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의 유지의무



1. 의의

보험계약자, 피보험자 또는 보험수익자는 보험자의 동의 없이 보험계약 체결 당시의 위험 상태를 증가시키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될 의무를 지고 있다. 이러한 의무를 위험유지의무라고 한다.197) 예를 들면, 화재보험의 목적인 주택을 보험자의 동의 없이 공장이나 상점 등으로 개조하지 않을 의무, 피보험자동차의 용도를 개인용에서 업무용으로 변경하지 않을 의무, 생명보험의 피보험자가 보험자의 동의 없이 다른 위험 직종에 종사하지 않을 의무 등을 들 수 있다. 이때의 위험은 보험계약자 등의 고의 또는 중과실로 인하여 발생한 것으로서 주관적 위험의 변경·증가를 의미한다.198)

상법 제653조는 보험기간 중에 보험계약자, 피보험자 또는 보험수익자의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하여 사고 발생의 위험이 현저하게 변경 또는 증가된 때는 보험자는 그 사실을 안 날부터 1월내에 보험료의 증액을 청구하거나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 규정은 보험계약자 등의 위험유지의무를 전제로 한 것이다.

상법 제653조의 규정 취지는 원래 보험자는 보험계약을 체결함에 있어서 피보험이익에 대한 위험 사정을 파악하여 이를 기초로 보험사고가 발생할 개연율을 측정하고 그 결과에 따라 위험을 인수할 것인지의 여부와 보험료 및 그 조건 등을 결정하는 것이고, 이러한 과정을 거쳐 보험자가 인수한 위험은 보험기간 중에 그대로 유지되어야 하는 것이므로, 피보험이익에 대한 위험 사정을 가장 잘 알 수 있는 위치에 있는 보험계약자, 피보험자 또는 보험수익자에게 보험기간 중에도 보험자가 인수한 위험을 보험자의 동의 없이 변경하거나 증가시키지 아니할 위험유지의무를 부담시키려는 데 있다.


2. 법적 성질


이 의무의 법적 성질이 보험계약의 성질에서 당연히 나온 진정한 의무라는 견해199)도 있으나, 이 의무는 상법 제652조가 규정하고 있는 위험변경·증가의 통지의무와 마찬가지로 간접의무 또는 자기의무라고 풀이한다.

여기서 위험은 보험사고 발생의 가능성을 의미하고, 사고 발생의 위험이 현저하게 변경 또는 증가된 사실이란 그 변경 또는 증가된 위험이 보험계약의 체결 당시에 존재하고 있었다면 보험자가 보험계약을 체결하지 않았거나 적어도 그 보험료로는 보험을 인수하지 않았을 것으로 인정되는 사실을 말한다.200) 

또한 보험료율 산정 기준으로서의 위험의 개념은 일정 상태의 계속적 존재를 전제로 하는 것으로 여겨지므로 일시적으로 위험이 증가되는 경우는 '위험의 현저한 증가'에 포함되지 않는다.201)


3. 위험유지의무자


위험유지의무를 지는 자는 보험계약자, 피보험자 및 보험수익자이다. 보험수익자에게도 이 의무를 부담시킨 것은 위험 사정을 가장 잘 알 수 있는 위치에 있고 또 직접적으로 보험 혜택을 받기 때문이다. 이 점이 보험계약자와 피보험자만이 통지의무를 지는 위험변경·증가의 통지의무의 경우와 다르다.


4. 입증책임


보험계약자 등의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에 대한 입증책임은 보험자에게 있다.


5. 의무 위반의 효과


가. 보험기간 중에 보험계약자 등의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사고 발생의 위험이 현저하게 변경 또는 증가된 때는 보험자는 그 사실을 안 날부터 1월 내에 보험료의 증액을 청구하거나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다만 보험자가 해지권을 행사하지 않고 있는 동안에 위험의 현저한 증가 상태가 소멸한 때 또는 위험의 변경·증가 사실과 보험사고의 발생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는 때는, 보험자는 그 보험계약을 해지할 수 없다(상법 제655조 단서).

위험변경·증가의 통지의무와는 달리, 위험의 유지의무 위반에 대하여 통지의무를 부담시키지 않은 것은 고의나 중대한 과실로 인한 위험의 변경·증가를 초래한 의무자 스스로가 보험자에게 이를 통지한다는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데 있다. 학설 중에는 「가입자 측의 귀책사유로 위험이 변경·증가되면, 신의칙상 보험자에게 그 사실을 통지해야 마땅하므로, 보험계약자·피보험자에게 일단 통지할 의무를 부과한 연후에, 그 위반 행위에 대하여 불이익을 가하는 입법 방식이 합리적」이라는 입법론을 제시하는 견해202)가 있다.

나. 보험자의 해지권은 형성권이므로 1월의 제척기간 내에는 언제든지 행사할 수 있으나, 제척기간이 경과하면 해지권은 소멸한다. 따라서 제척기간의 경과 후에 보험사고가 발생하면 보험자는 보험금지급책임을 진다.

피보험자의 직업이나 직종에 따라 보험금 가입 한도에 차등이 있는 생명보험에서 피보험자가 직업이나 직종을 변경하는 경우에 그 사실을 통지하도록 하면서 그 통지의무를 해태한 경우에 직업 또는 직종이 변경되기 전에 적용된 보험료율의 직업 또는 직종이 변경된 후에 적용해야 할 보험료율에 대한 비율에 따라 보험금을 삭감하여 지급하는 것은 실질적으로 약정된 보험금 중에서 삭감한 부분에 관하여 보험계약을 해지하는 것이므로 그 해지에 관해서도 상법 제653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해지기간 등에 관한 규정이 여전히 적용된다고 보는 것이 판례의 입장이다.203)

다. 제척기간 내에 해지권을 행사하지 않고 있는 동안에 보험사고가 발생한 때도, 보험자는 언제든지 계약 해지가 가능하므로 계약 해지를 하면 보험금지급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해석된다.


보험법 저자🔹임용수 변호사


197) 이 의무를 '위험의 현저한 변경·증가금지의무'라고 표현하는 견해도 있다(박세민, 322면). 이 견해는 보험계약자 등은 계약체결 시점의 위험을 계약 체결 후에도 똑같이 동일하게 유지해야 할 의무는 없고, 위험의 '현저한' 변경 또는 증가 수준에 이르지 않은 어느 정도의 위험의 변경이나 증가는 허용되기 때문에, 상법 제653조는 위험의 현저한 변경·금지의무를 규정한 것으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한다. 그러나 '위험유지의무'라는 것이 위험을 똑같이 동일하게 유지할 의무를 전제로 한 표현은 아니므로, 위험유지의무나 위헌변경·증가금지의무는 표현만 다를 뿐 같은 의미라고 평가할 수 있다.
198) 동지: 정찬형, 577면.
199) 강·임, 582면.
200) 대법원 1997. 9. 5. 선고 95다25268 판결; 대법원 1998. 11. 27. 선고 98다32564 판결; 대법원 2000. 7. 4. 선고 98다62909, 62916 판결.
201) 동지: 대법원 1992. 11. 10. 선고 91다32503 판결.
202) 김성태, 313면.
203) 대법원 2003. 6. 10. 선고 2002다63312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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