 판시하고 있다.
146) 대법원 1994. 2. 25. 선고 93다52082 판결.
147) 대법원 1993. 4. 13. 선고 92다52085, 52092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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